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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9 손끝으로 문장읽기 2주차 - 「철길」, 「종노」
- 2016.11.02 손끝으로 문장읽기 1주차 - 「돼지꿈」, 「몰개월의 새」
- 2016.10.26 민음북클럽 손끝으로 문장읽기 필사모임 키트
손끝으로 문장읽기 2주차 - 「철길」, 「종노」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11월의 첫 주, 어느덧 겨울이라 느껴질 만큼 부쩍 추워진 가을날, 황석영 작가님의 「철길」, 과 「종노」를 읽어내려갔다.
두 작품 모두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는데 앞서 「돼지꿈」이나 「몰개월의 새」와 마찬가지로 70년대 사회 소시민의 모습을 잘 형상화 해내고 있다.
1976년 발표된 「철길」의 경우 군인계급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대대장을 살해한 죄로 사령부로 호송되는 죄수는 이미 결혼해 부인과 아내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대대장을 쏘아버리게 된 자세한 이유는 작품 내에서 발견하기 힘들지만, 인질극을 벌이며 병장에게 남은 총탄을 헤아리게 하는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내, 애새끼, 휴가증, 고향편지, 부쳐온 떡, 아까 지나간 기차’ 등은 군인으로서가 아닌 정을 지닌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요소이다. 즉 그를 호송하는 하사나 병장과 마찬가지로 인간적 유대를 갈망하는 개인이다. ‘철조망, 군번, 계급장, 영창, 중령의 속옷’ 등은 신체의 훼손을 전제로 하는 죽음정치적 속성을 지닌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떠오르게 한다. 병장이 상급자를 죽인 이유에 대해 묻자 ‘돈짝만한 계급장을 쐈는데 ……그게 사람이잖아.’라는 답변을 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으에서 이해된다. 즉 죄수는 죽음정치적 속성을 지닌 군인이라는 신분과 군대조직에 환멸감을 느꼈으며, 이에 그를 둘러싼 군대조직이라는 현실적 환경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표출한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죄수와 그를 호송하던 말년 병장 간의 유대관계이다. 두 사람 모두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군인신분이며 ‘집에 돌아가고 싶은’ 공통적인 소망을 지녀왔다. 즉 죄수와 병장과 같은 인물은 명령에 복종하거나 비판의식을 상실한 인물들이 아니다.
(박진만, 「1970년대 황석영 중단편 소설 연구 : 주요인물의 전형을 중심으로」,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38쪽-40쪽 참조.)
즉 군인계급이 지니고 있는 죽음정치적 속성에 대한 환멸과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군대라는 조직이 모습을 숨긴 채 은밀한 영역에서 인간의 내면과 욕망을 지배하는 비가시적 미시권력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렇듯 군인계급의 규율화된 권력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전망은 ‘개개인과의 유대 관계’와 ‘존재론적 고민’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다.
먼 곳에서 디젤 기관차의 경적 소리가 짧게 한 번 그리고 길게 들려왔다.
“들리냐? 기차가 들어오구 있어.”
죄수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쪽문을 조금 더 열고 어둠 속을 내다보았다.
“신호등에 불이 켜졌다.”
“결국은 잡힌다.”
“저 기차를 우선 타구 봐야겠군.”
“집에 갈 테냐?”
“가는 데까지 간다.”
병장이 말했다.
“나두…… 집에는 가구 싶다.”
- 「철길」, P93-94.
“잠깐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기차 소리를 듣구 애들 생각을 했어. 언제나……놓치기만 했다.”
이윽고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의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탁가닥 탁 탁가닥 타, 하면서 선로의 연결 부분에 걸리는 바퀴 소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죄수는 벽에 기대앉아 그 소리가 아주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다시 빗소리만이 창고의 지붕을 두드리고 있었다.
- 「철길」, P95-96.
