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김민섭작가님 인문학 연수(성남시교육청)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교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개인적으로 김민섭 작가님과는 몇 년 전 최인아책방에서의 '북토크'자리, <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북토크 외에도, 2023년 가을 '당신의 강릉' 책방이 오픈했을 때 가장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를 집필하셨을 때부터 작가님의 글을 관심있게 보아왔고, 그때는 단순한 독자였지만 지금은 김민섭작가님과 같이 누군가를 돕고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하는 그 귀한 마음에 함께 연대하고 싶을 뿐이다. 좋은 어른으로서의 롤 모델이 주변에 많음에 늘 진실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김민섭 작가님을 유퀴즈에 출연하게 한 도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서문(프롤로그)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저는 이렇게 멋지고 좋은 사람입니다."하면서 크게 타오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큰 불꽃이 될 만한 자신이나 깜냥이 없다.
그러면 나는 곧 연소되어 재만 남고 말 것이다.
다만 나는 작고 온화하게 오래 타오르고 싶다.
될 수 있다면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내 곁의 타인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이 되고 싶다.
- 김민섭,『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창비교육, 2021, 9쪽.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에 마음을 울리는 여러 문장들이 있지만 몇 년 전 출간되어 신간으로서의 이 에세이를 읽을 당시 나는 이 문장에 참으로 공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내가 활활 타오르는 큰 불이 아닐지라도 작은 모닥불로서 주변에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것. 사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만 32세의 지금에 와서는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이라는 이 수식어조차 욕심인 것을 잘 안다. 다만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알고 성찰하는 가운데 내가 나아가고 싶은 좋은 어른의 상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문에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가치를 지닌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는데 김민섭작가님도 그 중 한 분이다. (이외 김탁환 작가님, 이번 11월도 교사들을 위한 심리적 CPR 6기를 함께하는 사랑하는 클레어(정혜신 교수님) 등등 .. 많은 분들이 더 있다.)
그런 작가님이 오늘 내가 근무하는 지역 청에서 인문학 연수를 하신다고 하여, 자료집계 선착순 신청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변경된 학교 일정으로 인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을 나가는데 대설로 인해 교통편이 많이 정체되어서 종료 20분을 남기고 급하게 입장하고 말았다. ㅠㅠ 그래도 등록부에 싸인할 수 있었고, 마지막 주요 10분의 핵심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어디인가!!
김민섭작가님의 책이 집에 전권 있지만 이미 싸인본인 책이 대부분이고,
이번 연수의 주제도서인(이미 싸인본이지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와 더불어, 故 홍세화 선생님과 이원재 선생님의 대담집,(김민섭 엮음) <교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책 두 권을 챙겨 갔다.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연수가 끝난 후 다시 읽게 되는데 내가 어떤 어른으로, 그리고 어떤 교사로 살아가야할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는 나는 언제나 부족한 한 개인이기에 , 언제든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족한 나까지도 자기수용이 되어야 하고 그 자기수용이 되어야만 내 실수와 잘못에 책임지며 진정성 어린 사과를 전하는 어른, 책임있는 어른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또 무엇보다 교사로서 그것이 내가 갖춰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오늘 책을 다시 읽으며 숙고하게 되었다.
저도 잘못한 것 같으면 빨리 사과하려 노력합니다.
사실 사과하는 사람이 정말 힘센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사과할 수 있다는 건 참 지금 시대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치원이든 초중등이든 학교 교육에서 사과하는 연습을 좀 많이 시켜주시면
지금 말씀하신 똘레랑스의 실천이라든지 학교 폭력의 부작용이라든지 하는 것들도
조금은 더 근본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회적인 폭력들도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65-66쪽.
특히 학폭위에 교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연수를 참석했던지라, 학폭 가,피해가 엮여있는 상황에서 보호자들의 대응(법률자문 과정에서 변호사를 찾아가는 등) 과정 및 절차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진정으로 친구와 이웃에 대한 보호와 정의를 배워나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가운데 대담집의 해당 페이지는 특히 공감이 되었다.
김민섭 요즘 보면 꼭 학교 폭력 사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면 저 사람을 당장 단두대에 매달아라,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고 그것으로써 자신의 정의로움을 말하고자 하는 일들이 좀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라고 했을 때 어쨌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아닙니까.
강력한 처벌 이런 것도 당연히 필요는 하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과의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야 되는데ㅐ 너무나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른 일들을 보면서도 하고 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이 학교까지 번진다,라는 것은 많이 슬픕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61쪽.
한편 지금의 내가 여전히 임용시험을 매년 응시하며 기간제교사로서 살아가는 가운데 여전히 나는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나의 무능감을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두렵다.
여전히 나에겐 학창시절 부모님과 스승들께 인정받고자 애써왔던 그 학생의 모습이 너무 크게 남아있다.
때문에 여전히 나는 교사로서 '얼마나 잘 하고있나'를 반문하게 되고, 늘 평가에 두려워하지만...... 미완의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자신을 수용하고 출발할 때 더 좋은 어른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길이라 여긴다.
오늘도 조금씩 자기비난의 언어를 줄이고 자기수용의 언어를, 지금의 부족한 나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실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민섭 작가님이 오늘, 아니 2024년의 11월, 만 32세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강연에서 하신 말씀 중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여전히 '임용시험'의 성패로, 정교사가 되었냐/되지 못했냐를 기준으로 나를 가장 냉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개인상담에서 상담자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내가 나를 수용해 준다는 것도 '방향'인데 그것까지 속도를 내려고 하지 말라고. 속도를 내려고 하니까 안 되는 나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아직 나 자신도 목표와 나 자신을 온전히 분리해 내지 못했지만 김민섭 작가님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싶고,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이 마음을 내가 하는 교육에서는, 상담 장면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민섭(2024.11.27 인문학 연수 중)
" 사실 학생들이 별거 없이 그냥 제로 잘 놀고 유치하게 잘 놀면 좋겠어요.
어떤 성과나 성취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그 선택과 동시에 이게 행복해진다라는 걸 몇 년간의 경험으로 알게 됐어요.
우리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할 때 저는 도착하는 데만 있다라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내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삶의 의미는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거기로 하루하루 가까워진다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도착보다 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죠.
이제 그래서 이날 어떤 결정을 했느냐면 책 제목과 같죠.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이름의 비영리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신청서 내면 될 줄 알았는데 1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있었던 일인데 올해 11월에 설립이 완료가 됐고
그래서 저는 이번 달부터는 이 비영리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으로도 살아가게 됩니다.
별 건 없어요. 그냥 제가 버는 돈을 전부도 아니고 일부를 잘 모아서
청소년들을 여행 보내주는 일을 할 겁니다.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많은 김민섭들을 만나게 되겠죠.
이름은 김민섭이 아니지만 김민섭과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또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저는 쓰는 사람이잖아요. 또 그것을 기록할 겁니다.
세상에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세상에 행해보고
그게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그것을 기록하는 삶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글이 된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이 사람보다 잘 될 것인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
저 선생님에게 인정받을 것인가
그러한 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 때 가장 어울리고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사람이 정서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제가 생각하기엔 글쓰기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90-91쪽.
홍세화 (전략) 한국에서 어른이라고 하면 완성된 존재랄까
그런 게 전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런 의미의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끝없는 변화, 성숙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굳이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라고 할 때
자기 변화, 자기 성숙의 여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의 현존재가 미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그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