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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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을 챙긴다는 건 힘든 일이다. 사실 감정이입이란 게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피곤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입을 하려면 모든 사람의 삶도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모든 걸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워지더라도 정지 버튼을 누를 방법이 없지만 생각해보면 남들도 마찬가지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245쪽.

 


 

지난 2018년 4월, 나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간 <배어타운>을 그 누구보다 먼저 접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다산북스의 <베어타운> 신간 서평단에 참여해 먼저 가제본 도서를 접하고 서평을 남겼으니 말이다.

(베어타운 서평 링크 : https://pedagogics.tistory.com/110 2018.4.17 작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베어타운>이라는 작품이 내게 너무나 완벽한 명작이었으니까. 마치 완벽하고 깔끔한 결말이었던 토이스토리3에 이어 2019년에 토이스토리4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와 당신들>은 서평단에 참여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다가 출간일이 조금 지난 후에야 소식을 접하고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상에 치여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베어타운>의 뒷야이가를 담고있는 이 책의 서사가 너무나 기대되어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가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었다.

<우리와 당신들> 책을 완독한 후, 베어타운을 읽었던 당시의 서평을 조금 살펴보았다. <베어타운>에서도 그러했듯 나는  <우리와 당신들>의 강점 또한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히 제시된 점이라 여긴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407.

 


 

 작품 속 위 문장에 정말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이, 나는 처음 우리와 당신들을 읽으며 '그 일당'을 악인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티무 리니우스를 둘러싼 그 일당, 그리고 그의 동생 비다르. 그들이 더욱 자세히 소개되기 전만해도 베어타운의 분위기를 흐리는 악역이겠거니, 페테르의 구단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겠거니 생각했지만 이러한 나의 오해가 부끄럽게도, 티무와 비다르를 포함한 '그 일당'이라고 불리는 인물들 모두 그저 베어타운을, 그리고 베어타운의 하키구단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일 뿐이었다. 특히 비다르에 대해선 폭력적인 아이를 어떻게 골키퍼로 영입할 수 있는지, 사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경악했는데 뒷부분에 등장한 티무와 비다르 - 리니우스 형제-의 서사를 보면서 나의 짧은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기도 했다.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이 있는 것처럼 완벽히 좋은 사람도, 완벽히 나쁜 사람도 없고 사람은 누구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 - '선과 악'이 그 내면에 공존하고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악한 모습만으로 쉽게 낙인을 찍고 있었다. 프레드릭 베크만은 작품 내내 계속 이 지점을 경계하게 한다. 리니우스 형제가 '그 일당'에 속해있고 폭력을 쉽게 행사할지언정 그들은 지켜야 할 어머니가 있으며 나보다도 더 아껴야만 하는 형제가 있다.

 


 티무 리니우스는 지금도 어머니와 함께 산다. 경찰에서는 그가 불법적인 수입으로 자기 소유의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추측하고 그는 다들 그렇게 믿도록 내버려둔다. 진짜 이유는 어머니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숫자를 셀 사람이 필요하다. (중략) 리니우스 형제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들이 학교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들은 평생 숫자를 세며 지내왔다. 화장실에 있는 벽에 약이 몇 알 남았나, 엄마가 몇 시간째 자고 있나. 비다르가 체포되어 끌려갔을 때 그 임무를 티무 혼자 떠맡게 됐다. 막내아들이 교화 시설에 수감되자 그들의 어머니는 더 오래, 더 깊게 잠만 자고 싶어 했기 때문에 숫자를 세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 비다르가 어떤 짓을 저지르더라도 그녀에게는 항상 어린 꼬맹이였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30-331쪽.

 


 질투심에 눈이 멀어보였던 헤드의 선수 빌리암 뤼트도, 심지어는 정말이지 가장 옹호하기 힘든 인물로서 마야에게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죄를 저지른 케빈 에르달도, 모두 악해보이는 모습 이면에 자기 내면에 고통을 겪고 있었고 각각 고유한 서사가 존재했다.  겉으로는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인물들 각기 나름의 서사가 하나하나 등장하면서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이 소설은 갈수록 더욱 풍부해졌다고 여긴다.

 

 특히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이, 그들이 아무리 폭력을 저지르고 악한 행동을 할 지언정 그들이 최악의 극단으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사랑하는 '누군가'가 자리했다는 점이다. 심리학적 용어로 이를 '인적 자원'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에게는 각기 나름의 인적자원이 존재했다.

