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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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북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 저녁달고양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북카페와 출판사, 그리고 저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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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을 끈 순간, 이것은 내 이야기이고 그래서 더욱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책을 만났다. 어쩌면 이 책을 만난 것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로 서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해당 도서를 알게 된 것은, 서평단 모집 마감일은 지난 513일이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으로서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한 구직활동의 일환으로 지원한 학교의 전문상담 기간제교사 자리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간 바 있다.
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광주의 모 중학교였는데, 2개월 자리이고, 임용공부를 하기에도 방해는 되지않으리라 생각해 다소간 합격의 마음을 품고 면접자리에 임했다.

  앞선 면접자분이 나오시기를 대기하던 중, 본교무실 선생님들의 안내로 마침 국어선생님 책상에 앉아 대기하게되었는데 바로 그 국어선생님의 교무실 책상에 놓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오잉 제목부터 나잖아? 내얘기잖아?'는 생각이 스쳤고, 책 중독자라 이건 어떤 책일까 살펴보던 와중, 그 책이 저자사인본이라 더욱 그 책을 소장한 선생님이 부러워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해당 책의 정보를 검색하게 되었다.
  심지어 책과 콩나무카페에서 해당 책을 모집하는 중이었으며 신청 마지막날이었기에 이책과의 만남을 개인적으로 필연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아마 저자분 중 한분인 김보영선생님께서 내가 면접보고온 학교서 근무중이신듯 하다.
학창시절부터 오랫동안 책 중독자로서 다독해왔고 스무살 이후 서평단에 참여해 블로그에 올린 서평들이 이제는 적지 않은 양이라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서평단으로서 책을 무상제공받아 서평을 올리게 된 책들 중 가장 빨리 완독후(책을 반나절만에 일독했다.) 서평을 쓰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분들의 삶이 곧 내 삶이고, 책의 제목이 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과목은 다르지만 나도 두 분 저자분들처럼 중학교 1학년, 열세살의 어린 나이부터 교직을 마음에 품고 자라왔다. 아마 교사라는 꿈은 어쩌면 모범생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내향적이고, 수업시간에 가장 집중해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던 나는 또래친구들보다 선생님들께 인정받고 싶어했고 성실한 학생이라는 인정과 칭찬을 피드백을 곧 나를 이루는 가장 주요한 가치로 내면화해왔던 것 같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이 바로 국어 교과였기에, 국어 교사를 목표로 두고 삶을 살아왔다. 저자분들과 과목과 다를 뿐 오랜 세월 교직을 바라온 그것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책의 첫부분부터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범대에 바로 입학한 두분 저자분들과는 달리, 나는 사범대 입학에 실패했다. 교원자격을 취득하고 몇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한으로 남는 부분인데, 3때는 모 대학 국어국문학과수시전형에 합격했으나 너무나 하향지원한 학교라 결국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했고, 재수시절 서울의 사범대 국어교육과 두곳에 수시전형 1차에 합격했으나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결국 최저등급이 없었던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시작부터 좌절감과 교사가 되어야만 한다는 조급함을 안고 나의 스무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스무살의 나는 그렇게 영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교직이수를 바란다면 쉬운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고, 교직에 선발된 다음 학점이 조금 안나올지라도 듣고싶었던 과목들을 들으면 되는 일인데 마음만 급하고 영리하지 못했던 나는 어려운 과목을 욕심내어 먼저 들어 결과적으로 교직이수 면접에 올라갔으나 등수에 밀려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3학년 때 준비한 사범대 편입에서는 예비 1번을 받고 최종적으로 불합격 결과를 받았다. 결국 대학원에 진학해 국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데까지 대학입학 후 6년이 걸렸다. 그렇게 어렵게 취득한 교원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임용의 벽은 더욱 높고 단단했다. 특히 주요교과의 경우 지원자에 비해 TO가 현저히 적은 편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만약 내가 다시 대학교 1, 2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사범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보고 싶다. 선생님이 될 거라는 굳건한 의지가 있어도 말이다. 아이들도 이른 나이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선생님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온 선생님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26.

 

  결국 임용TO라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복수전공한 심리학으로 임용을 보고자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20대의 10년에서 이룬 가장 주요한 성취는 교원자격증을 두 개 취득한 것이다. 물론 그 안에 시간강사부터 시작해 기간제도 했고 경력도 쌓았으나 책을 읽으며 저자분들의 생각에 공감할 지점들이 참 많았다. 지금 다시 20대 초반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여행도 다니고 책도 더 양껏 읽으며 그 시기를 좀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20대 초반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먼 길을 돌아가고 있지만, 나중에 합격하여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을 때 그 긴 여정이 즐거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91.

 

 


  저자분들은 졸업 이후 임용에 올인하는 시기를 충분히 가지신 것 같은데, 기실 나는 오히려 대학원을 졸업해 국어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임용고시라는 너무 큰 산을 넘기 버겁기도 하고 무서워서 회피해오고 일과 공부를 병행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20대 초반에 즐기지 못한 친구들과의 여행도 다녀보고, 뮤지컬도 보러 다녔다. 사실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왜 몰입해 공부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도 드는데, 저자분들도 이런 나와 다르지 않았다. 일과의 병행, 올인, 취미생활 등 여러 주변환경에서 각자의 고민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다른 결로 나타날 뿐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지난 몇 년간, 긴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면 시험날의 기억이 떠올라 긴장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길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겨울을 가장 좋아했는데, 임용고시 n수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찬 바람이 불면 두려움이 먼저 느껴져서 겨울이 반갑지만은 않게 되었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38.

 


  사범대학에 다니면서 미래에 선생님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늘 사람을 쉽게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 나는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반성하고 뉘우치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색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은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늘 그런 문제에 깨어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경험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66.

 

 


  이런 취미활동 덕분에 길고 긴 임고생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취미활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면 더 빨리 좋은 결과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하루 20시간씩 공부만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 취미 때문에 숨을 잘 쉬며 버틸 수 있었다. 오래 걸리고 있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나는 기다리는 걸 잘 하니까, 임용고시 합격도 기다리고 있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99.

 


  어쩌면 이런 고민과 경험의 시기가 삶에 한 번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또래들이 점점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연차가 쌓여감에 따라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 또한 최대한 빨리 임용고시에 합격해 안정적으로 길을 걸어 나가야 할 지인데 하는 걱정과 조급함은 늘 존재한다. 특히 나에게는 저자 중 한 분인 김보영 선생님처럼 안정성을 쉽사리 포기하고 기간제교사로 평생을 살아갈 용기가 없기에, 임용시험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며 삶에 필수적인 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선택들과 내가 향유하는 여러 관계들이 부디 임용시험의 독으로 여겨지기보다 앞으로의 교직생활에 있어 중요한 거름으로 자리잡기를 소망해 본다.

 


  나는 아직 나에 대한 믿음이 충분하지 않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못 미더운 편견에 맞설 용기가 없어. 그래서 계속 임용고시에 도전해보려고 해.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정교사가 되는 날이 멀리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열심히 달려볼게. 정교사라는 날개가 나에게 붙여진다면, “역시 제가 자격 있던 것 맞죠?”라고 말하듯 훨훨 날아볼게.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75.

 


  서평의 말미에 이른 이제야 고백하자면, 임용시험에만 집중(올인)하고자 마음 먹고 공부를 하던 와중, 붙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그저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지원한 학교 두 곳에 붙은 바 있다. 어차피 두 곳에 붙었으니 한 곳은 포기해야만 했고, 남은 한 학교가 집 근처인지라 매우 많은 고심을 했다. 남은 실업급여 2회를 포기하고,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부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병행이 가능할 것인가? 현재로선 이것이 복() 혹은 기회인지 독()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고민 끝에 집에서 가까운 거리이기에 오히려 간절함을 안고 공부하며 일과 병행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왕 결정했으니, 국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전문 상담 정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는 기회로 올해를 만들어야만 한다.

  불안함이 없지 않지만, 나는 기간제일때나 혹은 임용 합격 후 정교사가 되어서나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내 삶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가르침의 내용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픈 한 사람일 뿐이다. 때문에 지금의 나를 믿고 지금의 불안을 조금은 내려놓아 보기로 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느껴도 괜찮다는 저자분들의 작은 메시지가 내게는 큰 위로로 다가왔고, 완독과 함께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선물받았다.

  김보영 선생님, 그리고 박수정 선생님! 어느학교에서 동료로 만나든 함께 성장해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교단에서 뵙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은 북극성, 남십자자리와 일치한다. 교사는 북극성과 남십자자리처럼 학생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게 지식이든, 인성이든, 가치관이든,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러니 옛날 옛적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북극성이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처럼 다양한 지식과 가치관이라는 바닷속에서 헤매고 있을 아이들에게 교사라는 별이 여전히 필요하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165-166.

 


  반드시 나를 존경한다고 말해줬던 반장을 비롯한 나를 진짜 선생님으로서 사랑해준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보다 더 따뜻하고 커다란 사랑으로 아이들을 아껴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조건에 기간제인지 정교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204.

 

 


  “당신은 결국 선생님이 될 거예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느끼셔도 됩니다.”

 

- 김보영·박수정,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교사입니다, 저녁달고양이,2021, 283.

 

 

by papyros 2021. 5. 26. 02:29

호프 자런, 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독립북클러버 16기- 청춘의책탑] 11회차(16기 2회차)-「랩 걸(Lab Girl)」 리뷰

 

2021.2.14. 日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11회차 리뷰(16기 2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3년 전쯤(2018) 이었던가, 가장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 시즌2 10회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픈 책에 대한 화두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중 유시민 작가님께서 딸에게선물하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영향으로 호프 자런의 이 책, 랩 걸 (Lab Girl)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나도 전자책을 진즉 구입했던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3년 간 랩 걸 (Lab Girl)은 내게 있어서 수많은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 중 한 권이었다. 언젠가 읽겠지, 하는 마음을 한켠에 지닌 채, 그렇게 3년이 흐르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나보다. 독서모임을 함께하는 친구들 모두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의 반열에 랩 걸 (Lab Girl)이 자리해 있었고, 그렇게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덕분에 사놓고 읽지 못한 책 한 권을 완독할 수 있었다.

  과학에 대한 에세이라길래 기실 조금 걱정했는데 책은 매우 두꺼운 장편 에세이(7.8인치 전자책 페이퍼프로기준으로도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인 것 치고는 제법 가독성 있었고 저자의 삶을 함께 지나가는 중에 생각할 거리도, 삶에 대한 여러 문장들도 다수 등장했다.

  특히 저자의 삶에 가장 큰 양분이 되어 준 것은 바로 부친의 실험실을 놀이터삼아 유년기를 보낸 일이다. 또한 학위과정을 마치고자 자신의 삶을 위해 노력한 어머니의 모습도 호프 자런에게는 모델링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자랐다. 화학 실험도구가 늘어서 있는 실험대에 키가 닿지 않을 때는 그 밑에서 놀았고, 키가 큰 다음에는 실험대에서 놀았다. 아버지는 미네소타 시골 한가운데에 있는 전문대학에 자리한 실험실에서 물리학과 지구과학 입문을 42년에 맞먹는 시간 동안 가르쳤다. 아버지는 자신의 실험실을 사랑했고, 나와 오빠들도 그곳을 사랑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아버지랑 함께 실험실에 갈 때면 언제든 그 장비들을 가지고 놀 수가 있었다. 그것들을 다 꺼내달라고 부탁하면 아버지는 절대로, 한 번도 안된다고 거절하지 않으셨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해마다 5월제(유럽 각지에서 5월 1일에 하는 봄 축제—옮긴이) 날이 되면 엄마와 나는 땅에 씨를 하나하나 심었고, 일주일 후 싹을 틔우지 못한 것들을 파내고 새 씨앗을 다시 심었다. 6월 말이 되면 모든 작물이 왕성하게 자라고 주변이 모두 초록빛으로 둘러싸여서, 그렇지 않은 시절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곤 했다. 7월이 되면 이 모든 식물들이 흘리는 땀으로 공기가 가득 차서 그 습기 때문에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선들이 윙윙거렸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엄마는 고향으로 돌아와 아빠와 결혼을 했고, 네 아이를 낳은 후 20년을 자녀 양육에 전념했다. 막내가 유치원에 갈 무렵, 학사 학위를 따겠다는 집념을 불태우며 엄마는 미네소타 대학교에 다시 등록했다. 엄마는 통신 과정밖에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영문학을 택했다. 내 일과의 대부분을 엄마와 함께 보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 공부에 참여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엄마는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며, 각 문단마다 분투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나는 그런 식으로 어려운 책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유치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나는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반 아이들보다 수준이 높은 책을 읽고, ‘상냥하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러나 호프 자런의 유년시절부터 뿌리깊게 자리해 온 여성에 대한 성 차별은 그녀의 삶에서 너무나 크나큰 장벽으로 느껴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과학계’(이공계)에서 여성으로서 버티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으며 심지를 굳건히 했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작년에 관람한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도 여성과학자로서 그녀가 경험한 고군분투를 작품을 통해 생생히 느낀 바 있었다. 소르본대학에 입학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험실을 제대로 구하기 어려웠고 화장실도 없었기에 분투해야만 했고, 어느정도 업적을 거둔 후에도 자녀들의 육아에 전념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마리 퀴리. 19세기를 살았던 마리 퀴리의 시대가 그러했을지인데 20세기를 살아간 호프 자런의 삶도 마리 퀴리의 시대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19세기가 아닌 20세기였기에 호프 자런이 여성 연구자로서 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그녀에게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여긴다.

