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김민섭 작가님과는 몇 년 전 최인아책방에서의 '북토크'자리,  <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북토크 외에도, 2023년 가을 '당신의 강릉' 책방이 오픈했을 때 가장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를 집필하셨을 때부터 작가님의 글을 관심있게 보아왔고, 그때는 단순한 독자였지만 지금은 김민섭작가님과 같이 누군가를 돕고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하는 그 귀한 마음에 함께 연대하고 싶을 뿐이다. 좋은 어른으로서의 롤 모델이 주변에 많음에 늘 진실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김민섭 작가님을 유퀴즈에 출연하게 한 도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서문(프롤로그)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저는 이렇게 멋지고 좋은 사람입니다."하면서 크게 타오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큰 불꽃이 될 만한 자신이나 깜냥이 없다.
그러면 나는 곧 연소되어 재만 남고 말 것이다.
다만 나는 작고 온화하게 오래 타오르고 싶다.
될 수 있다면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내 곁의 타인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이 되고 싶다.


                                                           - 김민섭,『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창비교육, 2021, 9쪽.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에 마음을 울리는 여러 문장들이 있지만 몇 년 전 출간되어 신간으로서의 이 에세이를 읽을 당시 나는 이 문장에 참으로 공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내가 활활 타오르는 큰 불이 아닐지라도 작은 모닥불로서 주변에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것. 사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만 32세의 지금에 와서는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이라는 이 수식어조차 욕심인 것을 잘 안다. 다만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알고 성찰하는 가운데 내가 나아가고 싶은 좋은 어른의 상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문에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가치를 지닌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는데 김민섭작가님도 그 중 한 분이다. (이외 김탁환 작가님, 이번 11월도 교사들을 위한 심리적 CPR 6기를 함께하는 사랑하는 클레어(정혜신 교수님) 등등 .. 많은 분들이 더 있다.)

 그런 작가님이 오늘 내가 근무하는 지역 청에서 인문학 연수를 하신다고 하여, 자료집계 선착순 신청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변경된 학교 일정으로 인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을 나가는데 대설로 인해 교통편이 많이 정체되어서 종료 20분을 남기고 급하게 입장하고 말았다. ㅠㅠ 그래도 등록부에 싸인할 수 있었고, 마지막 주요 10분의 핵심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어디인가!!

 

 

 김민섭작가님의 책이 집에 전권 있지만 이미 싸인본인 책이 대부분이고,

이번 연수의 주제도서인(이미 싸인본이지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와 더불어, 故 홍세화 선생님과 이원재 선생님의 대담집,(김민섭 엮음) <교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책 두 권을 챙겨 갔다.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연수가 끝난 후 다시 읽게 되는데 내가 어떤 어른으로, 그리고 어떤 교사로 살아가야할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는 나는 언제나 부족한 한 개인이기에 , 언제든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족한 나까지도 자기수용이 되어야 하고 그 자기수용이 되어야만 내 실수와 잘못에 책임지며 진정성 어린 사과를 전하는 어른, 책임있는 어른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또 무엇보다 교사로서 그것이 내가 갖춰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오늘 책을 다시 읽으며 숙고하게 되었다.

 

저도 잘못한 것 같으면 빨리 사과하려 노력합니다.
사실 사과하는 사람이 정말 힘센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사과할 수 있다는 건 참 지금 시대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치원이든 초중등이든 학교 교육에서 사과하는 연습을 좀 많이 시켜주시면
지금 말씀하신 똘레랑스의 실천이라든지 학교 폭력의 부작용이라든지 하는 것들도
조금은 더 근본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회적인 폭력들도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65-66쪽.

 

 

 특히 학폭위에 교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연수를 참석했던지라, 학폭 가,피해가 엮여있는 상황에서 보호자들의 대응(법률자문 과정에서 변호사를 찾아가는 등) 과정 및 절차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진정으로 친구와 이웃에 대한 보호와 정의를 배워나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가운데 대담집의 해당 페이지는 특히 공감이 되었다.

 

 

김민섭 요즘 보면 꼭 학교 폭력 사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면 저 사람을 당장 단두대에 매달아라,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고 그것으로써 자신의 정의로움을 말하고자 하는 일들이 좀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라고 했을 때 어쨌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아닙니까.
강력한 처벌 이런 것도 당연히 필요는 하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과의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야 되는데ㅐ 너무나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른 일들을 보면서도 하고 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이 학교까지 번진다,라는 것은 많이 슬픕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61쪽.

 

 

 

 

 

 

 

 한편 지금의 내가 여전히 임용시험을 매년 응시하며 기간제교사로서 살아가는 가운데 여전히 나는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나의 무능감을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두렵다.

