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이옵기에

 

이제 을 열어 空氣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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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七月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靑葡萄>(文章, 193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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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故鄕 

                               윤동주



故鄕에 돌아온 날 밤에

내 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房은 宇宙로 通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風化作用하는

白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白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魂이 우는 것이냐


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白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故鄕에 가자.


194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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