 


  다섯 살 때 나는 내가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게 무엇이든 남자아이보다는 못한 건 확실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여자아이인 척하는 동안 나는 솜씨 좋게 몸단장을 하고 다른 여자아이들과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줄넘기를 몇 시간이고 할 수 있었고, 내 옷을 스스로 꿰맬 수도 있었으며 누구든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완전히 처음부터 모두 내 손으로, 그것도 세 가지 다른 방법으로 요리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늦은 저녁이 되면 나는 아빠와 함께 실험실로 향했다. 건물들은 텅 비어 있었지만 모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거기서 나는 어린 여자아이에서 과학자로 변신했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내 경우는 반대 방향의 변신이긴 했지만.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과학 교수들은 내가 여자아이였음에도 나를 받아들였고, 내가 이미 의심하던 사실들을 재차 확인해줬다. 바로 내 진정한 잠재력은 내 과거나 현재의 상황보다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내 의욕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다시 한 번 나는 아빠의 실험실에서처럼 원하는 만큼 모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난 것이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내 욕망의 근본은 깊은 본능에 토대를 두고 있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 번도 살아 있는 여성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도, 심지어 텔레비전에서 본 적도 없었다. 여성 과학자로서 나는 여전히 그다지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은 한 번도 다른 것이었던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나는 세 개의 실험실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완성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가 이야기를 끝내고 “고마워” 하고 말하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몸이 움츠러드는 경험을 했다. 소개받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기 때문이다. 모두의 얼굴에는 이제 내게 익숙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저 여자가? 그럴 리가. 뭔가 실수가 있었겠지.” 전 세계 공공기관 및 사립 기구들에서는 과학계 내 성차별의 역학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결론지었다. 내 제한된 경험에 따르면 성차별은 굉장히 단순하다. 지금 네가 절대 진짜 너일 리가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그 경험이 축적되어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이 바로 성차별이다.

- 호프 자런, 2. 나무와 옹이,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들은 나도 그들과 동등한 학자로서 이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연구 자금을 댄 기관에서 나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별 상관이 없다. 그들의 눈에 나는 괴상한 사람을 달고 와서 20킬로그램 정도의 짐도 들지 못하는 지저분한 작은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나는 그 이미지를 없애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았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성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인정받는 자기상에 비중을 두고 삶을 살아가지 않았나 싶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비중에 둔다면 여러 한계와 장벽이 존재하지만,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에 비중을 둔다면 연구자로서 실험을 설계하고 변인을 통제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등 자신의 자유의지와 선택, 계획에 따라 세상을 탐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험실이라는 공간이 그녀에게는 그렇기에 더욱 소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가 아버지와 보낸 유년시절에서 느낀 행복감과 연결되어 었다.

 


  실험실은 교회와 마찬가지로 성스러운 날에 가는 곳이다. 세상 모든 곳이 문을 닫는 휴일에도 내 실험실은 열려 있다. 내 실험실은 도피처이자 망명처이다. 그곳은 직업상 전투를 벌이다가 후퇴해서 몸을 쉬는 곳이자, 내 상처를 돌아보고 갑옷을 보수하는 곳이다. 그리고 교회와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자라난 내가 진정으로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20년을 실험실에서 일하는 동안 내 안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자라났다. 내가 써야 하는 이야기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과학자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진정한 과학자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불안한 첫걸음을 떼서 오솔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 오솔길은 도로가 되고, 그 도로는 고속도로가 되고, 그 고속도로는 언젠가 목적지에 나를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바로 이날을 위해 일하고 기다려왔다. 이 수수께끼를 해결함으로써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무언가를 증명했고, 마침내 진정한 연구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 그러나 그 큰 만족감에도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내가 좋은 과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깨달은 동시에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처럼 될 기회를 이제 공식적으로, 완전히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성장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길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내가 확실히 안 유일한 사실은 언젠가 내 실험실을 갖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곳은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우리만이 열쇠를 갖고 있는 우리의 첫 실험실이었다. 작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곳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것이었다. 나는 그 텅 빈 방을 우리가 언제나 계획하고 꿈꿔왔던 실험실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본 빌의 눈에 감탄했다. 과거의 꿈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새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도 그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한편, 비단 여성과학자로서의 한계 뿐 아니라 실험실의 책임자로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로서의 어려움도 호프 자런의 이 에세이에 여실없이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미국사회도 연구자에게 연구비문제가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임이 강조되며, ‘이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이라 할지라도 그의 계약과 보험 등 안정된 직장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지점이 그러하다. 어쩌면 호프 자런은 이 에세이를 통해 과학계를 비롯한 연구 환경에 솔직하고도 따끔한 비판을 가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진정한 연구자이자 가족과도 같은 깊은 친구(마치 전우戰友와도 같은) ‘과 연대하며 그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낸다. 그리고 이는 단지 호프 자런 그녀의 안위安慰나 명예名譽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후세대 연구자들을 위한 호프 자런의 기꺼운 걸음이기도 했다.

 


  언젠가 과학 분야의 교수를 만나면 연구 결과가 잘못될까 걱정이 되느냐고 물어보라. 연구가 불가능한 문제를 선택했거나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를 간과했을까 걱정이 되는지 물어보라.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는 해답이 가지 않은 여러 길에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지 물어보라. 과학 분야의 교수에게 무엇이 가장 걱정인지 물어보라. 길게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면서 한 마디로 답할 것이다. “돈이오.”

- 호프 자런, 2. 나무와 옹이,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딛을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호프 자런, 2. 나무와 옹이,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빌은 실험실에 필요한 연구 자금을 말하고 있었다. 연방 정부에서 받은 계약이 몇 개 있어서 2016년 여름까지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실험실을 접어야 할 위험이 여전히 있었다. 환경 과학에 대한 연구 기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종신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빌은 그렇지 않다. 종신 계약은 교수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과학자들 중 가장 뛰어나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과학자가 장기적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엄청나게 화가 난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기금을 받지 못하면 나도 그만두겠다고 위협하는 것뿐이다. 아마 그러면 우리 둘 다 거리로 나앉게 되겠지만 말이다. 연구 과학자의 직업을 가진 우리는 절대, 영원히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호프 자런에게 더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그녀가 부딪혀 온 과정에 놀라왔던 점은 결혼 이후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는 내담자로서 호프 자런은 어머니가 되는 것에 매우 불안해한다. 사실 이는 저자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이다. ‘경력단절에 이어 아이를 위해 내 삶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우리 사회의 현재에 있어서도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더해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는 산모로서, 임신 25주차까지 항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얼마나 깊은 공포로 다가왔을지 감히 다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라 여긴다.

  그러나 호프 자런은 해냈고,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수용해낸다. 어쩌면 그것이 가능했던 건 저자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뿌리깊은 사랑이 저자의 내면 한 가운데 양분이 되어 내재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나는 2002년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의사들과 간호원들을 붙잡고 도대체 왜, 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묻고 또 묻지만 그들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필요한 약을 먹어도 괜찮은 날이 오기만 기다리며 날짜를 세는 것밖애 없다. 임신 26주차라는 것은 마술 같은 날이다. 그때부터 나는 임신 7개월에 접어들고, 그때부터는 산모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항정신성 의약품을 사용해도 된다고 미국식약청이 승인했기 때문이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그때 학과장 월터가 걸어들어왔고 나는 상관을 만난 군인처럼 자동으로 일어섰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한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여자로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종신 교수직을 받기 직전이던 나는 임신에 동반되는 어떤 육체적 약점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나도 내가 행복하고 기대에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쇼핑하고, 아기 방을 꾸미고, 배 안의 아기에게 사랑을 담아 말을 건네면서, 사랑의 결실을 기뻐하고, 내 자궁이 그득 찼다는 사실을 느긋하게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아기가 태어남으로써 인생의 일부분이 끝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슬퍼했다.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 신비로운 정체에 대해 꿈을 꿔야 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미 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나는 이 아기가 남자아이고, 그의 아빠처럼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것을 알고 있었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나는 혼란스럽게 말을 더듬는다. “전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말은,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약을 먹어야 하거나 그러면-”

  “괜찮아요.” 의사가 내 말을 가로막는다. “아기는 조제분유로도 잘 자랄 거예요. 전 그 걱정은 하지 않아요.”

  아기에 대한 내 첫 번째 실패를 이토록 너그럽고도 쉽게 받아들이는 의사의 용서가 내 심장을 관통한다.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어린애 같은 희망이 꿈틀거린다. 어쩌면 이 여자는 내게 관심과 애정이 있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 차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무서워요.” 내가 말한다.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낳다가 죽을 것이라고 늘 확신해왔다. 엄마로서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외할머니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았고, 삼촌이나 이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죽지 않고 성장한 삼촌, 이모만 해도 열 명이 넘었지만 말이다. ‘Diskutere fortiden gir ingenting(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어쩌면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망칠 수 없는 100만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실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아기가 나를 나보다 더 큰 또 하나의 무언가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내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특권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도와줄 사람이 있고, 충분한 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직업이 있고, 필요하면 먹을 수 있는 약이 있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정말로 기쁨을 거두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나와 아들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아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알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답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삶에서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온 나로서는 정말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 귀중한 것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경험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예전에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기도했지만 이제는 내가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아이에게 하는 입맞춤 하나하나는 내가 그토록 절실히 원했지만 받지 못했던 모든 입맞춤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내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이제는 내 사랑이 아이가 이해하기에 너무 큰 건 아닐까 걱정한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알 필요가 있고, 나는 내가 느끼는 이 풍요로운 사랑을 모두 표현할 능력이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이제 나는 내 아들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기다렸던 기다림의 끝이라는 것을 깨닫고, 누군가의 엄마가 될 단 한 번의 기회가 한 번 내게 주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 나는 이 아이의 엄마(이 말을 이제는 할 수 있다)지만 오직 내가 기대했던 엄마 노릇의 관념에서 나 자신을 해방시킨 후에야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었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딸에 대해서는? 나는 이 감정이 딸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내가 직접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딸로 산다는 것은 나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계혈통은 한 세대를 건너뛰어야 다시 이런 어려운 관계가 반복되는 것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손녀를 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내 욕심은 늘 너무 앞서 나가곤 한다. 내 계산에 따르면 이렇게 기다리는 손녀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특히 이 혈통이 건너뛰는 것을 계속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되도록 처음부터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럼에도 햇살이 눈부신 오늘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병을 띄워 보내고 싶다. 누군가 기억해주길. 누군가 언젠가 내 손녀를 찾아서 이야기해줄 수 있기를. 그 아이에게 할머니가 부엌에 앉아 손에 펜을 쥔 채 창밖을 보던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기를. 그 아이에게 할머니는 결정을 내리느라 바빠서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도, 창틀에 쌓인 먼지도 볼 겨를이 없었다고 이야기해주기를. 결국 할머니는 수십 년 먼저 손녀를 사랑해버리기로 결정했다고 그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기를. 그 아이에게 할머니가 햇빛을 받고 앉아서 나무를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너를 꿈꿨다고 누군가가 말해줄 수 있기를.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아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라고요? 처음에는 ‘그’라고 했잖아요. 호랑이는 남자예요.”

