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1] 4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영예의 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출신의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했더니, 2011년 경부터 매 해 민음북클럽에 가입해 오면서 선택했던 모던클래식 작품 중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들이 있었고, 이미 집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 많이 있었다. 삶이 바쁘다는 변명 아닌 변명 하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소장만 하고 아직 읽어오지 못했는데, 마침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제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의 테마가 가즈오 이시구로읽기라서 집에 없는 책을 선택해 최초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이번 1주차에는 ‘1- 1930724, 런던‘2-런던 1931515, 런던 까지 독파했는데,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은 참으로 신선했다. 아마 서사가 처음 시작되며 크리스토퍼 뱅크스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의 유년시절을 접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되고 그 인물의 내면에 접속하게 되었기 때문이 컸던 것도 같고 탐정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토퍼는 중국 상해 외국인 조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영국인인데, 타국에서 유년을 보내며 고민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유사한 처지의 일본인 친구 아키라와의 일화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어느 것보다도 그가 유년 시절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필립 삼촌이 그에게 건네 준 조언이, 두 장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지점이었다.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퍼핀? 네가 더 영국인다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니?”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 사실 여기에서 너는 아주 다른 주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야. 중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미국인이 다 있잖니. 네가 혼혈아처럼 자라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지.” 그러면서 삼촌이 짤막하게 웃었다. 그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내 생각이 뭔지 알겠니, 퍼핀? 나는 너 같은 소년들이 모든 온갖 것을 이것저것 경험하며 성장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그러면 사람들이 서로를 훨씬 더 잘 대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이런 전쟁도 줄어들게 될 거다. , 그래. 아마 언젠가는 이런 모든 갈등이 끝나는 날이 올 거야. 위대한 정치가나 교횐 이런 단체들로는 그 갈등을 끝낼 수 없단다. 사람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거든. 사람들이 너처럼 바뀔 거란다, 퍼핀. 이런저런 면이 좀 더 섞이게 되는 거지. 그러니 혼혈아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단다, 그건 유익한 거니까.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112.

 

 

 

 

 아키라는 일본에 도착한 바로 첫날부터 더할 나위 없이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비록 그 애가 그 사실을 한 번도 분명하게 시인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 애가 자신의 이질적인 면때문에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으리라고 추측했다.

그 애의 행동방식, 태도, 말투 같은 것들이 그 애를 별종으로 낙인찍었고, 그래서 동급생 뿐 아니라 교사, 심지어는 그 애는 그 사실을 여러 번 암시했다. - 함께 사는 친척들이 조롱감이 되었다. 결국 그 애가 너무나 불행하게 지내는 것을 본 그 애의 부모님은 학기 중간에 그 애를 다시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민음사, 2017, 130.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1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에게도 이는 유효한 메시지라 여긴다. 세계화, 국제화를 논하면서도 우리와 다른, ‘이질적인 누군가를 차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 문화적 낙인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나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의 문제는 공동의 과제라 본다. 저자 본인이 일본계 영국인으로서 이러한 차별을 직접 경험했기에 작품에 녹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필립삼촌의 말대로 초점은 다름이나 이질적인 것이 아닌, ‘공통점을 찾는 데 있음을, 공감과 이해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는 데 있음을 되새겨 본다.

 다음 주차에 읽을 분량이 매우 기대되는데, 필립 삼촌에 대한 진실과(저렇게 멋진 명언을 남기고도 2장 끝무렵에는 엄청난 배신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마치 세베루스 스네이프처럼.. 그래 결국엔 스네이프같은 인물이기를 기도해 본다..) 아키라와의 재회 등 앞으로 진행될 전개부분이 매우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한 가을이다. 이 책이 가즈오 이시구로와의 만남에, 그에게 매료되는 데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

 

 

by papyros 2017. 11. 17. 22:59

 

 

 가을의 끝자락에서 읽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예년에 민음북클럽 가입 시 모던클래식 책으로 이미 받은적이 있기는 하지만, (변명하자면)원체 삶이 바빴던지라 읽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 책이 처음으로 읽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인 셈이다. 함께 손끝으로문장읽기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 더욱 든든하다.

 
by papyros 2017. 11. 17. 22:50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 '인권 감수성'이 부재한 시대 -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왔다. 두 살 많은 이모는 이미 상경해 청계천 방직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머니도 같은 공장에 취직해 언니와 공장 언니들과 함께 두 평 남짓 벌집방에서 살게 됐다. 공장 동료들은 거의 또래의 여자아이들이었다. 나이도, 배움도, 집안 사정도 비슷비슷했다. 어린 여공들은 직장 생활이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일만 했다. 방직기계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덥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고,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최대한 걷어 올리고 일을 해도 팔꿈치와 허벅지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날려 폐병을 얻는 이들도 많았다. 잠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34-35.

