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의 기도

                          이해인

 

돌무덤에 갇힌 침묵이

큰 빛으로 일어나

눈부신 봄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미움을 이겼습니다.

 

슬픔과 절망으로

웃음 잃은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시는 분

분쟁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평화로 오시는 분

 

산 위에 바다 위에 도시 위에

눈물 가득한 우리 영혼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빛나는

단 하나의 이름 예수여

당신은 왜 그리 더디 오십니까?

 

오오, 주님

생명이 죽음을 이겼습니다.

이제는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수난의 마지막 저녁처럼

부활의 첫 새벽처럼 살아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죽어서

당신과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어둠 속에 누워서

밝은 빛으로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왜 자주 숨어 계십니까?

좀 더 일찍 알아 뵙지 못했음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부활하신 세상에서

이제 거짓 사랑은 끝난 것입니다.

삶을 지치게 하는 교만과 불신이 사라지고

겸손과 감사가 넘쳐 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심의 무덤을 빠져나와

어디든지 희망으로 달려가는

하늘빛 바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직 죽음을 이긴 사랑 하나로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말하고

새롭게 행동하는

부활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님이 오시는 들길을 웃으며 달려가는

연초록 봄바람으로 깨어있게 해 주십시오.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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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pyros 2012. 4. 8.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