  “호랑이가 여자면 왜 안 되지?” 내가 물었다.

  아들은 너무도 뻔한 사실을 내게 설명했다.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몇 초 후 물었다. “오늘 밤에도 실험실에 갈 거예요?”

  “응, 하지만 네가 깨기 전에 다시 돌아올 거야.” 나는 아이를 안심시켰다.

  “아빠가 바로 방 밖에 있고, 네가 자는 동안 코코가 너를 지켜줄 거야. 이 집은 널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나는 아이를 재우며 날마다 하는 말을 반복했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일단 환경의 제한을 넘어서게 되면 나무는 모든 것을 잃는다.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줘야 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마지 피어시(미국의 소설가, 페미니스트 – 옮긴이)가 말했듯 삶과 사랑은 버터 같아서, 둘 다 보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온실 안에서 빌과 내가 함께 앉아있던 그날, 우리는 희망과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식물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한 것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다. 얼마 가지 안아 우리는 서로에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20년에 걸쳐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호프 자런 뿐 아니라 개개인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즉 개인마다 고유한 자기서사를 지니고 있는 셈인데, 나는 호프 자런의 자기서사가 문학치료학적 이론에 근거하면 부모서사와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서사는 스승이나 부모 등의 위치에서 자녀를 가르치는 위치에서, 양육을 통해 자녀의 성장과 독립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이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함께한 실험실을 양분 삼아,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을 발판삼아 여러 장벽을 넘어 성장했듯이, 그녀도 그녀의 아들에게 양분이 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유시민 작가님이 이 책을 자신의 딸에게 추천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에 있지 않을까. 과학자(연구자)로서의 삶, 여성으로서의 한계 극복이라는 호프 자런의 삶에 주요한 키워드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아버지의 사랑을 양분 삼아 네 길을 올곧이 걸어가고 이루어 나가라고.

  그런 점에서 나도 이 책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는다. 또한 나는 나의 청년기를 어떤 모습으로 보낼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여러 한계를 어떻게 넘어 나갈지 깊이 고민하며 앞으로의 삶을 재조망해보게 된다.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 호프 자런, 1. 뿌리와 이파리,랩 걸 (Lab Girl), 알마, 2017.

 


 

  나무가 되는 것은 긴 여정이다. 그래서 경험이 굉장히 많은 식물학자라도 나뭇가지나 묘목만을 보고 그 나무가 향후 50년 사이에 어떤 나무로 자라게 될지 정확히 에측할 수 없다. 나무의 성장표가 추측하는 데 유용하기는 하지만 그 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호프 자런, 3. 꽃과 열매,랩 걸 (Lab Girl), 알마, 2017.

 

 

 

by papyros 2021. 4. 30. 22:50

 

[독립북클러버 16기- 청춘의책탑] 10회차(16기 1회차)-「페인트」 후기

 

이희영, 페인트, 창비, 2019.

 

 

2020.12.27. 日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10회차 리뷰(16기 1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어느덧 161회차(10회차)를 맞이한 독서모임 <청춘의 책탑>입니다. 리뷰를 업로드하는 시기가 좀 늦었네요. 161회차 모임은 지난해 12월 연말에 진행하였으며, 내용 정리 후 뒤늦게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바, 지난 12월 저희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은 ZOOM으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가올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더욱 활성화된 독서모임을 희망해봅니다.

  12월의 도서로 <청춘의 책탑>에서 함께 읽은 책은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입니다. 부모면접이라는 참신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청소년문학인 만큼, 교육 분야를 전공/종사하고 있는 청춘의 책탑 멤버들이 이 책을 매개로 부모-자녀의 관계 및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 폭넓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여겼으며, 비단 청소년문학을 넘어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과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모임 후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

 


 

1. 페인트를 읽고 싶었던 이유와 책의 첫인상을 나누어 주세요.

 

- 구병모작가님, 손원평작가님의 작품 등 창비 청소년문학에는 좋은 작품이 참 많은데, 이희영 작가님의 페인트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기를 거쳐온 우리가 이제는 어른으로서 해당 작품의 내용과 주제의식을 어떻게 내면화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허구성을 지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어 주어,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 이성으로 이루어진 결혼관계의 가족형태가 등장하는데, 동성혼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 우리 사회의 대다수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기에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2. 페인트에서 인상깊었던 내용과 구절을 나누어 주세요.

 


   사람들은 꽤나 근본을 중시했다. 원산지를 따져 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나는 그냥 나다. 물론 나를 태어나게 한 생물학적 부모는 존재할 테지만, 내가 그들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키워지지 않았다 해서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 아닐까? 왜 사람들은 NC 출신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생물학적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특권 의식을 느낄 만큼 그리 대단한 일일까? 그렇게 소중해서 매일같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 이희영,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페인트, 2019.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꿈이고 목표다. 아무리 하나의 어머니가 최고의 환경과 최고의 교육을 동경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 어머니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는 어머니와 전혀 다른 인격체였고, 전혀 다른 꿈을 가진 한 명의 사람이었다.

 

- 이희영, 기다릴게, 친구, 페인트, 2019, 종이책 178.

 

: 사랑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도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하나의 이야기 - 하나의 어머니에 대한- 가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어머니로부터 독립된, 고유한 를 분리하는 시간이 많은 딸들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 상담이론 중 가족상담파트에서도 배우게 되는 부분인데,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적절한 '경계선'을 지켜줄 때 각자의 고유한 내면을 존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와 해오름은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두 사람은 부모 준비가 끝난 사람들이었다. "실은, 제가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더라고요."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 이희영,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페인트, 2019.

 

: 부모나 자녀 둘 중 어느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맞추는 일방향적인 관계는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 문장을 통해 들었어요. 부모-자녀 관계도 함께 만들어가는 쌍방향적인 관계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문장을 통해 다시금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고두심이 강하늘한테, 자식은 부모가 뭘 해주든 부족하다 부족하다 얘기한다고 하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는데, 부모님들께 무조건적 희생을 바라는 자녀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에 <페인트>의 저 문장이 다시금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을 곱씹게 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족한테서 가장 크게 상처를 받잖아. 그래서 우리는 아이 낳지 않기로 한 거야.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아이의 성격과 가치관, 나아가서는 인생까지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거든. 아기를 키우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닐 테고. 어쨌든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어.

- 이희영,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페인트, 2019, 종이책 117-118.

 

 

: 하나의 이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그만큼 가장 많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이가 바로 가족관계고, 그만큼 더욱 귀히 여기며 서로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만약 좋은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정말 잘해 드릴 거야. 어버이날도 챙겨 드리고, 두 분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도 꼭 선물이랑 꽃을 드리고 싶어.”

“…….”

“형, 나는 사랑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

 

- 이희영,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페인트, 2019.

 

: 이 작품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키와 같은 맑은 아이의 마음에 어른인 우리가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 어른인 우리가 해야 할 일 같아요.

 


 

3. 만약 자신에게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면 , 바라는 부모상이 있나요?

 

-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맞춰줄 수 있는 부모님. 특히 열일곱,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자녀 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어느정도 자녀를 위해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부모님이어야겠지요.

-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거나 자녀에게 집착하지 않고, 당신들의 삶을 잘 꾸려나가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건강한 부모님이고 자녀의 행복한 삶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한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실수를 지적하는 자녀들에게 를 내거나 어디서 말대꾸를 하냐는 반응이셔요. 그런 반응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고, 추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2019.

 

 


 

4. 이외 페인트를 통해 논의하고 생각해 봄직한 화두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사실 NC출신이라는 낙인은 우리 사회에 고아원이나 보육원 등의 형태를 비유한 것 같아 요. ‘낙인차별이란 것이 너무 일상 속에서 만연하고, 그 사회현실을 잘 비유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경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사실 이 작품에서는 이성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부모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결혼이나 가족의 형태가 다원화된 것을 고려한다면, ‘좋은 부모혹은 좋은 자녀’, ‘가족의 형태를 꼭 규정지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이상한 정상가족』 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 ‘완벽한’, ‘완벽히 행복한사람이나 가족(가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허구적인 것이 아닐까요. 진짜 가족은 ‘갈등’ 속에서 서로 성장해나가는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 결말부 제누301의 대사처럼 좋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건대 나는 좋은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결말부 “NC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NC 출신들 밖에 없어요.” 라는 대사는 사실 제누301이 앞으로 마주할 미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암시하기에 씁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부분이겠지요.

 


 

5. 페인트에 대한 전체적인 총평

 

H.J ★★★★★ 5

- 무해하고 선한 인물들이 등해 읽는 내내 좋았던 작품. 청소년 문학의 강점과 한 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나 강점이 더욱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다.

 

S.H ★★★★☆ 4.5

- 가독성 있는 문학작품으로, 상담자로서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S.H ★★★★☆ 4

- 가족이나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들에 대해 성찰적 사유를 가능 하게 하는 작품.

 

S.R ★★★☆☆ 3.5

- 현실에 부딪히는 이야기였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청춘의 책탑의 다음 모임 도서는,

 

[호프 자런 , 『랩걸』 , 알마, 2017.]  입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에세이로서, 삶에 대한 여러 논의를 거칠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by papyros 2021. 3. 30. 01:08

 

[독립북클러버 16기- 청춘의책탑] 10회차(16기 1회차)-「페인트」 리뷰

 

이희영, 페인트, 창비, 2019.

2020.12.27. 日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10회차 리뷰(16기 1회차)

with yes24 독립 북클러버

 

 지난 여름, 국어과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던 중, 7월 8일에 인천 부평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페인트> 온라인 북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페인트를 1회독한 이후,  청춘의책탑에서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기 위해 5개월 만에 다시 이희영 작가님의 <페인트>를 재독했다. 청소년문학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역시 짧고 후루룩 읽을 수 있긴 하지만 , 작품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고민의 내용들은 참 풍부한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부모면접'이라는 작품의 주요 소재 자체는 어쩌면 소설을 읽는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는 효과를 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그 카타르시스를 넘어서 결말부쯤엔 부모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끔 한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바로 그 지점이 이 책이 청소년문학인 이유이기도 하리라.)

 작품에서 주요 장면과 인상적인 부분들을 짚어보자면 센터장 '박'의 서사, 제누301과 하나&해오름의 페인트 과정과 관계설정, 아키와 아키의 부모면접, 그리고 NC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이렇게 네 부분을 들고 싶다.

 우선 박은 '상처 입은 치유자'의 전형이라 여겨진다.  친부모에게서 버려지거나 부모와 이별하게 되어 NC에 들어온 아이들은 모두 부모면접(페인트)을 통해 좋은 부모를 만나 NC출신이라는 낙인을 제거하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자녀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한 아이의 삶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부모면접과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페인트를 연결해주는 사람은 센터장 '박'인데, 그는 비록 NC출신은 아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매우 큰 상처를 지니고 있다. 센터장 '박'이라는 인물은 낳아준 부모와 함께 살고있지만 그 부모들로부터 불행했으며 NC아이들은 부모가 없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인해  불안한 삶을 겪어내고 있다. 결국 한 개인의 삶에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자녀 관계의 유무보다는 그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었는지가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수동적인 관계인지 혹은 함께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관계인지에 부모-자녀관계의 방점이 자리한다고 여긴다. 박은 자신이 전자의 관계를 경험했기에, 아이들 각자에게 적합한 '최고의', '완벽한' 부모를 찾아주고자 부단히 애쓴다. (물론 완벽한 부모는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NC센터의 상식 기준에서는 자격미달인 부모가 제누301에게는 이상적인 부모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박'의 모습은 결국 그 본인 자체가 자신의 상처를 발판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감싸려는 '상처받은 치유자'로서 기능하기에 , 박이라는 인물이 참으로 많이 마음에 남았다.

