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북클러버 16기- 청춘의책탑] 10회차(16기 1회차)-「페인트」 후기

 

이희영, 페인트, 창비, 2019.

 

 

2020.12.27. 日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10회차 리뷰(16기 1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어느덧 161회차(10회차)를 맞이한 독서모임 <청춘의 책탑>입니다. 리뷰를 업로드하는 시기가 좀 늦었네요. 161회차 모임은 지난해 12월 연말에 진행하였으며, 내용 정리 후 뒤늦게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바, 지난 12월 저희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은 ZOOM으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가올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더욱 활성화된 독서모임을 희망해봅니다.

  12월의 도서로 <청춘의 책탑>에서 함께 읽은 책은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입니다. 부모면접이라는 참신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청소년문학인 만큼, 교육 분야를 전공/종사하고 있는 청춘의 책탑 멤버들이 이 책을 매개로 부모-자녀의 관계 및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 폭넓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여겼으며, 비단 청소년문학을 넘어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과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모임 후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

 


 

1. 페인트를 읽고 싶었던 이유와 책의 첫인상을 나누어 주세요.

 

- 구병모작가님, 손원평작가님의 작품 등 창비 청소년문학에는 좋은 작품이 참 많은데, 이희영 작가님의 페인트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기를 거쳐온 우리가 이제는 어른으로서 해당 작품의 내용과 주제의식을 어떻게 내면화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허구성을 지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어 주어,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 이성으로 이루어진 결혼관계의 가족형태가 등장하는데, 동성혼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 우리 사회의 대다수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기에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2. 페인트에서 인상깊었던 내용과 구절을 나누어 주세요.

 


   사람들은 꽤나 근본을 중시했다. 원산지를 따져 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나는 그냥 나다. 물론 나를 태어나게 한 생물학적 부모는 존재할 테지만, 내가 그들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키워지지 않았다 해서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 아닐까? 왜 사람들은 NC 출신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생물학적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특권 의식을 느낄 만큼 그리 대단한 일일까? 그렇게 소중해서 매일같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 이희영,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페인트, 2019.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꿈이고 목표다. 아무리 하나의 어머니가 최고의 환경과 최고의 교육을 동경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 어머니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는 어머니와 전혀 다른 인격체였고, 전혀 다른 꿈을 가진 한 명의 사람이었다.

 

- 이희영, 기다릴게, 친구, 페인트, 2019, 종이책 178.

 

: 사랑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도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하나의 이야기 - 하나의 어머니에 대한- 가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어머니로부터 독립된, 고유한 를 분리하는 시간이 많은 딸들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 상담이론 중 가족상담파트에서도 배우게 되는 부분인데,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적절한 '경계선'을 지켜줄 때 각자의 고유한 내면을 존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와 해오름은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두 사람은 부모 준비가 끝난 사람들이었다. "실은, 제가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더라고요."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 이희영,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페인트, 2019.

 

: 부모나 자녀 둘 중 어느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맞추는 일방향적인 관계는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 문장을 통해 들었어요. 부모-자녀 관계도 함께 만들어가는 쌍방향적인 관계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문장을 통해 다시금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고두심이 강하늘한테, 자식은 부모가 뭘 해주든 부족하다 부족하다 얘기한다고 하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는데, 부모님들께 무조건적 희생을 바라는 자녀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에 <페인트>의 저 문장이 다시금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을 곱씹게 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족한테서 가장 크게 상처를 받잖아. 그래서 우리는 아이 낳지 않기로 한 거야.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아이의 성격과 가치관, 나아가서는 인생까지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거든. 아기를 키우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닐 테고. 어쨌든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어.

- 이희영,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페인트, 2019, 종이책 117-118.

 

 

: 하나의 이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그만큼 가장 많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이가 바로 가족관계고, 그만큼 더욱 귀히 여기며 서로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만약 좋은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정말 잘해 드릴 거야. 어버이날도 챙겨 드리고, 두 분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도 꼭 선물이랑 꽃을 드리고 싶어.”

“…….”

“형, 나는 사랑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

 

- 이희영,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페인트, 2019.

 

: 이 작품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키와 같은 맑은 아이의 마음에 어른인 우리가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 어른인 우리가 해야 할 일 같아요.

 


 

3. 만약 자신에게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면 , 바라는 부모상이 있나요?

 

-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맞춰줄 수 있는 부모님. 특히 열일곱,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자녀 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어느정도 자녀를 위해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부모님이어야겠지요.

