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5. 마지막 필사 +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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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주에 걸쳐 읽은 김세희 작가의 단편소설집 『가만한 나날』 도 어느덧 작품집의 앞표지가 아닌 뒷표지를 보아야 할 때에 이르렀다. 지난 주까지 모든 작품을 완독한 이후 읽은  「작가의 말」과 신샛별 평론가의 작품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을 통해 작품해설 없이 소설을 그저 감상할때와는 다른 많은 가치와 생각을 얻을 수 있었고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낯선 작품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책의 마지막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으로 가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2-30대 청년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김세희 작가님 또한 1987년생으로 나보다 겨우 다섯 살이 많은, 30대 초반의 작가님이시고  『가만한 나날』 이 바로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처음.  작가님에게 첫 소설집이 있고 경진에게 삶을 돌아보게 한 첫 직장이 있고, 선화에게 애증의 대상인 첫 상사가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비록 임용시험에 아직 합격하지 못했을지라도 내게도 첫 기간제교사로서의 삶이라는 처음이 있었다.

 심지어는 부모님도 부모로서 사는 삶이 처음 이기에 서투르다는 드라마<응답하라 1988>의 한 대목이 기억난다. 특히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세대인 20대-30대는 많은 처음을 겪는다. 처음 대학에 들어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 나가고 직업을 선택하여 취직하고 연애하고 결혼을 하는..

 흔히 문학치료에서 이야기하는  '자녀서사-남녀서사-부부서사-부모서사'의  서사의 발달단계의 대부분이 2-30대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많은 처음을 겪어내면서 부딪히는 내적, 외적 갈등에 때로는 - 아니 어쩌면 자주 아프고 허탈하고 슬플지라도 그 첫 마음을 기억하고 담백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나가는 삶. 그런 청년들의 단면들을 이 소설집에서 담고 있었기에..격동의 서사나 갈등이 없었을 지라도

 충분히 많은 공감과 울림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이야기를 통해 큰 울림을 이끌어 낸 김세희 작가의 이 소설집이 오래 기억날 듯 하다.

 김세희 작가가 「작가의 말 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지금 주어진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이 옳은 방향인지를 늘 예민하게 성찰하고자 한다. 첫 직장에서 환멸을 느낀 후 자신의 삶을 위해 그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을 읽지 않는 경진처럼.

 

 



by papyros 2019. 4. 30. 12:11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4. 필사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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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작품이 마무리되는 4주차에 이르렀다. 이번 주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감정 연습」과 「말과 키스」두 단편을 일독하면서, 이 단편집의 수록 작품들을 모두 완독했다.

 이번 주에도 작품을 읽고 무언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김세희 작가의 문체가 그렇게 무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그들이 겪는 이야기가 마치 나의, 내 주변의 흔히 볼 수 있는 2-30대 청년들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감정 연습을 읽으며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인턴동기임에도 불구하고, 태영과 회사에서 살아남아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경쟁해야만 하는 회사 분위기 ,  이북 땅을 코앞에 두고 있는 회사를 다니며 그 두려움과 불안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회사의 경쟁적인 분위기나 그런 회사에 적응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이 무언가 이질적이고 어색한..

과연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하는 불안감.... 상미의 그런 내면들이  내게도 전해졌고 쉬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말과 키스」 에서는 현진의 이야기를 통해 성적 정체감에 대한 고민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누군가도 현진과 같이, 혼자 고민하고 아파하며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누구이건, 어떤 사람을 만나건, 누구나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이 작품을 읽고 더욱 소망한다.

