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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9 [과제3]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3주차 - 피천득, <인연>
[과제3]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3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3주차에는 피천득 시인의 수필집 『인연』 중, 「엄마」(99p)에서 「인연」(136p)까지 일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수필은
「엄마」, 「찬란한 시절」, 「딸에게」, 「인연」이었다. '서영이'라는 부제(수필집의 Part2)가 적힌 두번째 파트로 넘어오면서, 피천득 시인은 그의 일생에
에정을 거진 유일한 두 명의 여인들에 대한 기억과 마음을 풀어낸다.
특히 「엄마」와 「그 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남편을 일찍이 떠나보내고, 그미마저도 병환을 얻어 고향 평양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아픔어린 사랑.
그 시기가 유독 짧아서였을까. 시인이 유년시절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과 함께 가꾼 추억들은 유독 각별해 보인다.
마지막 임종 전까지도 아들을 애타게 찾던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어머니를 빨리보려 달려가던 피천득 시인의 마음.
애타면서도 아름다운 모자지간의 사랑이 책장 너머까지 전해졌다.
밤이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마당에 데려가 별 많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북두칠성을 찾아 북극성을 가르쳐 주었다. 은하수는 별들이 모인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그때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행히 천문학자는 되지 못했지만, 나는 그 후부터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피천득, 「엄마」, 『인연』, 민음사, 2018, P103-104.
한편, 「서영이에게」, 「어느 날」, 「서영이」, 「서영이 대학에 가다」, 「딸에게」, 「서영이와 난영이」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딸 '피서영'에 대한 사랑이 눈에 띠었다. 시인에게 있어 모친 다음으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여인이었으며 그만큼 애정을 쏟아 키웠던 서영이.
책을 읽으며 궁금해 문득 찾아보니 피서영 선생께서는 이론물리학 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로 알려져 있더란다. 유년시절부터 애지중지 사랑을 다 전하며 키워온 딸이 결혼도 마다하고 학문의 길을 택했을 때 으레 그 시대의 어른들이라면 결혼을 재촉하거나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등 가부장적인 태도를 유지하셨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피천득 시인에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와 정 반대로 비록 영문학과 물리학으로 전공을 하고 공부를 해 나가는 학문분야는 다르지만, 연구자-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외로움에 대해 공감하고 격려하며, 어떤 길을 택하든 딸 서영이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그 길이 옳은 길임을 격려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딸에게 인문학적 감성 또한 강조하며 과학과 철학을 양립시켜 공부할 것을 조언하는 피천득 시인의 균형잡힌 태도 또한 눈에 들어왔다. (통섭적 사고는 최재천 교수님 이전에 피천득 시인이 있었다...?!!!! ㅎㅎ)
다정한, 그리고 부친이었으나 때로는 스승이, 때로는 동료 연구자가 되어주신 아버지가 계셨으니 - 비록 직접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피서영 선생님의
지성과 인격 또한 분명 시인을 닮지 않으셨을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어 순조로운 가정생활을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아니면 외롭게 살며 연구에 정진하는 것이 네가 택해야 할 길인지 그것은 너 혼자서 결정할 문제다. 어떤 길이든 네가 가고 싶으면 그것이 옳은 길이 될 것이다.
(중략)
한편 과학자에게는 철학 공부가 매우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은 광맥을 파 들어가는 것과 같이 좁고 깊은 통찰은 할 수 있으나 산 전체의 모습을 알기 어렵고 산 아래 멀리 전개되는 평야를 내려다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시간을 아껴 철학과 문학을 읽고, 인정이 있는, 언제나 젊고 언제나 청신한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
-피천득, 「딸에게」, 『인연』, 민음사, 2018, P127-128.
마지막으로, 이 수필집의 제목으로 꼽히기도 한, 저명한 수필 「인연」.
첫사랑 - 아니 이 경우엔 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감정이 무엇이든, 사랑하고 아끼던 이를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좇아가고 싶은
시인의 그 마음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추억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지 못한 데 대한 씁쓸한 회한이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러함에도 가을이면 또 춘천 소양강에 들르고 싶다는 소망은,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때이고 꺼내 추억할 수 있는 마치 일기장과도 같은 그런 애틋한 감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름도 잊고 얼굴도 기억에 없지마는 나와 제일 정답게 놀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양말이 조금 뚫어졌던 것이 이상하게도 생각난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사는지, 아마 대학에 다니는 따님이 있는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사는 그는 영원한 다섯 살 난 소녀이다.
유치원 시절에는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기뻤다.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다.
-피천득, 「찬란한 시절」, 『인연』, 민음사, 2018, 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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