 

 

 

  지난 817, 격주로 진행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조남주 작가님의 소설,82년생 김지영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시간을 가졌다.

 가정, 학교, 사회 그 모든 곳에서,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남성과는 다른,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드러난다.

성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임신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김지영씨를 통해 학창시절의 출석번호에서부터 본질적 의문을 던진다. - ‘왜 남학생의 출석번호가 늘 여학생의 앞에 놓일까?’ -

 

  왜 남학생부터 번호를 매기는지.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이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46.

 

  ‘가계(家系)’를 잇고, ‘제사(祭祀)’를 받든다는 명목 하에서, 남아선호사상에 이어진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차별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관행처럼 다가온다. 김지영 씨를 첫 손님으로 태운 택시기사님의 불평,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부모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며느리, 어느 때고 도사리는 성범죄의 위험들 이는 비단 70-80년대에서 국한되는 과거가 아닌,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문제이다. 특히, 작품에 소개되는 김지영 씨가 겪은 일들 중 적어도 한 가지쯤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겪기 마련이라는 점은 씁쓸함을 낳는다.

최근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성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성의 고등교육(대학교육)과 사회 활동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며, 고용할당제가 도입 되는 등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답보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금, 아직도 차례 음식 준비로 걱정하는 것은 여성(가정주부) - 어머니-들의 몫이며, 가사노동과 육아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여성들이다. 최근 여성의 병역 의무와 관련된 청원이 기사화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의무를 논하기에 앞서 여성들에 대한 평등이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의 개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회적 성찰과 논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가사와 육아 전담,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고용 불안정(경력단절과 유리천장)과 피임 등 생명에 관한 문제를 공동의 책임이 아닌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바깥 일 하는 사람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며 일방적 권위를 가지려 했던 것은 아닌지.

 

  손목 많이 쓰지 말고 잘 쉬어. 어쩔 수 없지 뭐.”

애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손목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김지영 씨가 푸념하듯 낮게 말하자 할아버지 의사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 저 의사는 세탁기, 청소기를 써 보기는 한 걸까.

 의사는 모니터에 쓴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흝어 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48-149.

 

 결국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의 핵심은 내 일이 아니라는무관심과 공감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지영 씨의 남편 정대현 씨를 통해, 그리고 소설의 결말부 정신과 의사의 언행을 통해 이 점이 분명히 재확인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45-146.

 

  그냥 하나 낳자. 어차피 언젠가 낳을 텐데 싫은 소리 참을 거 없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낳아서 키우자.” 정대현 씨는 마치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사자, 라든가 클림트의 키스퍼즐 액자를 걸자,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큰 고민 없이 가볍게 말했다. 적어도 김지영 씨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35.

 

  아내는 여전히 초등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고,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

 (중략)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74-175.

 

 

  결말에서 보이듯 자신의 아내가 육아문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내담자인 김지영씨의 어려움과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직장 내 여성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 채 자연스레 행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언행은 씁쓸함을 낳는 한편 또한 작품의 현실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차별에는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일상과 사회 속에서 행하고 있는 만연한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실 파편화되고 분절된 현대 사회 안에서 타인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서 나아가 공감과 변화를 위한 실천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근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가정이 있고 부모가 있다는 건, 그런 짓을 용서해 줄 이유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대표님 생각부터 고치세요. 그런 가치관으로 계속 사회생활하시다가는 이번 일 운 좋게 넘기더라도 비슷한 일 또 터집니다. 그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 제대로 안 한 건, 아시죠?”

  사실 김은실 팀장도 두렵고 지쳐 있었다. 김은실 팀장도, 강혜수 씨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피해자들 모두 일이 빨리 마무리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56.

 

  작품에서 유일하게 공감과 실천적 노력을 병행하는 이가 바로 김은실 팀장이다. 물론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당연한 권리까지도 포기하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김은실 팀장은 자신의 일이 아닌, 김지영씨의 일임에도 두려움과 피해를 감수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기까지 한다.

