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정, 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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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네이버 E-book cafe <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매직하우스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양서를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김연정 작가님과 매직하우스 출판사 측에 감사드립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 E.H. Carr.

 

 

 역사를 공부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했을 에드워드 카의 문장이 있다. 도서를 읽으며, 에드워드 카의 이 유명한 문장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을 잘 표현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2016년 촛불정국 이후의 대한민국과 안중근이 살아가던 1900~1910년대 즈음을 넘나들며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2016-2017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 속에서 저자는 경술국치(庚戌國恥) 즈음, 여러 강대국들에게 위협을 받는 와중에서도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조선, 대한제국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왜 특별히 안중근이었을까. 안중근에 대해 다룬 역사서나 문학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책의 제목은 나를 특별히 매료시켰다. 안중근과의 데이트라니, 이 책을 통해 그간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새로운 면모를 마주하고 그에게 더 깊이 감응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소간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나갔다.

작품은 저자의 자전적인 내용(수필)이 반영된 현대사회의 서사와 허구화된 내용이 가미된 소설로서의 안중근 의사의 서사를 교차시킨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안중근 의사의 삶이나 일생보다도, 열강들에 둘러싸인 조선-대한제국의 국내외 정세와, 조선 사회가 타국의 종교나 문화를 수용하기까지 발생한 근본배경과 가치관에 대해 더욱 비중을 두어 지면을 할애한다. 언뜻 의아해 보일 수 있으나, 작품을 읽으며 저자가 서술하는 동아시아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통해 안중근 의사가 추구하게 된 가치관과 종교관에 대해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내면에 깊이 와 닿은 부분 몇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우선 만국공법에 의거해 의병군 동지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포로들을 풀어주려고 한 안중근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조선인들을 수탈하는 일본이라는 국가에 소속된 국민이기에 앞서, 개개인으로서 생명이 있고 존중받아 마땅한 한 사람으로 대우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제강점기 당시뿐 아니라 당대에서도 너무나도 어렵고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독일, 일본 등 전체주의, 제국주의 국가와는 대조적으로 개개인을 중시하는 안중근의 가치관을 통해 안중근이 진정 제국주의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동학농민운동 당시의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과 안중근에 대한 일화도 인상적이었는데, 국가의 억압과 폭력에 맞서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군중들을 폭도라는 이름으로 격하시키는 일이야말로 그런 억압에 동조하고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임을 통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꿎은 민초들까지 모두 폭도라고 규정한다면 그건 분명 잘못 되었음을 나는 다시 말하고 싶다. 그때 안중근은 16세였고, 아직 어린 나이였으므로 어쩌면 어른들에게서 들은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들을 폭도라고 규정한 건 안중근이 아니라 안중근에게 그런 생각을 가르친 기득권 세력이었을 것이다. 아직 열여섯살밖에 도지 않은 아이에게 쟤들은 폭도야. 그러니 잡아 죽어야 해라고 가르친 어른들의 잘못이었을 것이다. (중략) 백성이 어째서 폭도인가. 내 사정을 들어달라고 소리쳤을 뿐인데, 그런 말을 하면 폭도란 말인가. 민주주의를 내놓으라며 시위한 광주 사람들이 폭도인가. 추운 겨울에 광화문 한복판으로 뛰어나와 촛불을 들고 있는 저들이 폭도인가. 차가운 바다에 수장된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울부짖는 평범한 부모들이 과연 폭도란 말인가.

 

- 김연정, 4. 을사오적,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156.

 

 

서구열강의 야욕, 일본의 식민치하. 조국을 강탈하고 민중들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혼란스럽고 상황 속에서 분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 아닌가 싶다. 특히 더욱 도덕적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일수록 부끄러움을 알고 더욱 깨끗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법이라 한다. 맹자가 주장한 수오지심(羞惡之心)과도 같은 이치이다. 안중근 의사가 조국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고, 너무도 분개하고 비탄하여 그 어떤 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과 조국에 죄를 짓는 것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그가 나라를 팔아 넘긴 을사오적과이나 친일세력들과 달리 양심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닌 가치관과 신념(특히 동양평화론, 사람에 대한 존중과 신뢰)을 믿고 사형 직전까지도 그가 지닌 사명을 다하고자 한 안중근 의사의 모습에서 범인(凡人)과는 다른 강인함이 문장 너머로 깊이 전해져 왔다.

 

지난날에 드러난 나의 행위는 내 나라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한 충심에서 비롯되었소. 여러분은 부디 동양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하여 전력으로 힘써 주시길 바라오. 그런 의미로 동양평화 만세를 외치고 싶은데, 가능하겠소?”

중근의 제의에 지켜보던 일본인들이 서로를 돌아보고 수근거렸다.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중근의 태도에 그들은 난처한 얼굴이었다.

 

- 김연정, 9. 여순 감옥,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374.

 

 

 

 

 특히 작품 속에서 가장 내면을 울렸던 구절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기 직전에 올린 기도가 묘사된 부분이었다.

 비슷한 시기,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일제 식민치하에서 창씨개명까지 하며 유학을 가 시를 짓고자 하는 자신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던 윤동주 시인이나 조국 독립을 애타게 그리며 백마타고 온 초인을 기다린 이육사 시인과 달리 적극적인 방법의 조국 독립(무장투쟁의 일환)을 택했을 뿐,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 이육사 시인 그리고 조국 독립을 위해 노력한 모든 독립운동가 분들의 본질은 모두 같은 데에 있다고 여긴다.

 기독교 신앙을 지니고 있던 윤동주 시인이 그의 시 십자가를 통해 교회당 꼭대기에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조용히 흘리겠다고 다짐하며 희생을 숙명으로 여겼듯이, 격살 직전 안중근 의사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싶다.