-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거나 자녀에게 집착하지 않고, 당신들의 삶을 잘 꾸려나가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건강한 부모님이고 자녀의 행복한 삶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한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실수를 지적하는 자녀들에게 를 내거나 어디서 말대꾸를 하냐는 반응이셔요. 그런 반응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고, 추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2019.

 

 


 

4. 이외 페인트를 통해 논의하고 생각해 봄직한 화두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사실 NC출신이라는 낙인은 우리 사회에 고아원이나 보육원 등의 형태를 비유한 것 같아 요. ‘낙인차별이란 것이 너무 일상 속에서 만연하고, 그 사회현실을 잘 비유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경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사실 이 작품에서는 이성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부모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결혼이나 가족의 형태가 다원화된 것을 고려한다면, ‘좋은 부모혹은 좋은 자녀’, ‘가족의 형태를 꼭 규정지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이상한 정상가족』 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 ‘완벽한’, ‘완벽히 행복한사람이나 가족(가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허구적인 것이 아닐까요. 진짜 가족은 ‘갈등’ 속에서 서로 성장해나가는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 결말부 제누301의 대사처럼 좋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건대 나는 좋은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결말부 “NC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NC 출신들 밖에 없어요.” 라는 대사는 사실 제누301이 앞으로 마주할 미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암시하기에 씁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부분이겠지요.

 


 

5. 페인트에 대한 전체적인 총평

 

H.J ★★★★★ 5

- 무해하고 선한 인물들이 등해 읽는 내내 좋았던 작품. 청소년 문학의 강점과 한 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나 강점이 더욱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다.

 

S.H ★★★★☆ 4.5

- 가독성 있는 문학작품으로, 상담자로서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S.H ★★★★☆ 4

- 가족이나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들에 대해 성찰적 사유를 가능 하게 하는 작품.

 

S.R ★★★☆☆ 3.5

- 현실에 부딪히는 이야기였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청춘의 책탑의 다음 모임 도서는,

 

[호프 자런 , 『랩걸』 , 알마, 2017.]  입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에세이로서, 삶에 대한 여러 논의를 거칠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by papyros 2021. 3. 30. 01:08

[독립북클러버 9기- 청춘의책탑] 8회차(9기 3회차)-「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모임 후기

 

한성희,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개정증보판), 메이븐, 2020.

2020.07.18. 土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9회차 리뷰(9기 3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어느덧 9기 3회차(9회차)를 맞이한 독서모임 <청춘의 책탑>입니다. 5월에 채널예스 인터뷰를 했던 것도 바로 엊그제같은데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 어느덧 7월말이 되었고, 8월을 하루 앞두고 있네요. 북클러버 활동을 해오면서 늘 '책'을 매개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고 다채로운 논의를 할 수 있어 즐겁기만 합니다. 7월 도서로 <청춘의 책탑>에서 함께 읽은 책은 Yes24 북클럽 (E-book) 에도 등재되어있는 책으로, 한성희 작가님의『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개정증보판) 입니다.  상담전문가인 저자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전하는 편지형식으로 구성된 에세이인 이 책은 20대후반-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저희 <청춘의 책탑> 멤버들에게도 많은 위로와 위안을 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판적인 시각'도 자리해 다채로운 모임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광교중앙역 인근 아브뉴프랑의 <스트릿 츄러스>카페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달달한 츄러스와 커피를 마시며 의미있고 풍요로운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모임 후엔 맛난 시카고피자를 저녁으로 함께 먹었답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많은 모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에 유의하며 모임을 진행하였답니다:)

그럼 본격적인 후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1.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읽고 싶었던 이유와 책의 첫인상을 나누어 주세요.

- 심리학을 주제로 여러 생각할 거리가 주어지는 에세이이자,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추천했습니다.

- 책에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자기표상과 대인표상을 통해 내적 작동모델을 이루고 그것이 중요한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반복된다는 대상관계이론에 대해 흥미를 지니게 되었고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 책에 대한 첫정신과 의사인 어머니가 갓 30을 지나고 결혼을 한 30대 딸에게 전하는 편지글의 형식이다보니 문체면에서 가독성이 좋았고, 독자들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독자가 내담자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로 책을 통해 위안/위로가 되고 정서적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자아로 커 나가려면 누구나 자기 대상을 가져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기능을 해 주지만 성인이 되면서는 자기대상이 꼭 인격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충일감을 제공하고, 자신을 지지해 주고 지켜 주는 안전판이 되어 견고하고 통합된 자기cohsieve self로 기능하도록 해 준다면 가치관, 취미, 활동, 직업, 모두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91쪽.)