여성/남성을 막론하고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반응하기 위해서는 약자(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인권감수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년시절부터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명교육 공감능력의 교육 가치관의 질서를 확립하는 교육(인격교육)을 우선하는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특히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발레리노’(발레를 하는 남성)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해 논의하거나 <앨저넌에게 꽃을>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등을 떠올리는 등, 이 과정에서 좋은 문학작품과 영화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방법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92년생인 내가 지금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내가 경험한 여성에 대한 차별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혼 이후 찾아올 수 있는 육아 문제 등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것과는 달리, 2002년생, 2012년생이 20, 30대가 되어 이 소설을 읽을 때 즈음에는 이런 시대도 있었냐며 반문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실로 소망한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132.

 

 

 

 

by papyros 2017. 9. 20. 23:56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태초에 신화가 있었다. 위대한 신은 인도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 독일 사람의 영혼 속에서 언어를 창조하고 표현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했듯이 모든 어린이의 영혼 속에서 날마다 언어를 창조한다. 내 고향의 호수와 산, 개울의 이름을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햇빛 아래서 엷은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매끄러운 호수, 호수를 두른 촘촘한 꽃망울들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가파른 산맥, 눈 쌓인 봉우리들 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움푹 팬 골짜기들, 여기저기 흘러내리는 자그마한 폭포들, 과수와 오두막과 잿빛 알프스 젖소들이 들어차 있는 산비탈의 경사진 밝은 목장을 보고 자라왔다.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 17.

 

 헤세가 스물여섯에 지은 첫 장편소설인페터 카멘친트의 첫 단락은 위와 같이 주인공 페터 카멘친트의 고향, ‘니미콘 마을에 대한 정경이 묘사되며 전원적이고도 신비로운 어조로 서술된다. 소설의 첫 서두에서부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신화, 전설, 동화의 첫 머리와 같은 신비로운 서술. 그러나 이러한 신비함과는 달리 페터는 자신의 친지들이 자리한 고향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페터에게 리미콘은 강압적인 아버지의 존재가 두드러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으며 친지들에게 둘러싸여 평생 자연만을 관조해야 하는 지루하고 답답한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리미콘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아간 페터는 뢰지와의 사랑을 통해, 대학에 진학 후 리하르트와의 우정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성장해나간다. 특히 리하르트와의 교류를 통해 지적 자극을 받고 그에 감응하는 지점은 헤세의 다른 소설 -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와 하일너,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지와 사랑)>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에서도 드러나듯이 성장의 열망을 그리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페터가 바젤에서 경험한 소시민들과의 교류는 그의 삶에 더없는 영향을 미친다. 고독과 우울, 그리고 타인에 대한 예민성으로 사람을 대하던 , 그리고 학문이나 이성을 통해 명예를 이루고 사교계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페터가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깨닫고 귀향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곳에서의 체험은, 어떤 지식이나 명성으로 타인과 교루하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페터 카멘친트라는 개인의 실존 그 자체로 수용된다.

 

 

 나는 언젠가 아시시에 오랫동안 머물며 연구를 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바젤로 돌아가 급한 일들을 정리한 뒤, 짐을 몇 개 꾸려서 페루자로 보냈다. 그리고 직접 피렌체까지 기차로 가서는 거기서부터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서 남쪽으로 향했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데는 어떤 기교도 필요 없었다. 이곳 사람들의 삶은 항상 표면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쏟는, 단순하고 자유로우며 소박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이곳저곳의 작은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 듯싶었고 고향에 와 있는 기분이라, 장차 바젤에 돌아가면 인간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교감을 사교계에서가 아니라 소박한 민중 사이에서 찾겠다고 결심했다.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 138.

 

 

 전반적으로 페터는 한스나 싱클레어보다는 크눌프와 더욱 닮아 있는 인물인 것으로 여겨진다. 크눌프에서와 같이, <페터 카멘친트>에는 페터의 방랑생활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등장하며 전원의 아름다움이 묘사된다. 물론 크눌프에 비해 페터의 성향이 조금 더 진중하다는 점도 고려치 않을 수 없겠지만, 크눌프와 달리, 페터는 결국 긴 방랑생활 끝에 귀향한다. 고향의 단조로움에 답답함을 느끼고 벗어나고자 했던 페터가 결국 다시 고향의 단조로움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활, 명예와 명망 그 어느 것보다도 자신의 본질,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고향의 전원과 헌신적 삶이 가장 중요함을 페터가 방랑생활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인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페터의 방랑생활은 그의 성장과 가치관 확립에 분명한 영항을 주게 된다. 이는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에서 성진이 꿈에서 양소유로서의 삶을 통해 욕망의 본질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페터가 흠모하며 삶의 방향을 따라가고자 했던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지닌 가치가 생명에 대한 사랑, 즉 겸애의 가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귀향한 페터가 처음에는 곱추인 목수의 처남 보피를 꺼려 하지만 점차 그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외적인 요소 너머의 내면을 바라보며 그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겸애의 가치가 재확인 되기 때문이다.

