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5.  마지막 필사 + 독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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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도 5주가 지났고 마지막 필사에 이르렀다.

아쉬운 점은 약 100페이지 (6부와 7부)만을 남겨둔 채 필사 후기와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랄까.

 

기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은 서사가 확실하고 인물 간의 관계가 뚜렷한 소설은 결코 아니었다.

아직 쿤데라의 문체가 익숙치 않거나 나와 맞지 않은 것인지,

혹은 이 작품이 특별히 어려운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불멸>의 진정한 매력은

개별적으로 보이면서도 함께 엮여 이어지는 서사 속에서

인간 내면의 핵심을 짚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주차에 5부 마지막까지 읽으며 다시금 그것을 느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이 삶을 숨가쁘게 질주해야 하는 '도로의 세계'를 살고 있다. 도로의 세계에서 벗어나 길의 세계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을 때,

 

삶 자체보다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둘 때

진정으로 의미있는 삶, 조금이나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2월 말 여러 곳의 학교에 기간제 원서를 넣느라 지쳐있는 내게 조금은 쉬어가도 된다고, 위로를 전하는

조언을 해 주는 중요한 메세지들이 눈에 유독 밟혔다.

 

아직 쿤데라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늘 존재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했을 그와, 그의 작품 <불멸>의 깊은 가치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산다는 것, 거기에는 어떤 행복도 없다. 산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자아를 나르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존재,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샘으로, 온 우주가 따뜻한 비처럼 내려와 들어가는 돌 수반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412쪽.


 

 

 

 길들은 풍경에서 사라지기에 앞서, 먼저 인간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인간은 걸으려는 욕망을 느끼지 않고, 걷는 데서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 역시, 인간은 길처럼 보지 않고 도로처럼 본다.

(중략)

도로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경치란 아름다운 작은 섬 하나, 긴 섬이 다른 아름다운 섬들과 연결하는 그런 섬을 의미한다. 길의 세계에서는 아름다움이 지속적이요, 언제나 변한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걸음을 멈추라'라고 말한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359쪽.

 

 

 

 

 

 

by papyros 2019. 2. 27. 23:34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4.  필사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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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4주차에는 드디어 『불멸』에서 가장 길고 길었던 3부 - 「투쟁」을 모두 완독했다.

쿤데라의 문장 자체가 익숙치 않아서일까, 아니면 유독 이 소설인 밀란 쿤데라의  『불멸』이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난이도 높은 작품이어서 그럴까... 그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 접하는 소설인지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내면화 하는 데에 있으니...

다음주까지 꼭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못하더라도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읽고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3부 「투쟁」 뒷부분을 모두 완독하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몇 가지 있었다.

 

 특히 브리지트의 피아노에 대한 일화에서는 '스카이캐슬'에서 그렇게도 차교수가 외치던 '피라미드 꼭대기'를 부숴버리던  장면이 겹쳐보였다. 학습자에게 그 학습이 자발적이거나 행복하지 않다면, 비자발적이거나 강요된 무언가라면 과연 그것이 아무리 좋은것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일까?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핵심적 질문이 브리지트로부터 등장했다.

 

 

로라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녜스의 집에 들렀다. 그녀는 브리지트를 친딸처럼 보살폈고,

언니에게 피아노를 사 준것도 조카가 피아노 연주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피아노를 싫어했다.

로라가 마음 상할까봐, 아녜스는 딸에게 좀 힘이 들더라도 흑백 건반들에 애착을 가져 보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브리지트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렇담 이모를 즐겁게 해주려고 제가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68쪽.

 

 

 

 

 헤밍웨이의 일화를 통한 '기자'라는 직군이 지녀야 하는 직업적 태도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언론이, 언론인들이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많은 양의 정보를 다량으로 만들어내기에만 급급하기에.... 현실의 씁쓸함을 다시한 번 느낌과 동시에 기자라는 직업이 본디 이러해야 하는 구나를 다시금 통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기자라는 직군 외 다른 직업에도 통용될 것이다. 직업윤리를 지키며 도덕성을 추구하는 태도..)

 

 

 예전에는 기자의 영예를 가리키는 상징을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위대한 이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허식 없는 문체는 물론이요, 그의 작품 전체가, 사실은 청년시절 그가 캔자스시티 신문들에 보냈던 취재 기사들에 그 뿌리를 뒀다.

당시 기자가 된다는 것은 삶의 숨겨진 구석들을 파헤치고, 거기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어 스스로를 더럽히기도 하면서, 그 어떤 직업보다 더 현실의 삶 가까이 다가간다는 걸 의미했다.

 헤밍웨이는 그토록 삶의 밑바닥에 있음과 동시에 그토록 예술의 하늘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그런 책들을 쓴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68쪽.

 

 

 

 또한 인권을 위한 투쟁이 대중화되면서 모든 욕구가 권리로 변화되었다는 문장에 매우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행복추구권,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출판의 자유.... 자유와 권리는 물론 분명 보장되어야 하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과거 이 권리를 위해 절실히 투쟁하고 노력하던 그 시기만큼이나

우리는 사회의 약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자성해야 할 문제라고 여긴다.

 

인권을 위한 투쟁이 대중화될수록 점점 구체적인 내용을 상실한 채,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공통된  태도가 되었고,

모든 욕구를 권리로 바꿔놓는 일종의 에너지가 되어 버렸다.

세계 전체가 하나의 인권이 되었고,

모든 것이 권리로 바뀌었다.

사랑의 욕구는 사랑의 권리로, 휴식의 욕구는 휴식의 권리로, 우정의 욕구는 우정의 권리로, 과속으로 달리고 싶은 욕구는 과소그로 달릴 권리로, 행복의 욕구는 행복의 권리로,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구는 책을 출판할 권리로, 야밤에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싶은 요구는 야밤에 길거리에서 소리칠 권리로

바뀌었던 것이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223-224쪽.

 

 

 

 

 

 다음 주차에도 깊은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좋은 문장들을 이 책에서 많이 마주하고 싶고, 무엇보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이 마무리될지 매우 궁금하기에...부지런히 열독하고자 한다:)

 

 

 

 

 


 

 

 

 

 

 

 

 

 

by papyros 2019. 2. 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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