 

 

 주여.”

깨끗하게 방을 정돈하던 중근이 문득 무릎을 꿇었다. 가슴 위로 성호를 그리는 그, 손에 쥔 묵주의 무게를 느끼며 가만히 읊조렸다.

마침내 심판의 날입니다. 조국을 걱정하는 이 마음을 부디 헤아려 주소서. 쓸모를 다하였을 때, 비로소 하느님 곁으로 나아가겠나이다.”

아멘, 눈을 뜨는 순간 중근은 빛을 보았다. 방안을 비추는 전등의 맹목적인 충성과 다른 전혀 새로운 빛이다. 하얼빈의 살인적인 추위마저 녹여버릴 그 하얀 빛을 끌어안으며 중근은 미소지었다. 마침내 오늘, 비로소 나는 내 조국의 포근한 빛이 되리라.

 

- 김연정, 7. 안중근, 마침내 쏘다,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296.

 

 

 

 

 

  양심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해나가고 있는 수많은 개인들이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세상, 윤동주 시인이나 안중근 의사와 같은 이들이 더 이상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관과는 대비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도록 내몰리지 않는 세상. 그런 세계가 진정 그들이 소망했던 평화가 자리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소망을 품고, 그런 세계가 오기를 바라며 자신의 소명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했던 안중근 의사.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늘 기억하며 감사하고 그 희생을 통해 반추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 희생 위에 미약하나마 지금의 평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 여긴다.

 단지 역사소설을이라는 장르를 넘어 현재를 통해 과거의 중요한 지점을 발견하고 그 지점 속에서 중요한 발자국을 남긴 한 개인으로서의 안중근을 재조명함으로써 현대 사회에 끊임없는 노력을 촉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희망을 놓지 않는 이 책은 소설보다는 인문사회학 서적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내게 이 책은 소명의식과 가치관,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회 변화를 통해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통찰하게 하는 잔물결을 남기며 내면에 깊은 영향을 남긴 소설로 자리하게 되었다.

 

 

 아주 먼 훗날 지금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싸울 필요 없이 행복해졌을 때, 그간의 바람처럼 우리 국민 모두에게 마침내 평화가 도래했을 때, 두 마리의 나비가 되어 그들이 광화문 광장 어딘가에 나란히 앉아 ! 기분 좋다!’하고 소리쳤으면 좋겠다. 해피엔딩이란 원래 그런 거다. 행복한 결말을 마주하기까지 수많은 아프고 괴로운 날들을 마주하게 되어 있으며, 지금은 단지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말하고 싶다.

 

- 김연정, 9. 여순 감옥,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399.

 

 

 

 저 아이들이 살아갈 세사은 지금보다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더 이상 시위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처럼 시위에 참여하지 못해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제발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 김연정, 1. 그해, 겨울의 촛불.,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매직하우스, 2018, 23.

 

 

 

 

 

 

 

 

 

 

by papyros 2018. 9. 12. 21:22

리디북스 페이퍼프로(RIDIBOOKS PAPER PRO) 7개월 사용후기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어느덧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를 사용한 지도 꼭 7개월이 지났다. 일전에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용후기를 올린 바 있지만,
(관련링크 http://pedagogics.tistory.com/109)

당시는 구입 및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충분히 페이퍼프로를 사용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때문에 이번글에서는 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페이퍼프로를 사용하며 직접 느낀 장단점에 대해 지난 글보다 조금 더 서술해 보고자 한다.

 

 

 

'페이퍼 프로(Paper Pro). 그는 어떤 리더기인가.'

 

(BGM . 그것이  알고 싶다)

 

 

강점 1.  종이책과 유사한 크기와 분량. (7.8인치)

 

 

 

 

 7.8인치인 페이퍼프로의 경우, 종이책과 거의 유사한 크기를 지닌다.

 심지어 종이책과 페이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창비에서 출간된 표명희 작가님의<어느 날 난민>이라는 소설의 경우 종이책 전체 페이지가 296페이지인데 , 페이퍼프로 원본설정 기준으로 275페이지 분량이다. 물론 전자책이라는 특성 상, 페이지 수의 차이는 불가피하겠지만 종이책 분량과 거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기기 자체의 크기도 일반 종이책의 크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종이책'의 감성을 다소간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점 2.  활자의 가독성

 

 

 

(좌 : 리디북스 페이퍼, 6인치   우: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7.8인치)

 

 

 

페이퍼프로의는 활자의 가독성이 깔끔하고 활자가 큼직하다.

 

 기실 활자의 크기는 리더기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확대되는 것이라 여길지 모르겠으나 페이퍼프로는 같은 300PPI의 선명도를 지니고 있는 리디북스 페이퍼와 비교했을 때도 활자가 깔끔하다.  즉, 흐릿하게 보이는 글자가 없으며 활자의 선명도가 매우 좋아 독서하는 데 눈의 피로가 적다.

 

 

강점 3.  저장공간 용량의 확대

 

 

 

 

저장공간의 확대.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는 내부저장소 6G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 리디북스 페이퍼보다 저장공간이 확대되었다.

SD카드는 최대 32G 추가 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실제 삽입 결과 60G이상의 SD카드도 인식되니, 고용량의 SD카드를 사용하면 많은 책을 질러도 독서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강점 4.  퀵버튼  및 가로모드와 색 온도 조절 기능

 

 

 

 

페이퍼 프로의 경우, 제품 상단 오른쪽 버튼을 길게 누르면 퀵버튼 창이 뜨고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다 생각하며 눈에 띠는 기능은  화면회전 기능과 색 온도 조절 기능이었다. 