 기실 <페터 카멘친트> 안에는 페터라는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는 헤세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헤세의 가정상황, 학교에서의 학업과 진리에 대한 열정, 세심한 내면과 시인으로서의 예술성 등 - 그러나 헤세의 대표작이자 또다른 자전적 소설인 <수레바퀴 아래서><페터 카멘친트>를 구분하는 중요한 지점은 결말부에 있는데, 한스의 귀향은 수레바퀴의 무게에 짓눌린 한스가 좌절을 경험한 후 끝내 사랑 또한 이루지 못한 채 내몰리는 공간이었던 데 반해, <페터 카멘친트>에서의 귀향은 페터 본인의 선택이었으며 귀향 후 자신이 형성한 가치관을 실현하며 그의 소명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실 <수레바퀴 아래서><데미안> 등의 학교이성을 조금 더 중점에 두는 작품에 비해 <페터 카멘친트>는 예술과 자연, 내적인 음미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의 자기서사에는 다소 이질적이었으나, 재독(再讀)하며 헤세가 스물여섯에 추구했던 그 본질을 다시금 따라가고 싶다. 페터 카멘친트를 시작으로 헤세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다시 읽어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 기대한다. 헤세가 스물여섯살에 쓴 작품 <페터 카멘친트>. 2017년 스물여섯(만 스물 다섯)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진정한 가치와 소명은 무엇일까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

 

 

 이제 와서 나의 여정과 삶의 노력들을 돌아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하고 농부는 땅을 파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니미콘 마을의 카멘친트는 도시인 내지 세계의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나 역시 체득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매사를 질서에 따라 처리하는 데 익숙해졌다. 세속의 행복을 찾으려는 무모한 욕망이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를 다시 내가 속해 있는 고향, 호수와 산 사이의 조그만 구석으로 돌려보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기쁨을 느꼈다.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 197.

 

 

 무엇보다도 나는 인간들에게 자연에 대한 형제애 속에서 기쁨의 원천과 삶의 줄기를 발견하라고 가르치고 싶었다. 눈으로 감상하며 여행하고 즐기는 예술, 눈앞에 보이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어낼 수 있는 예술을 가르치고 싶었다. 산맥과 호수, 푸른 섬을 매혹적이고 힘 있는 언어로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고, 그들의 집과 도시 밖에서 얼마나 엄청나게 다채롭고 활력 있는 삶이 날마다 피어나고 넘쳐흐르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나는 그들이 그들의 도시에서 힘차게 움터 나오는 봄,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 철도가 지나가는 주변 숲과 장엄한 초원보다 이웃나라의 전쟁, 유행, 소문, 문학과 예술에 관해서 더 잘 아는 것을 부끄러워하도록 하고 싶었다. 나는 그들에게 고독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잊지 못할 즐거움의 금빛 사슬을 발견했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고, 그들이 어쩌면 더 큰 세계의 기쁨을 발견하여 나보다 더 행복하고 기뻐할 수도 있으리라는 점을 알려 주고 싶었다.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 149-150.

 

 

by papyros 2017. 9. 20. 23:44

칼 뉴포트, 딥 워크, 민음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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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민음북클럽 서평 이벤트-열공x열일을 위한 추천도서 활동의 일환으로,  민음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볼링겐 탑.  융이 이원적 딥워크를 가능하게 해 그의 사상적 연구를 발전시킨 공간이다.

 <출처: commons.wikimedia.org>

 

그는 바쁜 생활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무의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가쁜 취리히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더 깊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융은 일에서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진전시키기 위해 볼링겐에 안식처를 만들었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8.

