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슴 대길이  (0) 2016.07.04
졸업  (0) 2015.10.02
부활절의 기도  (0) 2012.04.08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2012.04.04
봄편지  (0) 2012.03.27
by papyros 2013. 1. 15. 17:57

부활절의 기도

                          이해인

 

돌무덤에 갇힌 침묵이

큰 빛으로 일어나

눈부신 봄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미움을 이겼습니다.

 

슬픔과 절망으로

웃음 잃은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시는 분

분쟁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평화로 오시는 분

 

산 위에 바다 위에 도시 위에

눈물 가득한 우리 영혼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빛나는

단 하나의 이름 예수여

당신은 왜 그리 더디 오십니까?

 

오오, 주님

생명이 죽음을 이겼습니다.

이제는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수난의 마지막 저녁처럼

부활의 첫 새벽처럼 살아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죽어서

당신과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어둠 속에 누워서

밝은 빛으로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왜 자주 숨어 계십니까?

좀 더 일찍 알아 뵙지 못했음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부활하신 세상에서

이제 거짓 사랑은 끝난 것입니다.

삶을 지치게 하는 교만과 불신이 사라지고

겸손과 감사가 넘쳐 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심의 무덤을 빠져나와

어디든지 희망으로 달려가는

하늘빛 바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직 죽음을 이긴 사랑 하나로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말하고

새롭게 행동하는

부활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님이 오시는 들길을 웃으며 달려가는

연초록 봄바람으로 깨어있게 해 주십시오.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늘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  (0) 2015.10.02
대학시절  (0) 2013.01.15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2012.04.04
봄편지  (0) 2012.03.27
돌아와 보는 밤  (0) 2012.02.14
by papyros 2012. 4. 8. 23:50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未來를 꾸며볼 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地球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地球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砂漠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火田에 돌을 줍는 百姓들도 沃野千里를 차지하자

 

다같이 제멋에 알맞은 풍양(豊穰)地球主宰者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地球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生産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보자

앵속(罌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饗宴

禮儀에 꺼림 없는 半醉의 노래라도 불러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移民들의 그 틈엔 안 끼어 갈 테니

새로운 地球에단 없는 노래를 眞珠처럼 흩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 十二星座 모든 별을 노래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 이육사 (風林, 1936. 12)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시절  (0) 2013.01.15
부활절의 기도  (0) 2012.04.08
봄편지  (0) 2012.03.27
돌아와 보는 밤  (0) 2012.02.14
청포도  (0) 2012.02.14
by papyros 2012. 4. 4.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