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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5주차 – 서평&필사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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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가 정말 바쁘게 지났다. 내게 있어 4월이라는 기간은 참으로 바쁜 한 달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와 바로 일상으로 복귀해 학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게 될 교재의 고전소설 작품 어휘를 풀이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안학교 독서수업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보내느라 정말 정신없고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특히 일본여행에까지 무거운 짐 안에서 장 그르니에의 『섬』은 나와 이 한 달을 같이 보냈다.
이제서야 겨우 ‘장 그르니에’ 라는 작가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그의 대표작을 한 권 일독했을 뿐이기에 그의 작품에 이러구러 이야기를 정도는 못 되지만...... 한 달간 그의 작품을, 문장을 읽으며 나는 그의 문장이 정말 아름답게 채색되어있으면서도 비교적 간결하고 단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주 화려한 치장 같은 미사여구는 들어 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느낀 바에 대해 영탄하고 의문을 던지고, 깨달음을 공유하는 그의 글은 마치 그의 삶 속에서 느낀 바를 전달 해 주는, 인자한 철학 선생님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그가 철학자이기도 하지만!)
특히 고양이 물루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보르메의 섬들」이나 「행운의 섬들」에서 보여준 자연/목가적 삶에 대한 예찬과 낭만.. 나는 그의 글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가능한 건 장 그르니에의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 어린 관찰’에 있다고 여긴다.
안도현 시인의 시(詩)「스며드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이들이 그저 쉽게 지나치는 밥상 앞의 ‘간장게장’을 보고 꽃게의 희생에 주목하는 것, 혹은 김용택 시인이 섬진강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과의 삶을, 그곳 자연을(특히 나무에 대해 많은 시를 쓰셨더란다.) 일상을 시로 표현하신 것처럼, 장 그르니에의 『섬』 또한 다른 이들이 무심코 넘어가는 일상적인 풍경과 사물에 대한 관찰과 숙고가 종합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을 더 많이 읽고, 그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 카뮈가 부러워하듯 장 그르니에를 처음 만나고 알아가기 시작하는 20대의 삶은 진실로 선물 같은 거니까! 양서를 읽고, 자연 속에서 나만의 보르메 섬과 같은 곳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행도 다니고 경험하며 내적으로 성장하며 20대 후반의 몇 년을 잘 마무리하고 30대의 삶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얼마 전 인상 깊게 관람/독서한 <일 포스티노>/『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장면장면들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여겨지는데, 바다를 거닐며 은유에 대해 고민했던 마리오와 같이 , 그리고 네루다를 위해 마을 곳곳의 소리를 녹음했던 것처럼, 직접 ‘체험’하고 감정을 ‘느끼고’,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특히, 책의 좋은 문장을 ‘필사(筆寫)’ 한다는 것은 작가들의 서사나 작품 속 인물들의 작품서사를 보다 면밀히 알게 해 주어 가치관의 형성에, 그리고 삶의 어떤 부분에 영향과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진정 가치로운 일이라 여긴다. 바쁘더라도 매일 조금씩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내 생각을 써내려가는 일들을 습관화시키고자 한다.
‘시가 없다는 말은 더할 수 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에서 매순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새롭게 여겨지는 것에서 단조롭기만 한 면을 발견해 가는 중이었으니……나는 나를 자연과 가장 가깝게 이어주는 무엇이 없나 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보았다. 거리를 지나는 짐승들(말과 개들), 나무들 ―― 별로 많지는 않았지만 ―― 그리고 심지어는 꽃가게 진열창 너머 자라고 있는 식물들에까지.
- 장 그르니에, 「보로메의 섬들」, 『섬』, 민음사, 2008, 174쪽.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도 가냘프게 그리도 인간적으로 보호해 주는 마른 돌담 하나만으로도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시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주기에 족할 것이니 …… 한번의 악수, 어떤 총명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 ―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 나의 보르메 섬들일 터이다.’
- 장 그르니에, 「보로메의 섬들」, 『섬』, 민음사, 2008,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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