 

정신분석학자로 널리 알려진 칼 융은 취리히 대학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 상담을 지속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실상 분석심리학의 핵심인 의식과 무의식, 전의식 등의 개념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곳은 취리히대학의 연구실이 아닌, 볼링겐의 안식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도심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머리를 맑게 하여 과로한 업무에서 벗어났기에 당연히 수반된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마치 몇 년 전 방송되었던 예능 <인간의 조건>이나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에서 그려지듯,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그저 여유를 즐기는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융에게 볼링겐은 단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연구에 더욱 몰입하게 해 주는 공간이었다. ‘해리 포터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조앤 롤링 역시 죽음의 성물을 집필할 당시 번잡한 환경을 피해 밸모럴 호텔에서 집필에 몰입했다고 한다.

저자 칼 뉴포트는 복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딥워크(Deep Work)’라고 부른다.

 

 

딥 워크(Deep Work) :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따라하기 어렵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9.

 

 칼 융과 같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자신의 일, 업무분야에 완전히 몰입하거나 몰두하여 딥 워크 상태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본래 자신에게 주어진 일 이외에 업무를 보면서 처리해야 하는 부가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교사나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교과(학문)분야에 대한 연구 및 교재개발을 지속하는 일 외에도 과도한 행정업무를 떠맡곤 한다. 특히 한국사회는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연 평균 근로시간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본 근로시간이 결코 적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야근이나 주말 출근 등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더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공간에 등장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한 온전한 딥워크를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라 이를 수 있다. 분명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SNS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 SNS로부터 자신의 본래 업무로 돌아오기 힘들어 주의집중능력을 약화시키곤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만해도,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 학창시절에 여가시간 대부분을 책을 읽는 데 들인 반면, 대학 입학 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페이스북에 가입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틈틈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자주 사용하다보니 페이스북에서 많은 관심사와 취미활동, 다양한 이벤트 정보 및 지인들의 소식을 확인하는 데 여가시간이 분산되어 오히려 학창시절 보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 혹은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유혹을 받기 쉬운 것이 스마트폰-특히 SNS의 확인에 있다.

 조지타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칼 뉴포트또한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고 연구 과제를 무사히 수행해서 교수직의 종신재직권을 얻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이었다. 즉 저자는 그 자신이 딥 워크의 핵심적 사고와 실천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를 독자들에게 공유한다.

 그는 딥 워크의 네 가지 방식으로 하나의 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도승 방식(피상적 일들을 없애거나 크게 줄임), 여러 목표를 병행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원적 방식(칼 융과 같이, 평소에는 교수직, 상담 득 바쁜 일상업무를 수행했으나 볼링겐에 안식처를 만들어 온전히 연구와 집필에 집중한 방식), 어려운 일을 꾸준히 계속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운율적 방식(딥워크를 일상적 리듬처럼 습관화하는 것, 하루 중 특정한 시간을 딥워크를 위해 확보하는 것) 그리고 빠르게 딥 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를 위한 기자방식(일과 중 자유 시간이 날 때마다 딥 워크를 하는 방식) 등 네 가지 방식을 소개한다.

기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직업 특성이나 직장 환경,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에 맞추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방식을 적절히 선택해 딥 워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핵심은 어떤 방식을 활용하는가가 아닌, 자신이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의 목표나 기준에 따라 원칙을 세우고,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고 여긴다. 저자는 SNS (혹은 피상적인 인터넷(이메일)작업)를 가급적 완전히 차단할 것을 요구하지만, SNS를 온전히 끊기 힘들 경우 SNS 사용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딥 워크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역설한다.

 최근 인맥 다이어트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카톡이나 SNS 등의 메신저/SNS 상에서 피상적이며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관계만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피상적이며 피로감을 안겨주기도 하며 더욱 중요한 업무의 몰입을 방해하는 SNS의 단점은 과연 자신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추하도록 만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맺은 관계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은 아닌지, 하루의 대부분을 SNS 확인에 쏟느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생산적이며 의미있는 활동 독서, 학업, 연구, 직장 내 업무 등-을 뒤로 미루며 SNS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불어 과연 SNS를 통해 맺은 관계를 진정한 관계로, SNS를 통해 확인확인하는 기사를 진실된 사회적 지식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 SNS를 하면서 진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진짜 감정인지 가짜 감정인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SNS로부터 조금씩 빠져나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나 또한 SNS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여러 정보들의 파악이나 관계 면에서), 나약한 한 개인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되짚을 수 있었으며 SNS를 차단하고 몰입시간을 확보하는 딥워크의 의미에 대해 배우고 성찰적 깨달음을 통해 딥워크를 삶에 적용하고자 조금씩 노력해 나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물론 모두가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노력을 통해 습관을 뜯어고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신속한 이메일 교류와 소셜 미디어 활동에 따른 인위적인 분주함을 편안하게 느낀다. 그러나 몰입하는 삶을 살려면 이런 일들을 대부분 등져야 한다. 또한 능력을 다해 최선의 성과를 내려는 노력을 둘러싼 불안이 있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아직은) 별로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루스벨트처럼 링에 올라 능력과 씨름하기보다 우리의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내는 편이 안전하다.