 벤이가 폭력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큰 누나인 아드리를 포함해 누나들과 어머니의 영향이었고, 벤이는 그들의 사랑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가 이겨. 왜냐하면 불공평한 싸움이거든. 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지 못하니까.”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141.

 


 마야와 레오가 그들의 고통과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좌절하지 않은 것은 늘 그들을 사랑하고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페테르와 미라'라는 부모님에 더해 그들이 나쁜 방향으로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수네, 라모나, 예아네테, 사켈 같은 어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열여섯 살이다. 그녀의 아빠는 그녀의 방문 앞에 서 있지만 너무 소심해서 문을 두드리지도 못한다. 그는 어렸을 때 그녀를 말랭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하키를 절대 좋아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기타와 사랑에 빠지자 차고에서 같이 연주를 할 수 있게 그가 드럼을 배웠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27쪽.


 티무, 비다르, 스니칸, 스핀델이 소속된 '그 일당'은 각기 검은 재킷을 입은 그 일당에 소속된 그들의 사랑하는 형제들을 지켜내야 할 책임과 의무, 신뢰와 의리가 존재했고 그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인 스탠딩석을 함께 지켜내야만 했다.

아나에게는 비록 음주에 쉽게 빠지고 폭력적 행동을 보일때가 많은 - 나쁜 면을 보일 때가 많은 - 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그 내면에 선한 면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지켜야 할 아버지가 있었다.


"너하고 나는 남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잖니."

(중략)

그녀는 항상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가 우울해할 때도 그랬다. 어쩌면 그는 속으로는 항상 우울했을지 모른다. 엄마가 떠나서 그가 우울해진 건지 아니면 그가 우울해해서 엄마가 떠난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가슴 한가운데 우울을 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부엌에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렸고 아나는 그런 그가 안쓰러웠다. 술에 취했을 때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녀는 자신에게 좋은 아빠와 나쁜 아빠, 이렇게 두 명의 아빠가 있다고 여기고, 나쁜 아빠가 외출하면 다음날 아침에 좋은 아빠가 그 몸을 온전하게 쓸 수 있도록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걸 그녀의 임무로 삼았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75-376쪽.


보보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고, 아맛에게는 어머니와 그의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 아맛은 정말 세상 그 어디와도 바꿀 수 없는 친구들을 두었다는 점에서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로출신이라는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들..

페테르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과 멘토 수네와 라모나, 그리고 절친한 친구 프락이 있었다.

 심지어는 성폭행을 저지른 케빈에게도 범죄자가 된 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라모나는 이곳을 들락거린 상처받기 쉬운 영혼들을 보았다. 새로 출발한 사람도 있고 주저앉은 사람도 이다. 일이 잘 풀린 사람도 있고 알란 오비크처럼 숲속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다. 라모나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기에 일이 잘 풀리더라도 뛸 듯이 기뻐하지 않고 일이 안 풀리더라도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지금 같은 가을에 하키단을 두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안다. 스포츠는 현실이 아니고 현실이 지옥 같으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모든 게 좋은 쪽으로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30-331쪽.

 


 

 그들의 하키팀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라고, 혹은 너무나 폭력적인 미친 아이라고 다양한 이유로 학교나 스포츠팀에서 낙인찍어지고 배제된 아이들이언정 그들에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던져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는 한, 그들은 쉽게 삶을 내던지거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벤이가 아나로 인해 그의 성 정체성이 액팅아웃 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서도 끝까지 A팀 주장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켜야 할 가족들과 베어타운 하키팀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 때문이었다.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유롭지 않지, 벤이. 네가 두려워하는 이유가 그거야."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289쪽.

 


"희생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어?"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206쪽.