「종노」의 경우 70년대 산업화가 한창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백암이라는 한 농촌마을에서 웃전 노릇을 하며 소작을 주고, 거처를 마련해 주어 ‘훗집’에 살게 하며 필요 시 마다 소작인들을 불러 일을 시키는 조그마한 농촌마을 소시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소작인들은 조선시대에 소작인들이 지주에게 으레 그러했던 것처럼 타조법(打租法)으로 지대를 낼 뿐만 아니라 ‘서방님, 아씨, 나리……’로 주인집 사람들을 호칭하는 등 마치 종, 노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동이 노인의 차남 규호와, 서씨의 장남은 이러한 현실의 모순을 이해하고 비판하며 백암을 떠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본과 토지의 부재로 인해 주인집을 마치 상전처럼 모시는 것을 오랜 관행처럼 여겨 온 동이 노인은 장남 규철이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짓기 위해 훗집을 허물고 훗집에 거주하는 소작인 절반 이사을 내칠 것이라 예고하는 주인집에 결정에 항의를 표하는 서씨의 장남에게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규철을 말리며 이 순간 차남 규호가 집을 나가며 했던 ‘죽을 때까지 남의 종살이나 해 처먹어라!’ 라는 마지막 말을 상기한다.
즉 「종노」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며 산업화가 가속되던 그 시대의 한가운데에서도 현실의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고 스스로 종과 노비와 같은 위치로 자처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애환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아가 삶의 ‘주체’로서 자리한다는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닌다.
“웃집 사람들 여전하죠?”
서씨는 다시 말을 잃고 우물쭈물했고, 아들이 말했다.
“내일이 추석이라구 어머니가 일 도우러 가셨으니, 아무 때나 툭하면 하인으로 데려다 부려먹는 거지. 뭐 달라진 게 있겠습니까.”
“그 집이 여기선 상전인데 어떡하겠냐.”
“지금이 어느 세상이라구 서방님, 아씨, 나리…….”
“땅이 없는 탓이다.”
서씨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 나서 그대로 일 년 만에 보는 자식 앞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애, 그래두 여기선 느이 동생들이 배 곯은 적은 없다. 고구마로 끼니를 때울 적두 있지만 대처보다야 한결 낫지. 아직은 시골이 어수룩하더라. 나두 열 마지기 농사여. 요새느느 정말 사추리에서 찬 바람이 나도록 일을 한단다.”
아들은 도시살이에 간만 부풀었는지 대수롭지 않게 되물었다.
“그까짓 열 마지기에 지대는 얼마나 바치구요?”
역시 서씨는 담배만 피우는데 아들이 말했다.
“반반이죠? 도둑놈들 같으니…… 아무리 빈손이라지만 농구에 비료에 영농비 몽땅 들이고 식구들 노임까지 들여서 지어놓으면 손가락에 흙덩이 한번 대어보지 않은 놈들이 가져가잖아요. 그러니 다시 말짱 헛것이지요.”
“반타작은 옛날부터 원래 법이 그렇다는 걸 모르니.”
“어느 옛날요…….”
“왜정 때…… 아니 그전에두 그랬다더라. 얘, 땅 가진 사람들두 속이 썩을 게다. 뭐 남는 게 없겠더라.”
“그건 가진 놈들 사정이구요. 반반이 대체 뭐예요. 제 앞가림두 못하면서 남의 걱정을 해요. 참 답답해서.”
- 「종노」, P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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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문장읽기 1주차 - 「돼지꿈」, 「몰개월의 새」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10월의 끝과 11월의 시작에 황석영 작가님의 『돼지꿈』 단편집에 실린「돼지꿈」과「몰개월의 새」를 읽었다. 「돼지꿈」에서는 70년대를 살아가는 서민들 – 특히 노동자의 아픔을 느꼈습니다. 특히 손을 다쳤음에도 3만원을 받고 노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근호의 모습, 그에 더해 가족들은 손을 다쳤다는 사실보다는 누이 미순의 혼사에 보탤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모순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마음이 아렸다. 이외 ‘삶 –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며 멀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슬픈 것 마음은 미래의 살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운 것’ (「돼지꿈」, P41.)이라는 글귀를 붙이곤 공장일을 하며 자취방 대금을 마련하는 여공의 모습도 참으로 아련하게 다가왔다. 70년대 근대화가 진행되던 그 시절 노동자 계급의 죽음정치적 속성이 이 소설에 여실히 드러나고 싶다. 포장마차를 하는 이도, 공장의 노동자도 모두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들이 탐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절실하기 때문인 것이다.
“몹쓸 짓이지.”
“돈 벌자는 게 뭐가 나쁩니까?”
“살아보면……. 알게 되네. 자넨 손 다쳐 목돈을 만지니 기분이 좋은가?”
근호는 그제야 붕대 감은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그렇다. 운이 약간 나빴을 뿐이다. 그리고 돈이 안 생긴 것보다는 낫다.