 물론 직업에 몰두하는 만큼 가정 안에서의 그는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NC아이들에게 그는 좋은 부모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여긴다.

 


 "가장 어려운 아이들 곁에 있고 싶었어. 부모를 만난다는 게, 십 년 넘게 센터 생활만 해 온 아이들이 부모를 만난다는 게 마냥 신나고 좋기만 한 일이 아니잖아. 실적이 낮다는 건 부모 만나기를 불안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지. 그만큼 더 사랑해줘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고."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 박은 누구보다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범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생활했으리라 믿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박에게서 불우하고 끔찍한 어린시절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득,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가 이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부모를 소개해 주고자 애쓰고, 단 한 명의 아이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속에는, 채 자라지 못한 아이의 상처를 감싸 안아 보려는 안간힘이 있었다......'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어째서 박이 센터를 찾아오는 프리 포스터들에게 그토록 엄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자신과 같은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을 거다. 부모에게 상처받고 학대받은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닐 테니까. 그것은 어쩌면 NC출신이라는 꼬리표보다 더욱 감당하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박은 강한 사람이었다. 이토록 올곧은 어른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강철처럼 단단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센터장은 분명 밝은 얼굴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세상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작품의 주인공인 제누301과 해오름&하나의 페인트 면접과정은 매우 흥미로운데, 나는 제누301이 하나와 해오름에게 마음을 연 것이 바로 '진솔성'의 힘에 있다고 여긴다. 그들은 다른 여타의 프리포스터들과는 달리 '완벽한' 부모로 자신들을 포장하지 않았다. 아이를 향한 듣기 좋은 말이나 환심을 사려는 노력 대신 그들이 지닌 상처와 있는그대로의 환경을 그대로 개방했다. '완벽'하기 보다는 '부족한' 사람들임을 전했다. 나는 그 지점이 바로 이들이 바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부모라고 여겼다. 완벽히 착한 자녀가 존재하지 않듯 '완벽히 좋은 부모' 역시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보완할 방법을 고민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여겨진다. 하나와 해오름은 그들 의 부족함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숨기지 않음으로서 제누301과 진정한 라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상담장면에서 상담자 또한 내담자에게 이러한 태도, 진솔성 어린 태도와 자기개방이 강조되는 것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로저스님 찬양합니다..:) )

 


 "더 듣고 싶어요, 저분들의 이야기." 모두들 얼마나 훌륭한 부모 밑에서 성장해는지 자랑하기에 바빴다. 자신들도 뒤늦게나마 그런 부모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니 우리가 따뜻한 가족이 되어 주겠다, 선심 쓰듯이 말했다. 자신이 부모에게 상처받았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 이희영,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페인트』

 

 한편 제누와 친밀한 관계인 귀여운 동생인 아키라는 인물과 아키의 부모면접과정도 마음에 많이 남았다. 제누301이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 어른스러운 아이라면 아키는 아이다운 순수성을 지니고 있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다. 아키가 그에게 맞는 부모를 찾아갈 수 있었던 점이 매우 다행스러웠는데, 한편으로 우리가 아키의 그 어린아이다운 순수성과 그 아이 내면의 사랑과 신뢰를 지켜 줄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지 한편으로 고민하게되었다. 아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픈 욕심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 묘사되는 NC출신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지점들이 여러모로 있었는데, 어쩌면 NC센터는 비단 소설 속 허구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는 고아원/보육원에 대한 어느정도의 선입견이 있으며, '부모가 없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동정/걱정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과연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그 사실이 동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언젠가 부모와 이별하게 되는데 유년시절 부모와 이별/상실을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이 가엾음/동정의 대상이되고 차별적 요인이 되는 사회현실에 자성하게 된다. '부모의 부재'여부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으며 어떤 내적 문제를 겪고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깊은 초점을 맞추는 사회로 변모하길 소망한다.

 


 "어른으로서 이런 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힘 있는 자들은 끊임없이 연약한 존재들을 짓밟지. 특권 의식을 누리려는 거다. 힘 있는 자들만이 아니다. 힘이 약한 사람들도 그런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어. 자신도 약하면서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들을 짓밟는 거다. 가난한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 누구나 기피하는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 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친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은 국가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너희들에게 묘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너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아이다. 누구라도 너를 보면 호감이 생길 거야. 그러나 네가 NC 출신임을 밝히는 즉시 사람들은 너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거다. 그건 제누, 너도 잘 알잖아. 이곳에서 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차별 속에 살아가는지."

- 이희영,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페인트』

 

  책을 2회독한 지금, 초독때 부모면접이라는 소재의 참신성에 대해서 생각했던 반면 지금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얼마나 좋은 자녀인가? 내일로 정말 한국나이 서른이 되는데, 서른이 되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어머니께 '따뜻함'만을 바라고 내가 상정하는 부모에 대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속상해하는 아이같은 면모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정작 나는 어머니께, 그리고 아버지께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은 자녀이면서도.

 자녀로서의 내가 불완전하고 부족하듯이, 부모님들도, 그분들도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비록 부모님들의 자녀인 나 앞에서 직접 그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미리 헤아려 생각하는 자녀로서의 마음을 조금 더 넓혀간다면.. 나의 부족함처럼 부모님들도 부족함 많은 한 사람임을 생각하고 그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갈등의 상당한 부분들이 줄어가지 않을까 싶다.  

 좋은 면만 바라고, 좋은면만 보여주기보다는 'Good Enough' - 충분히 좋은 부모 그 자체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부모님의 부족함까지 통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녀가 되기를..

그리고 나 자신의 부족함도 통합적으로 수용할 수 건강한 부모자녀관계를 맺어갈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 이희영,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페인트』

 


 "한 가족이 된 것을 기뻐할 때도 있고, 후회할 때도 있을 거야. 너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야. 얼굴 표정, 목소리만으로 서로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알 정도로 가까워지겠지. 그렇게 되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내가 친구들과 그랬듯이. 해오름과 부부가 되었을 때 또 그랬듯이."

 

- 이희영, 「기다릴게, 친구」, 『페인트』

 


"기다릴게, 친구." 

  하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나를 안아 준 프리 포스터는 단 한명도 없었다. 포옹이 가능한 단계까지 페인트를 이어 온 적이 없었으니까. 하나는 나와 단둘이 산책을 하고, 포옹을 해 준 유일한 어른이었다. 아니, 친구였다.

 

- 이희영, 「기다릴게, 친구」, 『페인트』

 


  "이 세상에 처음부터 끝까지 좋기만 한 사람은 없어. 그분들이 너한테 항상 밝고 예쁜 모습만 요구한다면, 너 그럴 수 있어?"

  "네가 할 수 없는 걸 그분들에게 강요하지 마. 나랑 아옹다옹하는 것처럼 그분들과도 마음 안 맞는 일이 분명히 생길 거야. 그분들에게서 좋은 면만 찾지 마. 너도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그러지 않으면 그게 너와 그분들 모두를 힘들게 할 테니까."

- 이희영, 「Parents' Children」, 『페인트』

 


 하나와 해오름은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두 사람은 부모 준비가 끝난 사람들이었다. "실은, 제가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더라고요."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 이희영,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페인트』

by papyros 2020. 12. 31. 16:05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https://indiepub.kr/product/detail.html?product_no=1419&cate_no=25&display_group=1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교육은 행복해지려고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적어도 내가 학교 다니면서 본 친구들 중에 90% 이상은 학교 때문에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학교가 끝나거나 방학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행복해보였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18.

 

  핀란드. 주지하듯이 한국 교육계에서는 늘 교육현장의 모범사례로 선망받는 교육현장이 바로 핀란드의 교육이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이 책에서는 핀란드의 무엇을 말하고 있을지, 과연 핀란드 교육의 행복비결을 바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펼쳤다. 경쟁식 교육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한국사회에 대비되는 핀란드의 교육.

  저자도 나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교환학생으로 핀란드에 갔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처럼,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인 것인가. 나는 중학생 때부터 국어교사를 꿈꾸며 살아왔고 최근까지 국어 기간제교사로 일해왔지만(지금은 전문상담 임용을 준비하며 전문상담 기간제교사로 근무중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사(특히 주요교과교사의 경우 더욱)는 수업시수도 많은데 과도한 행정업무까지 떠안게 된다. 출제와 수행평가, 행정업무가 반복되다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핀란드의 교육은 과연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이미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접한 바는 있지만 실제로 교환학생을 하며 핀란드의 대학교육을 체감한 저자의 글에 기대감이 컸던 것은 바로 내가 교직에 나아가길 희망하는 한 청년으로서 한국 교육이 변화되기를 진실로 소망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성공하려고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열심히 한다. 영어공부나 운동, 독서가 대표적이다. 그것을 하는 이유가 스펙을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더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좋다. 더 노력해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은 자율권을 얻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좋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부리는 것이다. 모두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20.

 

  모두가 깊은 사유를 통해 가치관과 세계를 위한 무언가를 해 나갈 시간보다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한국 사회와는 대조적으로, 핀란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공동의 가치관을 위하여 노력하는 개인을 위해 사회공동체가 함께 발을 맞추는 선택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채식에 대한 일화를 언급하는데, 한 개인의 실천이 거대한 집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핀란드 사회의 건강한 신념과 선순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의 경우 채식을 하는 개인을 소수자로 취급하면서 심지어는 채식하는 개인에 대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어린 시선까지 따라붙는 경우를 왕왕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했지만, 주된 이유는 역시 지속가능성의 관점이었다. 한국의 미세먼지와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극적으로 체험하고 있을 때였고,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특히 개인이 집단을 이룬다는 사고방식이 강하다. 집단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 개인이 함께 모여 집단을 만든다. 그렇기에 한 개인의 행동, 윤리적, 도의적 책임의식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의 행동이 쌓여서, 그리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한 사회가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49.

 

  또한 뒤이어 나오는 기후변화를 위해 학생이 시위를 하며 등교거부를 하는 -일화도 인상적이었다. 학생 개인의 정치, 사회적 신념을 인정하고 학생이 신념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존중하는 것인데, 학교교육에서 함께 사회 현안을 공론화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현실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개발이 가능할지 스스로 공론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금요일에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올해부터 만 열여덟 살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투표권을 부여받게 된 만큼, 학생들을 ‘어린 존재’ ‘피교육자’로서만 대하기보다는 이제 그들이 ‘자율성’과 ‘주체성’을 지닌 존재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책임이 있는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교육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교육에서는 학생들을 ‘수동적 존재’로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학생들이 금요일에 학교에 오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이것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교사는 이 운동을 권장해야하며, 그 운동을 그저 결석의 구실로만 다룰 수는 없다. 교사는 학교에서 이 운동을 타협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이미 파업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권장하거나 파업을 소개하고 파업 동기를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과 같은 어린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운동은 학생으로서 영감을 쉽게 받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학생들은 실제 행동 단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종류의 행동을 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교육자로서 학생이 학교와 실생활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 단계를 소개해야 한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64-65.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교육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발화되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면서 어린아이들의 고정관념이 생기는 만큼 핀란드의 아동교육은 성 중립성을 지키고자 상당부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핵심이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타 성별에 대한 혐오발언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데, 그 기저에 성 중립성보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확대시키는 어른들의 발화가 아이들의 내면에 뿌리깊게 내재화되고, 나아가 학교교육 내에서 경험한 개개인의 성 정체성으로 인한 경험이 이를 심화시켰다고 여겨진다.

 

 


  성 중립성 학교에서 교사가 되려면 스웨덴 LBT권익 연맹(Shutts, Kenward, Falk, lvegran & Fawceet, 2017)이 제공하는 종합적인 교육(기간 6~8개월)을 사전에 받아야만 해당 학교에서 교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의 교육은 교사에게 학생을 성 역할에 구애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이고 동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한다.(RFSL, 2019.)