 

 

 

1) 가로모드

 

  페이퍼 프로의 경우 기존모델인 페이퍼와 달리 7.8인치라는 큰 화면을 활용할 수 있는 가로모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가로모드 편의를 제공하여 만화책을 보는 독자들이나 논문이나 전문서적 등 한 페이지에서 더 많은 내용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다. 

 

 

2) 색 온도 조절 기능

 

 

 

(좌 : 리디북스 페이퍼, 6인치   우: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7.8인치)

 

 

 

 

 기존에 페이퍼에 있던 밝기 조절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기능으로, 색 온도 조절 기능을 추가 제공하여, 야간 독서 시 눈의 피로도를 풀어주며 타인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밝기, 분위기있는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Feat. 김상중)

이 기기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1) 형광펜 기능 사용 시 멈춤현상

 

 

  개인적으로 페이퍼 프로를 사용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발견한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간혹 형광펜 기능을 사용해 밑줄을 그을 때 멈춤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구입 초기부터 그러했고, 대여도서에서 더욱 그러한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더기 사용자 개개인의 독서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필자가 리디북스 고객센터 측에 문의를 넣었고 현재 이 부분에 대해 점검 중으로 알고 있으며 문의 이후 최근에는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은 현상이기에, 점차 업데이트나 리디북스 측의 점검 등을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여긴다.

 

 

 

 

2) 열린서재 기능의 부재

 

 물론 이 부분은 리디북스의 기기 제작 시의 철학과 관련되어 있을지 모르겠으나, 늘 제기되어왔듯 크레마진영에 존재하는 열린서재 기능(타 서점사 책 독서 가능)이 리디북스 측에는 제공되어 있지 않는 부분을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필자는 페이퍼프로를 루팅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눈물을 흘리며(?) 루팅을 하고 있는 페이퍼/페이퍼프로 유저를 위해 타 서점사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을 리디만의 방법으로 제공, 포용해 주시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3) 블루투스 및 리모콘 , TTS 기능 등 여타 IT 기능의 부재

 

 

  필자는 리더기 사용 시 블루투스나 리모콘, TTS 기능을 크게 활용하고 있지 않아 많이 체감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 이북 리더기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피드백이다. 큰 화면으로 인한 리모콘 사용에 대한 소망은 거치대 케이스 등을 구입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며, 개개인의 기능에 대한 필요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음 제품 발매 시 이러한 부분들 - 독자들의 니즈를 고려한다면 더욱 성공적이지 않을까 싶다.

 

 

 

리디북스 페이퍼프로(RIDIBOOKS PAPER PRO) 종합평가

 

- 간략요약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종이책 만큼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독서할 수 있도록 여러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추가하거나 오류사항을 개선한다면 더욱 완벽할 것이라 기대한다. 

 

★★★★☆ 4.5/5점

 

 

 

 

 

+

꿀 팁 !

 

 

당신이 페이퍼프로 유저이며, 페이퍼프로를 더욱 알차게 이용하고 싶다면!

 

 

 

1. 리디북스에서 월 6500원에 최대 10권의 도서를 대여해 읽을 수 있는 리디셀렉트 기능을 사용하거나,

https://select.ridibooks.com/home

 

 

 

 

  2. 나와 페이퍼프로의 즐겁고 가치있는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올리는 인스타그램 사진 이벤트 MyPaperTime 이벤트 등에 참여해 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https://ridibooks.com/event/10471

 

 

 

 

(늘 고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이벤트 및 서비스를 마련하는 리디북스는 사랑입니다♡)

 

 

 

 

 

by papyros 2018. 7. 22. 20:57

베아트릭스 포터, 피터 래빗 전집,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E-book cafe <피터 래빗 전집>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민음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양서를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민음사 측에 감사드립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곳이 맞고, 저 사람에게는 저곳이 맞다. 내 경우에는 티미 윌리처럼 시골에서 사는 것이 더 좋지만.”

 

- 베아트릭스 포터, 도시 쥐 조니 이야기,피터 래빗 전집, 민음사, 2018, 575.

 

 

 

 ’피터 래빗. 기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피터 래빗은 그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수많은 귀여운 동물 중 하나일 뿐으로, ‘이나 영화같은 컨텐츠보다도, 오히려 클리어파일, 노트 등 학용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토끼일 뿐이었다.

 그러나 2018년 봄, 성인이 되어 제대로 마주하게 된 피터 래빗 전집덕분에, 베아트릭스 포터로부터 세상에 나오게 된, 피터 래빗을 비롯한 여러 동물 가족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자세히 접하게 되었다. 금색과 빨간색의 고급스런 표지, 양장본, 그리고 척 보기에도 제법 두꺼운 책에 압도되었으나, 책을 펼쳐든 순간 나는 동물가족들의 이야기로 몰입되어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는, 단연 우화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래빗을 비롯한 토끼가족, 생쥐 가족, 고양이 가족 등 수많은 동물들을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그 속에서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전집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몇 가지 떠올리자면- 피터 래빗 이야기, 피터 래빗 이야기, 플롭시 버니네 아이들 이야기, 토드 씨 이야기(토끼 가족 스토리),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 피글링 블랜드 이야기, 꼬마돼지 로빈슨 이야기정도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까지 4남매의 토끼가족 중 막내로 유독 장난기가 심하고 모험심이 강했던 피터 래빗. 자칫하면 맥그리거씨에게 붙잡혀 토끼파이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어머니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맥그리거씨의 밭에 들어갔다가 파란 웃옷을 잃어버리는 등 호된 경험을 하고 돌아온 그의 유년시절에서부터, 그가 성년이 되어 펼쳐지는 플롭시 버니네 아이들 이야기, 토드 씨 이야기에서 그의 사촌 벤저민 버니와 누나 플롭시가 결혼해 얻은 여섯 마리의 아기토끼까지, 그들은 일평생을 농장 주인 맥그리거, 혹은 다른 동물(오소리나 여우 같은)들에게 잡혀갈 수 있다는 위험(불안)을 안고 지낸다. 여우나 오소리 등의 본능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맥그리거씨로 표상되는 인간의 이기심, 욕심 때문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글링 블랜드 이야기꼬마돼지 로빈슨 이야기에서 피글링과 로빈슨이 결국 자신의 친구를 팔아넘기려는, 그리고 자신을 키워 베이컨으로 만들려고 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도망치는 여정을 그린 모험적인 이야기 이면에 그들이 그런 여정을 겪을 수밖에 없게 만든 인간들의 욕심에 잔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는 따뜻한 인간을 도와 실을 잣는 생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유년시절 읽은 동화 <구두장이와 꼬마요정>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앞서 언급한 맥그리거씨나 로빈슨을 잡아 베이컨으로 요리하고자 했던 요리사와 같은 인간의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인간이 동물들의 도움을 받는 내용이었다.