“기분이 안 좋으면 어쩝니까. 내 실순걸.”
“얼마 받았는데……”
“한 개에 만 원씩, 삼만 원요.”
삼만 원에다, 공장 병원의 치료비 무료, 한 달 동안의 노임도 공짜로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친다면 높은 사람쪽도 성의가 없는 건 아니라고 근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돼지꿈」, P46-47.
「몰개월의 새」는 2015년 2학기, 나병철 교수님의 <한국현대소설론> 수업에서 「낙타누깔」과 함께 비중있게 다룬 적이 있는 작품이며 깊이있게 배운 바 있지만 전문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미자와 ‘나’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교류를 보여주는데, 몰개월이라는 공간은 베트남 전쟁 출병 이전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체류하는 군인들과 막판까지 이리로 끌려와 밤새 병사들의 시달림을 받는 이들이 ‘몰개월’이라는 공간에 함께 자리하며 애착을 느끼는 것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나’는 그들과 소통·교류함에 더해 동일시를 느끼기까지 이르러,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식구를 먹어주는 놈이 어디있겠는가.’라는 문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몰개월의새」, P73)
나병철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군인들과 몰개월 여성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인 죽음정치적 노동에 주목한 바 있다. 즉 군인들의 군사노동과 기지촌 여성들의 성 노동이 공통적으로 죽음정치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유대를 느끼고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파병 병사는 본디 미군들이 수행해야 할 전장을 대신하는 것이고, 미자 역시 병사들을 위로해야 할 누군가를 대신하는 대리노동자이다. 이들은 너무나도 먼 데 까지 흘러들어온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군인이나 창녀라는 직업 모두 산업노동과 달리 생명의 훼손이 이미 전제되어 있다.
즉 계급적 위치와 군사화된 환경의 유사성과 함께 친연성의 근거로서, 군사노동과 성 노동이 공유하는 지점은 노동하는 신체 – 자기 신체의 순수한 대리성에 보상을 받는, 타인의 신체를 대신하는 신체 –가 절대적으로 피수불가결한 동시에 명백히 처분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몰개월의 새」에서 월남 파병을 앞두고 목숨을 내맡긴 채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나’의 처지나 밑바닥 인생을 살아 온 미자의 처지는 사회현실의 구조적 모순에서 형성된 굴절의 삶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미자가 보이는 병사들에 대한 헌신과 자기희생을 통한 무조건적 사랑이 ‘나의 인식변화’(성적대상에서 가족애로 변모)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1970년대 신체와 성, 그리고 생명까지도 교환가치로 상품화되어 죽음정치적 노동으로 훼손되는 그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소외되고 희생된 민중들의 선물(타자와의 인간적 교류)은 폭력의 근대화 속 존재의 자기증명이자 인간애의 과정을 보여준 점에 있다.
(나병철 易, 이진경 著 『서비스 이코노미』, 소명출판, 2015, 118-137쪽 참조.)
나는 승선해서 손수건에 싼 것을 풀어보았다. 플라스틱으로 조잡하게 만든 오뚝이 한 쌍이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 모양이라, 나는 그것을 남지나 해 속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작전에 나가서 비로소 인생에는 유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역에서 두 연인들에 헤어지는 장면을 내가 깊은 연민을 가지고 소중히 간직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자는 우리들 모두를 제 것으로 간직한 것이다. 몰개월 여자들이 달마다 연출하던 이별의 연극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자들의 자기표현임을 내가 눈치 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 「몰개월의 새」,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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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목요일, 신청이 열리자 마자 신청하여,
담당자님의 말에 의하면 선착순 중 가장 먼저 신청한, 민음북클럽 '손끝으로 문장읽기'
키트가 도착했다. 그만큼 지난 시 필사 모임 때 신청을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신청한 책은 황석영 작가님의 <돼지꿈>인데, 나병철 교수님 수업 때 <몰개월의 새>를 비중있게
다룬 바 있었고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리고 시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는 작가님이라고
생각되어서 작가님의 중단편집을 깊이있게 정독해 보고자 이 책을 신청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책을 정독하고 꾸준히 책의 문장들을 필사해 나가며
감상을 향유하고자 한다.
손끝으로 문장읽기 2주차 - 「철길」, 「종노」 (0) | 2016.1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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