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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16 [과제4]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4주차 - 피천득, <인연>
[과제4]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4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4주차에는 수필집의 「유순이」(141p)에서부터 「낙서」(222p)까지 읽어내려갔다. 이번 주차에 읽은 수필들은 대부분 피천득 시인이 존경하고 애정을 가지던, 닮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수필의 대상인물로서 등장한다.
도산 안창호, 춘원 이광수, 셰익스피어, 로버트 프로스트, 찰스 램, 아이슈타인, 주요섭, 장익봉 교수.
실제로 피천득 시인과 인연이 닿았던 주요섭, 장익봉 교수님과 같은 경우 그분들과의 일화를 상기하기도 하고, 피천득 시인이 문학적으 로 존경해 마지않는 로버트 프로스트와 찰스 램같은 경우 그들의 삶과 가치, 문학 위에 기반으로 둔 토대가 되는 삶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수필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기는 했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수필을 몇 편 생각해 보면, 「로버트 프로스트 Ⅰ」, 「로버트 프로스트 Ⅱ」, 「찰스 램」, 「나의 사랑하는 생활」, 그리고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우선 「로버트 프로스트 Ⅰ」에서는 직접 농부로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사랑했던, 일상 속에서 소박하고 담백한 시를 지었던 자연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김용택 시인이나 도종환 시인을 존경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아닌가 싶다. 특히 김용택 시인의 경우 직접 산골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쓰셨기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 농부이자 시인으로서 진정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이 있었던 그를,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셨던 피천득 시인이 왜 닮고 싶어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피천득 시인 덕분에 나 또한 존경하고 좋아할 만한 시인 한 명을 더 알게 된 듯해 무척 기뻤다. 이런 것이야 말로 독서가 제공하는 제2차 독서의 효과가 아닐까.
"우리는 존재 그대로를 사랑한다."
당신은 시인이기 이전에 농부입니다. 「풀베기」, 「사과 딴 뒤에」, 「머슴의 죽음」, 「목장」 등 여러 시들은 농부인 당신이 아니면 못할 말들입니다. 당신의 시골은 돌이 많고 눈이 많이 내리는 미국 동북방 뉴잉글랜드의 농촌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가리켜 '뉴잉글랜드 시인'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시의 배경이 이 지역에 놓여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당신의 시가 곧 이 지방의 사람들의 생활인 까닭입니다. 당신은 본질적으로 자연시인(自然詩人)입니다.
(중략)
당신의 시는 뉴잉글랜드 과수원에 사과가 열리고, 겨울이면 그 산과 들에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이 영원한 것입니다.
-피천득, 「로버트 프로스트 Ⅰ」, 『인연』, 민음사, 2018, P163-165.
「찰스 램」에서는 무엇보다 서두의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일전에 어디에선가 접했던 문구이기도 해서 더욱 반가웠다. 마치 루소와 같이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런던의 문화, 런던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소시민 개개인을 사랑하고 애정을 가졌던 찰스 램. 피천득 시인이 서두에서 찰스 램의 인물 특성을 묘사한 바처럼, 바로 그와 같이 나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 또한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찰스 램에 대한 묘사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중요한 방향성이 되는 문구로 자리했다.
나는 그저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 동정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잘 수줍어하고 겁 많은 사람, 순진한 사람, 아련한 애수의 미소 같은 유머를 지닌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피천득, 「찰스 램」, 『인연』, 민음사, 2018, P169.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는 무엇보다 피천득 시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문장을 읽으내려가며, 그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TVN에서 방영한 나영석 PD의 관찰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서 'ASMR' 이라는 용어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는 오감과 같은 특정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지칭하는데, 피천득 시인의 ASMR로 구성되어 있는 수필이었다.
읽어내려가며 피천득 시인과 내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에 행복감을 느끼며 반가워하기도 하고, 한편 이 작품이야말로 국어교육 현장에서 수필을 가르칠 때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단 한편의 수필이 될 수 있기에.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학생(성인들도 마찬가지가 되겠다)에게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여겼고, 비단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나 성인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나가고 정리해 나가며 휴식의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수필 「이야기」에서는 수필의 마지막 문단으로 등장한 구절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결국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상과 경험들, 내 내면에 깊숙이 박혀 괴로움이나 불안을 형성하는 그 어떤 감정들까지도 결국에는 '나'라는 한 개인의 서사를 이루어가는 대상이 된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개개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에, 그러한 개개인의 삶을 그려내는 '문학'작품의 작품서사와 자기서사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조정하면서 자기서사를 변화시키고 성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산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이야기로 되어 버린다.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끓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피천득, 「이야기」, 『인연』, 민음사, 2018,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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