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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2 손끝으로 문장읽기 1주차 - 「돼지꿈」, 「몰개월의 새」
손끝으로 문장읽기 1주차 - 「돼지꿈」, 「몰개월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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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과 11월의 시작에 황석영 작가님의 『돼지꿈』 단편집에 실린「돼지꿈」과「몰개월의 새」를 읽었다. 「돼지꿈」에서는 70년대를 살아가는 서민들 – 특히 노동자의 아픔을 느꼈습니다. 특히 손을 다쳤음에도 3만원을 받고 노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근호의 모습, 그에 더해 가족들은 손을 다쳤다는 사실보다는 누이 미순의 혼사에 보탤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모순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마음이 아렸다. 이외 ‘삶 –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며 멀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슬픈 것 마음은 미래의 살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운 것’ (「돼지꿈」, P41.)이라는 글귀를 붙이곤 공장일을 하며 자취방 대금을 마련하는 여공의 모습도 참으로 아련하게 다가왔다. 70년대 근대화가 진행되던 그 시절 노동자 계급의 죽음정치적 속성이 이 소설에 여실히 드러나고 싶다. 포장마차를 하는 이도, 공장의 노동자도 모두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들이 탐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절실하기 때문인 것이다.
“몹쓸 짓이지.”
“돈 벌자는 게 뭐가 나쁩니까?”
“살아보면……. 알게 되네. 자넨 손 다쳐 목돈을 만지니 기분이 좋은가?”
근호는 그제야 붕대 감은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그렇다. 운이 약간 나빴을 뿐이다. 그리고 돈이 안 생긴 것보다는 낫다.
“기분이 안 좋으면 어쩝니까. 내 실순걸.”
“얼마 받았는데……”
“한 개에 만 원씩, 삼만 원요.”
삼만 원에다, 공장 병원의 치료비 무료, 한 달 동안의 노임도 공짜로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친다면 높은 사람쪽도 성의가 없는 건 아니라고 근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돼지꿈」, P46-47.
「몰개월의 새」는 2015년 2학기, 나병철 교수님의 <한국현대소설론> 수업에서 「낙타누깔」과 함께 비중있게 다룬 적이 있는 작품이며 깊이있게 배운 바 있지만 전문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미자와 ‘나’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교류를 보여주는데, 몰개월이라는 공간은 베트남 전쟁 출병 이전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체류하는 군인들과 막판까지 이리로 끌려와 밤새 병사들의 시달림을 받는 이들이 ‘몰개월’이라는 공간에 함께 자리하며 애착을 느끼는 것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나’는 그들과 소통·교류함에 더해 동일시를 느끼기까지 이르러,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식구를 먹어주는 놈이 어디있겠는가.’라는 문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몰개월의새」, P73)
나병철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군인들과 몰개월 여성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인 죽음정치적 노동에 주목한 바 있다. 즉 군인들의 군사노동과 기지촌 여성들의 성 노동이 공통적으로 죽음정치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유대를 느끼고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파병 병사는 본디 미군들이 수행해야 할 전장을 대신하는 것이고, 미자 역시 병사들을 위로해야 할 누군가를 대신하는 대리노동자이다. 이들은 너무나도 먼 데 까지 흘러들어온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군인이나 창녀라는 직업 모두 산업노동과 달리 생명의 훼손이 이미 전제되어 있다.
즉 계급적 위치와 군사화된 환경의 유사성과 함께 친연성의 근거로서, 군사노동과 성 노동이 공유하는 지점은 노동하는 신체 – 자기 신체의 순수한 대리성에 보상을 받는, 타인의 신체를 대신하는 신체 –가 절대적으로 피수불가결한 동시에 명백히 처분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몰개월의 새」에서 월남 파병을 앞두고 목숨을 내맡긴 채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나’의 처지나 밑바닥 인생을 살아 온 미자의 처지는 사회현실의 구조적 모순에서 형성된 굴절의 삶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미자가 보이는 병사들에 대한 헌신과 자기희생을 통한 무조건적 사랑이 ‘나의 인식변화’(성적대상에서 가족애로 변모)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1970년대 신체와 성, 그리고 생명까지도 교환가치로 상품화되어 죽음정치적 노동으로 훼손되는 그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소외되고 희생된 민중들의 선물(타자와의 인간적 교류)은 폭력의 근대화 속 존재의 자기증명이자 인간애의 과정을 보여준 점에 있다.
(나병철 易, 이진경 著 『서비스 이코노미』, 소명출판, 2015, 118-137쪽 참조.)
나는 승선해서 손수건에 싼 것을 풀어보았다. 플라스틱으로 조잡하게 만든 오뚝이 한 쌍이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 모양이라, 나는 그것을 남지나 해 속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작전에 나가서 비로소 인생에는 유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역에서 두 연인들에 헤어지는 장면을 내가 깊은 연민을 가지고 소중히 간직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자는 우리들 모두를 제 것으로 간직한 것이다. 몰개월 여자들이 달마다 연출하던 이별의 연극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자들의 자기표현임을 내가 눈치 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 「몰개월의 새」,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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