 일련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동물들을 모두 의인화해 표현하고, 이들이 인간에 의해 희생당할 위기에 처하거나, 혹은 인간을 돕는 내용이 그려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과 생명, 특히 동물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었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사람도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며 사람들과 동물들은 이 세상에서 공생하는 존재라는 점을 역설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야기들 대부분에서 ’(맥그리거, 오소리, 여우 토드 등)에 대항할 때 조력자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유의미하다고 여겼는데, 위험과 불안에 함께 대응하는 조력자를 통해 개개인의 힘보다는 조력자와의 협력(協力)을 통한 공동체성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한편 도시 쥐 조니 이야기, 여우와 황새 이야기의 경우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의 <도시 쥐와 시골쥐>,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와 매우 유사해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솝우화를 소재로 삼아 베아트릭스 포터가 각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도시 쥐 조니 이야기를 통해, 지나치게 격식화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자성과 더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농촌의 소외현상이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가치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 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도, 각자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공존해야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내게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전해졌다.

 귀여운 삽화 이면에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이면의 메시지를 대부분의 독자들이 마찬가지로 읽어낸다면, 피터 래빗 전집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이솝우화등의 고전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저자가 영국인이다 보니 영국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어휘나 노래, 비유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책과 더불어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에 대한 이해, 영국 문화권에 대한 이해 등이 배경지식으로서 활성화 될 때 내용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2006년에 세상에 등장했던 영화 <미스 포터>를 함께 보거나 이와 더불어 책에 대한 큐레이터, 독서모임에서의 나눔 등 전문가나 타인의 해석을 아우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서 어머니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 <용궁에 간 토끼>이야기를 들으며 꿈나라로 갔던 기억이 난다. 이런 동화들은 왜인지 모르게 성인이 된 지금에까지 뇌리에 깊이 남는다. 피터 래빗 전집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도 그렇게 한 편씩 잠자리에서 들려줄 이야기로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

 

 

 피터와 벤저민이 아기 토끼들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났을 때 바우서 영감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플롭시는 뛸 듯이 기뻐했다.

 아기 토끼들은 가벼운 타박상을 입고 몹시 허기진 상태였다. 아기들은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고 곧 회복되었다.

 

- 베아트릭스 포터, 토드 씨 이야기,피터 래빗 전집, 민음사, 2018, 484.

 

 

 고양이는 순수한 우정에서, 그리고 요리사와 바나바스 선장에 대한 앙심에서 로빈스이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게 도와주었다.

 

- 베아트릭스 포터, 꼬마 돼지 로빈슨 이야기,피터 래빗 전집, 민음사, 2018, 665.

 

 

 

by papyros 2018. 5. 26. 03:06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E-book cafe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RHK(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양서를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RHK측에 감사드립니다.




 

 

 

 




-꽃에도, 풀에도, 나무에도 마음이 있단다. 거짓말 같으면 진심으로 말을 걸어보렴. 식물들은 칭찬받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는 거야. 그러면 반드시 응해 올 거야.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158.

 

레일라는 살아 있는 거야? 죽은 거야?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알려줘. 너희들의 깨끗한 마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야. 만약 레일라가 살아 있다면 도와줘.”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159.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이 서정적인 제목을 지니고 있는 미야모토 테루의 이 작품은, 단순한 서사구조 안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을 먼저 접했는데, 알고보니 그 영화의 원작소설 작가가 바로 미야모토 테루였기에 작품의 서정성이나 서사 구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서정적인 소설이라는 소개와는 달리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쿠에 올컷이라는 한 여성의 죽음이다. 그녀는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미망인으로, 남편인 이안 올컷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이 남편 대에서 성공을 거두었기에 상당한 재산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전국 일주 중 벌어진 '기쿠에 올컷'의 죽음. 그리고 망자의 유산을 그녀의 조카인 오바타 겐야-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원에서 유학하며 MBA과정을 마친 일본인 가 전부 상속하게 되어 오바타 겐야가 로스엔젤레스(LA)의 팔로스버디스반도로 건너가게 되면서 작품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기쿠에 올컷의 집 그 정원에서 겐야가 마주한 진실은, 백혈병으로 여섯 살의 나이에 죽은 줄만 알았던 사촌 레일라가 사실 유괴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비공식적인 기쿠에 올컷의 유언 마지막 줄에 따라서, 레일라를 찾아 유산의 70%를 전해주어야 한다는 책임이 겐야에게 부과된다.

