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4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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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2주차에는 ‘3- 1937412, 런던부분을 읽었다. 당초 두 개 챕터를 읽고자 했으나 이번 주가 여러모로 바빴던지라 다음 주차에 4장과 5장을 읽을 계획이다. 이번 주차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나치즘과 파시즘에 대해 경계하는 국제정세(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2년 전)가 그려짐과 더불어, 크리스토퍼 뱅크스가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부모님을 잃은) 소녀 제니퍼에게 느끼는 애정, 그리고 상하이로 귀환하고자 하는 크리스토퍼 뱅크스의 책임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 이런. 우리는 당연히 상하이로 갈 거예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을 묘사하기는 어렵다.아마 놀라움이 어느 정도는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게 기억난다. 오래 전 채링워스 클럽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들었던 이상한 감정, 요컨대 나의 일부가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그동안 세라와 맺었던 우정이 바로 이 시점을 향해 움직여 온 것 같은, 그리하여 이제 마침내 그 시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 우리가 계속 주고받은 몇 마디 말은 마치 이미 어디에선가 여러 번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인상을 주었다.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206.

 

  세계의 긴장은 줄곧 상승하고 있고, 식견있는 이들은 우리의 문명을 불붙은 성냥이 떨어진 건초 더미에 견주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번민에 싸인 채 여기 런던에 남아 있다. 그러나 어제 온 편지로, 퍼즐의 마지막 조각들이 맞추어진 셈이다. 이토록 오랜 세월 후 마침내 그때가, 내가 직접 그곳으로, 상하이로 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그 예의바른 서부 지방의 형사가 표현한 대로 범을 처단할때가.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207-208.

 

 특히 크리스토퍼는 상하이로 돌아가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을 찾는 것을 어떤 종류의 사명감으로 여기는데, 자신이 그것을 수행할 때 제니퍼에게도 떳떳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것 같이 보였다. 아마 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야 크리스토퍼 본인, 제니퍼가 겪은 일들을 풀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이 겪을지도 모르는 더 많은 상실을 방지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리라 여긴다. 이미 우리는 2차 세계 대전 전쟁이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억울한 희생을 당한 이들, 가족과의 이별을 당한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존재함을 잘 알고 있다. 탐정으로서 성공한 크리스토퍼는 그 자신이나 제니퍼와 같은 아이들 모두에게 역할모델이 되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그러한 사명,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상하이로 돌아가 성년으로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탐정으로서 진실을 풀어낼 크리스토퍼의 행보가 기대된다. 부디 크리스토퍼와 제니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 자리할 그와 같은 아이들의 삶을,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2주차 독서를 마무리한다.

 

 

학교에 있으면 이따금 내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잊어버리곤 해요. 물론 이따금이지만 말이에요. 다른 아이들처럼 방학 때까지 남은 날을 헤아리고 방학이 되면 엄마 아빠를 다시 볼 생각을 하죠.”

(중략)

 그 일이 종종 아주 어렵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주변 세상이 온통 무너지기라도 한 것 같을 거야. 하지만 이 말만은 해 주고 싶구나, 제니. 너는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맞추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어. 정말이란다. 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네게는 지금 그 일을 계속해서 너 자신을 위한 행복한 미래를 만들 능력이 있어. 그리고 난 언제나 여기서 너를 도울 거야. 네가 그걸 알아 주었으면 좋겠구나.”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213.

 

 

 

by papyros 2017. 11. 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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