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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스 카페 덕분에 다양한 전자책을 접하며 그동안 많은 이북리더기를  사용해 왔다. 특히 과분하게도 교보문고 펜있샘 7.8 체험단으로 활동했던 것,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사용기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이리스와 함께 독서생활을 하고 전자책에 대해 배워나갈 수 있었던 덕택이었다.


 현재 소장중인 기기로 크레마카르타G, 오닉스포크3, 오닉스노바에어, 리디북스페이퍼4, 리디북스페이퍼3, 리디북스페이퍼1, 교보 펜있샘 7.8, 하이센스A5 등이 존재하고 크레마 그랑데와 크레마 사운드 역시 사용하다 중고로 판매한 적이 있다. 다른 전자기기들에 그렇게까지 욕심이 큰 편은 아닌데 책 욕심과 맞물리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전자책 기기에는 욕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 처음 리디북스페이퍼1을 접한 이후 다양한 기기를 사용해 왔다.

 많은 리더기들을 사용해 보고 거쳐오기도 했지만 시중에 출시된 이북리더기들 중 특히 크레마 기기들은 여러 면에서 우수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 가장 스펙좋은 ‘범용기’라는 점에서 크레마는 많은 이북리더기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전용기를 구입 할 경우 열린서재가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으니.. 

 특히 이번에 출시되는 신기기 <크레마 모티프>는 강화유리 패널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의 설탕액정에대한 우려와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강인함?이 있는 기기이기도 하고 범용기일 뿐 아니라 SD슬롯을 지원하니 이 얼마나 혜자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6인치 패널의 깔끔한 크기와 화이트의 매력은 나를 사로잡는다.

체험단에 선정된다면 그 어느 서평과 이전에 업로드 했던 그 어느 리더기 체험단 후기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체험단으로서 후기 남기겠습니다.. :) 
 독서생활을 함께하는 #이리스 와,  #Yes24 에 늘 감사합니다!

by papyros 2023. 4. 17. 23:41

백온유, 『경우 없는 세계』, 창비, 2023.

 

#경우없는세계 #백온유 #당신의경우 #창비 #성장소설 #청소년 #창비청소년문학 #서평단 #가제본서평단 #책 #독서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창비  ‘『경우 없는 세계』’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창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자 백온유 작가님과, 창비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 게시물의 인용구 페이지는 정식 출간본과 차이가 있음을 밝힙니다.

 

 

 3년 전, 백온유 작가님의 소설 유원사전 서평단에 참여한 적이 있기도 하고, 청소년소설에 늘 관심을 두고 있는지라 금번에 출간 예정인 백온유 작가님의 신간 소설 경우 없는 세계서평단에 지원했다. 유원PTSD를 겪고 있는 개인의 상처 극복과 성장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면, 경우 없는 세계는 가출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내면과 아픈 성장과정을 청소년들 그 자신의 시선에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의 두 축은 ‘인수’와 ‘이호인데, 이미 성인이 된 인수가 가출청소년 이호를 만나면서 가출 청소년 시절을 겪은 바 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이호와 인수의 서사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이호의 경우 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은 에피소드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청소년인 이호가 가출 이후 을 버는 방법은 스스로 가짜 교통사고를 내는 방식이었다. 다가오는 차량에 슬쩍 몸을 던지고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돈을 뜯어내는 방식. 그의 그런 방식들을 목격한 인수가 이호에게 손을 내밀며 이를 만류한다. 위험한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조처하고 이호를 자신의 집에 거두어 숙식을 제공한다. 덕분에 이호는 다른 친구들까지 인수의 집으로 데려오며 기거하게 된다.

이호에게 있어 인수는 그의 손을 잡고 도움을 주고자 한 유일한 어른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이호와 달리 인수에게는 그런 어른이 없었던 것이 그의 청소년기를 아프고 곤란하게 했다.

 전문상담교사로서 소설을 읽으며 인수의 청소년기를 사례개념화해 보게 되었다.

 인수의 가출로 인한 심신의 고통을 주 호소문제로 보자면, 인수의 경우 의 가정폭력이 인수의 가출에 대한 직접적인 촉발요인인데, ‘유발요인으로는 진심어린 사랑이 부재한 가족환경, 의지되지 않는 에 대한 실망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인수가 가출 이후 집에 자신의 옷 여벌과 돈을 가지러 들어갔을 때 부모의 집에는 사랑을 받으며 먹이를 먹는 반려묘가 자리했으며 인수는 자신을 찾지 않는 대신 그 고양이에 투자하는 부모에게 서운함과 실망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수는 내심 늘 부모가 사랑으로 대해주며 진심으로 걱정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었지만 부모는 늘 인수의 소망과는 대조적인 언행을 보인다.