 

 

“‘그것과는 아직 떨어질 수 없다……. ‘그것이라고 쓰여 있는 걸로 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물건인가. 떨어질 수 없는 물건……. 멜리사는 레일라와 나이가 별로 다르지 않지. 그렇다면 그때는 다섯 살이나 여섯 살. 그 정도의 여자아이가 떨어질 수 없는 그것이란 한정되지 않을까? 부모가 우격다짐하지 않고 느긋하게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그것이라고 하면 인형이나 장난감, 이제 갓난아기가 아닌 유아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뭔가겠지.”

 겐야는 니코가 교코 매클라우드의 편지에서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느낀 것인지, 딸 멜리사가 떨어질 수 없는 그것에만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이라……. 이 교코 매클라우드의 편지를 보면 원래 몬트리올에 살지는 않았군.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거야. 기쿠에 씨하고는 어디서 알게 되었을까? 일본에선가. 일본에서부터 친구인데 기쿠에 씨는 미국인과, 교코는 캐나다인과 결혼했지만 교우관계는 이어졌다. 하지만 기쿠에 씨는 그것을 남편한테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든 남편에게 숨기고 싶었다. 그건 왜일까?”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152-153.

 

 

 레일라를 찾기 위해 오바타 겐야가 기쿠에 올컷이 만약을 위해 남겨둔 마치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만 같은 힌트들을 찾아내고, 사립탐정인 니콜라이 벨로셀스키’(니코)가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히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협력하여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쿠에 올컷이 유괴사건에 가담했다는 것. , 딸을 유괴당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했다는 것. 이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 무엇 때문에 어머니가 딸을?”이라는 질문에 당면하게 된다. 그녀가 유괴라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레일라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 했던 것은, 마트 CCTV안에서 자신에게 타월을 흔드는 딸 레일라의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학생을 만났나요?”

흑인 경비원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 .. 건방진 꼬맹이였어요. 신분증을 보여달라지 뭐예요.”

경비원은 웃으며,

학생의 요구는 정당한 겁니다.”

하고 말했다.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207.

 

 

언제였더라. 사격 클럽의 이사를 맡고 있다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가,

매년 미국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총으로 죽는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주위의 어른들도 총알이 들어 있지 않다고 믿는 총으로 놀다가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221.

 

 

 

벽이나 창에 매달린 화분의 숫자 말이네. 거베라 화분이 서른세 개야. 레일라는 서른세 살이지. 우연일까?”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260.

 

 

이후 작품의 후반부에서 겐야가 교코와 케빈 부부를 만나며 밝혀지는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왜 어머니가 직접 유괴사건을 조작해 딸을 떠나보내야만 했나하는 물음에 석연치 않았던 부분이 드디어 풀리는 지점. 소설에서만 나타나는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는, 대부분의 성폭력이 친족 간에 일어난다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읽었던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작소설 베어타운에서도 하키단 단장의 딸 마야가 유소년팀 하키팀 유망주인 청소년 케빈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공동체의 시선과 싸워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사건 이후 공동체 안에서 외롭고 처절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족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사랑안에서 부모님의 보호 속에 사건을 함께 극복해 나가면서 결국 베어타운에 남게 되다. 그러나 이 작품의 레일라는 결국 어머니를 떠나 다른 가정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고, (그녀의 친부모를 잊고) 살아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레일라와 마야의 삶은 (본래의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마야와 레일라 둘 모두,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력한 모성애에 의해 보호받았으므로.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삶은 어떤 어린아이에게나 당연한 환경이어야 하는 것이다.

 

 

기쿠에 씨는 굉장한 정신력의 소유자네. 감탄할 수밖에 없어. 27년이나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불안이나 공포와 싸우며 살아온 거니까. 몬트리올대학의 졸업식 식장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멜리사 매클라우드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쿠에 씨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40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정환경에서부터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손에 맡겨 자신을 잊게 해야만 했던, 그리고 범죄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평생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던 기쿠에 올컷의 비극적인 상황. 딸을 보호해야 하는 그녀의 깊은 애정이 아니었다면, 레일라는 지금의 삶처럼 행복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기쿠에 올컷이 진정으로 바라고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야 말로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의 행복이었기에, 작품 말미에 겐야가 그려낸 27년 전 기쿠에 올컷과 레일라의 모습은 따뜻하고도 슬픈 느낌이 묻어난다. 레일라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비극을 기꺼이 감수한 어머니 기쿠에 올컷의 희생이, 마치 자신의 진주알을 기꺼이 내어주는 어미조개 같기에. 그만큼 아름답고도 서린 사랑이기에.

 

 

 

 

 겐야는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오바타가의 능소화보다 색이 짙고 꽃잎도 큰 올컷가의 능소화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중정의 잔디밭 위에 27년 전 서른여섯 살의 기쿠에 고모를 두었다. 겐야에게는 그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기쿠에 고모는 길이가 긴 주름치마를 입고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겐야가 잠시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어린 레일라가 달려와 엄마에게 안겼다. 기쿠에 고모는 깔깔 웃음소리를 내며 레일라와 함께 잔디밭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 달빛이 두 사람의 몸에 금색으로 선을 둘렀다.

레일라는 엄마에게 안아달라며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나서 꽃밭으로 달려가 꽃들을 가슴에 안을 만큼 안아서는 강아지 같은 걸음걸이로 돌아와 엄마에게 쏟았다.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405.

 

 

 추리적(미스테리적) 서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이 가치 있었던 이유는, 기쿠에 올컷이 그녀의 조카에게 전해주고자 한 - 마치 퍼즐과도 같은 레일라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한편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지닌 내면의 깊은 곳에 순수한 사랑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한 개개인의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겐야가 품은 제시카에 대한 사랑, 탐정 니코와 함께하는 터본스테이크와 스프가 마련된 식사자리 등의 소박한 행복이 서사 속에 자리하는 것은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삶의 그러한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중정의 풀꽃이라는 신비스러운 존재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한편 행복소망하며 진실을 찾아나가는 서정성. 양측의 무게 추를 맞추는 사이 기쿠에 올컷의 내면을 독자 자신에게로 내사하는 마법 같은 순간, 작품은 마무리된다.

