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크루'에서 서비스하는 에세이 메일링서비스 '책장위고양이.' 나는 시즌2를 구독한 적이 있는데, 이메일로 작가들의 에세이가 전달되는 것이 새롭기도 했고 무언가 이메일로 특별한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 시즌5 서포터즈 공고를 보고 욕심이 생겼다. 이 좋은 서비스를 다시 체험하고 싶고,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도 함께 향유하고픈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10월 23일)부터 월요일(10월 25일)까지 서포터즈로서 미리 선공개된 시인들의 시 세 편을 받아보았는데 세 편의 에세이가 모두 담백하면서도 깊이있고, 큰 여운을 가져다 주었다. 

 본 글에서는 세 편의 에세이에 수록된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간단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통해 '책장 위 고양이' 서비스에, 그리고 책이나 해당 작가에, 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책 중독자로서 함께할 수 있는 독서가를 또 한 명 만드는 일로 나의 행복이 될지도 모르겠다 :)


1. 김선오, '첫 시집' : 「미래로의 회귀」

 

 

 

   -  첫번째 에세이였던 김선오 시인의 '미래로의 회귀'를 읽으며,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 그리고 김선오 시인의 세계를 지나 나는 '나'를 이루는 세계를 떠올렸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이루는 세계는 바로 '책'('독서')에 있다. 만 이십 구년 10개월을 독서가로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나의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욕심을 지니기도 하고, 나도 내가 전공분야에 대해 쌓아온 문학과 심리학에 대한 지식으로 비평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김선오 시인의 에세이 본문 중 마지막 문장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언젠가 도서관 책장 한 자리에 나의 이름이 담긴 '나의 첫 책'이 출간되겠지. 그리고 먼 미래에 어느 누군가가 내 책을 읽고는 또다른 독서 중독자로 성장하며 자신의 이름을 담은 글을 내리라는 꿈을 꾸겠지.......   

 

 


 

 

 


 

2. 유희경, '첫 시집' : 「마른나무인간의 시절」

 

 

 

 - 두번째로 접한 에세이는 유희경 시인의 글이었다. 시인은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 '마른나무인간의 시절'을 보냈다고 표현한다. '첫 시집'을 내본 적이 없는 일개 독자로서는 그 고독과 우울의 깊이가 어느정도까지 내려갈는지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시를 포함해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내는 과정에는 작가가 반드시 담고싶었던 자기 내면의 본질이 출판사나 편집자, 혹은 외부의 여러 사정에 의해 잘려나가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집을 펴낸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자기타협이나 절충의 의미려나....싶은데, 사실 '첫 시집'을 내는 시인 뿐 아니라 대부분 많은 이들의 처음도 '마른나무 인간의 시절'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첫 논문, 첫 그림, 첫 직장... 많은 처음들 이후에 부서지고 깨지고 가라앉기도 하는 나약한 존재들인 우리 주변에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마른나무 인간의 시절을 잘 버티어 낼 수 있으리라.

 

 


 

 

 


 

3. 김복희, '첫 시집' : 「나를 닮았지만 나는 아닌」

 

 

- 세 번째로 받아 본 김복희 시인의 에세이. ' 첫 시집'을 주제로 하는 시인의 글이 참으로 담백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시인의 첫 시집, 소설가의 첫 소설, 교사의 첫 제자들(첫 담임)........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그 '첫'이란 나의 - 내가 지은 그것이면서도 '나'는 아닌 무언가가 안ㄹ까? 내게는(내 경우에는) 첫 학위논문이 이에 해당할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이질적인 것만 같게 느껴지는 내 논문....

- 김복희 시인의 시를 읽고싶어졌다. 시인은 아니지만, 시인의 내면이 깃든 그 첫 시집 속 시는 무엇을 담아내고 있을까. 시인의 시 세계는 어떠할까. 시집을 사 볼까 싶다. 그리고 문득 내가 과거에 썼던, 그리고 앞으로 써 나갈 글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질 지 궁금하다.

 

 


 

 

 


 

 

by papyros 2021. 11. 1.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