 여전히 나에겐 학창시절 부모님과 스승들께 인정받고자 애써왔던 그 학생의 모습이 너무 크게 남아있다.

 때문에 여전히 나는 교사로서 '얼마나 잘 하고있나'를 반문하게 되고, 늘 평가에 두려워하지만...... 미완의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자신을 수용하고 출발할 때 더 좋은 어른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길이라 여긴다.

 오늘도 조금씩 자기비난의 언어를 줄이고 자기수용의 언어를, 지금의 부족한 나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실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민섭 작가님이 오늘, 아니 2024년의 11월, 만 32세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강연에서 하신 말씀 중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여전히 '임용시험'의 성패로, 정교사가 되었냐/되지 못했냐를 기준으로 나를 가장 냉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개인상담에서 상담자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내가 나를 수용해 준다는 것도 '방향'인데 그것까지 속도를 내려고 하지 말라고. 속도를 내려고 하니까 안 되는 나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아직 나 자신도 목표와 나 자신을 온전히 분리해 내지 못했지만 김민섭 작가님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싶고,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이 마음을 내가 하는 교육에서는, 상담 장면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민섭(2024.11.27 인문학 연수 중) 

" 사실 학생들이 별거 없이 그냥 제로 잘 놀고 유치하게 잘 놀면 좋겠어요.
어떤 성과나 성취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그 선택과 동시에 이게 행복해진다라는 걸 몇 년간의 경험으로 알게 됐어요.

우리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할 때 저는 도착하는 데만 있다라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내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삶의 의미는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거기로 하루하루 가까워진다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도착보다 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죠.

이제 그래서 이날 어떤 결정을 했느냐면 책 제목과 같죠.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이름의 비영리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신청서 내면 될 줄 알았는데 1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있었던 일인데 올해 11월에 설립이 완료가 됐고
그래서 저는 이번 달부터는 이 비영리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으로도 살아가게 됩니다.

별 건 없어요. 그냥 제가 버는 돈을 전부도 아니고 일부를 잘 모아서
청소년들을 여행 보내주는 일을 할 겁니다.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많은 김민섭들을 만나게 되겠죠.
이름은 김민섭이 아니지만 김민섭과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또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저는 쓰는 사람이잖아요. 또 그것을 기록할 겁니다.
세상에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세상에 행해보고
그게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그것을 기록하는 삶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글이 된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이 사람보다 잘 될 것인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

저 선생님에게 인정받을 것인가
그러한 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 때 가장 어울리고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사람이 정서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제가 생각하기엔 글쓰기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90-91쪽.






홍세화  (전략) 한국에서 어른이라고 하면 완성된 존재랄까
그런 게 전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런 의미의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끝없는 변화, 성숙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굳이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라고 할 때
자기 변화, 자기 성숙의 여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의 현존재가 미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그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 김민섭 엮음, 홍세화·이원재 대담집
                                              『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 당신의 강릉, 2024, 104쪽.













 

by papyros 2024. 11. 27. 23:58

 

 

* 스포 주의!!!!!!! 작품 내용을 알고싶지 않으신 분은 글 패스해주세요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특히 자기개방 내용이 많으므로 유의해 주세요)

 

 

 

0. 개인의 자기서사 개방

일병행 기간제교사이고, 사전티오에 충격을 받아 , 2학기 개학하던 8월 중순부터 책,영화,뮤지컬 좋아하는 거 다 95프로 줄이고 임용공부에 매진했어요. 마지막 3주를 학교 사안과 개인의 어려움(심리상담을 꾸준히 받는데, 너무 깊이 자신과 직면하디보니 정신적인 소진도  왔었거든요) 으로 공부를 제대로 못한 아쉬움이 있으나,

 어쨌든 어제 부로 1차 필기가 끝났고.. 조금 쉬면서 못본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며 재충전하는 가운데2차준비도 하는 데 까지는 해보려고 합니다. (1차 결과가 어찌된다 해도....)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후기입니다.

 저는 2021년 3월이었던 만 29세에 처음 원작 뮤지컬을 관람했고, 당시 두번 정도 관람했어요.

그때 인스타에 올린 제 관람평이  있어서 후기마지막에 사진 첨부했습니다.

뮤지컬 원작 팬이기도 하고, 이미 해당 작품에 대해 많은 내용을 알고 있고 느낌을 지니고 있지만

 

 이번에 관람하며 느낀 점 위주로 작성해볼게요.