  교사들은 학생들과 대화할 때 성별에 구애받는 언어들을 피하고, 전통적으로 한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행동을 피한다. 또한, 어린아이들은 수많은 동화와 노래 등을 통해 전통적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학습한다. 대표적으로 미녀와 야수는 납치당한 여주인공이 납치한 괴수에게 사랑에 빠지는 스톡흘름 증후군의 이야기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잠에 들어 있는 공주님을 멋진 왕자님이 구해주는 이야기다. 남성에게는 능동성이, 여성에게는 수동성이 관념적으로 내재되어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껴 더 다양한 정체성과 가족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 노래 및 기타 교육 자료를 수정하도록 훈련받는다(Shutts 등, 2017). 작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문학작품들이 백마 탄 왕자님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공주님을 구하는 일변도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성의 부재가 문제인 것이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89-90.

 

 

  마지막으로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바로 제 5, 경쟁이 없는 학교에서 언급하는 핀란드 사회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한국 교육은 고정형 사고방식으로 인해 한 개인이 정체성을 성공’, ‘성취’, ‘성적을 기준으로 형성하기 쉬운데 한국 교육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독자로서의 나 또한 사실 평가에 예민한 학생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저자처럼 모든 분야에 성적이 우수하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 학습태도가 바람직해 모범생으로 불렸고 그 정체성을 깨기 싫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 대학원에 진학해서까지 그 정체성을 유지하느라 한 번도 대학 수업시간 중 대출을 하거나 수업을 빼고 여행 가는 과감한 행위를 해 본적이 없는데 30을 코앞에 둔 지금에 와서는 그런 경험을 한 친구들이 더욱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대학원에서까지 좋은 학점을 유지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 그런 학생이었다. 교사를 꿈꾸게 된 이유도,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정체성을 근간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만나게 될 미래 세대의 아이들은 나처럼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 평가에 예민한 사람으로 자라게끔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순간순간 경험하는 자신의 선택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학점보다는 과감히 여행을 떠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내고 싶다. 어쩌면 학교교육의 ‘과정중심평가’ 도입이 그 시작이리라 여기지만, 아직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평생 1등만 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극소수다. 언젠가는 그 정체성이 깨지게 되어 있다. 역설적으로 공부를 잘해 그 정체성을 오래 유지하는 학생일수록 그 정체성이 깨질 때 타격이 크다. 그래서 오히려 전교 1등, 명문대학교 학생들이 갑자기 정체성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그들의 노력, 과정에 칭찬을 해주는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언제나 성장하는” 등의 정체성을 주어야 한다. 이 정체성은 상황이 바뀌어도 내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 어렵겠지만 평가 역시 위를 바탕으로 할 방법을 고안해 보아야 한다.

  캐롤 드웩교수의 정의를 빌리자면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보다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학생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자신에게 닥칠 시련이나 방해요소로만 보아 기피하는 반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은 같은 상황을 넘어서야 할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128-129.

 

 

  전체적으로 이 책은, 전문상담교사로서 한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내게 교사로서의 지침서 같은 책이었다고 여긴다. 미처 서평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등장하는 인종차별혐오발언에 대한 부분까지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다수자, 강자에 속했을 때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최소한의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혐오 발언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소양은 ‘공감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바로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접경험인데, 하단부 저자의 표현이 내 마음과 너무나도 같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교사로서, 특히 전문상담교사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소양은 공감능력’, ‘(다양한 상담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상담자로서의 학문적 역량’, ‘성 중립성등 외에도 풍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이루는 가장 큰 두 축이 책과 영화인 만큼 지금껏 내가 너무나도 좋아해 즐겁게 읽어오고 보아온 영화들이 전문상담교사로서의 내 역량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여긴다. 내담학생들에게 이것이 전달된다면 내담학생들은 또 누군가에게 이를 전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어떤 곳에서도 주류이기 때문에 차별을 한 번도 당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마음 깊은 속에서 차별은 나쁘다고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인류가 위대한 발견을 한다. 그것이 바로 글과 스토리의 위대함이다. 소설이고, 영화고 예술이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상황 속에 대입하고, 공감하는 능력. 그것이 인간이 가진 위대함이다. 그래서 인류는 예술을 향유하고, 만든다. 내 글을 읽고 분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아시아인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분노하기 쉽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주류가 되었을 때, 상대적 강자가 되었을 때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멀리해주길 바란다. 자신이 소수일 때 경험했던 차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 어떤 마음을 속에 새겨서 다른 사람이 그 경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151.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사회 내에서는 학문적으로도(소위말하는 명문대학생) 성별로도 다수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책의 도입부 군대에 지원했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특히 후반부인 인종차별 부분에서는 어? 이 작가님이 여성이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다수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타자를 위한 배려를 통해 그 깊은 사유가 엿보였다.

  핀란드에서의 14개월을 통해 느낀 점을 책으로 내어주신 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 저자분이 핀란드 대학 교육학 시간에 경험한 내용을 상기하며 서평을 갈무리하고 싶다. 나의 대학 시절에도, 저자와 같은 교수님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셨는데, 학생과 수평적이며 신뢰로운 관계를 맺고 표면에 보이는 부분보다는 이면을 보시며 따듯한 시선을 견지하셨던 교수님의 교육철학이 내 교육철학을 형성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내가 Martin Buber(마르틴 부버)의 ‘만남의 철학’에 가장 크게 공감하는 이유도 그 영향이 크다.

  이 책에서도 그와 유사한 부분이 나오는데, 앞으로 평생 교사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나는, 아래 문장을 평생 담으며 살아가고 싶다. 부디 내가 30년 후에 꼰대 교사가 되지 않고 모쪼록 상담시간 중 점심을 먹는 내담자의 이면에 있는 욕구를 진정성있게 공감하는 따뜻한 상담자(전문상담교사)’로서 자리하기를. 30년 후에 이 글을 다시 볼때도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핀란드에는 학교 내에 엄격한 계급제도가 없다. 학생이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방법이나 내용을 선택하는 데 더 많은 자유가 있다. 학생들은 학교를 자유롭게 느낀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121.

 


  수업이 정말 자유로워서 수업 중에 음료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예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충분한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식사를 할 때 교사의 시선은 “수업이 바빠 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구나.”의 따듯함을 유지하고 있다.

 

- 안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하모니북, 2020, 116.

 

 

by papyros 2020. 10. 31. 21:48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후기 제 3편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해당 제품 리뷰는 교보문고X이리스(Ebook Reader Society) 콜라보이벤트에서 체험단에 선정되어 기기를 지원받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독서생활의 동반자 교보문고와 이리스 운영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느덧 교보 SAM 7.8 Plus Pen (펜있샘)의 리뷰도 마지막 3편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께서 가장 기다리셨을 것으로 예상되는 타사 제품과의 본격 비교!! 독서하며 경험한 사용기 위주로 리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사용중인 모든 리더기 떼샷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리의 두 대라는 말이 마치 옛말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진리의 세 대 , 진리의 네 대가 기본 아닌가요?(저는 진리의 다섯 대!)   차례대로 7.8인치인 교보 SAM과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그리고 크레마 카르타G, 리디북스 페이퍼, 하이센스 A5 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고 주로 구입할 수 있는 E-ink Ebook 리더기는 리디북스(페이퍼 프로 / 페이퍼), 크레마 (그랑데 / 카르타G / 카르타 / 엑스퍼트 / 사운드업 / 사운드 등), 교보문고 (SAM / SAM 7.8 / SAM 7.8 Plus Pen)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이센스 제조사나, 오닉스 , 보위에 등의 제조사 또한 이에 못지 않으나 Ebook리더기 시장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독자들이 국내 서점사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군입니다.

 모든 기기를 다 비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본 리뷰글에서는  같은 '7.8인치'인 리디북스의 페이퍼 프로(리페프)와의 비교 및 '범용기'라는 공통점을 지닌 크레마 카르타G와의 비교를 위주로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후기는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어지며 본 리뷰글은 3편에 해당됩니다:)

 

1.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1편 : 상품구성, 언박싱, 스펙
블로그 pedagogics.tistory.com/162, 카페 cafe.naver.com/bookbook68912/78886

2.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2편 : Sam 7.8 사용기와 이용꿀팁
블로그 pedagogics.tistory.com/163 , 카페 cafe.naver.com/bookbook68912/78913

3.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3편 : Sam 7.8과 타사제품 비교 및 독서 리뷰




 

1) 7.8인치 : 교보문고 SAM (Plus Pen)과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Paper Pro)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제품 상세스펙
교보문고 SAM 7.8 Plus Pen 상세 스펙

 

 가장 먼저 비교할 기기는 같은 크기의 7.8인치인 리디북스 페이퍼프로입니다! 교보문고 SAM과 같은 크기라는 이유로 가장 많은 비교대상이 되는 기기인데, 교보 SAM은 타사앱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범용기인 반면 리디북스 페이퍼프로의 경우, 루팅 없이는 타사 앱을 설치할 수 없는 전용기입니다. 때문에 단순한 스펙 비교를 떠나서, 우선 기본적으로 제품을 선택할 때 본인이 어느 서점사에 더 책이 많은지, 여러 서점사에 책이 고루 분포된 편인지 혹은 한 서점사에 책이 많은지, 그리고 루팅 등 기계를 다루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를 검토해 제품을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기실 두 제품은 모두 7.8인치로 크기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두 제품을 같이 놓고 보면 교보 SAM이 다소 작아보일 수 있는데, 이는 베젤의 차이에서 오는 듯 합니다. 교보 SAM은 280g, 페이퍼프로는 250g을 자랑하는 만큼 무게의 경우 두 제품 모두 가벼운데, 근소한 차이로 페이퍼프로가 조금 더 얇아보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품비교에 들어가보겠습니다. 먼저 사양면에서 전체적으로 교보 SAM의 스펙이 페이퍼프로에 비해 앞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장용량 및 배터리 용량, RAM 사용 다소 증가된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안드로이드 8.1을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페이퍼 프로 :  250G의 무게, 내장용량 8G, 배터리 1200mAH, 안드로이드 4.4, RAM 1GB

교보 SAM : 280G의 무게, 내장용량 32G, 배터리 3200mAh, 안드로이드 8.1, RAM 2GB

 

 다만 페이퍼프로의 경우 물리키가 존재하지만, 교보문고 SAM은 물리키가 없는 대신 블루투스 지원 및 Plus Pen 버전의 경우 와콤펜 사용 지원한다는 점과 블루투스 기능이 존재한다는 점인데요,

 와콤펜 지원의 경우, 앞서 1-2편에서 소개드렸던 것처럼 메모 앱에 간단한 필기가 가능하거나 PDF파일에 메모가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독서 중 형광펜을 사용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실제로 저는 리디북스 페이퍼프로와 함께 늘 정전식 터치가 되는 볼펜을 함께 지니고 다닌 바, Plus Pen 버전에서 와콤 펜 지원을 통해 이를 직접 구현해주었다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물리키가 없다는 점은 리더기 구입시 물리키 여부를 중시하시는 분들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인지라 아쉬우실 수 있겠으나, 블루투스 페어링을 통한 리모콘 사용이 가능한바, 물리키의 기능이 가능한 리모콘을 구입한다면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하단 영상은 와콤펜 사용화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촬영한 것입니다.

 

 


  한편 독서화면의 경우 펜있샘과 리페프 모두 300PPI로 , 스펙 상 동일하고 화질 역시 두 기기 모두 쌩쌩합니다. 다만 리더기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응속도가 중요한 편이죠. 때문에 부팅시간 및 책 오픈속도, 페이지 넘김 등의 전체적인 속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부팅속도 비교 ( 좌: 교보 SAM 7.8 Plus Pen / 우 :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 영상을 찍을때 한 손에 폰을 들고있다보니 교보 SAM을 조금 더 빨리 켰는데, 그 부분을 고려해 페이퍼프로의 부팅속도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교보 SAM이 조금 더 빠른 것으로 느껴집니다.

