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겨울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람이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193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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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病院)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病院 뒤뜰에 누워, 젊은 女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日光浴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女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을 모른다. 나한테는 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試鍊, 이 지나친 疲勞,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女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花壇에서 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病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健康아니 내 健康도 속히 回復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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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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