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1]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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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천득 시인. 물론 그의 시도 널리 알려져 사랑받고 있지만, 시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는 글들이 그의 수필임을 익히 알고 있기는 했다.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기에, 나 또한 그 유명한 피천득 시인의 <인연>이라는 수필 - 수필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그 수필- 에 성심여대에 재학중인 아사코의 이야기가 나오는것은 잘 알고있지만 따로 수필집 전체를 정독해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컸다.

 

이번 밑줄긋고 생각잇기 신청 당시,
시집과 수필집 중 어떤 책을 선택할까 마지막까지 고심했으나 동네책방 에디션에도 불구하고 인연의 원래 표지에 끌려 선택한 후 , 이번주에는 70페이지 정도까지 그의 수필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단연 첫 장의 <수필> 과 <선물>, <눈물> 그리고 <플루트 플레이어> 였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이 글을 읽으며 - 피천득 시인은 수필이 가장 솔직한 글이라고 표현했으며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문학이라고 서술했는데, 그렇기에 소설/시/비평..문학의 그 어느장르보다도 수필이 가장 어려운 장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내면을 있는 그대로 글에 서술한다는 것이, 꾸밈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이러한 수필이라는 장르의 글을 엮어 수필집까지 출간하신 피천득 시인의 영혼이야말로 순수하고 맑은분이 아니었을까, 한편의 글을 통해 추측해본다.

한편, 필사노트에는 수록되어있지 않았으나, <선물>이라는 수필을 읽으며 다시금 선물을 하는 과정이 물질의 교환이 아닌 내면,마음을 전하는 '존재의 자기증명'의 행위라는 것을 새삼 숙고할 수 있었다.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선물>의 글귀 일부를 아래 수록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선물을 받는 순간의 기쁨도 크지마는 선물을 푸는 순간의 기쁨이 있다.

이 기쁨을 길게 연장시키기 위하여 나는 언젠가 작은 브로치 하나를 싸고 또 싸서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더 큰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또 더 큰 상장 넣어 누구에게 준 적이 있다.

남에게 주는 물건들이 다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양담배를 한 보루 주는 것은 돈으로 이삼천 원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늘 진로 소주를 먹는 사람에게 조니워커 한 병은 선물이 되는 것이다. 백청 한 항아리는 선물이 되어도 설탕 한 포대는 선물이 될 수 없다.

와이셔츠가 아니라 넥타이가 좋은 선물이 된다. 유럽에 갔다가 파리에서 사 온 넥타이라면 더욱 좋다.

촌 부인에게 광목 한 통이 비단보다 더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양단 저고리 한 감이 정말 선물이 되는 것이다.’

 

 

 

-피천득, 「선물」, 『인연』, 민음사, 2018, P51-52.

 

 

 

 

 

by papyros 2018. 7. 26.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