 

  결국 이 작품의 중요한 두 키워드가 있다면 '책임감'과 '사랑'(우정, 신뢰, 믿음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랑.)  이라고 여긴다. 케빈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인 마야에 대한 성폭행은 벤이와 마야 모두에게 절대 용서받을 수 행위인 반면,  벤이의 성 정체성을 액팅 아웃하는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아나가 용서받을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케빈은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도, 주변인들에 대한 사랑도 보여주지 않았던 반면(실제로 그는 그의 친구라고 여겼던 벤이에게는 용서를 구했을지언정, 성폭행 피해 당사자인 마야에게는 용서를 구하지 않앗다.) 아나는 벤이와 마야에 대한 죄책감을 온몸과 마음으로 표현했고, 그들에게 전달했다. 그 누구보다 아나 스스로가 자신의 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임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했기에 용서를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티무에게도 '그 일당' 형제들을 반드시 지켜내야한다는 책임감과 사랑이 있었기에 폭력을 불사했던 것이고, 벤이가 소설의 결말부에 이를 때 시합에서 그 일당들이 헤드 응원단에게 행하고자 했던 폭력을 막아서며 자신의 위험을 감수한 것도 벤이의 팀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과 사랑 때문이었다.

작중에서 보보가 동생들에게 읽어주는 책으로 '해리포터'가 계속 언급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해리포터와 볼드모트(톰 마볼로 리들)의 삶이 매우 유사하면서도(고아로 유년기를 보낸 후, 뒤늦게 마법세계를 알게 된 점 등) 그들의 인격과 가치는 매우 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해리 포터는 부모님의 희생(사랑)이 뒷받침 되었으며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사랑할 줄 아는 마법사'였으나, 볼드모트는 그 태생 자체가 사랑의 묘약(인위적인 사랑)에 의해 태어났으며 끝까지 그 누구도 사랑할 줄 모르는 점에서 두 인물의 삶이 극과 극으로 달랐던 것을 고려한다면 왜 이 작품에 그토록 해리포터가 언급되는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다음번에 어떤 아이가 자기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렇게 반문해야지. '그래서 뭐?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지 않나?' 그러면 어느 날 동성애 하키 선수와 여자 코치가 없어질지 몰라. 그냥 하키 선수와 코치만 남을지 몰라."

"이 사회가 그렇게 간단치 않으니까 그렇죠." 페테르가 얘기한다.

"이 사회? 우리가 바로 사회잖아!" 수네가 대꾸한다.

(중략)

"나는 한심한 늙은이다, 페테르. 나는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잘 몰라. 하지만 벤야민은 오래전부터 아이스링크 밖에서 수많은 사고를 쳤지. 싸움을 벌이고 약에 취하고 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워낙 훌륭한 선수라 너도 그렇고 다들 매번 이렇게 얘기했잖아. '그건 하키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데 왜 이건 하키하고 상관이 있어야 하니? 그 아이 마음대로 살게 내버려둬. 간판이 되도록 강요하지 말고. 우리가 그 아이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면 문제가 있는 쪽은 그 아이가 아니라 우리야!"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410-411쪽.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사랑할 줄 모르는, 그 무엇도 사랑할 줄 모르며 사랑받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차별할 수는 없다고 여긴다. 그의 성 정체성이 어떻건, 사회적 배경이나 출신지역이 어떻건 (할로 출신이든, 베어타운 출신이든, 헤드 출신이든 실력만 있으면 그만 아닌가!) , 여자 코치이건, 남자 코치이건,  일부 요소들이 결코 그들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마치 수학을 좀 못 한다고 해서 공부를 전혀 못하는 게 아닌 것처럼.

(학부 시절 존경하는 심리학 교수님께 들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단점이나 결핍은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니지만 나의 일부인 거라고.)

 

여러 사회적 이슈와 인간 내면과 본성에 대한 문제,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어색하지 않게, 아니 심지어 문학작품 - 소설이라는 매체에 너무나 잘 녹여 인간 내면과 감정, 사회, 개개인의 역할까지 다룬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 이 두 작품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하지만, 프레드릭 베크만은 그의 작품을 오래, 많이 보고싶은 작가 중 한명으로 남는다.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되는 바이며 '차별'이라는 이슈나 '인권감수성'에 관심있는 분들(독자들),  '청소년', 청소년과 관련있는 어른들' , 정치인 등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by papyros 2020. 1. 31. 23:57

 

 