 

 

강압적이며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몹시 엄격한 아버지가
내게 분노하는 지점은 너무나 다양하고도 변칙적이라
나는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살았다.


                                                                       -47쪽.

 

 

 ‘위험요인’(유지요인)으로서 인수가 가출생활을 지속하는 데는 가출생활 중 만난 친구들이 있는데, 특히 성연은 주목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무리속에서 대장으로 자리하려고 하는 성연은 인수를 가까이한다. 성연은 그를 걱정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가족들이 있지만 그 따뜻함 속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반면 인수는 걱정하고 아껴주는 가족들을 갈망하고 내심 부모가 그렇게만 해준다면 집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는데, 이처럼 대조적인 환경과 상황이지만 그들은 가출 청소년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 집이라는 공간 내에서 함께 가출 생활을 지속한다.

 

 보호요인으로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작품의 제목도 경우의 이름에서 기인하는데, ‘ 경우는 가출 청소년이지만 늘 규범과 규칙을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보육원에서 자랐으나 언젠가는 자신을 만나러 와 줄 어머니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선을 넘는 행동을 삼가려는 경우는 인수가 다른 가출팸(‘우리 집이라고 불린다.) 친구들을 따라 선을 넘으려고 할 때 이를 적당히 제어해준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언젠가는 자신을 데리러 오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은 경우는 마치 사랑 받아 본아이처럼 보이며 구김살도 없어 보인다. 인수에게는 그런 경우야 말로 한편으로는 가장 부럽고 질투가 나는 대상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의지하고 싶은 존재였을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그 자신이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으니 낯선 호의에 다소간 경계한 것도 당연했을지 모른다.

 

 왜 저 아이는 사랑받아본 아이처럼 행동할까. 나는 궁금해했다.
왜 처음에 경우의 존재에 대해 순수하게 감격하거나 감동하는 대신 의아해하고 얼마쯤 수상하게 여겼는지 지금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경우와 가장 친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오래 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우가 집을 구하고, 그애의 소원대로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더라도(경우라면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때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두운 마음 한편에는 저렇게 가식적이고 답답한 애는 도무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고,
그애에게 과하게 의미부여를 하는 나를 부끄럽게 여기며 경우에게 정을 떼기 위해 마음속으로 고군분투했다.

-253254.

 

 소설의 후반부, 인수가 성인이 되어서 만난 이호와 같이 그의 어린 시절에 만난 A라는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가출팸 아이들은 무너지고 해체된다. A는 이호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 차에 자기 몸을 던지는 일을 지속해온 아이인데, A가 죽던 그 날 밤 차에 깔리고 짓밟혀 마치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이 보였던 그 소년은 결국 그 날 새벽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을 보고 가출팸 ‘우리 집 아이들은 이성이 마비되어 신고를 말리고 심지어는 사체를 산에 가서 매장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나는 그 아이들이 악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신고 후 따라올지 모르는 온갖 낙인이 두려웠으리라. 불필요한 오해가 두려웠으리라. 다시는 가족들이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휩쌓였으리라.(막연한 희망의 좌절).

결국 사건이 드러나고 경찰 수사 및 법적 처분이 드러난 이후 인수와 혜연을 제외한 아이들은 8, 10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다. 그 과정에서 인수는 유일하게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그의 가 자신의 재력을 통해 값비싼 변호사를 선임한 덕분에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으나 그런 아버지에게 질린(사랑과 걱정이 아닌 자신의 명예만 생각하는) 인수는 결국 집을 다시 나가게 된다.

 

 아버지에게 항변하고 싶었다. 저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순하게 살고 싶어요.
깨끗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도 불편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 싶은데요.
아빠한테 조금 더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거든요. 내 방에서 자고 싶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싶어요.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대신 분식집의 테이블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갑작스러운 행패에 당황한 분식집 아줌마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옆 테이블의 의자도 쓰러뜨렸다.
학생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분식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테이블 모서리에 발등이 찍힌 아버지가 윽, 하고 신음을 내뱉더니 곧장 몸을 일으켜 내 뺨을 힘껏 내리쳤다. 귀가 먹먹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덕에 재판장을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감동적이기보다는 너무나 견디기가 힘들었다.

 

- 244245.