 

 


by papyros 2019. 4. 24. 15:02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3. 필사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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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3주차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얕은 잠」두 단편을 일독했다. 기실 두 단편 중에서도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가 더욱 마음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버지를 바라보는 스물 여덟 살 아들의 내면세계와 아버지와 맺고 있는 그 관계가 흥미롭고도 공감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약한 모습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오고, 부모님의 여러 부분 중 가장 미워하고 닮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일수록 더욱 닮아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에 등장하는 스물 여덟살의 주인공 '나'의 감정에 너무나 잘 이입되었다. 그와 같은 나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일까. 분명 성인이기도 하지만, 심지어 '나'는 루미와 혼인신고를 했을 정도로 이제는 가장의 역할을 기꺼이 지고 가야 할 나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는 너무도 어린 나이임과 동시에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에 두려워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쩌면 먼 미래에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자기가 바라지 않았던 모습으로 늙어갈 자신에 대해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 또한 깊이 공감되었다.

 나는 먼 미래에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작품은 김승옥의 소설 『서울,1964년 겨울』이나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특히 『서울,1964년 겨울』의 결말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아직은 어린 것 같은데 너무도 늙어버린 것만 같은 아이러니함이란.......

 


  젊은 김씨와 안씨가 말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 다섯 살 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 김승옥, 『서울,1964년 겨울』 中에서.

 

 

 한편, 「얕은 잠」 은 앞의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처럼 비슷한 삶의 시기를 겪고 있는 데서 우러나오는 깊은 공감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결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내면세계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보드를 타던 주인공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약하던 그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이런 도약이 미려에게 있었기에 작품의 결말부, 단지 메세지만 남기고 정운이 사라진 그 순간에서 오히려 심적인 여유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by papyros 2019. 4. 17. 16:59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2. 필사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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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에는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에 수록된 단편선 中 가만한 나날」「드림팀」을 일독했다. 두 작품의 결이 참 많이 닮아있다고 여겨졌는데, 두 단편 모두 스물여섯, 스물일곱 남짓한 사회초년생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순수성과 열정, 기대감을 품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으나 결국 사회생활의 단면에 실망하고야 마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백하고 차분한 어조의 두 단편선에 참으로 소름이 끼쳤던 이유는 두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이 내 나이또래, 20대 후반 정도의 젊은이들이 겪을 법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만한 나날」 에서 고전소설 채털리 부인을 좋아하던 20대 여성 '나'는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광고대행업체에 입사하여 능력을 인정받으며 글을 쓰지만, 자신이 리뷰한 블로그 광고 글 중 한 제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영,유아들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되고 그녀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회의감, 깊은 고민과 죄의식을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는 상사로 인해 더욱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드림팀」에서 스물 일곱의 나이로 첫 직장에 입사한 '선화'는 첫 직장에서 처음 만난 팀장으로부터 부조리한 명령과 사회조직, 직장생활의 관습적인 행태에 따를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그녀는 이미 서른 셋이 되어 다시 첫 직장에서의 팀장을 마주했지만, 그녀의 퇴사를 좋게 보지 않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 , 그녀의 전 팀장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으며 바로 그 팀장으로 인해 그녀는 첫 직장생활로부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었다.

 

 

두 단편선을 연달아 읽은 후 왜인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올랐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성적 사고와 자성, 의문 없이 그저 당위성 때문에, 그래야만 하니까 무언가에 복종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결국 크나큰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조리함을 , 잘못됨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젊은 청년들이 두 작품의 인물들처럼 좌절감과 허탈함, 상처를 느끼는 사회에서 벗어나 성찰과 자성 없는 잘못된 관행과 행동들이 변화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두 작품을 읽은 후 더욱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김세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주제와 어휘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문학의 역할임을 다시금 느낀다.

 

by papyros 2019. 4. 10. 23:56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1. 배송 인증 + 필사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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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밀란 쿤데라)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지된 제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선정도서는 한국소설이었다. 특히 한국문학의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이 주목되는 젊은 작가님들의 책이 이번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기실, 한국소설의 젊은 작가들은 내게 있어 특별한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서양 고전을 주로 읽어왔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익숙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읽어왔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 김탁환, 엔도 슈사쿠, 에밀 아자르... 등등)