비극과 행복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중정의 꽃들, 기쿠에 올컷의 결심, 겐야와 니코의 추리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만 같은 작품이었다.

(애초에 영화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장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기쿠에 씨는 이언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서 레일라가 좀처럼 잠을 자지 않는 밤에는 정원의 꽃밭으로 안고 나갔어요.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아무리 무서운 일이나 슬픈 일이 일어나도 엄마가 반드시 도와줄 테니까, 레일라는 그냥 안심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기쿠에 씨는 레일라가 얼마나 영리하고, 마음씨가 얼마나 고우며, 모두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아이인지를 몇 번이고 말해주었대요. 어른이 되면 키도 크고 다들 돌아볼 만큼 예뻐질 거야. 그렇게 되도록 이 꽃밭에 부탁해보자, 꽃에게도 풀에게도 나무에게도 마음이 있어.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레일라의 마음과 꽃, , 나무의 마음은 말을 할 수 있어. 꽃도 풀도 나무도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말해줄 거야. 레일라도 언젠가 꽃, , 나무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러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알게 될 거고…….

 

 

 

-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RHK, 2018, 393.

 

 

 

 

 

 



 

by papyros 2018. 5. 4. 01:07

리디북스 페이퍼프로(RIDIBOOKS PAPER PRO) 사용후기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진리의 두 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E-book 리더기 애용자일 것이다.

 

 11월의 어느 날, 자주 활동하는 카페인 네이버 E-book cafe에서 우연히 리디북스 페이퍼프로의 출시일을 접하게 되었다.

리디북스 페이퍼라이트와 페이퍼에 이은 새 기계라니. 기실 그 때만 해도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를 내가 구입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2016년  7월 9일 구입해 사용하던 리디북스 페이퍼가 멀쩡히 , 그것도 매우 유용히 사용중에 있었고 무엇보다 이북리더기에 7.8인치라니, 너무 무겁거나 휴대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그러나 스펙이 공개되고, 카페에 글이 올라오고 ....... 사전예약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점차.....어? 약간 큰 기기도 나쁘지 않겠는데? 무엇보다 가독성이 너무 뛰어나 보이는데...?에 혹하게 되었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은 이미.... 11월 30일 사전예약을 해 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사전예약 뒷 회차도 아니고 얼마나 정각에 클릭했던 건지.......

 

 

 

 

 

 

 

사전예약 1차에 성공하였다...... 즉 리페프로를 제일 빨리받아보는 배송일자에 속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리페프로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크지는 않았으나 E-book cafe의 글들에 혹해 ,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끔씩 나타나는 페이퍼의 오류? 때문에(이건 소비를 위한 합리화이긴 하지만 ㅎㅎ ) 진리의 두대를 실현해서 리페의 고장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에도 크레마 그랑데와 매우 깊은 고민을 하다가 알라딘 중고매장에 들러 크레마 그랑데의 실물과 반응속도를 살펴본 후 최종적으로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줄여서 리페프로를 12월 14일에(결제 가능한 13일 이후에도 다소간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다음날인) 결제하고 말았다.......!

(질러버렸고, 돌이킬 수 없었다. 사전예약 플립케이스 3만원 할인 쿠폰은 알뜰히 사용했다 ㅎㅎ)

 

 

 

 

그리고는 택배를 기다리는 즐거운 몇 일이 흘러

금요일 퇴근한 후 저녁에 집에 가보니 나와 간발 차이로 택배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박스조차 고급스러워 보이는 페이퍼프로...... 조심스레......? 아니 허겁지겁......?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박스를 뜯고 드디어 페이퍼프로를 만났다..!! 뭔가 페이퍼 구매 때보다 더 신중하고 섬세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플립커버를 꺼내고, 리페프로를 꺼내기 시작했다.

 

 

 

 

 

 

전원을 켠 후 리디북스 아이디 및 wifi 환경을 설정한 후, 새로 등장한 기능인 색 온도 조절 기능과 함께 프론트라이트 밝기 조절 기능에 대해 사용법을 다시금 익힌 후, 드디어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를 사용할 모든 셋팅이 완료되었다.......!! 

 

 

 

는.....- 어이 책부터 다운 받아야지..!!

기존에 소장중인 책을 다운 받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백업 기능이 있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일순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설정이 완료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페이퍼프로를 귀히 여기느라 밖에서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고 (휴대용으로는 페이퍼를 주로 이용)

요즘에야 카페나 회사에서 페이퍼프로를 더 애용하기 시작한 지라, 순수 사용 시간이 아주 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약 2주 간의 간단한 사용 소감을 정리해 보자면,

 

장점으로는,

 

- 플립커버케이스를 씌웠음에도 무게가 무겁지 않다. 심지어 나는 손이 매우 작은 편에 속하는 여성인데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리디북스 페이퍼에 익숙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 활자의 크기가 커지며 가독성이 더 좋아져 책을 읽는 데 페이퍼보다 조금 더 시원시원한 느낌이 있다.

- 반응속도의 경우 가장 걱정한 부분이었는데 페이퍼에 비해 '아주 느리다'고 까지 생각되진 않았다. 페이퍼보다 느리긴 하지만 불편할 정도/신경쓸 정도는 아니며 알라딘 매장에서 만져본 크레마 그랑데보다는 빨리 넘어가는 편. (개인적인 체감이다.)

- 색 온도 기능. 색감이 따뜻한 기능 또한 있어서 좋았다.

