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4]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네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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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4주차에는 지난 3주차에 이어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311호, 우미」 , 「701호, 진경」, 그리고 마지막 「총리관」까지 모두 읽으며 작품의 결말을 보고 말았다. 원 래 마지막 한, 두장을 남겨두고 일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인물 각각의,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의 서사에 몰입되어 후반부를 달렸다.

  『사하맨션』 이라는 작품 전체를 읽고 난 후 전체적인 느낌은 무언가 짧고도 굵은 울림을 주는 듯 하다.  지난 주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이 소설의 서사에 대해 다룬 바 있는데,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있다고 믿는 어떤 '운명', '굴레'라는 것을 당연하게,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수용해야만 한다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 할 수 있었다.

 


 나비 폭동이 희미해질 즈음이 되자 원주민이던 L2보다 그 2세와 3세들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애초에 L2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의문도 저항도 없었다. 당위나 의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운명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다. 원래 그런 삶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함께 자란 아이들의 진로를 궁금해하지 않고, 2년마다 체류권을 갱신하며 살다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아기를 남기고 나오는 삶.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5쪽.

 

 


원래 그렇다고 믿고 있던 사람이 '원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73쪽.

 

 


 "할머니, 나는 중요해. 나는 우리 아기가 아래층 아기보다 늦는 게 속상해. 아래층 아저씨가 쟤는 왜 저렇게 누워만 있냐고 그러는 것도 싫어. 우리 아기 걱정해 주는 척 자기 애 자랑하는 거잖아. 싫고 좋고, 속상하고 기쁘고, 그런 마음들이 어떻게 안 중요해."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9쪽.

 

 

 그런 점에서 우미가 유년시절부터 30세에 이르기까지 아무 의문없이ㅡ 그냥 당연히 그래야만 해서 정기적으로 출석하던 연구소의 조직검사에 불응하고 도망치고자 했던 시도, 그리고 그런 우미의 도망을 도왔던 연구소의 몇몇 구성원들, 아랫집 아이와 다른 '우연'의 성장에 속상해하고 슬퍼했던 우미, 그리고 총리관에 들어가 그곳의 실체를 목격한 진경과 진경 이전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모두들 죽지 않기 위해, 사장되지 않기 위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라 여긴다.

  비록 수십년 전 타운에서 벌어진 '나비폭동'이 물대포를 통해 비극적으로 진압되었을지언정,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싶었던 모든 개인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그러한 작은 개인들 ,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죽었으리라 여겼던 한 여인의 사하맨션에서 소개소 소장으로 살아있으며, 연구원에서 연구소의 기밀을 지니고 도망나간 한 연구원이 사하맨션의 관리실 영감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진경이 총리실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진정한 삶'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작은 불씨를 가진 개개인의 행동이 결국은 변화를 만들어내리라 여긴다.

 부당입학(비리)에 대한 예민성이 결국 사회 변화로 이어졌듯이, 그리고 지금도 정치, 경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듯이...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 『사하맨션』 은 그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를 알레고리 기법을 통해 묘사하여 독자들의 타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83-284쪽.

 


"당신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우미와 도경이와 끝까지 같이 살 거고."

바람이 불었다. 총리관을 지키듯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무섭게 흔들렸다. 미처 노랗게 물들지도 못한 초록빛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떨어진 잎사귀에 날개를 펴고 앉았다.

 

- 조남주, 「총리관」, 『사하맨션』, 368쪽.

 

 

   

 


 

 

by papyros 2019. 7. 8.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