[독립 북클러버 4기 - 청춘의 책탑] 5회차(4기 2회) 모임 후기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2020.01.30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4회차 리뷰(4기 2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안녕하세요.  독립 북클러버 1기에 이어 4기에 참여중인 독서모임 <청춘의 책탑>입니다. 이번 4기 2회차 모임은 어제, 1월 30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함께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 - 여행 중에 함께 독서모임을 하려했으나 빡빡한 패키지 일정에 실패하고 ㅠㅠ - 한국에 돌아와  여독을 푼 후 다시한 번책의 내용을 정리한 뒤, 독서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책은 yes24 북클럽에도 포함되어 있는 도서로,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 베어타운과 베어타운의 후속작 우리와 당신들을 읽고 독서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한 마을을 둘러싼 사건들과 그 사건 이면에 자리하는 여러 인물들의 내면, 그리고 그 상황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과 문제의 해결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이슈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광교엘리웨이에 있는 오상진 아나운서의 책방 , <책 발전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지난해 독서모임에서도 방문했던 곳이지만 당시 호수공원의 야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도 했고 책 내음 가득한 서점에서 다시한 번 독서모임을 하고싶어 모임장소를 정했답니다.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좋은 친구들과 좋은 책을 주제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이번 모임도 여느때와 같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서모임을 마친 후 함께 식사를 하고 호수공원을 야경을 보며 한 산책을 통해 우정이 한결 더 깊어진 하루였답니다.

 

그럼 사설은 생략하고 이제 본격적인 독서모임 후기로 들어가보겠습니다.

 

 


 

1.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을 읽고 싶었던 이유와 책의 첫인상을 나누어 주세요.

 

- 2018, <베어타운>이 공식 출간되기 전, 따끈따끈한 가제본 도서를 먼저 받아 읽고 서평을 작성한 서평단 중 한 명이었답니다. 그 때 베어타운을 너무 즐겁고 의미있게 읽어 인생책이었는데 그 뒤 작년 초에 나왔던 후속작 <우리와 당신들>을 출간 뒤 뒤늦게 출간소식을 접하고 구매했는데 ...... 너무 읽고 싶은 책이었음에도 삶이 바빠 사놓고 읽지 못하는 책 중에 한권이었어요. 뒤편 내용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논의할 내용이 많을 것 같아 함께 읽을 도서로 추천했는데, 이번에 <우리와 당신들>을 읽으면서 <베어타운> 때보다 더 다양한 인물들의 면면을 그려주어 좋았어요. 누구하나 사연 없는 인물이 없고,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사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먼저 읽었고 앞에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전작과 유사하겠다는 생각에 사실 작품에 큰 기대가 없었어요. 널리 알려진 <오베라는 남자>도 삶에 크게 남은 책은 아니었는데, 사실 이 책 - <베어타운><우리와 당신들> -을 읽으면서 작가가 몇 년 사이에 깊이가 생겼고 트렌드시류-에 맞춰서 많이 변해가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수자(동성애자나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악플로 인한 연예인들의 자살 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에요.

 

- 일단 <베어타운><우리와 당신들> 모두 분량이 꽤 되는 작품이다보니 처음에는 너무 압도되어, 언제 다 읽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베어타운은 술술 읽혔으나 우리와 당신들은 좀 걸리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복선들이 사실 큰 사건이 아닌데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어요. 작가가 블로그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들어 작가의 원래 문체인 것도같고 다음 편을 읽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 같지만 문장들이 읽기에는 불편했던 것 같아요.

 

2.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과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시제를 쓴다. 그녀가 피해자 ‘였다’고 한다. 그녀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지금도 당하고 있다. 케빈에게는 몇분 만에 끝난 일이었겠지만 그녀에게는 끝나지 않는 일이다. 매일 밤마다 그 조깅 트랙이 꿈속에 등장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매번 가서 그를 죽인다. 그러나 눈을 뜨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쥐고 입속에 비명을 머금고 있다.

불안. 그것은 보이지 않는 지배자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64.

 


 