그런 의미에서 금번 7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주제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고, 더불어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근래 온라인 서점 이나 도서 카페 등에서 자주 추천되곤 하여서 망설이지 않고 김세희 작가님의 가만한 나날 을 신청했고, 금방 책이 도착해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너무나도 난해한 문장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어서인지 몰라도 김세희 작가의 문체는 읽기에 평이했고 작품의 내용 또한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친숙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개별 작품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 친숙하다고 하여 그 주제의식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거야」에서는 진아 를 통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속, 사회인들의 모습과는 다른 가치관이나 태도를 보이는 인물에 대해 은연중 우리 내면의 평가적 잣대를 드러내는가 하면, 「현기증」에서는 원희를 통해  자신이 절대 생각도 하지 못했고 꿈꿔본 적도 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삶이 흘러가는 모습에 대한 공허함과 수용의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작중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 우리 자신에게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감추고 싶은 , 숨기고 싶은 모습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4주 동안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작품집에 나오는 여러 작중 인물들을 통해 평소 깨닫지 못하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기를 진실로 희망한다.

 

 

 

by papyros 2019. 4. 3. 11:54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5.  마지막 필사 + 독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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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도 5주가 지났고 마지막 필사에 이르렀다.

아쉬운 점은 약 100페이지 (6부와 7부)만을 남겨둔 채 필사 후기와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랄까.

 

기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은 서사가 확실하고 인물 간의 관계가 뚜렷한 소설은 결코 아니었다.

아직 쿤데라의 문체가 익숙치 않거나 나와 맞지 않은 것인지,

혹은 이 작품이 특별히 어려운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불멸>의 진정한 매력은

개별적으로 보이면서도 함께 엮여 이어지는 서사 속에서

인간 내면의 핵심을 짚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주차에 5부 마지막까지 읽으며 다시금 그것을 느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이 삶을 숨가쁘게 질주해야 하는 '도로의 세계'를 살고 있다. 도로의 세계에서 벗어나 길의 세계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을 때,

 

삶 자체보다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둘 때

진정으로 의미있는 삶, 조금이나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2월 말 여러 곳의 학교에 기간제 원서를 넣느라 지쳐있는 내게 조금은 쉬어가도 된다고, 위로를 전하는

조언을 해 주는 중요한 메세지들이 눈에 유독 밟혔다.

 

아직 쿤데라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늘 존재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했을 그와, 그의 작품 <불멸>의 깊은 가치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산다는 것, 거기에는 어떤 행복도 없다. 산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자아를 나르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존재,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샘으로, 온 우주가 따뜻한 비처럼 내려와 들어가는 돌 수반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412쪽.


 

 

 

 길들은 풍경에서 사라지기에 앞서, 먼저 인간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인간은 걸으려는 욕망을 느끼지 않고, 걷는 데서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 역시, 인간은 길처럼 보지 않고 도로처럼 본다.

(중략)

도로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경치란 아름다운 작은 섬 하나, 긴 섬이 다른 아름다운 섬들과 연결하는 그런 섬을 의미한다. 길의 세계에서는 아름다움이 지속적이요, 언제나 변한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걸음을 멈추라'라고 말한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359쪽.

 

 

 

 

 

 

by papyros 2019. 2. 27. 23:34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4.  필사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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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4주차에는 드디어 『불멸』에서 가장 길고 길었던 3부 - 「투쟁」을 모두 완독했다.

쿤데라의 문장 자체가 익숙치 않아서일까, 아니면 유독 이 소설인 밀란 쿤데라의  『불멸』이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난이도 높은 작품이어서 그럴까... 그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 접하는 소설인지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내면화 하는 데에 있으니...

다음주까지 꼭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못하더라도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읽고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3부 「투쟁」 뒷부분을 모두 완독하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몇 가지 있었다.

 

 특히 브리지트의 피아노에 대한 일화에서는 '스카이캐슬'에서 그렇게도 차교수가 외치던 '피라미드 꼭대기'를 부숴버리던  장면이 겹쳐보였다. 학습자에게 그 학습이 자발적이거나 행복하지 않다면, 비자발적이거나 강요된 무언가라면 과연 그것이 아무리 좋은것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일까?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핵심적 질문이 브리지트로부터 등장했다.

