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문장읽기 5주차 필사,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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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서 있는 201611월 한 달 동안 함께한 작품은 황석영의 돼지꿈단편집이었다. 단편집에 수록된 철길,종노,돼지꿈,몰개월의 새,밀살,야근,,삼포가는 길,객지9편의 작품들을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깊이있게 탐독하다보니 벌써 4주가 다 지나가 1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기실 소설가 황석영을 처음 접한 건 학창시절이었다. 교과서 수록 작품으로서 널리 알려진 삼포가는 길아우를 위하여, 그리고 모랫말 아이들정도가 그를 알게 된 최초의 작품들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출간된 바리데기정도로. 그렇게 그냥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된,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소설가 정도로만 여겼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해 국문학을 전공했으나, 학부생 시절 역시 작가 황석영에 대한 인식적 지평이 크게 달라졌던 것은 아니다. 그저 40년대에 출생한 작가로 1970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삼포가는 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산업화 시대 소시민들의 비극과 소시민들 사이의 유대를 그려내고자 한 작가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소설가 황석영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5, 대학원에 진학 후 나병철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서였다.몰개월의 새라는 작품을 처음 알게 되었고, 죽음정치적 노동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더욱이 그러한 내몰려진’(내쳐진) 상황에서도 개인 들 간의 유대와 연대, 사랑의 윤리를 통해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며 전망을 획득해 나가고 있었다.

몰개월의 새를 통해 소설가 황석영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던 때문이었을까, 손끝으로 문장읽기 필사모임 책들 중, 황석영의 단편집을 보자마자 다른 작품들보다도 황석영의 작품들을 깊이 탐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의 단편집 한 권을 모두 완독한 지금, 그가 왜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진실로 알 것 같다. 군인, 노동자, 농민 , 기지촌여성 등 70년대 당대를 살아가던 수많은 소시민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살펴보지 않고서는 이런 작품들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이 삶에 천착하였고, 심지어 그 삶이란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바이기에, 황석영의 문학을 접하는 독자들이 활자 이면에 담긴 민중들의 애환과 소망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어낸 전후세대이며 방북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리고 유격동의 산업화시기를 겪었던 소설가 황석영은 규율화된 권력에 의해 배제/소외를 겪었으며 이를 소설에서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물밑의 연대와 유대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와 전망을 제시한다.

시대를 반영하고,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소망하는 문학의 책무가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황석영의 문학은 2016년 가을, 작금의 한구 사회에도 깊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여긴다. 동일을 지닌 사람들 뿐 아니라, ‘비동일성을 지닌 사람들 간 계급, 인종, 성별 등에서 차이가 있는 사람들 간 그 차이를 넘어 트랜스내셔널의 관점에서 사랑의 윤리를 통한 공동체적 연대가 모색 될 때, 어두운 현실을 변화시키고 위로부터의 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도모될 것이다.

이번 민음사 필사 모임은, 내게 삶에서 정말 존경할 만한 작가를 한 명 더 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기존에 출간한 여러 작품들, 그리고 앞으로 집필할 여러 작품들을 계속해서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6년 출간될 자서전을 집필하실 계획이라고 작년의 한 인터뷰에서 밝히고 계신데 아직 출간이 되진 않은 듯 하지만 꼭 탐독하고 싶다. 또한 청년들에게 권하는해질무렵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작품이 작가 자신을 드러내듯이, 내가 읽은 작품들도,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작품들도 모두 나 자신을,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여긴다. 황석영의 작품들도 앞으로 펼쳐질 20대 후반, 30……평생의 삶에서 가치관과 인격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문학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by papyros 2016. 11. 30.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