- 가로로도 물리키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단점으로는,

 

- 슬립화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동기화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슬립화면 버튼을 누를 때 오른쪽 상단이 흩뿌려지는?? 현상 같은 것이 있었다. 슬립화면을 바꾸니 이런 현상이 사라지긴했는데 심각한 오류인 줄 알고 놀라기도 한 만큼 리디측에서 슬립화면 디자인?? 등도 신경 써 주시면 감사하겠다.

 

- 동기화 문제. Wifi를 꺼 두면 페이퍼 및 기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 등에서 읽던 부분 동기화가 되지 않는데, Wifi가 켜져있지 않을 때에도 동기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 배터리 때문에 Wifi를 거 두는 때가 생각보다 더욱 많다.

 

- 페이퍼보다는 전체적인 속도가 느린 편인 것 같은데, 책을 좀 빨리 터치하다가 그대로 페이퍼 프로가 멈추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리셋한 적이 한 번 있었다 ㅠㅠ.. 고장난 줄 알고 식겁했다...

 

 

그리고 사용하면서 기타 불편한 사항은 아직 많이 느끼지 못했고, 아직 시스템 자체가 초기상태이기 때문에, 리디측에서 인지하는 부분들에 대해 점차 업데이트 해 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언제나 고객의 의견을 듣고 기계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그리고 양질의 독서환경을 제공해주시고자 하는 리디북스 측에 늘 감사드리며

 

소비생활의 중심 , 그리고 독서생활의 중심인 E-book cafe에도 많은 애정을 보낸다...!

 

만족스러운 소비였으며, 페이퍼프로(리페프로)와 함께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고자 한다:) 

 

 

 

 

 

 

 

 

 

 

 

 

by papyros 2017. 12. 28. 15:58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E-book cafe <네 안에살해된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자책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에프(f)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일을 했고, 인간의 근심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리는 바람과 별들과 밤과 모래와 바다와 접촉했다. 우리는 자연적인 힘들과 속과 속이며 지혜를 가렸다. 우리는 봄을 기다리는 정원사처럼 새벽을 기다렸다. 우리는 약속의 땅처럼 기항지를 기다렸고, 별들에게서 진실을 찾았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64.(페이퍼 프로 기준)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생텍쥐 페리. 기실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미 너무나 위대한 고전이 되어버린 어린왕자만은 기억할 것이다. 2017년의 마지막 달에 접한 이 책은 짧은 생을 살다 간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 페리의 삶과 영혼이 담긴 그의 자전적인 산문(수필)이다. 프랑스에서는 인간의 대지, Terre deshommes, 미국에서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 Wind, Sand and Stars 이라는 제목으로 1939년 출간된 이 책은, 미약하게나마 생텍쥐페리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기실 아직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어린왕자단 한 편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젠가 남방우편기야간비행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생텍쥐페리가 우편비행사로 일해 왔던 것에 대한 사소한 배경지식과 그의 소설 어린왕자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생텍쥐페리가 살아가던 그 시절, 그가 선택한 우편비행사라는 직업은 현대의 파일럿(비행기 조종사)보다도 더 큰 위험을 담보하고 있는 직업이었다. 비행기가 어떤 고장이 나거나 악천후를 만나 어떤 문제가 생기든, 어디에 불시착하든 생존은 오로지 조종사들 그들에게 달려있었고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그가 카사블랑카에서 출발한 비행을 할 당시, 단지 위험한 순간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의 진로를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항로변경에 관해 징계에 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 이러한 직업적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위험성을 가득 안고 있는 직업이기에 메르모즈나 기요메와 같은 인물에 대해 그가 지니는 동료애, 유대의식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불시착,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행기를 조종해 우편을 배달하는 그들의 책임의식과 소명은 매우 숭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위대함은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데 있다. 그건 자기 자신과 우편물 그리고 기다리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들의 고통 혹은 기쁨이 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건 저기 살아 있는 자들이 날마다 새로이 쌓아 가는 책임이고, 그 자신도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다. 자신의 위치라는 한도 내에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잎사귀로 넓은 지평을 덮어 주는 큰 인물들에 속하다. 그것은 제 탓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돌을 놓으면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48.(페이퍼 프로 기준)

 

 작품에 등장하는 일화(7, 사막 한가운데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생택쥐 페리는 그의 동료 프레보와의 비행 중 사막 지대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물론 위험천만한 사고에도 생존할 수 있었음이 가장 기적적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생존해 다시 돌아가기 위해 사막의 지독한 갈증과 허기를 견디는 고통스런 나날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신기루를 보기도 하지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버티는 생텍쥐페리와 동료 프레보의 여정을 보면서 함께 고통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잔의 물에, 한 개의 오렌지에 행복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아주 작은 것으로도 잠시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단면을 통해 정신적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결국 그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리비아의 사막지대에서 한 배두인을 만나 갈증을 해소하고, 구출되는데 구출의 순간을 묘사한 생텍쥐페리의 글을 통해 그의 인간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오르게 하는 이 구절은, 모든 인류에 대한 사랑과 박애를 담아내고 있었다.

