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3]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세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도서 사하맨션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영화 스포에 주의 바랍니다. (스포 多)

 

 

 

 이번 3주차에는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 중에서 「201호, 이아」, 「714호, 수와 도경」 그리고 「305호, 은진, 30년 전」 총 세 장을 읽고 해당 장의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품 전체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이번 주에 읽은 세 챕터에서 시사하고 있는 내용이 최근 상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많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특히 「714호, 수와 도경」 에서 수와 도경은 의사의 신분과 사하의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간의 애정, 사랑을 키워나가고 함께 의지하며 사하맨션에 살게 되는데, 신분에 관계없는 그들의 진정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수가 죽자 일방적으로 도경이 수의 살인범으로 몰리며 급기야 도망을 쳐야 하고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는 도경의 처지는 그가 사하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부당하고 불평등한 운명이다. 그가 사하가 아닌 주민, 아니 적어도 L2였다면 도경이 그 자신을 변호하고 보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남의 집 냉장고에 숨어 있다가 몰래 도망가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L2도 나은 신분이 아닌 것이 「305호, 은진, 30년 전」 이야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보육원에서 자란 L2 계급의 은진은 유년 시절 "너는 커서 보육사 해야 되겠다" 라고 말한 주임 보육사의 한 마디에 꿈을 지니게 되지만 L2가 보육사의 자격을 지닌다는 것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일이었다. 결국 여러 심사에 의해 계약직 보육사의 자리를 따내지만 감염병이 돌자 다른 L1(타운의 진정한 주민) 계급 보육사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을 때 유일하게 보육원에 출근했다가 결국 그 젊은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은진은 최근 우리 사회에 일어난 비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성화고에 입학해 산학협력 기관에 취업해 일하다가 안전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업무를 맡아야만 했던 ,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고등학생 청춘들.

 

 누군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학에 가고 너무도 당연하게 의식주를 누릴 때 사하맨션의 거주자들은 전기 하나, 수도하나 쓰는것도 열악한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의 두 가정형편을 통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기택보다도 더 낮은,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실에 문광(이정은) 내외가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차등을 심각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조선시대까지 신분차별의 기준이 양반(귀족)과 상민, 노예 등 '태생적 출신'에 따라 분류되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신분차별의 기준이 경제적 문제로 변화되어 계승된 것에 다름없는 것이다. 혹자는 경제력의 경우 노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조남주 작가의 『사하맨션』 에서도 ,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경제력의 차이가 개인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며 이미 형성된 사회적 차별 속에서 학업(교육)의 기회, 양육의 기회, 그리고 선택의 기회 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더욱 공고화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사하맨션』 에서 은주의 계급으로 인해 보육사라는 직업에 취직하는 일에 애초에 제한이 걸리는 일이나,  수가 타운의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의사라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당하며 결국 병원에서 짤리는 일이 그러하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공고화된 경제적 차이에 따른 취업문제와 의식주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9년을 다루고 있는 책과 영화에서 모두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은주가 사하맨션에 면접을 보러간 후 은주에게 전해진 201호 왕할머니의 한 마디 대사가 깊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시험 보는 게 아니야. 너를 점수 매기겠다는 것도 아니야. 네가 뭘 할 줄 아는지 무슨 자격증이 있는지 그런 거 잘 모르겠고 중요하지도 않아. 그냥, 같이 살아도 탈은 없을까, 이미 살던 사람들이랑 잘 맞춰 갈 수 있을까 서로 인사나 하자는 거야."

 

- 조남주, 「305호, 은진, 30년 전」, 『사하맨션』, 209쪽.


 진정한 경계의 허뭄은  바로 이렇듯 우리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평가'와 '판단'을 제거해 나가는 데에 있다고 여긴다.  너는 몇 점 짜리 사람인가, 너는 몇 평에 사는가, 너는 무슨 향수를 쓰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닌 '당신은 무슨 꿈이 있나요', '당신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나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를 물어보고 더 큰 의미를 두는 사회로 변화되기를 소망해 본다.

 다음 장에서는 메르스 이야기를 비유하는 듯 한데, 남은 서사들도 깊이 고대되며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져 빨리 독파하고 싶다.

 

 

 

by papyros 2019. 7. 1.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