 

 

로라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녜스의 집에 들렀다. 그녀는 브리지트를 친딸처럼 보살폈고,

언니에게 피아노를 사 준것도 조카가 피아노 연주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피아노를 싫어했다.

로라가 마음 상할까봐, 아녜스는 딸에게 좀 힘이 들더라도 흑백 건반들에 애착을 가져 보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브리지트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렇담 이모를 즐겁게 해주려고 제가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68쪽.

 

 

 

 

 헤밍웨이의 일화를 통한 '기자'라는 직군이 지녀야 하는 직업적 태도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언론이, 언론인들이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많은 양의 정보를 다량으로 만들어내기에만 급급하기에.... 현실의 씁쓸함을 다시한 번 느낌과 동시에 기자라는 직업이 본디 이러해야 하는 구나를 다시금 통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기자라는 직군 외 다른 직업에도 통용될 것이다. 직업윤리를 지키며 도덕성을 추구하는 태도..)

 

 

 예전에는 기자의 영예를 가리키는 상징을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위대한 이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허식 없는 문체는 물론이요, 그의 작품 전체가, 사실은 청년시절 그가 캔자스시티 신문들에 보냈던 취재 기사들에 그 뿌리를 뒀다.

당시 기자가 된다는 것은 삶의 숨겨진 구석들을 파헤치고, 거기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어 스스로를 더럽히기도 하면서, 그 어떤 직업보다 더 현실의 삶 가까이 다가간다는 걸 의미했다.

 헤밍웨이는 그토록 삶의 밑바닥에 있음과 동시에 그토록 예술의 하늘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그런 책들을 쓴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68쪽.

 

 

 

 또한 인권을 위한 투쟁이 대중화되면서 모든 욕구가 권리로 변화되었다는 문장에 매우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행복추구권,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출판의 자유.... 자유와 권리는 물론 분명 보장되어야 하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과거 이 권리를 위해 절실히 투쟁하고 노력하던 그 시기만큼이나

우리는 사회의 약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자성해야 할 문제라고 여긴다.

 

인권을 위한 투쟁이 대중화될수록 점점 구체적인 내용을 상실한 채,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공통된  태도가 되었고,

모든 욕구를 권리로 바꿔놓는 일종의 에너지가 되어 버렸다.

세계 전체가 하나의 인권이 되었고,

모든 것이 권리로 바뀌었다.

사랑의 욕구는 사랑의 권리로, 휴식의 욕구는 휴식의 권리로, 우정의 욕구는 우정의 권리로, 과속으로 달리고 싶은 욕구는 과소그로 달릴 권리로, 행복의 욕구는 행복의 권리로,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구는 책을 출판할 권리로, 야밤에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싶은 요구는 야밤에 길거리에서 소리칠 권리로

바뀌었던 것이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223-224쪽.

 

 

 

 

 

 다음 주차에도 깊은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좋은 문장들을 이 책에서 많이 마주하고 싶고, 무엇보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이 마무리될지 매우 궁금하기에...부지런히 열독하고자 한다:)

 

 

 

 

 


 

 

 

 

 

 

 

 

 

by papyros 2019. 2. 20. 23:43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3.  필사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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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3주차. 이번 주차에는 『투쟁』 부분을 읽었다. 최근 기간제교사 원서를 접수하러 다니기도 했고 3부인 『투쟁』이 너무 길기도 해서 이번 3주차에는 그리 많이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러나 급히 읽지 않더라도 천천히 , 깊이 읽는 것이 독서의 의미라 생각하기에..

 얼마 안 되는 3주차의 독서 후기이지만 글을 올린다.

 

3부 초반에는 다시 아녜스와 로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2부에서 잠시 옆길로 새었다가 돌아온 느낌이랄까.