- 마야나 벤이와 같은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이 받은 충격과 아픔이 늘 현재진행형인데, 우리 사회를 포함한 많은 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늘 과거로 처리한다. 과거의 고통이 아니며 여전히 그 고통은 진행중이고 결코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는 점이 소설에서 너무나 잘 묘사되어 이 문장에 공감이 되었다. 어느 사회든 성폭행 피해자를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들의 문제는 비슷하게 겪고 있는데 그들이 삶에서 진통을 겪는 부분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 프레드릭 베크만이 그만큼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지니고, 이를 알리고 나누고자 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장이 나올 수 있었다고 여긴다. 기실 성폭행 피해자의 이야기나 동성애 이슈, 페미니즘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설로 다루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는데 사회문제를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도 문학적으로 잘 승화시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벤이의 면전에 대고 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없기에 그들은 이럴 때 사람들이 늘 하는 대로 한다. 그를 놓고 입방아를 찧을 뿐 그와 말을 섞지는 않는다. 그는 인간이 아닌 사물이 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있지만 대개 동원되는 이 방법보다 더 간단한 방법은 없다. 그에게서 이름을 빼앗는 것이다. ’진실‘이 유포되자 어느 누구도 전화기나 컴퓨터로 ’벤야민‘이나 ’벤이‘라고 쓰지 않는다. ’그 하키 선수‘라고 한다. 아니면 ’그 학생‘이라고 한다. 아니면 ’그 남자애‘라고 한다. 아니면 ’그 호모‘라고 한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392-393.


 

- <베어타운>에도 마야에 대한 폭력이 같은 방법으로 묘사되었는데, 면대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사자의 인격을 제거하고 대상화시키는 모습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나중에 그는 남들과 다른 그 느낌을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얼마나 몸으로 느껴지는지를 말이다. 겉도는 것은 뼛속까지 소진되는 느낌이다. 남들과 같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다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407.


 

-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 철저히 소외되거나 배제될 때의 느낌을 잘 묘사한 것 같다.뼛속까지 소진되는 느낌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너무나 가슴 깊이 이해되어서 더욱 사무치는 구절이었다.

 


 

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을 좋아한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66.

 


- 사실 우리가 학교나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늘 배우고 익히는 것은 사랑이나 배려등 선()한 가치인데, 정작 추구하는 것은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마음아픈 구절이었다. 베어타운에서 페테르가 끝까지 케빈을 고발하기 주저했던 점이 바로 케빈이 그들의 주력 선수였기 때문이었듯, 그 무엇보다 하키 시합에서의 승리가 우선시되는 가치라는 점은 여러 좋은 면에도 불구하고 베어타운이 지니고 있는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켈은 눈썹을 추켜세운다.

“나한테 골키퍼를 주겠다고요?”

다비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그쪽이 골키퍼를 키우는 데 소질이 있다고 그러기에요. 그쪽이라면 이 녀석을 환상적인 선수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중략) 그는 헤드 출신이지만 거의 이십 년 동안 베어타운팀에서만 활약할 테고 어느 날부턴가는 응원단이 보기에 어느 누구보다 훌륭한 곰이 되어 있을 것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600-601.

 


 

- 작품 곳곳에서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라는 표현들이 나온다. 그만큼 그들 안에서 강하게 단결된 베어타운과 헤드의 지역감정을 잘 다루면서도 종국에는 베어타운도, 헤드도 모두 악인이 아니며 지역을 넘어 서로 간의 열정을 존중하고 조금이나마 서로 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모색되고 있어 의미있었다. 그 상징적인 부분이 결말부에 드러나는데, 다비드가 사켈에게 골키퍼로 쓸 만한 선수를 추천하면서 헤드 출신 베어타운 골키퍼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단짝 친구의 허물은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무슨 수로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을까? 그 해 봄의 어느 날 밤에 케빈이 여기서 멀지 않은 숲속에 서서 벌벌 떨며 벤이에게 용서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벤이는 몸을 돌려서 떠나버렸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64.

 

“내가 왜 걔를 용서해야 해요? 선배에게 그렇게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녀는 쏘아붙인다. “하지만 너희는 자매나 다름없잖아. 자매들은 서로 용서하는 거야.” 벤이는 우물쭈물 이렇게 얘기한다. 그에게도 누나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야는 고개를 모로 꼬고 묻는다.

“선배는 아나를 용서했어요?”

“응?”

“왜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니까.”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543.

 

- 용서 라는 화두도 이 작품에서 생각해 볼만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케빈은 마야와 벤이 모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아나는 마야와 벤이 모두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고민해 보았다. 어쩌면 케빈과 아나라는 인물의 결이 달라서이지 않았을까.. 물론 케빈도 초반에 나름대로 후회하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그는 그의 잘못에 대해 그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용서를 구하지 않았지만 아나는 피해자에 대한 깊은 미안함을 지니고 있었다. 벤이에게도, 마야에게도 깊은 미안함을 지녔다. 두 인물이 지닌 피해자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령 아나는 자기 잘못에 대해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고 마야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 ‘용서라는 가치가 케빈에게는 허용되지 않았고 아나에게는 허용되었던 점은 이 차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3.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호감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내가 이겨. 왜냐하면 불공평한 싸움이거든. 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지 못하니까.”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141.