 

 

 우리를 구해 준 리비아의 베두인이여, 그럼에도 당신은 내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질 것이다. 나는 당신 얼굴을 결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내게 인간이고 그렇기에 모든 인간의 얼굴을 동시에 하고 나타난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형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당신을 알아보리라. 당신은 고귀함과 자비를 두르고 마실 것을 내려 주는 귀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당신 안에 있는 내 모든 벗들, 내 모든 적들이 내게로 걸어온다. 그러니, 이제 나는 세상에 적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72-173.(페이퍼 프로 기준)

 

 

 

 

 특히 그 어느 일화보다도, 그가 무어인들에게 1000프랑을 주는 대가로 흑인 노예 바로크를 인계받고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 될 수 있게 도와 준 일화(6, 사막에서)가 가장 마음에 남았는데, 그것은 바로 바로크라는 인물, 바로크에 대한 생텍쥐페리의 인식 때문이었다. 그가 비록 노예의 신분에 놓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유로운 목자로 살던 과거를 늘 잊지 않고 있었으며 늘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는 그 자신이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인격을 늘 지니고 있었으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삶의 주인으로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였다. 그 자신 또한 소유한 바가 많지 않았음에도 가죽신, 장난감, 팔찌 등 귀중품을 기꺼이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준 바르크의 행동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이의 모습이었으며,

생텍쥐 페리는 그런 바로크의 모습으로부터 깊은 감응을 얻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는 나 또한 그렇다. 그리고 바로크를 통해 얻은 생택쥐페리의 가치관이 그의 작품 어린왕자에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자유로웠기에 기본적인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사랑받을 권리, 남으로든 북으로든 돌아다닐 권리,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권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심한 배고픔을 느낄 때처럼, 그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삶들 사이에서 사람이 될 강렬한 필요를 느꼈다.

(중략)

 

 그에게는 발목을 잡는 인간관계의 무게, 눈물, 이별, 비난, 기쁨 등 한 인간이 어떤 몸짓을 할 때마다 어루만지거나 상처를 내는 모든 것, 그를 다른 이들과 이어 주고 그에게 무게를 부여하는 수많은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바르크에게는 수많은 희망의 무게가 생겼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14-115.(페이퍼 프로 기준)

 

 

 

 

 

 ‘저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술꾼, 혹은 실업가 같은 사람들에게 멸시받을 테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저 사람뿐이야.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전념하기 때문일 거야.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54.

 

어린 왕자가 여러 별들에서 만난 물질, 명예를 추구하는 어른들. 지구에는 그런 어른들이 이미 도처해 있지만 그가 다섯 번째 별에서 만난 가로등을 끄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했던 까닭은 그는 자기 자신의 허영을 채우고자 하는 외면적인 대상에 신경 쓰지 않고 그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본다면 바로크도, ‘생각과 행동의 자유의 가치를 분명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삶에 충실한 인물이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행기를 몰았던 생텍쥐페리와 그의 동료들도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부족한 지식과 만연체의 문장에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작품이었던지라, 작품의 감상에 오독이 있었는지 우려되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내면에 깃든 가치라는 것이다. 추구해야 할 그 무엇. 그것이 삶의 가치관이든, 지식(학문에 대한 진리)이든, 내면화된 태도이든. 마치 호그와트의 네 기숙사에서 추구하고 있는 그러한 가치들과 같이. (정의, 진리, 용기, 재능) 그런 의미에서 해석한다면 이 작품의 가장 후반부에 등장한 마지막 문구를 이해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바로 우리 개개인의 내면의 깃들어있는 가치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우리가 장미와 같은 식물들을 정성껏 가꾸듯, 이러한 인간 내면의 가치 또한 중히 여기고 귀히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는 노력들을 할 때, 세속적인 가치에 전도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며 각자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힘쓸 때에 비로소 인간 삶이 진정으로 실존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텍쥐페리가 작품 전반을 통해 계속해서 전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개개인의 내면에서 모차르트가 살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던 생텍쥐페리의 소망. 1944731일 마지막 비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열정과 책임의식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았던, 그 자신의 모차르트를 소중히 대했던 생텍쥐페리와 같이, 내 안에도 과연 아직도 모차르트가 살아있을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 그의 이토록 아름답고 순수한 글에 매우 깊은 감명을 느낀다. 추후 내면의 여유를 지니고 다시 천천히 재독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는 어떤 부부 앞에 앉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아이가 겨우 비집고 잠들어 있었다. 아이가 잠결에 뒤척였을 때, 그의 얼굴이 등불에 드러났다. ! 얼마나 사랑스러운 얼굴인가! 저 부부로부터 이런 황금빛 열매 같은 아이가 태어났다니, 저 무거운 누더기 더미에서 이토록 매력적이고 우아한 걸작이 태어났다니. 나는 그 매끈한 이마, 뾰로통하게 내민 부드러운 입술 위로 몸을 숙이며 생각했다. 이건 음악가의 얼굴이야. 여기 어린 모차르트가 있구나. 여기 생명의 아름다운 약속이 있구나. 그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고, 교양을 가르친다면 이 아이가 무엇인들 못 되겠는가! 정원에 돌연변이로 어떤 새로운 장미가 피어나면 모든 정원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 장미를 따로 떼어 내어 가꾸며 특별한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정원사는 어디에도 없다. 어린 모차르트도 다른 이들처럼 금형 기계에 찍힐 테지. 그리고 모차르트는 악취가 나는 라이브 카페에서 썩어빠진 음악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차르트도 죽은 것과 다름없다.

(중략)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울퉁불퉁한 저 사람들도, 저 추함도 아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살해당한 모차르트이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99-200.(페이퍼 프로 기준)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란다.”

……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란다……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는 되뇌었다.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76-78.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그래서 초조해 하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어……어린 왕자가 말했다.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83

 

 나는 이제 더는 통근 열차를 탄 저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인간들. 그렇지만 마치 개미처럼 오직 사용되어지기 위해 자가하지 못하는 어떤 압력 따위에 굴복한 인간들. 저들은 쉴 때마저 그들의 불합리한 짧은 휴일을 무엇으로 보내는가?”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64.(페이퍼 프로 기준)

 

 

 

사람들에 따라 별들은 서로 다른 존재야.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 뿐이고. 학자에게는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금이지. 하지만 그런 별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씬 어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가지게 될 거야……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92

 

by papyros 2017. 12.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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