 

 

책 넘김속도 비교 ( 좌: 교보 SAM 7.8 Plus Pen / 우 :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 페이퍼프로야 전용기이니 당연히 리디북스 기반 시스템이고, 교보문고의 경우 교보 E-ink 기반 어플로 책 넘김을 비교했습니다. 우선 제 손이 작다보니 동시 넘김이 어려웠던 점 송구합니다 ㅠㅠ

 물론 페이퍼프로가 좀 더 빠를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교보 SAM이 조금 더 빠른 감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교보 SAM이 신기기인데다가, 페이퍼프로의 경우 최근 AS 후 리퍼품을 받았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될 있겠습니다.) 물론 페이퍼프로 또한 느린 것은 아닙니다만 교보SAM이 안정감있게 부팅되고 책 열리는 속도도 나름 빠르다보니 책이 넘어가는 부분도 다소 빠르게 느껴지네요. 해당 부분은 사용자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겠습니다.

 

  

 

 

  총평하자면 교보SAM과 리디북스 페이퍼프로 모두 그 나름대로 좋은 기기입니다.

 다만 교보SAM이 최신 기기인데다 페이퍼프로보다 높은 안드로이드 버전을 사용하고 있어 전체적인 기능 및 성능, 스펙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두 기기 중 한 기기를 선택하실 때 전용기/범용기의 여부, 물리키의 존재유무, 물리키를 보완하는 기타 기능 등에 초점을 맞추어 구입하신다면 만족스러운 소비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부가적으로 정보를 드리면, 정가기준으로  교보문고 SAM 7.8 Plus Pen (펜있샘) 버전의 경우 349,000원 ,   SAM 7.8(펜없샘) 버전은 289,000원, 그리고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는 249,000입니다. 

 


2)범용기 : 교보문고 SAM (Plus Pen)과 크레마 카르타 G 

 

 

 교보 샘은 7.8인치, 카르타G는 6인치로서 크기 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크레마제품과 교보 SAM은 모두 '범용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범용기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루팅 없이' 다양한 서점사를 이용 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이겠지요.

 그럼 본격적인 제품비교로 들어가보겠습니다:)

크레마 카르타G 제품 상세스펙

 

  카르타G의 상세 스펙을 살펴보면, 페이퍼프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스펙 면에서는 교보SAM보다 낮은 사양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보 SAM이 지니고 있는 최신기기로서의 '최고사양'이라는 스펙을 고려해야겠습니다만, 스펙만 놓고 보면 카르타G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나 카르타G의 경우 물리키가 존재하고, 블루투스 지원이 되어 리모콘 사용이 가능한 기기라는 점이 강점이겠습니다.

 반면 교보 SAM 7.8 Plus Pen(펜있샘)버전의 경우, 물리키가 없는 대신 블루투스 지원 기능을 통해 리모콘 사용이 가능하며 와콤펜 기능을 지원합니다. 따라서 기능 면에서는 두 기기가 전체적으로 유사합니다.

 그러나 카르타G는 6인치, 교보 SAM 7.8의 경우 7.8인치라는 크기 차이가 존재하기에 사용자가 어느 크기를 선호하는지가 제품 선택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레마 카르타G : 내장용량 8G, 배터리 1500mAH, 안드로이드 4.4.2,

교보 SAM : 내장용량 32G, 배터리 3200mAh, 안드로이드 8.1

 

그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부팅 속도 및 페이지 넘김 속도 차이를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시겠습니다:)

 

부팅속도 비교 ( 좌: 크레마 카르타G / 우 : 교보 SAM 7.8 Plus Pen )

 

- 영상에서 제가 카르타G를 교보SAM보다 다소 늦게 전원을 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교보 SAM의 경우가 훨씬 부팅속도가 빠른 것을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

 

 

 

책 넘김속도 비교 ( 좌: 크레마 카르타G / 우 : 교보 SAM 7.8 Plus Pen )

 

- 공평한(?) 비교를 위해 yes24에서 구입한 카르타G와 교보에서 구입한 SAM 7.8 모두 yes24와 교보 기본어플을 제외하고 알라딘 어플로 책 넘김 속도를 비교하였습니다.

- 전체적으로 교보 SAM이 조금 더 빠릅니다만, 실제로 사용하며 경험한 체감 차이는, 교보 SAM 7.8의 경우 페이지 넘김이 상당히 부드러운 반면, 카르타G의 경우 제법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종이와 거친 종이의 차이로 생각하신다면 이해가 편하실 듯 합니다. 전체적인 터치 감에서 교보문고 SAM 7.8 Plus Pen의 경우가 더욱 안정적이며,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인해 만족스러웠습니다.

 

 

 총평하자면, 6인치와 7.8인치라는 크기 차이가 제품 선택의 주요한 요인이며, 카르타G에 물리키가 있다는 점이 분명한강점이지만 교보SAM의 높은 사양과 블루투스 지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점입니다.

카르타G의 경우 정가 기준으로 189,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3) 기타 독서 편의기능

 

 마지막으로 제가 교보 SAM 7.8 Plus Pen을 사용하면서 경험한 전체적인 독서 관련 편의기능을 소개해 드리며 마지막 3편의 리뷰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1) 가로모드 지원

- 7.8인치라는 적당한 크기 덕분에 가로모드 사용 시 상당한 선예도를 자랑합니다.  pdf 논문은 그동안 주로 아이패드로 보아왔는데, 펜있샘을 이용해 논문을 보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원시원한 화면과 가로모드 지원 덕에 독서생활이 무척 편리합니다.

 

 

2) PDF 메모 지원

- 2편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내 파일 - 파일 매니저칸에서 자신이 다운로드 / 담아둔 파일 확장자를 관리할 수 있는데, PDF파일의 경우 와콤펜을 사용해 간단한 메모가 가능합니다.

단 , 이 경우 기본앱으로 열 때만 PDF파일에 메모가 가능하다는 점 참고부탁드립니다:) (타 앱에서 pdf파일 구동 시 메모 불가합니다)

 

 

3) 리모콘 사용

 -  네...! 원래 2편에 블루투스 페어링 부분에서 추가하려 했던 부분이 이제야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블루투스 리모콘이 도착한 것입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통한 리모콘 연결로 훨씬 편리하고 유용한 독서가 가능합니다! (사용하면서 이건 혁신이야!!를 수십번 외쳤답니다.) 물리키가 없는 기기인 만큼, 본인에게 맞는 리모콘을 구입하시어  연결 후 유용히 사용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상으로 부족하나마 세 편에 걸친 리뷰가 모두 끝났습니다. 다른 체험단 분들의 리뷰에 비해 무척 부족한 글입니다만, 긴 리뷰글 읽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개봉 후 처음 제품을 접하고 사용할 때만 해도 익숙지 않았던 교보 SAM 7.8 Plus Pen이 어느 새 점점 제 마음에 애정하는 기기로 자리하게 되고,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넘어 주력기기로의 사용이 거의 확정시 되면서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특히 독서하면서 키보드를 통한 메모, 펜을 통한 메모가 가능하다는 점이나 고퀄리티의 음악듣기, 안정적인 안드로이드 시스템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기라는 생각이 점점 더 크게 듭니다.

  새로운 전자책 리더기 구입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픈 제품입니다:) 특히 루팅 없이 모든 서점을 다 이용하고 싶으면서도, 고스펙의 제품을 원하지만 해외 기기 구입을 주저하시는 분들께는 최고의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금 긴 글 읽어주시어 감사드리며 교보문고와 이리스 측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부족한 리뷰를 마칩니다.

* 해당 리뷰글은 지속적으로 보완 및 수정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by papyros 2020. 10. 29. 05:47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아시아의 마지막 보석이라 불리는 미얀마의 작은 도시 인레에는 두 명의 피셔맨이 있다. 머니 피셔맨과 노 머니 피셔맨.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한다. 내가 감히 어떻게 그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노력과 노동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여행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을 잠시나마 엿보는 일. 그 순간을 우리는 여행이라 부른다.

-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169.

 

 조아연 작가의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이 책은 이번 독립출판 서포터즈 7기 활동을 위해 선택한 도서들 중 그 어떤도서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였다. 기실 코로나로 인해 여행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하는 시대에, 대리만족의 욕구때문일까, 여행에세이로나마 간접적으로 여행을 하고싶은 욕구가 큰 요즈음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예상외로 마음에 와 박는 귀한 문장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20대의 끝을 불과 1개월 여 남겨두고 있는 지금, 작가님과 달리 나는 20대를 학업으로만 보냈다. 대학-대학원-대학원. (두 번의 대학원이 석사-박사가 아닌 석사-석사라는 다소 슬픈 이야기는 차치하자.)

 그렇기에 젊은 시절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소회를 옮기고 멋진 사진들을 찍고 사람들을 만난 작가님의 여행이 참으로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여행 자체보다는 여행을 통해 느낀 작가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 사유의 흔적들이 더욱 부러웠다.

  꼭 작가님처럼 많은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단 한 번의 여행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주체인 여행하는 나의 사유.

  유년기의 나와 어른이 된 나는 그 본질적으로는 같은 사람이지만 경험세계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바라보면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그 양질의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오롯한 삶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조금 더 분명히 하기 위해.

  그런 면에서 <팔찌 파는 10>에 등장한 소년의 일화는 지금 이 순간 어른으로 살아가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까.

 만 289개월 7일을 살아왔음에도 아직 나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누군가와의 관계에 슬퍼하고 그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포함한 그 모든 내 모습들을 안고 나의 길을 떠날 때 뜻밖의 변화를 만나는 것처럼, 여행도 그렇지 않은가싶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했다.

  나도 언젠가 떠나게 될 또 한 번의 여행에서 2020년, 스물아홉의 나와는 다른 또다른 나의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기를....... 그리고 나의 여행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열 살 소년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기를, 상처를 넘어서 누군가의 상처를 포근하게 감싸는 존재로 여행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4다르함(500원)을 내면 마실 수 있는 순도 100% 오렌지주스, 혹여 소매치기를 만날까 복잡하고 긴장되는 골목길, 12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야 하는 일, 호스텔에서 무료로 주는 싸구려 비누로 세수하기와 같은 것들이 일상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마도 이런 일상이 일상적이지 않은 순간이 될 때까지 난 여행을 할 것이다. 길고 긴 여행이 끝나면 이 복잡하고 어려운 메디나 골목조차 그리워질까. 그때가 되면 내 안경에 남겨진 검은색 나사를 바라보며 문득문득 이 순간을 떠올리게 될까.

-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23.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불량식품, 컵 떡볶이, 선생님 몰래 흰 우유에 몰래 타 먹던 초콜릿 가루 이런 것들이 이제는 기쁨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 마카롱 하나로는 행복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처럼 따뜻하고 작지만 사랑스러운 것들에 쉽게 감동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입맛이 변했고 취향이 변했고 좋아하는 것들이 변했기에 그때 느꼈던 감동은 당연히 존재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조금씩 착실하게 날 변하게 했다.

-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29.

 


  우리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거운 순간을 살아 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마음의 상처 또한 내가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비록 흉터가 남을지라도 그 자리에는 딱지가 올라오고 새살이 돋는다. 마치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오는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추운 계절은 끝이 난다.

  시간이 지나 엄지발가락이 수영해도 괜찮을 만큼 나았다. 오랜만에 들어가는 수영장은 여전히 차갑고 시원했다. 발가락의 흉터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흉터가 남는다고 내가 행복하지 못할 단 하나의 이유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엉망으로 상처 입는다고 해도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매년 상처와 흉터는 늘어나겠지만, 그것조차 끌어안고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57.

 


  열 살 무렵 나는 매일 용돈으로 500원을 받아 슬러시를 사 먹고 남는 돈으로 만화책을 빌려보거나 스티커를 사곤 했다. 엄마가 가직 싶은 비싼 바비 인형을 사주지 않아서 슬픈 것 빼고는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옛 잉카 왕국의 수도 쿠스코에 사는 초등학생이라고 나와 다를까 싶었다. 달콤한 군것질거리와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면 행복할 나이. 열 살은 그런 나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열 살이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소년은 말을 이어나갔지만, 스페인어를 못 하는 나는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얇은 옷을 입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씩씩하게 물건을 팔고 있었던 그 아이의 꿈은 뭐였을까. 좋아하는 운동은 뭐고 좋아하는 음식은 뭐였을까. 미처 건네지 못한 질문들이 마음에 울렁거려 코끝이 시큰거렸다.

- 조아연,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모니북, 2020, 145-147.