고백하자면 저는 이번 영화 위키드를 11월 20일(임용시험 3일전...미친거 압니다 ^^)

개봉 당일에 아맥 더빙으로 첫관람했고

-굿즈만 받을까하다가 참을 수가 없어서 3시간 정도는 일병행 하느라 고생한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오늘 아맥 자막으로 남친과 2회차했어요 ㅎㅎ

개인적으로 자막도 좋지만 번안된 한국어 뮤지컬을 먼저 본 사람이라 전체적인 넘버가 더빙이 더 친숙했고

이에 더빙판 싱어롱 회차를 간절히 바랍니다!! ㅎㅎ

 

1. '따돌림'(학교폭력) 피해자로서의 엘파바

 

 

 저는 국어와 심리학을 학부시절 복수전공했고, 이후 석사를 두번 밟았습니다.

국어교사의 길을 가려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문상담교사(위클래스)로 평생을 살고자 하기 때문에 제 목표를 위해서 임용을 계속 도전하는 거에요.

 그런 제가 개인상담을 받으며 최근에야 제가 학창시절 겪었던 일을 명확히 정의했는데... 사실 생에서 없었던 일이면 좋았겠지만, 저는 초등학생 시절 학폭 피해자였습니다. 살이 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언어폭력,정서폭력) 지금이야 학폭위 사안이겠지만 90년대 초반생인 저희땐 그런 게 없었죠. 저는 책 속으로 피했고 그 시절 제게는 책이 유일한 친구였어요.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책은 제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어쨌든 엘파바가 당하는 따돌림, 학폭피해, 소외... 학폭 이전에 이미 출생 당시부터 '저리 치워'라고 외치는 부에게 내쳐진 경험으로 인해 출생 그 순간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거절당했던 엘파바가 늘 자신의 피부에 대해 방어적 태도로 설명하는 건 당연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2. 넘버 '마법사와 나'

 이런 제게 있어서 이번에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에 남은 넘버는  '마법사와 나'였어요.

넘버의 한국어 가사 일부입니다.

나는 꼭 그 분께 보여줄거야
마법사님 만나길 기다려온걸 내 평생
현명하신 그분께서 세상의 바보들처럼
겉모습만 보시고 날 판단하시진 않겠지 NO

엘파바 널 본 순간 알았단다
너라면 믿을 수 있지
첫눈에 알거야 마법사와 나
모든건 달라져 그 순간부터
나는 다른 존재로 태어나겠지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 자랑스러운 언니
오즈의 모든 사람들 모두 날 사랑할거야
평생 저주했던 내 능력이 날개가 되줄거야
두 손을 맞잡은 마법사와 나

- <뮤지컬 위키드> 넘버 '마법사와 나 ' 중에서.

 

 가사를 보면 금방 아실 수 있듯이 늘 피부색만으로 소외와 배제를 경험해 온 엘파바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다는 건, 처음으로 외모가 아닌 자신의 가치와 능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을거라 생각해요.

 존재자체, 출생 자체가 틀려먹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엘파바에게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임을 '증명'해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건 굉장히 중요했을 겁니다.

 슬프게도, 저는 이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장기화되고 있는 개인상담(내담자로서 받는 상담) 중 최근 몇회기의 심리상담에서  이걸 너무 깊이 보았거든요.

 학창시절(특히 초등학생 시절) 외모(살이 찐 것)로 따돌림을 당했고, 이런 경험 때문인지 저는 다이어트를 잘 하고있고 어느정도 성공한 지금도 제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요.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받은 그 어린시절의 경험 때문에 저는 제 존재가치, 학창시절 제 가치와 능력을 '모범생'이 되는 것, 선생님들께 인정받는 것에서 찾았어요. 때문에 공부를 잘해야만 했고(이마저도 국어 국사 윤리 등 문과과목은 잘하지만 이과과목은 정말 성적이 안나왔어요.), 그리고 모범생이어야만 했어요. 선생님들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칭찬 받기 위해선 '잘해내는 길 밖에' 없었고, 이 덕분에 초중고 학창시절 내내 많은 상을 받았지만...가장 마음에 드는 상은 지금도 모범상이고...3년 개근은 고등학교 때 결과처리 당하기싫어서 아파도 보건실에 못가던 저를 떠올리게 해서 조금쯤은 그시절의 내가 참 인정받는 게 중요했구나, 라는 느낌을 야기하고,  지금도 그래요

(글린다와의 관계는 영화에서 이미 충분히 나오고 많은 분들이 후기에서 다루실테니 패스하겠습니다.)

 

3. '중력을 넘어서' - 그런 엘파바에게 공공의 적이 됨을 감수한다는 것은?

