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5. 마지막 필사 +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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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주에 걸쳐 읽은 김세희 작가의 단편소설집 『가만한 나날』 도 어느덧 작품집의 앞표지가 아닌 뒷표지를 보아야 할 때에 이르렀다. 지난 주까지 모든 작품을 완독한 이후 읽은  「작가의 말」과 신샛별 평론가의 작품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을 통해 작품해설 없이 소설을 그저 감상할때와는 다른 많은 가치와 생각을 얻을 수 있었고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낯선 작품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책의 마지막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으로 가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2-30대 청년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김세희 작가님 또한 1987년생으로 나보다 겨우 다섯 살이 많은, 30대 초반의 작가님이시고  『가만한 나날』 이 바로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처음.  작가님에게 첫 소설집이 있고 경진에게 삶을 돌아보게 한 첫 직장이 있고, 선화에게 애증의 대상인 첫 상사가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비록 임용시험에 아직 합격하지 못했을지라도 내게도 첫 기간제교사로서의 삶이라는 처음이 있었다.

 심지어는 부모님도 부모로서 사는 삶이 처음 이기에 서투르다는 드라마<응답하라 1988>의 한 대목이 기억난다. 특히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세대인 20대-30대는 많은 처음을 겪는다. 처음 대학에 들어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 나가고 직업을 선택하여 취직하고 연애하고 결혼을 하는..

 흔히 문학치료에서 이야기하는  '자녀서사-남녀서사-부부서사-부모서사'의  서사의 발달단계의 대부분이 2-30대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많은 처음을 겪어내면서 부딪히는 내적, 외적 갈등에 때로는 - 아니 어쩌면 자주 아프고 허탈하고 슬플지라도 그 첫 마음을 기억하고 담백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나가는 삶. 그런 청년들의 단면들을 이 소설집에서 담고 있었기에..격동의 서사나 갈등이 없었을 지라도

 충분히 많은 공감과 울림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이야기를 통해 큰 울림을 이끌어 낸 김세희 작가의 이 소설집이 오래 기억날 듯 하다.

 김세희 작가가 「작가의 말 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지금 주어진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이 옳은 방향인지를 늘 예민하게 성찰하고자 한다. 첫 직장에서 환멸을 느낀 후 자신의 삶을 위해 그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을 읽지 않는 경진처럼.

 

 



by papyros 2019. 4. 30. 12:11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4. 필사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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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작품이 마무리되는 4주차에 이르렀다. 이번 주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감정 연습」과 「말과 키스」두 단편을 일독하면서, 이 단편집의 수록 작품들을 모두 완독했다.

 이번 주에도 작품을 읽고 무언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김세희 작가의 문체가 그렇게 무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그들이 겪는 이야기가 마치 나의, 내 주변의 흔히 볼 수 있는 2-30대 청년들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감정 연습을 읽으며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인턴동기임에도 불구하고, 태영과 회사에서 살아남아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경쟁해야만 하는 회사 분위기 ,  이북 땅을 코앞에 두고 있는 회사를 다니며 그 두려움과 불안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회사의 경쟁적인 분위기나 그런 회사에 적응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이 무언가 이질적이고 어색한..

과연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하는 불안감.... 상미의 그런 내면들이  내게도 전해졌고 쉬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말과 키스」 에서는 현진의 이야기를 통해 성적 정체감에 대한 고민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누군가도 현진과 같이, 혼자 고민하고 아파하며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누구이건, 어떤 사람을 만나건, 누구나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이 작품을 읽고 더욱 소망한다.

 

 


by papyros 2019. 4. 24. 15:02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3. 필사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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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3주차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얕은 잠」두 단편을 일독했다. 기실 두 단편 중에서도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가 더욱 마음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버지를 바라보는 스물 여덟 살 아들의 내면세계와 아버지와 맺고 있는 그 관계가 흥미롭고도 공감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약한 모습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오고, 부모님의 여러 부분 중 가장 미워하고 닮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일수록 더욱 닮아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에 등장하는 스물 여덟살의 주인공 '나'의 감정에 너무나 잘 이입되었다. 그와 같은 나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일까. 분명 성인이기도 하지만, 심지어 '나'는 루미와 혼인신고를 했을 정도로 이제는 가장의 역할을 기꺼이 지고 가야 할 나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는 너무도 어린 나이임과 동시에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에 두려워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쩌면 먼 미래에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자기가 바라지 않았던 모습으로 늙어갈 자신에 대해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 또한 깊이 공감되었다.

