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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9 김선정, 『너와 나의 점심시간』, 문학동네 , 2022.
김선정, 『너와 나의 점심시간』,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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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문학동네북클럽 ‘『너와 나의 점심시간』’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자 김선정 선생님과, 문학동네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문학동네북클럽 가제본 서평단 공지를 우연히 접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김선정 선생님의 에세이, <너와 나의 점심시간>이었다.
마침 얼마 전 여러 작가님들께서 앤솔로지 형식으로 집필하신 <나와 너의 야자시간>을 구입하고 읽고 있던 참이라 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나는 현재 상담 기간제교사이지만, 국어로 근무를 처음 시작했기에 내가 있는 곳은 중등(중,고등을 통칭)학교였고 특히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채용되는 곳은 고등학교들이었다. (딱히 중학교와 중학교를 배제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력이 적지만, 이제는 교사의 입장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장단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점잖은 대신 생기부와 출제로 허덕이게 되고 중학교는..그 에너지에 기가 빨리는 곳 ^^
그러나 초등학교는 내게 다소간 미지의 영역이다. 대학원 시절 교육봉사 시간을 받고 2주/간 초등학교에서 시간강사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수업을 하기도 힘들고 진땀이 났던 기억만 난다.
주변에 초등학교 교사인 지인들이 많기도 하고, 전문상담교사인로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상 초등학교로 임용을 응시하거나 발령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초등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지니고 책을 펼쳤다.
<너와 나의 야자시간>에서 저자분들이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며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수험생 시절에 대한 기억, 야자시간에 지도해 주신 선생님을 떠올리는 등 청소년기에 겪을 법한 정체성의 문제와 감정선이 잘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김선정 선생님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은 '김영하북클럽' 선정도서였던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를 떠오르게 했다.
초등 교사의 입장에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든 학년을 다 지도하면서 어린이들을 마주하고 경험한 선생님의 어린이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게 그려져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에세이 속 에피소드들이 있는데,특히 체육시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체육시간의 서열화문제는 너무나도 공감되었는데, 영화 <우리들> 에서도 피구를 통한 묘한 관계의 서열화와 아이들의 우정이 잘 그려져있다.
또한 어린이들의 채무관계 정리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규칙을 정하고, 어른들보다 더 따뜻하면서도 정의로운 존재가 어린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짧지만 울림이 깊은 책이었는데, 특히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나의 학창시절(초중등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운동신경이 1도 없는 어린이였고, 지금보다도 더욱 더 극 내향적이라 친구들 무리에 끼기 보다는 교실 한쪽에서 조용히 독서에 매진하며 학교 도서관을 자신만의 도피처로 삼던 아이..
급식을 먹을 때도 혼자 앉아 밥을 먹으며 책읽기에 열중하던 그 아이는, 자칫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구나라는 시선 이면에 외로움을 감추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무리에 끼고싶고, 반장이란 걸 해보고 싶은 어린아이 이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선정 선생님의 에세이 곳곳에도 어릴 적의 나 자신과 같은 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급을 막론하고 지금도 자리하고 있을 또다른 나에게 가장 따뜻한 것은 믿음직하고 따뜻한 어른의 존재이다.
위클래스가 부재하던 시절 내가 만난 초중고의 은사님들께서 내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주셨고 덕분에 학교생활을 버텨올 수 있었음이다.
위클래스, 위센터에서 중고등학생을 만나고 또 초등학생들을 만나게 될 나 자신이, 내가 만나게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존재로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렸다.
가장 아름답고 사랑받아 마땅한 그 작은 존재들이 사랑과 행복을 듬뿍 받아 자라나길 소망한다.
비록 성장하며 제도권에 편입되어 가더라도,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잃지 않기를. 좁디 좁은 운동장, 학교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를.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의 집을 생각하면 두렵고 무서웠다.
'어서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어라. 그리고 그 집에서 나와라.'
나는 속으로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함께 사는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밖에서 힘든 일,
슬픈 일을 겪고 들어왔을 때 "어서 와라"하며 맞이해주는 것이다.
그런 어른이 한 명만 있다면 아이는 살아갈 수 있다던
선배의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사소함은 아직도 많은 곳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86쪽)
학원 차를 타느라 바쁘게 뛰어가는 아이들 뒤로 남겨진 운동장이 쓸쓸하다.
밥을 입안에 쓸어넣으면서까지 차지하고 싶었던 운동장은 다음날이 올 때까지 오래오래 비어 있다.
수업이 끝난 오후나 휴일, 그리고 방학에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52쪽)
어른에 의해 자신의 의도가 나빴다고 규정당하고 미래까지 점쳐져서는 안 된다.
너는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며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더 좋은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끝까지 믿어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60쪽)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외로운 아이는 반드시 있었다.
무리에서 겉도는 아이가 없도록 살피고 감시해도 어느새 혼자인 아이들이 생겼다.
마음이 따뜻한 아이에게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내가 나서서 같이 밥을 먹거나 놀아주기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이미 쌓인 상처 때문에 달아나버리거나 차라리 혼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여럿이 뭔가를 조정하고 맞춰가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다는 아이도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거나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68쪽)
(전략) 전처럼 안달을 해가면서 아이를 빨리 누군가와 연결시키려고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조심스럽게 알려줄 것이다.
사람은 혼자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리 속에 있어야 할 때도 있고,
혼자이기 싫어서 애를 써도 외로울 때가 있다는 사실을.
(69쪽)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어떤 아이도 계속 혼자 있거나 계속 같이 있지는 않는다.
무리 안에서 신난 아이도 살다보면 혼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늘 혼자인
아이도 어느새 친구를 만난다. 그렇게 관계의 쓴맛과 단맛, 허무함을 배우면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뒤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얕은 인간관계를 넓게 갖기도 하고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깊게 갖긷 한다.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 경험 없이 저절로 자리잡지는 않으며
이 모든 경험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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