 

아마 영화 초반의 엘파바였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글린다와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존재를 증명해야하고, 인정받아야하고,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받는 사랑이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

바로 엘파바였으니까요.

 그러나 글린다 덕분에 이미 '그 자신으로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을 어느정도 경험하게 되었지요. (그런 점에서 글린다가정말 초반에 학폭 가해자 스러운 짓을 많이하지만, 그럼에도 글린다가 완전한 악인이라 할 수 없는 듯 합니다) 오즈더스트블룸에서의 춤을 통해서, 퍼퓰러 장면에서 우유꽃에 대해 대화하면서... 글린다는 그저 그렇게 태어난 엘파바를, 사실 주변 시선을 너무나 신경쓰고 떨고 있는 엘파바를 감싸준 친구니까요.

 동시에 저는 '중력을 넘어서' 파트에서 엘파바 못지 않게 떨고 있는 이도 글린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오늘 보면서.

 글린다 역시 떨고 있고, 사실 아름다움과 인기만으로 충분히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입학 초기부터 눈에 들고 싶어했고... 글린다 역시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 부족을 '능력'으로 채우고 싶어했어요.

 자신을 부족하게 여기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기에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서....그렇게 영화 초반에 능력을 인정받고자 애썼던 엘파바라면 당연히 글린다와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딜라몬드 교수님의 사건을 겪은 엘파바는 다르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 보다는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 즉, '동물을 포함한 소외/배제된 존재가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이룬다'는 그녀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그건 인정받는 것보다 추구할 가치가 있는 거에요.

 그런 가치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더라도, '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기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이라 여겼습니다. 때문에 저는 엘파바가 진짜 멋있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소외와 차별, 배제의 당사자였으나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언행일치하는 진정한 주인공이요.

(제가 대부분의 책/영화/뮤지컬 등 작품들에서 성장서사를 주로 좋아해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 저학년 시절부터 '해리포터' 를 좋아해 지금까지 뿌리깊은 해덕이기도 하고요. 해리도 소외와 배제를 극복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온 캐릭터였구요.)

 

4. 이외 영화 자체에 대한 단평

 

 

- 2시간 반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택했지만 원작 뮤지컬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영화사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뮤지컬 팬들을 사로잡으면서도 영화 관객들에게도 넘버와 서사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수익을 올리려는 구조.. ~~ 덕분에 위키드 원작 도서를 판매 가능한 출판사들도 흥하겠네요~~ 출판계 영화계 독서모임 영화모임 모두 흥하길!! 

- 넘버와 주제의식 모두 잡았기에 여러모로 저는 흠잡을 데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 더빙 싱어롱 회차가 하루 빨리 나올 필요성 있음

(뮤덕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따라부르고 싶습니다. 참을 수가 없어요 ㅠㅠ..박수도 좀 치고싶어요...ㅋㅋ)

-피에로가 파피꽃에 잠들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였던 이유는, 제가 해석하기엔 엘파바가 사랑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교실에서 유일하게 딜라몬드와 철창 속 아기 사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뭐라도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따뜻한 심장'을 지닌 사람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엘파바 말대로 이기적이고 우월한 사람인 척 하지만

사실은 그런 척 하는 존재라는 거?

-딜라몬드 교수님 원작 뮤지컬에서도 좋아했지만 영화판에서도 너무 좋아요... 영화판에서 더 귀엽고

지성미 있으심...^^

 

5. 후기를 마무리하며

사실 저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에요. 기간제는 제법 오래 해왔지만 임용시험은 꽤 오래 회피해왔는데(교과때부터) 아마 너무 많은 무언가 '못 해내는 나'를 마주해야하는 시험이기에 회피해왔나...싶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 증상?으로 8월부터 무언가 내가 불안감이 심할때 이가 달달달 떨리거든요.

 심지어는 영화를 볼때도 그런데, 위키드 보며 참 심했습니다.

'중력을 넘어서' 넘버 전 한참을 떨고있는 엘파바를 보면서, 소외당하고 좌절하는, 오즈더스트블룸에서 역시 그렇지,라며 체념하며 혼자 춤을 추던 엘파바를 바라보며 제 이빨도 함께 떨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이 책,영화,뮤지컬 등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식으로

서사를 다채롭게 변용하여 더욱 널리 알려지고 한번이라도 더 이 서사가 차별과 편견, 낙인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하나의 목소리가 되기를, 하나의 씨앗이 되기를

상담교사의 마음으로 진실로 바라봅니다.

 

특히 학폭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청소년/그렇게 자란 성인분들

그리고 죽고싶은 마음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해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굿윌헌팅의 대사를 인용해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네요.

 

by papyros 2024. 11. 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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