 3부를 읽는 도중 로라의 아녜스를 향한 외침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아마 내가 로라처럼 살아와서 그럴까.. 사범대 입학에 아쉽게 실패했음에도 교직이수를 위해 편입을 향해 최선을 다했고 국어 임용의 길이 너무 힘들어보인다고 교직을 포기하지 않고 플랜비인 전문상담 임용 쪽도 마련해 두고 있을 만큼... 삶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아녜스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로라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아녜스의 삶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로라의 말처럼 단 한번뿐인 삶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행착오를 누구나 겪기 때문에....  20대 후반까지 열심히 공부하며 애를 쓰고 있는 내게, 특히 기간제교사 원서를 접수하며 2월을 참 복잡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 내게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었다.

 

"하지만 난 노래를 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언니는 자신의 야망을 제 발로 차버렸잖아. 난 패배했지만 언니는 항복했다고."

"한데 내가 왜 꼭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는 거지?"

"언니! 인생은 한 번뿐이야! 피할 일이 아니라고! 그래도 뭔가 우리 뒤에 남겨둬야 하지 않겠어!"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56쪽.



 

 

 

한편 자아의 유일성, 독창성을 가꾸는 아녜스와 로라의 두 가지 방식도 흥미로웠다. 과연 나는 자아를 어떤 방식으로 가꾸고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자아를 가꾸어갈지 고찰하고 필요한 방식을 적절히 조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아녜스와 로라의 방식 그 중간지점 어딘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차에는 조금 더 힘을 내서 3부를 마무리하고 4부,5부... 완독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싶다 :)

밀란 쿤데라의 책을 처음 접하는 거지만... 독서 중간의 개인적인 소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철학적인 작가인 듯 하다.

 

매일 점점 더 많은 얼굴들이 등장하고 그 얼굴들이 날이 갈수록 서로 닮아 가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자아의 독창성을 확인하고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유일성을 확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의 유일성을 가꾸눈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덧셈 법과 뺄셈 법이다.

- 밀란 쿤데라, 「3부 투쟁, 불멸, 민음사, 2011, 164쪽.

 

by papyros 2019. 2. 13. 23:53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2.  필사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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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도 어느덧 2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주차에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 중 제 2부 <불멸> (민음사 p75~p144) 까지 일독하고 필사를 진행하였다. 기이하게도 지난 주에 일독했던 1부의 얼굴과 완전히 다른 서사가 전개되었다.

 우선 괴테와 나폴레옹과의 만남을 통한 작은 불멸과 큰 불멸의 차이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우리가 삶을 마치고 우리를 기억해주는 이들에 회자되는 작은 불멸, 그리고 좁은 차원이 아니라 그 사후에까지 많은 영향력을 떨치는 예술가와 정치인들의 큰 불멸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일전에 관람하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서사가 생각나기도 했고, 지금 이렇게 작품을 접하고 있는 밀란 쿤데라를 비롯해 헤르만 헤세, 괴테,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소위 고전을 쓴 작가들의 작품이나 빈센트 반 고흐 , 모네 등 화가들의 작품..그리고 작년 말 대한민국을 강타한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반증하듯이 음악까지도.. 그 사후 더욱 많이 회자되는 그들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불멸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불멸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지 않다. 작은 불멸, 말하자면 생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어떤 인물에 대한 추억 (모리비아 마을의 그 시장이 꿈꾸던 불멸)과 큰 불멸, 즉 생전에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도 남는 어떤 인물에대한 추억은 구분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을, 도무지 사실 같지 않고 있음직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이론의 여지 없이 가능한 그런 엄청난 불멸에 맞닥뜨리게 하는 생애들이 있다.

 바로 예술가와 정치가의 생애가 그렇다.

 

 

- 밀란 쿤데라, 2부 불멸, 불멸, 민음사, 2011, 82쪽.

