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두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어느덧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소설 『사하맨션』 의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가 되었다. 1주일 사이, 지난 6월 22일(토요일)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조남주 작가님께 직접 책에 사인을 받았고 사인본이 된 책 덕분일까, 책을 더 깊이있게, 즐겁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올라왔다.

 

지난 주차이 이어 「701호, 진경」 과 「214호, 사라」, 「201호,  만, 30년 전」까지 세 챕터를 읽으며 진경과 사라의 성장기와 가족사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에 대해 읽어내려갔다. 진경과 도경, 그리고 사라와 그녀의 어머니 연화, 30년 전 201호에 머무르며 어른이  된 ‘만’까지  사하맨션에 입주해 있는 이들은 그 누구 하나 쉽거나 편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 안에서 그들을 둘러싼 차별(구직활동에서의 차별, 의료혜택에서의 차별)과 불합리함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의 서사를 읽어내려가며 그저 타운 소속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L2로서, 사하로서 차별받는 삶을 당연하게 내재해 온 그 수많은 이들의 아픔에 , 그들의 고통에 깊은 연민과 아픔이 내 마음속에도 자리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라가 그 전까지 자신의 운명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며 ,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짐으로 여기며 감내해왔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저 너머 세상이 보이며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불합리한 것에,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이기에.


 

 예전의 사라였다면 여기서 끝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괜찮고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왼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났고 열두 살에 엄마가 죽었고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했다. 사라는 그 고단한 삶을 이상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원망도 후회도 없이 심지어 때로는 감사하며 살았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

(중략)

”괜찮아?”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 조남주, 「214호, 사라」, 『사하맨션』, 111-112쪽. 

 그런데 이 사하맨션에서도 30년 전, 소위 ‘나비폭동’이라고 하는 - 목소리를 내고 부당함에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의 7-80년대 민주화운동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는 나비 폭동의 과정. 30년 전 벌어진 이 시위가 타운 권력자들(총리단)에 의해 처참하게 진압되었기 때문에 지금 사하맨션에 사는 이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당함을 자각하고 억울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라는, 사라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진경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 답답함과 한을 지니고 삶을 살아가는 수위영감은, 어떤 일을 계기로 , 어떤 방식을 통해 타운의 부당함과 불합리함, 차별에 저항할지 앞으로의 서사가 궁금해진다.

 그들의 연대는 아마 사하맨션의 주민들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하맨션의 주민들 뿐 아니라 L2와 L1까지 모두, 타운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자각하는 수많은 이들의 연대와 해결 방식이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지난 과오와 연대의 과정을 소설 속에서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어, 이 전 과정을 통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하맨션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통해 다시금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by papyros 2019. 6. 24.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