-  저자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보니 아무래도 ‘엄마’로서의 자신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 사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완전히 공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딸에 대한 어머니의  일방적인 기대가 많이 드러났기 때문인 듯 합니다.


 

2.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에서 인상깊었던 내용과 구절을 나누어 주세요.

- 어머니이기 전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저자가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아 온 과정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그 내용에 깊이 공감되어 마음 한 켠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애잔함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9기 1회차(7회차) 모임 때 읽었던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에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라는 단편이 다시 생각나는 부분이었는데, 워킹맘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수많은 과정들이 눈앞에 그려져 무언가 안타까웠어요..다시금 사회 구조의 본질을 생각하게끔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나도 능력 있는 의사,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친구, 괜찮은 며느리, 좋은 딸, 훌륭한 상사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아니 그렇게 되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고, 어딘가에는 꼭 빈틈이 생겼고 문제가 발생했다. 병원 일이 무사히 넘어가나 싶으면 네가 속을 썩였고, 네가 잘한다 싶으면 갑자기 친정에 문제가 생겼고, 친정이 조용하다 싶으면 시가에 일이 생겼지. 그러다보니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애써도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간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특히나 네가 어렸을 때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에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사람을은 그랬다.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일한다고 고생이에요. 집에서 아이나 키우지." (23-24쪽.)

- 저는 조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저자의 언어를 살펴보았는데, 아무래도 저희 어머니가 워킹맘이셔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책의 프롤로그 '만약 너를 낳지 않았더라면 더 큰 성공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분명 허했을 것이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사실 이 문장은 저자에게 있어 딸을 낳아 키운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내용이겠지만, 사실상 딸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폭력적인 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마흔이 넘어, 쉰이 넘어, 예순이 넘어서 더 아름다워지는 너를 보고 싶다.' (320쪽) 같은 문장도 사실 어머니가 또 딸에게 바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적어놓은 것 같아요. 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어머니의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딸의 독립을 수용한다고 말하지만 완전히 털어놓지 못하는 저자의 심리가 곳곳에 엿보였어요. '스무살 때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나의 공적이다'(317쪽.)같은 문장도 타인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슬픔과 애도과정에 대한 문장이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우리의 눈물은 각자가 내부에 지니고있는 '미해결과제'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직 자신이 완전히 수용하고 처리하지 못한 무언가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떠나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 치유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너무 빨리 강제로 그 미해결과제를 억압한 채 어른이 되게끔 만드는 것 같습니다.


 눈물은 내면의 아이가 아프다고 보내는 신호다. 기쁠 때도 울지만 슬플 때 더 많은 눈물이 나는 것은 상실감에서 오는 아픔 때문이다. 애도는 상실에 대한 심리적 반응으로, 병적인 슬픔과는 다른 정상적인 슬픔이다. 그리고 애도 과정이란 상실된 대상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다. 상실한 대상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함으로써 그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31쪽.)

 

- 모임을 하는 우리 모두가 사실 완벽주의를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데, 물론 이러한 완벽주의가 분명히 우월추구와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분명히 어느정도는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서 완벽주의에 대한 문장에 많이 공감했어요. 대학 때에 이어 대학원에서까지 학점을 내려놓지 못하는 현실에 스스로 씁쓸합니다.


 완벽한 작품을 내려다가 졸작을 내는 역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수나 결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과도한 요구를 받아 온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성취 지향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이 완벽하게 무언가를 수행했을 때만 사랑과 인정을 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자신이 잘못했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믿음을 키우게 된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늘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부추기고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압박한다. 결국 완벽주의자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항상 '루저Loser'로 남겨지는구나. (138쪽)

 


3.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에 대한 전체적인 총평

- 내 삶이랑 맞닿아 있는 공감되는 이야기들.

 

- 상투적인 표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표현들이 많아  포근했던 책 

 

- 상투적인 이야기 – 그럼에도 술술 읽혔던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야기

 

- 독자로서 읽었지만, 상담자로서 상담장면에서 활용하고 싶은 효용성이 많았던 책


 3개월 동안 독립 북클러버 9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어 이번 기수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2020년 상반기를 보낸 근래,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책을 읽고 나누는 의미를 다시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기수에 다시 함께하길 기원하면서

저희 <청춘의 책탑> 모임은 꾸준히 성장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춘의 책탑의 다음 모임 도서는,

[이희영 , 『페인트』 , 창비, 2019. ] 입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더불어 청소년에 대한 시각을 다시금 새롭게 정립하게 해줄 책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by papyros 2020. 7. 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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