 

 

 그리고 괴테와 그의 연인 베티나에 대한 서사를 통해 그 안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인생의 전개 과정에서의 '불멸'에 대한 수용이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특히 죽음이란 것이 너무도 먼 일인 것만 느껴지는 , 가장 행복한 1단계, 곧 청춘기를 보내고 있는 20대로서 내가 죽음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더불어 내가 인생의 말년인 제 3단계에 이르렀을 때 나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도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삶의 태도를 향해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음 주차에 일독하게 될 3부 <투쟁>에서는 또 어떤 문장들이 내 심장을 뛰게 할지 기대가 된다.

 

 

 인생이라는 시간의 전체 틀을 이해해야 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까지는 신경 쓰고 근심하기엔 죽음이란 것이 너무나 먼 일로 여겨진다. 죽음에 대한 전망도 없고, 죽음이 보이지도 않는다.

 가장 행복한, 인생의 1단계다.

 그러다 갑자기, 우리는 목전에 다가선 우리의 죽음을 보게 되며, 우리 시야에서 떼어낼 수 없게 된다.

 

- 밀란 쿤데라, 2부 불멸, 불멸, 민음사, 2011,119쪽.

 

 

 잠시도 죽음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인생의 이 2단계가 지나면, 가장 짧고 은밀한,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얘기도 하지 않는 세 번째 단계가 온다. 우리의 기력이 쇠하고 견디기 힘든 피로가 삶을 사로잡는다.

 피로라는 것, 그것은 사람을 삶의 기슭에서 죽음의 기슭으로 나르는 침묵의 다리다.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으므로, 이제는 죽음을 바라보는 것조차 지겹다.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죽음에 대한 전망도 없고 죽음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떤 대상에 너무나 친숙하고 그 대상을 너무나 잘 알 때는, 그것에 대한 전망도 없어지는 법이다.

피로에 지친 인간이 창문을 통해 나뭇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그 이름을 부른다.

마로니에, 포퓰러, 단풍나무. 이 이름들은 존재 자체처럼 아름답다. 키 큰 포퓰러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올린 운동선수 같다. 화석이 된 긴 꼬리 불꽃 같기도 하다.

포퓰러, 아, 포퓰러.

불멸은 덧없는 환상이요, 깨어진 말 [言]이요, 나비 채를 들고 좇는 바람의 숨결이다.

피로에 지친 노인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포퓰러의 아름다움에 불멸을 견주어 본다면 말이다.

불멸, 피로에 지친 노인은 이제 더는 불멸을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귀찮은 쇠파리"라는 말은 그의 작품에는 물론이요 그의 인생이나 불멸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말은 수수한 자유에서 온 말이다.

오직 인생의 3단계에 도달한, 그리하여 더는 불멸을 관리하지도, 중요한 일로 여기지도 않는 사람만이 그런 말을 쓸 수 있다. 그런 극한까지 이른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일단 거기 도달한 사람은 다른 어디도 아닌 바로 거기에 진정한 자유가 있음을 안다.

 

 

 

- 밀란 쿤데라, 2부 불멸, 불멸, 민음사, 2011,120-122쪽.

 

 


by papyros 2019. 2. 6. 22:46

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1. 배송 인증 + 필사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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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의 작가는 다름 아닌 밀란 쿤데라였다.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이나 #농담 같은 유구의 소설들로 이미 잘 알려진 밀란 쿤데라의 명성은 모르지 않았고 실제로 아직 완독하지 못했으나 쿤데라의 책들도 몇 권 소장하고 있던 차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 처음으로 도전할 구실로 민음북클럽 손끝으로 문장읽기 프로그램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이번 6회 손끝으로 문장읽기에도 지원을 하고 말았다.

 

 


쿤데라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정독을 시작한 <불멸>이라는 이 소설은... 문체가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서사 전개가 이루어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소설이라기 보다 좋은 문장들로부터 사유를 이끌어주는 인문학 서적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자아에 대한 아녜스의 사유와 개인주의에 대한 부분...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주인공 아녜...스에와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마음을 울렸다. 아직은 낯설고 새롭기만 한 쿤데라의 이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다음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이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기를, 매료되기를 기대한다.

 

 

by papyros 2019. 1. 3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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