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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17 [과제1] 제4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과제1] 제4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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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연휴 기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영예의 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출신의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했더니, 2011년 경부터 매 해 민음북클럽에 가입해 오면서 선택했던 모던클래식 작품 중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들이 있었고, 이미 집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 많이 있었다. 삶이 바쁘다는 변명 아닌 변명 하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소장만 하고 아직 읽어오지 못했는데, 마침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제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의 테마가 ‘가즈오 이시구로’ 읽기라서 집에 없는 책을 선택해 최초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이번 1주차에는 ‘1장- 1930년 7월 24일, 런던’ 과 ‘2장-런던 1931년 5월 15일, 런던’ 까지 독파했는데,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은 참으로 신선했다. 아마 서사가 처음 시작되며 ‘크리스토퍼 뱅크스’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의 유년시절을 접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되고 그 인물의 내면에 접속하게 되었기 때문이 컸던 것도 같고 ‘탐정’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토퍼는 중국 상해 외국인 조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영국인인데, 타국에서 유년을 보내며 고민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유사한 처지의 일본인 친구 ‘아키라’와의 일화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어느 것보다도 그가 유년 시절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필립 삼촌이 그에게 건네 준 조언이, 두 장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지점이었다.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퍼핀? 네가 더 영국인다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니?”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 사실 여기에서 너는 아주 다른 주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야. 중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미국인이 다 있잖니. 네가 혼혈아처럼 자라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지.” 그러면서 삼촌이 짤막하게 웃었다. 그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내 생각이 뭔지 알겠니, 퍼핀? 나는 너 같은 소년들이 모든 온갖 것을 이것저것 경험하며 성장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그러면 사람들이 서로를 훨씬 더 잘 대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이런 전쟁도 줄어들게 될 거다. 아, 그래. 아마 언젠가는 이런 모든 갈등이 끝나는 날이 올 거야. 위대한 정치가나 교횐 이런 단체들로는 그 갈등을 끝낼 수 없단다. 사람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거든. 사람들이 너처럼 바뀔 거란다, 퍼핀. 이런저런 면이 좀 더 섞이게 되는 거지. 그러니 혼혈아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단다, 그건 유익한 거니까.”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112쪽.
아키라는 일본에 도착한 바로 첫날부터 더할 나위 없이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비록 그 애가 그 사실을 한 번도 분명하게 시인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 애가 자신의 ‘이질적인 면’ 때문에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으리라고 추측했다.
그 애의 행동방식, 태도, 말투 같은 것들이 그 애를 별종으로 낙인찍었고, 그래서 동급생 뿐 아니라 교사, 심지어는 – 그 애는 그 사실을 여러 번 암시했다. - 함께 사는 친척들이 조롱감이 되었다. 결국 그 애가 너무나 불행하게 지내는 것을 본 그 애의 부모님은 학기 중간에 그 애를 다시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130쪽.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1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에게도 이는 유효한 메시지라 여긴다. 세계화, 국제화를 논하면서도 우리와 다른, ‘이질적’인 누군가를 차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 문화적 낙인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나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의 문제는 공동의 과제라 본다. 저자 본인이 일본계 영국인으로서 이러한 차별을 직접 경험했기에 작품에 녹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필립삼촌의 말대로 초점은 ‘다름’이나 ‘이질적’인 것이 아닌, ‘공통점’을 찾는 데 있음을, 공감과 이해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는 데 있음을 되새겨 본다.
다음 주차에 읽을 분량이 매우 기대되는데, 필립 삼촌에 대한 진실과(저렇게 멋진 명언을 남기고도 2장 끝무렵에는 엄청난 배신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마치 세베루스 스네이프처럼.. 그래 결국엔 스네이프같은 인물이기를 기도해 본다..) 아키라와의 재회 등 – 앞으로 진행될 ‘전개’ 부분이 매우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한 가을이다. 이 책이 가즈오 이시구로와의 만남에, 그에게 매료되는 데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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