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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13 김수환
- 2016.07.04 머슴 대길이
- 2015.10.02 졸업
- 2013.01.15 대학시절
- 2012.04.08 부활절의 기도
- 2012.04.04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 2012.03.27 봄편지
- 2012.02.14 돌아와 보는 밤
- 2012.02.14 청포도
- 2012.02.13 <또 다른 고향(故鄕)>
<김 수 환>
고 은
1969년 한국 천주교의 첫 추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쓴 빨강 스컬캡은 신앙에 앞서 명예였다.
그러나 가장 겸허한 사람이었다.
70년대 이래
그는 한번도 분노를 터트리지 않아도
향상 강했다
그는 행동이기보다 행동의 요소였다.
하늘에 별이 있음을
땅에 꽃이 있음을
아들을 잉태하기 전의
젊은 마리아처럼 노래했다
그에게는 잔잔한 밤바다가 있다.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어느새 훤히 먼동 튼다.
그러다가 진실로 흙으로 빚어낸 사람
독이나
옹기거나
- <만인보> 제 10권 中
머슴 대길이
고은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르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한테는
주인도 동네 어른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 올라가서
홑적삼 처녀 따위에는 눈 요기도 안 하고
지겟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였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하였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이란다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긴 불빛이었지요
졸업
김사인
선생님 저는 작은 지팡이나 구해서
호그와트로 갈까 해요.
아 좋은 생각.
그것도 좋겠구나.
서울역 플랫폼 3과 1/4 홈에서 옛 기차를 타렴.
가방에는 장난감과 잠옷과 시집을 담고
부지런한 부엉이와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
호그와트로 가거라 울지 말고
가서 마법을 배워라.
나이가 좀 많겠다만 입학이야 안되겠니.
이곳은 모두 머글들
숨 막히는 이모와 이모부들
고시원 볕 안 드는 쪽방 뒤로
한 블록만 삐끗하면 달려드는 '죽음을 먹는 자들'.
그래 가거라
인자한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과 주근깨 친구들
목이 달랑달랑거리지만 늘 유쾌한 유령들이 사는 곳.
빗자루 타는 법과 초급 변신술을 떼고 나면, 배고프지 않
는 약초 욕먹어도 슬퍼지지 않는 약초 분노에 눈 뒤집히지
않는 약초를 배우거라. 학자금 융자 없애는 마법 알바 시급
올리는 마법 오르는 보증금 막는 마법을 익히거라. 투명 망
또도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그곳이라고 먹고살 걱정 없을까마는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저 흑마술을 잘 막아야 한다.
그때마다 선량한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아저씨를 생각
하렴.
나도 따라가 약초밭 돌보는 심술 첨지라도 되고 싶구나.
머리 셋 달린 괴물의 방을 지나
현자의 돌에 닿을 때까지,
부디 건투를 빈다
불사조기사단 만세!
김사인 / 『어린 당나귀 곁에서』中 , 詩 졸업
대학시절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부활절의 기도
이해인
돌무덤에 갇힌 침묵이
큰 빛으로 일어나
눈부신 봄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미움을 이겼습니다.
슬픔과 절망으로
웃음 잃은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시는 분
분쟁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평화로 오시는 분
산 위에 바다 위에 도시 위에
눈물 가득한 우리 영혼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빛나는
단 하나의 이름 예수여
당신은 왜 그리 더디 오십니까?
오오, 주님
생명이 죽음을 이겼습니다.
이제는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수난의 마지막 저녁처럼
부활의 첫 새벽처럼 살아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죽어서
당신과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어둠 속에 누워서
밝은 빛으로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왜 자주 숨어 계십니까?
좀 더 일찍 알아 뵙지 못했음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부활하신 세상에서
이제 거짓 사랑은 끝난 것입니다.
삶을 지치게 하는 교만과 불신이 사라지고
겸손과 감사가 넘쳐 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심의 무덤을 빠져나와
어디든지 희망으로 달려가는
하늘빛 바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직 죽음을 이긴 사랑 하나로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말하고
새롭게 행동하는
부활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님이 오시는 들길을 웃으며 달려가는
연초록 봄바람으로 깨어있게 해 주십시오.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親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未來를 꾸며볼 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地球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地球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砂漠의 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火田에 돌을 줍는 百姓들도 沃野千里를 차지하자
다같이 제멋에 알맞은 풍양(豊穰)한 地球의 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地球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生産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보자
앵속(罌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饗宴엔
禮儀에 꺼림 없는 半醉의 노래라도 불러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移民들의 그 틈엔 안 끼어 갈 테니
새로운 地球에단 罪 없는 노래를 眞珠처럼 흩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 十二星座 모든 별을 노래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 이육사 (『風林』, 1936. 12)
봄편지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부활절의 기도 (0) | 2012.0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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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 2012.04.04 |
돌아와 보는 밤 (0) | 2012.02.14 |
청포도 (0) | 2012.02.14 |
<또 다른 고향(故鄕)> (0) | 2012.02.13 |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이옵기에 —
이제 窓을 열어 空氣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房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 6.)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 2012.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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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편지 (0) | 2012.03.27 |
청포도 (0) | 2012.02.14 |
<또 다른 고향(故鄕)> (0) | 2012.02.13 |
내 마음을 아실 이 (0) | 2012.02.11 |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靑葡萄>(『文章』, 1939. 8)
봄편지 (0) | 2012.0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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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는 밤 (0) | 2012.02.14 |
<또 다른 고향(故鄕)> (0) | 2012.02.13 |
내 마음을 아실 이 (0) | 2012.02.11 |
겨울 (0) | 2012.02.11 |
또 다른 故鄕
윤동주
故鄕에 돌아온 날 밤에
내 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房은 宇宙로 通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風化作用하는
白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白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魂이 우는 것이냐
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白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故鄕에 가자.
194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