 나는 먼 미래에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작품은 김승옥의 소설 『서울,1964년 겨울』이나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특히 『서울,1964년 겨울』의 결말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아직은 어린 것 같은데 너무도 늙어버린 것만 같은 아이러니함이란.......

 


  젊은 김씨와 안씨가 말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 다섯 살 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 김승옥, 『서울,1964년 겨울』 中에서.

 

 

 한편, 「얕은 잠」 은 앞의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처럼 비슷한 삶의 시기를 겪고 있는 데서 우러나오는 깊은 공감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결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내면세계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보드를 타던 주인공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약하던 그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이런 도약이 미려에게 있었기에 작품의 결말부, 단지 메세지만 남기고 정운이 사라진 그 순간에서 오히려 심적인 여유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by papyros 2019. 4. 17. 16:59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2. 필사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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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가만한 나날」「드림팀」을 일독했다. 두 작품의 결이 참 많이 닮아있다고 여겨졌는데, 두 단편 모두 스물여섯, 스물일곱 남짓한 사회초년생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순수성과 열정, 기대감을 품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으나 결국 사회생활의 단면에 실망하고야 마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백하고 차분한 어조의 두 단편선에 참으로 소름이 끼쳤던 이유는 두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이 내 나이또래, 20대 후반 정도의 젊은이들이 겪을 법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만한 나날」 에서 고전소설 채털리 부인을 좋아하던 20대 여성 '나'는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광고대행업체에 입사하여 능력을 인정받으며 글을 쓰지만, 자신이 리뷰한 블로그 광고 글 중 한 제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영,유아들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되고 그녀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회의감, 깊은 고민과 죄의식을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는 상사로 인해 더욱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드림팀」에서 스물 일곱의 나이로 첫 직장에 입사한 '선화'는 첫 직장에서 처음 만난 팀장으로부터 부조리한 명령과 사회조직, 직장생활의 관습적인 행태에 따를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그녀는 이미 서른 셋이 되어 다시 첫 직장에서의 팀장을 마주했지만, 그녀의 퇴사를 좋게 보지 않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 , 그녀의 전 팀장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으며 바로 그 팀장으로 인해 그녀는 첫 직장생활로부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었다.

 

 

두 단편선을 연달아 읽은 후 왜인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올랐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성적 사고와 자성, 의문 없이 그저 당위성 때문에, 그래야만 하니까 무언가에 복종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결국 크나큰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조리함을 , 잘못됨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젊은 청년들이 두 작품의 인물들처럼 좌절감과 허탈함, 상처를 느끼는 사회에서 벗어나 성찰과 자성 없는 잘못된 관행과 행동들이 변화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두 작품을 읽은 후 더욱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김세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주제와 어휘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문학의 역할임을 다시금 느낀다.

 

by papyros 2019. 4. 10. 23:56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1. 배송 인증 + 필사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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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밀란 쿤데라)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지된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선정도서는 한국소설이었다. 특히 한국문학의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이 주목되는 젊은 작가님들의 책이 이번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기실, 한국소설의 젊은 작가들은 내게 있어 특별한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서양 고전을 주로 읽어왔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익숙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읽어왔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 김탁환, 엔도 슈사쿠, 에밀 아자르... 등등)

그런 의미에서 금번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주제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고, 더불어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근래 온라인 서점 이나 도서 카페 등에서 자주 추천되곤 하여서 망설이지 않고 김세희 작가님의 가만한 나날 을 신청했고, 금방 책이 도착해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너무나도 난해한 문장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어서인지 몰라도 김세희 작가의 문체는 읽기에 평이했고 작품의 내용 또한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친숙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개별 작품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 친숙하다고 하여 그 주제의식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거야」에서는 진아 를 통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속, 사회인들의 모습과는 다른 가치관이나 태도를 보이는 인물에 대해 은연중 우리 내면의 평가적 잣대를 드러내는가 하면, 「현기증」에서는 원희를 통해  자신이 절대 생각도 하지 못했고 꿈꿔본 적도 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삶이 흘러가는 모습에 대한 공허함과 수용의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작중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 우리 자신에게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감추고 싶은 , 숨기고 싶은 모습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4주 동안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작품집에 나오는 여러 작중 인물들을 통해 평소 깨닫지 못하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기를 진실로 희망한다.

 

 

 

by papyros 2019. 4. 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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