  그러나 이런 편안함과 불안을 뿌리치고 온전한 지적 역량을 발휘하여 중요한 성과를 이루려 노력하면 앞서 그 길을 간 다른 사람들처럼 몰입이 생산성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246.

 

 

 

 

 

 

by papyros 2017. 8. 13. 22:50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5. 서평과 필사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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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제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도서 일일공부를 읽고 필사하기 시작한 지도 한 달이 흘렀다. 이번 주 6장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일독하면서 참으로 많은 구절들을 읽어왔다. 개인에 대한 성찰, 국가정치를 하는 이들의 올바른 태도 등 ……

기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OECD 국가로서 경제력은 이미 50-60년대의 경제수준을 이미 뛰어넘어 경제대국이라 불리며, IT강국일뿐더러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유시민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면 난민촌을 벗어나 병영시대를 겪은 후 광장으로 나아간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 사회이다.

 

 

지난 55년 동안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어느 하나도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둘 모두를 해냈다.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는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반공 난민촌이었던 대한민국은 사회 전체가 병영과 비슷했던 산업화시대를 통과해 각자의 개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발현되는 민주화시대의 광장으로 바뀌었다. 지난 55년 동안 대한민국이 겪은 사회문화적 변화는 그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시민, 늙어가는 대한민국, 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2014, E-book 336.

 

 

그러나 과연 진정한 광장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주(82), 필사 4회차 당일, 나는 개봉작인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영화에 대해 날조설을 펴는 전() 대통령 모()씨가 진실을 왜곡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 당은 -내게 인생작으로 남게 된- 나영석 PD님의 예능 <알쓸신잡>에서 방송된 정재승 교수님과 유시민 작가님께서 체르노빌 사고를 언급하시며 원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한 경계와 성찰을 논의하신 것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를 신청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논의를, 근현대사의 아픔에 대해 (과거사에 대한) 더 이상 폭력에 의한 희생이 발발하지 않도록  성찰하고 기억하는 데 의미가 있는 한 작품을 , 그러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진정성있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다.

 

 사회적 현안이나 과거사 성찰에 있어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를 왈가왈부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 그리고 이념논쟁이라는 색안경을 낀 이들의 모습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사회가 진정한 광장을 이룩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한다.

 

 4.19, 5.18에서부터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픔들을 기억하고 그 비극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보였던 물질만능주의와 인격(생명)에 대한 경시, 성찰 없는 행동들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노력(사회적, 개인적 측면 모든 면에서)이 수반될 때 우리 사회가 진정한 광장으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여긴다.

이 책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개인적,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 모두에게 사유의 힘과 성찰적 의미를 제공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었다. 치우침이나 부족함이 없도록, 경도되지 않도록 늘 이 책의 문장들을 되새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조정에 일이 있으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의논할 만한 일이 있으면 왈가왈부하여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의 의견은 각자 다르기 마련이니, 왈가왈부하여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나랏일은 한 사람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왈가왈부하여 지당한 결론을 얻도록 힘쓰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중종실록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남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국가의 중대사일수록 왈가왈부는 필수적입니다. 중대한 국가의 일이니까 개인이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 장유승, 128. 왈가왈부는 아름답다, 일일공부, 민음사, 2017, 282-283.

 

 

by papyros 2017. 8. 9. 15:58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4. 필사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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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번 4주차에는 치국(治國), 즉 나라를 다스리는 일, ‘정치에 대한 도()가 담긴 문장들이 많았다.

 

 

 2017년 8월 2일, 오늘은 광주 5.18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개봉일이다. 퇴근 후 영화관에 들러 개봉 당일 저녁,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이번 주차의 글을 되새기며 더욱 많은 생각이 든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정치인들이 권력을 남용할뿐더러 과오를 지적하는 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겨누며 학살을 자행한 군부독재정권의 만행....... 심지어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2017년 까지 그 누구하나 과오에 대해 제대로 용서를 비는 사람이 없으니 양심이 있다면,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할 수 있는 일인 것인가.