 

 

보조인과 판사는 내게 죄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다.
내가 진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것을.
좁은 캐리어 안에 웅크린 자세로 굳어가던 A가 화석처럼 내 영혼에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추위에 시달리며 내가 외면한 A를 줄곧 앓고 있는 것이다.

 

-248.

 

 가출팸의 분명 비이성적이었고 너무나 위험하고 불안정했으나, 어떻게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그들을 그렇게 내몬 것은 사랑과 관심, 따뜻한 손길을 표현하지 않은 어른들과 사회의 잘못이 아닐까. ‘ 경우가 가출팸의 그 어떤 아이보다도 인수에게 가장 큰 의지가 되는 존재였던 것처럼, 인수가 이호에게 기꺼이 집을 내주고 사랑과 걱정을 표현한 것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그저 손을 잡아주고 사랑과 걱정, 진심을 표현하는(비록 혼을 내더라도 사랑을 담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존재 한명이 그들의 세계에 전부가 되는 것일지 모른다.

 인수, 이호, 경우, 성연........그들의 세계를 조금쯤 따뜻하고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 한 개인으로, 어른으로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린 나이에 그 외로움과 처절한 몸부림을 겪어낸 그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다.

 몰입감있고 가독성있어 편안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아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며 종국에는 다소간 무겁고 먹먹해진 이 책을 주변의 많은 어른들-특히 교사(교육자), 상담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때 청소년이었던 나를 떠올리는 한편 전문상담교사로서 내가 만날 이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는아이들을 어떻게 상담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던 책이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작품이었다. 또한 작가님의 의도일지 모르겠으나....... 영상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영화로 제작되기를 소망해 본다.

 

 

 

죽을 때까지 안고 갈 비밀이라면, 아직도 종종 집 근처를 배회한다는 것.

일년에 한번쯤, 대체로 사람이 없는 늦은 밤을 노렸다.아버지는 주로 차를 지하 1층 주차장에 댔다.
술을 한병 먹고 낫 날카로운 자갈이나 열쇠로 몰래 아버지 차를 긁어놓고 재빨리 도망쳤다.
아버지가 홧김에라도 나를 찾아와 눈물이 날 만큼 혼쭐내는 상상을 했다.
옥탑방으로 쳐들어와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밖에서 개고생이냐며 거친 손길로 대강의 짐을 챙겨 차에 태우는 상상도 했다.
반강제적으로 집으로 끌려 들어가 불편한 표정으로 현관 앞에 서성대고 있으면 어머니는 감격한 표정으로 내 등을 감싸 안으리라.

그들은 내가 꿈속에서 만난 이들이었다. 나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

 

-249250.

 

이호의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나느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뭐가.”
“누가 내 신발 끈 묶어주는 거요.”
나는 멈칫했다.
“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
나는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어른 흉내를 내며 말했다.
“정말 그럴까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요.”

- 256257.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의 심연에서 바람이 휘돌며 서서히 내 몸을 녹였다.
이런 온기를 오래전부터 꿈꿔왔지만 막상 따스함을 느끼니
내게는 이런 온기를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워졌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부디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

- 258.

 

 

 

 

 
by papyros 2023. 4. 1. 11:43

김선정, 『너와 나의 점심시간』, 문학동네, 2022.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문학동네북클럽 ‘『너와 나의 점심시간』’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자 김선정 선생님과, 문학동네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문학동네북클럽 가제본 서평단 공지를 우연히 접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김선정 선생님의 에세이, <너와 나의 점심시간>이었다.
 마침 얼마 전 여러 작가님들께서 앤솔로지 형식으로 집필하신 <나와 너의 야자시간>을 구입하고 읽고 있던 참이라 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나는 현재 상담 기간제교사이지만, 국어로 근무를 처음 시작했기에 내가 있는 곳은 중등(중,고등을 통칭)학교였고 특히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채용되는 곳은 고등학교들이었다. (딱히 중학교와 중학교를 배제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력이 적지만, 이제는 교사의 입장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장단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점잖은 대신 생기부와 출제로 허덕이게 되고 중학교는..그 에너지에 기가 빨리는 곳 ^^
 그러나 초등학교는 내게 다소간 미지의 영역이다. 대학원 시절 교육봉사 시간을 받고 2주/간 초등학교에서 시간강사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수업을 하기도 힘들고 진땀이 났던 기억만 난다. 

주변에 초등학교 교사인 지인들이 많기도 하고, 전문상담교사인로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상 초등학교로 임용을 응시하거나 발령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초등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지니고 책을 펼쳤다.