 

 

 

by papyros 2020. 10. 28. 01:56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https://ridibooks.com/books/1849000035?_s=search&_q=%EB%82%9C+%EA%B0%80%EB%81%94+%EC%95%84%EB%B9%A0%EB%A5%BC+%EC%A3%BD%EC%9D%B4%EB%8A%94+%EC%83%81%EC%83%81%EC%9D%84+%ED%95%98%EA%B3%A4+%ED%95%B4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라니. 프로이트의 꿈분석에 관한 내용일까? 아니면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할 정도로 아버지의 존재가 부정적이라는 걸까. 후자겠지? 하며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기실 나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지나친 가부장적인 면(아마 그 연배의 대부분 분들이 그러하겠지만)은 부정적으로 지각하고 있다. 때문에 책의 내용이 좀 더 궁금해졌다.

 마치 『안네의 일기』나 『징비록』과 같이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일기장이었다. 작가는 몇 년동안 꾸준히 일기를 써내려갔는데, 저자의 일기가 기쁘고 즐거운 일들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언젠가 법정에서 쓰일 날을 염두에 둔다는 점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가족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일삼는 알콜중독자 아버지로 인해 저자(해열)의 가정은 늘 살얼음판만 같다. 저자는 삼남매의 맏이인데, 행여 동생들이 아버지의 주취와 폭력을 알게 되지 않을까-를 저자 본인도 어렸던 청소년기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치워야 해. 깨뜨릴지도 몰라.” 덜덜 떠는 손으로 제일 먼저 어항을 치우던 엄마. 그 모습을 본 내가 받은 충격이란. 엄마는 그때 내가 깨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미 우리 집은 무너진 모래성이라는 걸.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아빠를 믿는, 아빠가 변화되리라 믿으며 주님께 간구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참으로 많이 속이 탔다. 가정해체를 야기한 당사자는 그대로인데 고통받는 것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족들이라니. 가해자-피해자의 불합리한 힘의 관계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혈연이라는 끈으로 맺어졌기에......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저자의 마음이 너무 절실했다.

 폭력의 주체가 타인이 아닌 가족이기에, 아빠이기에 더 괴로웠을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저자의 부친이 보이는 폭력과 그 가족들의 대응에 대해 이해와 공감과 더불어 답답함과 분노가 함께 느껴지곤 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을, 가족 구성원들을 지켜내고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주님, 제가 함부로 아빠를 판단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모르잖아요, 아빠를 통해 주님이 무엇을 행하실지. 제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도록 좀 도와주세요. 주님, 또다시 반복되는 밤들을 통해 제가 느껴야 하는 것들이 뭐죠? 아니면 제가 무슨 큰 잘못을 했나요?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학교 갔다 집에 오는 게 두렵다. 아빠가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하면 좋겠다.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만약 액자를 부수다가 갑자기 어딘가에 꽂혀 우리에게 돌진하면.. 우린 속수무책으로 그냥 맞는 거다. 아빠 몸짓 하나에 모든 사람이 자는 척 숨죽여 떨고 있다.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람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 두렵고 무서울 땐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가도 그 대상의 약한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 미워하는 마음은 사그라진다. 아빠의 풀이 죽은 모습은 내 약점이다. 그저 아빠도 불쌍한 한 인간이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 몇 주 전,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면서 언젠가 일이 터질 거란 걸 예감하고 침대 밑에 야구 배트를 갖다 놓은 내가, 더 이상 비극이 시작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야구 배트를 챙겨 놓은 내가 밉다.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특정 분위기 특히, 성인 남성이 언성을 높이면 그게 어디가 됐든, 누구든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우리 가게는 시장 입구에 있어서 ‘저녁’엔 술 취한 아저씨들이 자주 온다. 하지만 오늘같이 대낮은 예외다.

  게다가 소리 지르며 달려오는 취객이라니. 초점 없이 풀린 그의 동공에서, 아무렇게나 질러대는 목청과 따로 노는 손짓에서 나는 아빠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무섭다. 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측은하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 아빠. 그럼 누군가는 집에서 도어락 소리를 두려워하고 있을 텐데.

 들의 두려움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내가 측은하다. 결국 나나 당신네나 우리 모두는 다 측은한 존재일까.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와 가족들이 분리된 이후 저자가 20대에 이르러 대학에 들어가 영화를 전공하면서 나타나는 저자의 생각이나 감정의 결은 더욱 섬세하다. 대학에 진학해 영화를 전공하는데 자신의 작품에 늘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 걱정하는 저자의 모습.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인 나 자신이고, 나의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라고, 나는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아주 친한 사람들 소수 외에는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모습들… 저자가 느끼는 만성적인 우울감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일기 속에 엿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켠으로 나는 저자의 20대를 읽어 내려가며 안도했다.

 비록 가정폭력의 PTSD로 내재된 심리적 문제가 자주 신체화 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자기 주체를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주어서,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사실 20대에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 않나. 그런 마음을 품으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저자의 취향이 엿보일 때는 나도 함께 기뻐했다. 치유와 안정감을 야기하는 반 고흐의 그림이라든가, 김애란 작가를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들. 그래 이 작가 나도 좋아해! 하는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나도 신뢰하는 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좋아하는 게 많을수록 그게 그만큼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저자의 취향에 대해, 저자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다.특히 저자가 만든 영화가 궁금해졌다. 주제가 반복되면 어떤가. 저자가 언급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가족에 대한 주제로 계속 영화를 만들어도 각각의 영화가 모두 다른것처럼, 해열작가님 또한 ‘아버지’라는 한 주제를 통해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만큼 진솔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겠지. 글도 이렇게 호소력이 있는데 영화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반 고흐 전> 보러 혼자 서울에 갔다 왔다. 이제 혼자서도 잘 돌아다닌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빈센트의 그림들은 정말이지 끝장났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마음밖에 안 들었다. 고흐 그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자주 봐서 그런가? 게다가 그의 일생을 알아버린 이상 그는 내 평생의 스승이자 동료이고 하나뿐인 연인이다. 나는 빈센트만 편식한다. 그의 그림이 내 활력이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영양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빈센트만 편식한다. 동경한다. 편애한다.  그의 푸르고 노란 그림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내겐 위로고 안정제다. 빈센트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그의 마음이 그림에도 스며들어있는 거 같아 놀랍다. 서울에 갔다 온 뒤로 내 책상엔 빈센트가 더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해지는 건 취향뿐 이다. 난 어쩜 이렇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신기하다.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졸업 작품은 좀 다르게 찍고 싶었다. 1학년 때의 그 첫 작품이 또 나올까 봐 두려웠다. 이건 지금도 여전하다. 유명한 감독이 ‘감독은 평생 하나의 작품만을 만들 뿐이다.’라는 말을 했다. 갈수록 그 말에 공감한다. 내 마지막 작품은 곧 내 첫 번째 작품의 모방이 될 것이며 결국 나는 일생동안 하나의 영화만을 찍어낼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자기 복제만 끊임없이 하다 죽을까 봐 겁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어. 아직 내 안에 아빠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게 많은가 본데.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기실 이 숨기고만 싶은, 누군가에게 공개하기에는 슬픔과 고통으로 채워져있는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편집의 과정을 거친 작가님의 그 용기가, 계속해 나아가고 성장해가는 작가님의 모습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빠른)92년생 독자 한 사람이 95년생 해열작가님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앞으로 세상에 나올 작가님의 더 많은 이야기를 기다리는 한편, 나도 머지않은 시일 내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어 그 때는 해열작가님이 나의 독자가 되고 나는 해열작가님의 관객이 되기를 깊이 소망해 본다.

 


  나는 자꾸 시도한다. 생각하고, 공부하고, 느끼고, 표현하고 흔적을 남긴다. 자꾸 남긴다. 아직 미완인 것들이 많다. 내 작품이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도, 또 반대로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싶은 것도 있다.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난 왜 이런 걸까? 사실 성장이나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시간 같은 것들은 애초에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행동을 하는 거고, 일어나야만 했기에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뿐 결국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건 인간이다. 그러니까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는 파국으로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성장 할 것인가? 파멸할 것인가?

- 해열,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인디펍, 2020.

 

 

by papyros 2020. 10. 26. 13:55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후기 제 2편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해당 제품 리뷰는 교보문고X이리스(Ebook Reader Society) 콜라보이벤트에서 체험단에 선정되어 기기를 지원받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독서생활의 동반자 교보문고와 이리스 운영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제품을 실사용 후 제가 느낀 펜있샘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다양한 기능을 지닌 교보 샘 7.8 Plus Pen의 매력에 빠져가는데요!

 본격적으로 기능을 소개해드리기 전에  'Sam Plus 7.8 Pen'의 기능을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E-ink버전 태블릿'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습니다.  중국 하XX스사의 A5가 E-ink 핸드폰이라면  교보 SAM 7.8의 경우, 국내 대형서점에서 출시한 'E-ink 태블릿'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후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번 후기는 제가 느낀 주요 편의기능 위주의 사용기와 이용팁이 되겠습니다!

후기는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어지며 본 리뷰글은 2편에 해당됩니다:)

 

1.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1편 : 상품구성, 언박싱, 스펙
블로그 pedagogics.tistory.com/162, 카페 cafe.naver.com/bookbook68912/78886

2.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2편 : Sam 7.8 사용기와 이용꿀팁

3.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3편 : Sam 7.8과 타사제품 비교 및 독서 리뷰

 


 


1) 300PPI 화질과 7.8인치의 적당한 화면을 통한 편안한 독서 

 

 

  300PPI의 화질을 자랑하는 E-book 리더기들이 흔히 그러하듯, 화질의 경우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이어질 3편에서 타사 리더기 모델들과 비교를 거치겠지만, 6인치 리더기는 다소 작다고 생각하시는 분께 7.8인치의 경우 적당히 큰 화면을 지니고 있기에 큰 화면과 화질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키가 없는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블루투스가 지원되는만큼 블루투스 기기 페어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블루투스에 관한 부분은 3번 항목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네 가지 색감의 다양한 프론트라이트

 

교보 샘에서 왼쪽 상단 전구버튼을 터치하시면 위의 사진과 같이 프론트라이트 기능이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차가운, 은은한 색감의 프론트라이트가 설정되어 있으며 사용자 편의에 따라 가장 오른 쪽에 위치한 '내 설정'에서 프론트라이트 밝기와 색감을 원하는대로 설정 가능합니다.

하단 영상은 본 리뷰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색감 변화를 보여드리고자 촬영한 영상입니다.

 

 


3) 다양한 블루투스 제품과 페어링 지원

 

 

교보 Sam 7.8의 경우,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기기라는 점 또한 대표적인 강점 중 하나입니다. 블루투스 설정 진입 방법은 먼저 홈화면 가운데 비치되어 있는 사용자설정-무선설정 방법이 한 가지 있고,

 조금 더 편한 방법으로는 우측 상단 블루투스 버튼을 눌러 블루투스 전원관리 및 페어링 기기 목록을 확인 가능합니다.

 

  제 경우에는 현재 에어팟(이어폰)과 키보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해둔 상태인데요, 에어팟을 연결해 TTS 음성을 듣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답니다. 저도 시험삼아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핸드폰에서 SAM으로 음악파일을 하나 보낸 후, 연결된 에어팟을 통해 음악을 재생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음질이 너무 좋았습니다. 웬만한 MP3보다 음질이 나을 정도였어요. 시작하면서 말씀드렸듯이 E-ink 태블릿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또한 저는 블루투스 키보드와도 페어링을 해 보았습니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페나 타자기형 키보드를 마침 저렴히 구입하게 되어 교보 샘과 바로 연결해보았는데요, 교보 샘을 더욱 간지나게 해주는 키보드임은 물론이고, 아이디나 비밀번호 입력 및 간단한 인터넷 검색에 유용할 듯 합니다.

 다만 메모장에서는 타이핑이 되지 않아 살짝 아쉬웠습니다. 메모장에서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처럼 키보드토 타이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펜'으로만 메모 가능한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추후 펌웨어를 통해 개선이되면 좋겠다는 소망 한 번 가져봅니다:)

 

Ebook 리더기를 더 간지나게 (Feat. 페나 키보드)

 


4) Sam 7.8 Plus Pen (펜있샘)버전에만 존재하는 메모기능!

