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음이 먹먹해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운이 남는 영화.
극장을 나오며, 동행한 이들과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끊이지 않는 영화. (시간이 늦어 카페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바딤 피얼먼' 감독의 연출작 , <페르시아어 수업>은 바로 그런 영화에 해당했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 그 시대에 시간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한 수작이었다.


 영화는 프랑스에 위치한, 나치 수용소에 끌려온 한 유대인(본명 질 / 그러나 영화 내내 '레자'로 살아가므로, 이후 레자로 표기)이 수용소에  가는 기차속에서 샌드위치와 맞바꾼 한권의 페르시아 책으로 인해, 페르시아인으로 행세하며 나치 장교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는 내용이 주가 된다.


 우선 서사 과정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것은 과연 레자의 진짜 정체(유대인)가 밝혀지는가의 여부다. 몇번의 위기가 있긴하지만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그가 가짜  페르시아 단어를 만들며 수용소 유대인 명부의 이름에서 따온 부분이다. 나치 장교 코흐는 꽤  오랜시간 수천개의 가짜 페르시아 단어를 배우면서도 끝까지 그 단어들이  유대인 명부에서 착안된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를 '아름답고 놀라운' 단어로 칭송하면서 그 언어로 멋있는 시를 짓기까지 하면서도 유대인 개개인의 이름에는  관심갖지 않는 장교 코흐의 모습은 퍽 모순적이었다.


 반면 레자는 가짜 페르시아인으로 살아가지만 수용소 생활을 함께하면서 동포들에게 죄책감을 느껴나간다. 배식을 하며 유대인 동포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 이름에서 단어를 만드는 한편 코흐에게 받은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에 언어장애가 있는 한 이탈리아 청년을 살리고자 자신이 유대인 옷을 입고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데, 이는 용기있는 결단임과 동시에 유대인으로서의 자신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않은 결단으로 느껴졌다.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레자를 의심하고 죽이고자 하는 나치군 병장 바이어의 서사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결국 연합군의 공격을 피해 수용소를 정리하는 분위기일때 그가 느낀 감정은 허망함이 아니었을까. 나치이기 이전에 한 청년이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은 시대의 비극이며,  또다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코흐 장교가 페르시아 수도 '테헤란'으로 도주하려하다  가짜 페르시아어로 인해 실패하고 붙잡히는 것은, 우정과 신뢰에 사기당한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결국 나치장교였던 그에게는 합당한 처벌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마음에 남을 2840명의 유대인 희생자 이름들.. 연합군 앞에서 그 이름들을 담담히 외워나가던 레자의 모습이 오래 기억날 듯 하다.
오랜만에 귀한 수작을 봤고, 벌써 다시 보고싶은 작품이다. 

연말을 맞아 수많은 영화가 개봉하고 있지만, 단연코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시라고 많은 이들에 권하고싶다. 

 

https://youtu.be/OC1e-XiBacE

 

 

당신은 사람을 직접 죽이지 않았죠. 그러나 그 살인자들을 배부르게 할 뿐이죠.

- by 레자

 

일 우나히 아우 (I love You)
일 바흐 우나히 아우 (I love you, too.)






덧1. 영화 시작전 '영화사 진진'에 눈길이 갔다. 늘 좋은 작품만을 수입/배급해주시는 진진에 감사합니다. 

덧2. 교원대 대학원 시절 #강태호 교수님의 '독일영화 감상분석' 관련 교양을 들었을정도로 독일 관련 영화, 나치 관련, 인권관련 영화는 무언가 마음을 울린다. 이런 작품서사가 나의 자기서사와 연관이 있는걸까? 

덧3. 같이보면  좋은 영화 추천
#피아니스트 #타인의삶 #인생은아름다워 #쉰들러리스트 #조조래빗 #더리더책읽어주는남자

덧4. 코흐 장교  배우님 생일이 나랑같다 ㅋㅋ #0121

#12월15일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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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의 권수현님 : "#페르시아어수업 #페르시아어수업_추천리뷰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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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pyros 2022. 12.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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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루님이 운영하시는 영화 시사회/리뷰 관련 블로그 <한마루의 영화노트>에서 영화 몬스터 콜(원제 : A Monster Calls) 개봉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대학 후배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왔다.

 개봉 전부터 '성장에 관한 이야기' 라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던 터였다.  중학 시절 접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과 같은 작품을 필두로 20대 중후반이 된 지금까지 '성장소설' 내지 '교양소설'을 좋아하고 있고 - 특히 최근 창비에서 출간된 『아몬드』를 명작으로 꼽고 싶다. - 영화 취향 또한 <죽은 시인의 사회>, <엠퍼러스 클럽>, <어거스트 러쉬> 등 음악이나 교육 영화.. - '성장'에 관한 화두가 담긴 영화를 좋아하기에 꼭 관람하고픈 영화였다.

 아쉽게도 9월 11일 CGV 아트하우스 클럽 회원 전용 시사회에에는 당첨되지 못했고 미처 타 사이트 시사회 등을 신청하지 못했었는데 블로그 이벤트를 접한 후 바로 신청했다. -다소 강한 감기기운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영화였기에 -

 

 영화는 기대한 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더욱 심오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그려내고 있었다.

 영화는 '내면의 양가감정'을 충분히 수용하고 소화하며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 그 모든 것을 이겨낸 소년 코너 오말리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나의 유년시절 경험도 문득 떠올랐다. 2004년 중학 1학년 (고작 만 열 두살) 시절, 주말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할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에 들러야만 하는 것이 - 답답하기도 했기에 어떨 때는 할아버지의 아픔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 그 때문에 그해 10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한편으로 죄ㅐ책감이 몰려들었기에... 코너에게 많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 - 그리고 코너의 네 번째 이야기 - 그가 어렵게 꺼낸 진심... 그 양가감정을 자기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그 모습도 자신의 일부임을 수용해 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잘 알기에 영화를 지켜보는 내내 먹먹했고 코너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걱정되어 긴장감 마저 맴돌았다.

  특히 왕자와 마녀, 약제사와 목사 이야기를 통해 몬스터가 들려주고자 했던 의미는 영화의 가치롭고 의미있는 지점으로 다가왔다.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없음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기에.... 모든 사람은 선하고 악한면이(강하고 나약한 면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몬스터의 존재가 비단 꿈이나 비현실 속 존재 , 환상적 판타지 속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내면 깊은 곳 - 의식의 심층에 있음을 깨닫고 인정할 때, 그 몬스터는 무서운 나무괴물이 아닌, 내면의 아픔, 우리의 나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깊이 있게 치유해 주는 든든한 주목나무의 정령이 될 것이다.

 

"난 우리 엄마 때문에 부른 거라고!"

"아픈 사람은 너야, 코너 오말리."

 

"왕자도, 마녀도, 약제사도, 목사도, 완전히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지."

 

 

 

 

 

- 심리학을 전공했음에도 이해의 깊이가 많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기회가 닿는다면 심리학/상담심리학/정신분석학 전문가의 GV를 듣고 싶고, 무엇보다 원작 도서를 찾아 읽고자 한다.

- 아트하우스 시사회에서 나누어 준 굿즈를 너무 소장하고 싶다 ㅠㅠ 특히 사진 왼편의 포스터를 소장하고 싶다.. 포티로 만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by papyros 2017. 9. 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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