<너와 나의 야자시간>에서 저자분들이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며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수험생 시절에 대한 기억, 야자시간에 지도해 주신 선생님을 떠올리는 등 청소년기에 겪을 법한 정체성의 문제와 감정선이 잘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김선정 선생님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은 '김영하북클럽' 선정도서였던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를 떠오르게 했다.
 초등 교사의 입장에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든 학년을 다 지도하면서 어린이들을 마주하고 경험한 선생님의 어린이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게 그려져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에세이 속 에피소드들이 있는데,특히 체육시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체육시간의 서열화문제는 너무나도 공감되었는데, 영화 <우리들> 에서도 피구를 통한 묘한 관계의 서열화와 아이들의 우정이 잘 그려져있다.
 또한 어린이들의 채무관계 정리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규칙을 정하고, 어른들보다 더 따뜻하면서도 정의로운 존재가 어린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짧지만 울림이 깊은 책이었는데, 특히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나의 학창시절(초중등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운동신경이 1도 없는 어린이였고, 지금보다도 더욱 더 극 내향적이라 친구들 무리에 끼기 보다는 교실 한쪽에서 조용히 독서에 매진하며 학교 도서관을 자신만의 도피처로 삼던 아이..
급식을 먹을 때도 혼자 앉아 밥을 먹으며 책읽기에 열중하던 그 아이는, 자칫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구나라는 시선 이면에 외로움을 감추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무리에 끼고싶고, 반장이란 걸 해보고 싶은 어린아이 이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선정 선생님의 에세이 곳곳에도 어릴 적의 나 자신과 같은 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급을 막론하고 지금도 자리하고 있을 또다른 나에게 가장 따뜻한 것은 믿음직하고 따뜻한 어른의 존재이다.


위클래스가 부재하던 시절 내가 만난 초중고의 은사님들께서 내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주셨고 덕분에 학교생활을 버텨올 수 있었음이다.
위클래스, 위센터에서 중고등학생을 만나고 또 초등학생들을 만나게 될 나 자신이, 내가 만나게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존재로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렸다.

가장 아름답고 사랑받아 마땅한 그 작은 존재들이 사랑과 행복을 듬뿍 받아 자라나길 소망한다.

비록 성장하며 제도권에 편입되어 가더라도,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잃지 않기를. 좁디 좁은 운동장, 학교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를.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의 집을 생각하면 두렵고 무서웠다. 
'어서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어라. 그리고 그 집에서 나와라.' 
나는 속으로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함께 사는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밖에서 힘든 일,
슬픈 일을 겪고 들어왔을 때 "어서 와라"하며 맞이해주는 것이다.
그런 어른이 한 명만 있다면 아이는 살아갈 수 있다던
선배의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사소함은 아직도 많은 곳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86쪽)

 

학원 차를 타느라 바쁘게 뛰어가는 아이들 뒤로 남겨진 운동장이 쓸쓸하다.
밥을 입안에 쓸어넣으면서까지 차지하고 싶었던 운동장은 다음날이 올 때까지 오래오래 비어 있다.
수업이 끝난 오후나 휴일, 그리고 방학에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52쪽)

 

 


어른에 의해 자신의 의도가 나빴다고 규정당하고 미래까지 점쳐져서는 안 된다.
너는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며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더 좋은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끝까지 믿어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60쪽)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외로운 아이는 반드시 있었다.
무리에서 겉도는 아이가 없도록 살피고 감시해도 어느새 혼자인 아이들이 생겼다.
마음이 따뜻한 아이에게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내가 나서서 같이 밥을 먹거나 놀아주기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이미 쌓인 상처 때문에 달아나버리거나 차라리 혼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여럿이 뭔가를 조정하고 맞춰가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다는 아이도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거나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68쪽)

 

 


(전략) 전처럼 안달을 해가면서 아이를 빨리 누군가와 연결시키려고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조심스럽게 알려줄 것이다.
사람은 혼자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리 속에 있어야 할 때도 있고,
혼자이기 싫어서 애를 써도 외로울 때가 있다는 사실을.

(69쪽)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어떤 아이도 계속 혼자 있거나 계속 같이 있지는 않는다.
무리 안에서 신난 아이도 살다보면 혼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늘 혼자인
아이도 어느새 친구를 만난다. 그렇게 관계의 쓴맛과 단맛, 허무함을 배우면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뒤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얕은 인간관계를 넓게 갖기도 하고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깊게 갖긷 한다.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 경험 없이 저절로 자리잡지는 않으며
이 모든 경험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70쪽)









by papyros 2022. 12. 29.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