 

- 벤이의 인생 자체가 굴곡져 있는 데다가 겉으로는 강인해보이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여린 벤야민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다가왔기에 시리즈 내내 벤야민에 가장 많은 애착이 갔고 그에 대해 공감하며 읽었다.

 


  이 일대에서는 하키가 곰들의 스포츠지만 아맛은 사자처럼 플레이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는 이 스포츠를 통해 이 마을의 일원이 될 수 있었고 이것이 거기서 탈출하는 티켓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어머니는 겨울에는 아이스링크에서, 여름에는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지만 아맛에게는 나중에 프로 선수가 돼서 어머니를 탈출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난 봄에 청소년팀에 합류했을 때 기회가 생겼다. 그는 그 기회를 잡았다. 이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그가 승자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의 꿈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100.

 


 

- 아맛. 사실 아맛의 어머니가 아맛에게 전해 준 삶의 가치 부터가 공감이 되었다 정직을 강조하는 모습 덕분에 아맛도 자신이 지닌 한계를 넘어 진실을 마주하고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작아보이는 아맛이었지만, 할로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여러 한계에도 극복하고 노력을 통해 자신의 성취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여긴다.

 


동료는 준엄한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너는 네 명이야, 미라.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게 되어주려고 해.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직원.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 거야?”

미라는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놓은 중요한 서류를 보는 척했지만 결국에는 포기하고 중얼거렸다. “네 명이라며. 아내, 엄마, 직원....... 나머지 하나는 뭐야?” 동료는 책상 위로 허리를 숙여서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슬픈 표정으로 유리를 두드리며 얘기했다. “이 여자. 언제면 이 여자의 차례가 돌아올까?” 미라는 앉아서 시커먼 모니터에 비친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177-178.

 

 

- 사실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라기보다는,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미라였다. 좋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변호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임하는 인물. 모든 일을 잘해내고 싶은 미라의 모습에 공감이 갔고 어쩌면 내게도 그런 욕심이 있기에 닮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강인해 보이는 미라가, 소진될까봐 아니 소진되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안쓰럽기도 했다. 미라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너무 모든 것을 다 완벽히 해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왠지 계속 옆에서 토닥여 주고 싶은 캐릭터다. 마야만큼이나 힘들지만 엄마이기에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인물이 미라라고 생각했다.

 


 

“나는 언론을 상대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단장님이 하세요. 그리고 나는 리사르드 테오의 홍보단이니 뭐니 하는 거에 눈곱만콤도 관심이 없고 여자 하키 코치가 되려고 여길 찾아온 게 아니예요.”

페테르와 수네는 서로 쳐다본다.

“그럼 뭐가 되고 싶은데?” 수네가 묻는다.

“하키 코치요.” 사켈이 대답한다.

 

- 프레드릭 베크만, 우리와 당신들, 다산북스, 2019, 180.

 


- 사켈도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늘 남자 하키코치들에 비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원하는 팀만을 맡아오지 못하는 등 유리천장이 있었을텐데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인물이었다. 그녀에게는 매 순간이 시험대인 것만 같을 듯 하다.

 


 

4. 작품 속에 등장한 여러 내용 중 우리 사회에서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만한 화두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우리 사회 속에서 성폭행 피해자와 관련된 뉴스나 기사를 많이 접해 왔지만, 그 후의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다루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의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상황을 잘 다루어주고 있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보였고 내가 과연 베어타운의 주민들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성찰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여긴다.

 

-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이야기(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를 테면 케빈의 행동을 증언한 아맛에 대한 시선도, 또 케빈의 시합 직전 그를 고발한 페테르에 대한 시선도 베어타운 안에서는 그리 좋게 보여지지 않았는데 그들이 내부 고발자가 아닌 다른 언어로 불렸으면 좋겠다. 그들은 양심에따라 행동했을 뿐인데 이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긴다.

 

- 하키에만 너무 매몰된 베어타운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힘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기에 자신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하키라는 스포츠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모습이 마치 현대 사회에서 공무원 시험에 몰입하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 같아 안타까웠다.

