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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著,『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읽고
‘교회 안에서도 때로는 자신의 사욕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고, 국가 안에서도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는지에 따라서 두 나라 중에서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가 정해집니다.’ (280쪽.)
위 구절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저술한 『신국론』의 핵심 내용이다.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 나라가 곧 교회이고 땅의 나라가 바빌론, 국가라고 동일시하는 세인들의 편견을 바로잡고 있다. 즉 몸이 하느님 나라에 속해 있어도 땅의 나라에 마음이 가 있는 이들이 있고, 몸이 땅의 나라에 있어도 마음은 하느님 나라에 가 있는 이들이 있는데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을 만하다.
기실 그리스도교 역사 전체에서, 그리고 세계사 전체 - 아니, 우리 사회의 단면만 보더라도 세상의 많은 문제는 마음을 땅의 나라, 세속적인 것에만 두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기인한다. 보에티우스를 모함한 이들이 그러했으며 베네딕투스를 독살하고자 하던 이들이 그러했다. 또 굳이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재 일부 대형 교회의 사목자들, 혹은 정치인들이 마땅히 ‘사용’해야 할 대상을 ‘향유’하려고 하는 바, 그들의 목적,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하느님 나라와는 거리가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완벽하고 분명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나 적어도 박승찬 교수님의 책,『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은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신격과 인격의 대립과정 속에서 발달해온 철학과 신학의 완성은 그리스도교가 오랜 논리와 고민 끝에 만들어진 종교라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삶을 통해 낡은 사람에서 새 사람으로의 변화, 회개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으며 ‘향유’와 ‘사용’을 통해 가치의 질서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보에티우스 성인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모습은 고난에 쉽게 좌절하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더욱이 높은 학문적 위치에 올랐음에도 늘 한결같았던 예로니모 성인의 자기성찰, 베네딕투스 성인의 겸손함, 그리고 수도 공동체 안에서 고행을 자처하며 그리스도교적 가치에 헌신하여 세상에 한 줄기 빛이자 소금이 되었던 여러 수도회들의 모습은 진정한 가치가 세속과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것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결 국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크나큰 은총은 하느님의 사랑 뿐 아니라 신앙의 유산이 이어진다는 점에 있지 않은가 싶다. 이 책은 이러한 신앙의 유산 그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이 유산을 잘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 줄 수 있 을지, 그 실천적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전 세계가 그릇된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로 인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유지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신앙, 그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지향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이 하느님 나라에 닿아 있는가에 대해 반추하는 자세라 하겠다. 그 지점에서 바로 절망 한편의 희망이 가능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가 지니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신국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최종적으로는 하느님의 나라가 승리할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보에티우스도 사형수로 갇혀 있으면서도 끝까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그 문을 붙잡으며 매달릴 때, 하느님은 생각지도 못하게 그 문이 아닌 다른 문을 열어 놓고 준비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때에 그 문을 발견할 수 있나요? 지금 우리가 인간적인 생각으로 붙잡은 것들을 놓아 버릴 때만 하느님이 열어 놓으신 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10-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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