 

 메모기능은 제가 펜없샘이 아닌 펜있샘을 더욱 사용하고 싶었던 강력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사실리더기를 들고다니며 독서하면서 필사를 하고 싶으신 분들 많으실거에요. 저도 독서하면서 필사를 즐겨하는 많은 이들 중 한명인데, 이 때문에 늘 리더기와 함께 필통, 다이어리 등 많은 짐을 챙겨다닌답니다.

 그러나 교보 샘 7.8 Plus Pen은 독서와 동시에 메모장 기능을 통해 바로 메모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독서와 필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E-ink의 특성때문인지 몰라도 마치 종이질감과 같은 느낌을 주어 굉장히 사각사각 써지는 그 촉감이 매우 좋았답니다. 사실 아이패드에 종이질감필름을 붙일까하다가 펜촉 손상이 심하고, 영상 화질이 떨어진다하여 종이질감필름을 포기했는데 저와 비슷한 아쉬움을 지니고 계셨던 분들의 경우 교보 샘을 통해 독서 후 필사가 더욱 용이하시겠습니다:)

 

 

 또한 아이패드의 굿노트를 연상하게 할 만큼 다양한 탬플릿이 존재하여 사용자 편의에 맞게 원하는 종이 스타일을 선택 후 독서기록 관리, 일정관리, 주간계획, 필사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교보 SAM Plus Pen 펜있샘 버전 메모장 기능의 중요한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5) 안드로이드 8.1 :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원, 인터넷 사용가능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주요 편의기능으로는 플레이스토어를 지원해 PC연결 없이 바로 어플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과 간단한 인터넷 서칭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 8.1탑재로 인한 유용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엇, 그런데 구글 플레이스토어 어플이 왜 안보일까요?

-  하단 가장 왼쪽 끝 줄 3개를 탭하시면 응용프로그램 관리 창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구글플레이스토어 앱을 숨김체크 해제하시면 기본화면에 당당히(?) 구글플레이스토어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현재 일정시간 이후 구글플레이스토어가 다시 숨김처리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 이부분은 교보문고 측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수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인터넷 어플에서는 간단한 웹페이지를 열 수 있습니다. 기본화면으로 교보문고 웹페이지가 열립니다만 네이버로 들어가 카페 로그인까지 해보았습니다. 물론 교보 샘은 태블릿이 아닌 E-book 리더기이기에 웹페이지를 열기에 아주 빠릿한 속도는 아닙니다. 2G 남짓의 램인만큼 무거운 기능은 할 수 없지만 간단한 웹 서칭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하XX사 A5 수준의 속도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6) 기타 기능 및 마무리

 

 본문에서 설명드린 기능 이외에도 배터리세이버, 비행기모드 설정, 캡쳐기능,백그라운드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합니다. 일반 핸드폰이나 태블릿에 탑재되어 있는 기능이 E-book리더기에 있다는 점은 분명 큰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리뷰를 시작하며 제가 교보 SAM 7.8 리더기를 'E-ink 태블릿'이라고 묘사한 데 대해 많이들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내 파일로 진입하면 파일매니저 탭에서 교보 SAM 7.8이 지원하는 여러 확장자(Epub 외 TXT, PDF 등)파일을 관리할 수 있는가하면, 책장 탭에 진입하면 다양한 PDF 기본도서가 이미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상으로 짧은 시일 동안 기기를 사용해본 후 나름대로의 사용후기와 이용팁 리뷰를 마쳤습니다.

  후기를 쓰며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2020년 10월 24일 현재,아직 주문한 블루투스 리모컨이 도착하지 않아 블루투스 리모컨을 써보지 못하고 리뷰를 올리게 된 점이네요. (이 부분은 차후 제품 수령 후 사용 뒤 본문에 추가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쓰면 쓸수록 그 매력 포인트를 점점 발견하게 되는 기계가 바로 교보 SAM 7.8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Ebook리더기 시장이 E-ink를 사용하여 점차 태블릿과 유사한 기능을 갖추게 되는 첫 출발점으로서 유의미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E-book 리더기라는 특성 상, 인터넷 속도 등이나 전체적인 스펙이 태블릿이나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기대하실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점 또한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본 리뷰를 읽으시는 분들께서 본문에서 기재한 장점과 동시에 이러한 한계도 충분히 고려하시고 구입을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마지막 리뷰는 독서를 하면서 발견한 타 리더기들과의 비교점(차이점)에 대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긴 리뷰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Wee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새로운 출퇴근길 우뚝 서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의 퇴근길 모습.

 

 

 

 

 

 

 

 

 

 

 

 

 

 

by papyros 2020. 10. 24. 12:11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후기 제 1편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해당 제품 리뷰는 교보문고X이리스(Ebook Reader Society) 콜라보이벤트에서 체험단에 선정되어 기기를 지원받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독서생활의 동반자 교보문고와 이리스 운영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신없었던 2020년도 다 끝나가는 10월입니다. 매 해 Ebook 리더기 시장은 새 기기가 출시되면 그에맞게 소비자들의 행복한 기대감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는데, 코로나 2.5단계로 인해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지난 9월, 간만에 신기기가 나오는 Ebook 리더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교보문고에서 출시되는 새로운 Sam 리더기였습니다..!!  교보문고 Sam 초기버전은 2013년 출시되었으나 타사의 이북리더기들에 비해 다소 밀리는 감이 없지않았는데요, 교보문고가  40주년을 맞아 이를 갈고 만든 제품..!으로 이름하여 Sam 7.8 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출시한 것입니다:) 

 


 Sam 7.8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요, 최근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에서 애플펜슬을 함께 사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처럼, Sam 7.8의 경우에도 펜이 있는 버전과 펜이 없는 버전 두 가지로 나뉩니다. 때문에 펜이 있는 버전의 공식 제품 명칭은

'Sam Plus Pen 7.8 Pen' 이며, 펜이 없는 버전의 공식 명칭은 Sam 7.8 입니다. 일명 귀여운 별칭으로 펜있샘/펜없샘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펜있샘은 349,900원, 펜없샘은 289,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펜의 사용 유무에 따라서 제품을 선택하시면 되며, 펜없샘은 현재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하지만 펜있샘의 경우 12월에 재출시 된다는 정보 알려드립니다:)

 아무튼 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추면서도 제품에 대한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센스있는 판매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펜있샘 구매링크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barcode=2090000078077

 

sam 7.8 Plus Pen - 교보문고

[교보문고 only 무료 회원헤택] sam무제한 6개월 이용권, sam7.8 전용 무료eBook, 매월 증정 e캐시 [자유로운 서재, 최신 사양의 고스펙] 종속되지 않은 E Ink 태블릿, 안드로이드 8.1, 옥타코어, Micro SD 512G

www.kyobobook.co.kr

펜없샘 구매링크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2090000078060&orderClick=LET&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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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펜있샘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후기는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어지며 본 리뷰글은 1편에 해당됩니다:)

 

1.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1편 : 상품구성, 언박싱, 스펙

2.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2편 : Sam 7.8 사용기와 이용꿀팁

3. [교보 Sam 7.8 Plus Pen] 체험단 제 3편 : Sam 7.8과 타사제품 비교 및 독서 리뷰

 



1) 박스 개봉 및 단말기 상품구성

 

 10월 17일 토요일, 추석연휴를 막 지나고 택배대란을 거쳐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 하나를 수령하게 됩니다. 이는 바로 교보 Sam이니 그 박스부터 설렘을 가득하게 합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의 위엄! 12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앞당겨 받은 기분입니다. :)

 최근 일이 바빠 아쉽게도 바로 개봉하지는 못했으나 몇일 간 설레는 마음을 지니고 드디어 언박싱을 합니다.

 택배상자를 기쁘게 뜯으니 이는 실화인가요?! 웬만한 양장본 도서정도의 크기와 무게의 박스 하나가 있습니다..! 여태껏 타사 이북리더기들을 구입해 오면서 여러 박스들을 접해보았지만 이런 고급스러운 느낌의 박스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선물같은 느낌을 주는 박스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박스 안 내용물을 살펴보아야겠지요?

감사하게도 제품 박스 하단에 Sam 7.8 Plus Pen 안의 구성품이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성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Sam 7.8 Plus Pen 기기 본품 1개, 전용 플립커버케이스 1개, 거치대(독서대) 1개, 손소독제, Sam 6개월 이용권 1매, 톡소다e캐시 5천원 이용권 1매

 

 

 

박스를 열어보고 제품을 확인할수록 센스있는 구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리더기 , 거치대, 케이스, 이용권 등 다양한 구성품을 번번히 따로 사려면 불편함이 분명히 있는데 독서에 필요한 모든 구성품을 한 박스에 포장해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만족스러운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비닐을 벗기고....박스 안 리더기를 만나보겠습니다!

 


2) 즐겁고 행복한 언박싱

 

 

 사진을 통해 확인 가능하시듯이 갈색 박스의 가장 밑바닥에 파란 리더기 박스가 또 있습니다..! 꼼꼼한 이중포장에 감동하고 맙니다.

 정말 다시생각해도 그 고급스러운 첫만남은 사용자를 기분좋게 합니다. 사람을 만날때도 그렇듯 첫인상은 중요한 법이지요:)

 구성품으로는 리더기 본품, 케이블,(펜있샘 버전에서만) 사용할수 있는 터치펜, 핀바늘 등이 있습니다.

바로 펜을 플립커버케이스 오른쪽에 끼우고 전원을 켤 준비를 합니다.

 


 

 

 상단부 전원버튼을 3초간 누르면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전원이 켜지는데요, 바로 펌웨어 업데이트가 시작된 후 설정 끝에 본격적인 사용준비가 완료됩니다.

 (슬립화면부터 완전 취향저격이라 슬립화면을 굳이 바꾸고싶지 않을정도입니다 ㅎㅎ)

 

 

 

 먼저 Sam 6개월 이용권을 등록 후, 범용기인 만큼 타 서점사 E-book 어플들을 설치해 주니 기본적인 사용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앞으로 Sam과 함께할 독서생활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하단은 제품 전원을 처음 켠 후 나타나는 초기설정화면 영상입니다.

 

 


3) 제품 상세 스펙

 

 

 Sam 7.8 Plus Pen의 경우 현재(2020.10.24)까지 국내 출시된 E-book 리더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안드로이드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출시 초부터 이리스를 중심으로 E-book 리더기 유저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지요.

 Sam 7.8 Plus Pen의 주요 스펙과 혜택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드로이드 버전 8.1 (빠릿한 속도 보장)
  • Micro SD카드 최대 512GB 지원 (용량 확대 - 보유권수 증가)
  • 300 PPI (화질 짱짱)
  • 다양한 프론트라이트 종류
  • 블루투스 기능 지원 (물리키가 없는 대신 블루투스 리모콘 및 이어폰 페어링 가능)
  • TTS 오디오북 지원
  • 교보 SAM 이용권 및 톡소다캐시 증정 등 혜택
  • (펜있샘의 경우) 펜을 사용한 터치 및 독서하며 바로 리더기에 메모가능
  • USB C-type 사용
  • 32G 내장메모리
  •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원
  • 강화유리
  • 범용기 (열린서재 지원)

 

 

 저는 개인적으로 펜을 사용해 메모가 가능하다는 점과 블루투스 리모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300PPI의 짱짱한 화질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내장되어 있어 바로 앱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은 강점 중 하나지요!

 그리고 열린서재를 지원하는 범용기라는 점 또한 중요한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전용기만을 출시하는 제조사의 경우 타사 어플을 설치하려면 루팅이 필수적이기에 전자기기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루팅 절차를 번거롭게 여기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book 리더기의 주 사용층에게도 루팅 없이 타사 도서들을 관리 및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지요:)

 한편 매번 앱 설치를 위해 번거롭게 PC에 연결할 필요가 없는 만큼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하단에 첨부한,

교보문고 Sam 7.8 Plus pen 상세페이지에 있는 제품 스펙을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어 감사드리며 저는 제품 실사용 후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by papyros 2020. 10. 2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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