 

- 베어타운에서는 하키장의 빙판와 같은 공간이 바로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공정성/평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우리 사회속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위해 바로 장학금 지원, 중소기업 지원(대출지원) , 농어촌전형 등의 장치가 더욱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청춘의 책탑의 6회차 모임 도서는

헬렌 맥도널드, <메이블 이야기> ,판미동, 2015. 입니다.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y papyros 2020. 1. 31. 20:43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휴출판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 우리 한구석에서 낮잠을 자는 돼지, 마당을 돌아다니며 모이를 쪼는 닭, 밀짚모자를 쓴 농부. 우리가 어릴 적봤던 그림책들을 앙들에게도 보여주며 여전히 소와 돼지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제 이런 농장은 거의 없다. 우리가 먹는 99.9%의 돼지고기는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된다.

(중략)

농장을 보여주고자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키우는 대안을 찾고 싶었고, 돼지가 돼지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돼지가 실제로 어떤 동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휴출판사, 2018, 24-25.

 

 

  돼지들이 ‘편안하게’ 잘 있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딱딱한 콘크리트, 햇빛 한 점, 바람 한 점 안 들어오는 축사, 몸 크기와 똑같은 철제 스톤 속에 갇힌 어미 돼지들이 어떻게 편안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어미 돼지들이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멍하니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편안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할 일이 업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반쯤 뜬 그들의 눈에서 어떤 생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익숙한 눈동자였다. 그렇다. 바로 동물원에서 이런 눈동자를 보았다. 철창에 갇힌 호랑이, 침팬지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절망적인 눈동자를 갖고 있었는데, 돼지들이 똑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휴출판사, 2018, 87.

 

  무언가 서정적인 제목의 표지.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자고 이야기한 친구의 추천에 이 책이 어떤 책인지도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겼다.

  가독성 좋은 문장이 술술 읽혔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 달음에 다 읽은 책이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책이 재미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책의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다루고 있는 불편하고도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 깊이 공감과 몰입이 더해져갔다.

 

저자가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나도 진실을 함께 마주하고 있었다.

 

  특히 마음에 시리게 남는 장면은 스톨에 갇힌 어미돼지에 대한 부분과 도살장과 살처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년시절부터 돼지들은 농장에서 한가로이 풀 뜯고 뒹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그저 동화같은 상상일 뿐이었다. 내가 침대에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 어미 돼지들은 감옥같은 스톨에 갇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가혹한 학대를 받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새끼들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분리되어 젖을 내주는 참담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람이건 돼지건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는 매한가지인데, 모성애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아무 죄도 없는 돼지가 그처럼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심지어 도살장에서 동물들을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킴에도 불구하고 고기의 질을 위해 약한 전기충격을 가해서 의식이 회복된 상태에서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이 최소 10프로 이상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했다. 또한 도살장 근무자나 국가적 명령에 의해 동물들을 살처분해야만 하는 공무원이나 군인들의 이야기...

 

결국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 동물 모두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공존하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동물들을 위해 최소한의 무엇을 할 수 있나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책을 읽기 전 육류(고기) 음식이라면 무조건 환영이던 나는 책을 읽은 후, 육류를 가능한 한 줄여보자는 최소한의 다짐을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82년생 김지영이 있는 것처럼 , 사람에게 각각 고유한 자기서사가 존재하듯이 동물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빛과 색이 있고 스토리를 지니는 법이다.

책 한권을 통해 나 한사람부터 생각과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최소한의 실천이라도 행해간다면 조금 더, 아주 한 발짝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칠흙 같은 어둠이 깔린 축사 한쪽에 따뜻한 노란 전등이 하나 켜 있고, 볏짚 위에 어미 돼지 십순이가 누워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에게 젖을 먹였다.

아기를 낳은 사람 엄마, 갓난아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아름답다, 평화롭다는 느낌을 넘어서 신비롭고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가톨릭 신자들의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찌 감히 돼지를 성모마리아에 비하느냐고 하겠지만, 성녀와 인간 엄마와 돼지 엄마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생명의 힘, 사랑의 힘이다. 모든 탄생의 순간은 경이롭다. 온 우주가 도와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순간.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며, 동등하다.

누구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점에서. 고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휴출판사, 2018, 47.

 

 

 

 

by papyros 2019. 11. 24.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