 

 

 (), (), (), ()는 나라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이다. 관자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 사과하고 책임지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으려는 염치없는 행동입니다. 여론은 염치를 지키는 사람에게 관대한 법입니다.

 

- 장유승, 077. 염치를 지킨다는 것, 일일공부, 민음사, 2017, 176-177.

 

 

 더욱이 잘못된 국가 권력에 비판하는 이들을 ()’으로 간주하여 억울하게 모진 고문을 받게 만드는 그들이 어찌 국시(國是)를 구실로 삼아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 이들이 아니랴. 민주사회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비정상적인 투표율을 얻고 당선된 정치인들이 과연 진실로 국민의 지지를 받은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당론이 성행하자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의 구별이 없어지고, 국시가 나타나자 옳고 그름이 바뀌었다. 한 사람이 있으면 온 나라 사람의 절반은 좋아하고 절반은 미워한다. 이것이 국시라고 하는 사람은 소견이 좁아서 옳다고 하는 사람만 보인다. 이것이 국시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 역시 소견이 좁아서 아니라고 하는 사람만 보인다. 한 사람이 억측하면 천 사람 만 사람이 부화뇌동한다.

열 사람이 옳다 하고 한 사람이 그르다 하더라도 국시가 될 수 없거늘, 하물며 옳다고 하는 사람이 열 사람도 못 된다면 어떻겠는가. 당파가 백성을 선동하며 시비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말이 국시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나라를 망치는 자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국시를 구실로 삼아 위아래를 협박하며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 하니,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다.

 

- 장유승, 092. 국시란 존재하는가, 일일공부, 민음사, 2017, 206.

 

 

 이제는 소수를 위한, 권력을 잡아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아닌, 진실로, 사람을 가장 귀히 여기어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며 늘 소통성찰을 향해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며 필요 시 방향을 재설정하는 그런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진실로 바란다.

 특히, 암울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희생하신 한국사회의 수많은 이름 없는 민중들 모두를 위해 기도하며, 그러한 분들이, 소시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사복 택시운전사님, 위르겐 힌츠페터기자님을, 그리고 광주에서 독재권력에 저항하신 그 모든 분들을, 광주에서 연대 속에 함께하신 그 모든 개개인 한명한명을 다시금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김사복 선생님께서 이미, 독재권력 시절에 희생당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 먹먹함이 남는다.

 

천지 사이에 있는 온갖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

 

- 장유승, 083. 천하에 가장 귀중한 존재, 일일공부, 민음사, 2017, 189.

 

 

 

 

by papyros 2017. 8. 2. 23:45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3. 필사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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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손끝으로 문장읽기 필사 3회차를 맞았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미처 다 읽지 못한 2장의 남은 부분에 이어, ‘3.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일독하고 필사했다. 드디어 3장에 이르러 개인 수양과 성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글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나의 삶을 아우르고 있는 핵심주제 중 하나라서 그런지 더욱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먼저 2장의 학림옥로라는 시는 참으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늘 고군분투하는 삶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시였기 때문이다. 늘 삶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간절히 바라는, 바라온 바를 이루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너무도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힘들여 어렵게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은 아주 지척에 있을지도, 아니 이미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 이 시를 읽고는 포근함, 따뜻함을 느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도 봄이 보이지 않아

짚신 신고 산꼭대기 구름 속을 다 밟고다녔네

돌아와 우연히 매화 가지 잡고 향기 맡으니

봄은 나뭇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 나대경, 학림옥로

 

- 장유승, 046. 봄은 이미 와 있었네,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110-111.

 

 사실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아오기 때문에 학림옥로라는 시의 한 구절이, 책 한 권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심리적, 정서적 휴식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이어진 휴식에 대한 논의처럼, 대한민국 사회는 피로사회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늘 경쟁 속에 놓여있으며 긴장상태에 살아가는.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논의된 커피’(카페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커피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회인 것이다. 유럽 여느 국가들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휴가를 간다는데 휴가를 한번 다녀오려고 해도 연차일수를 헤아리고 있는 한국 사회의 피로도 높으며 휴식 없는 모습이 아래 글에 잘 드러난다.

 

 

 사람은 쉬지 못해서 고생하는데, 세상은 쉬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 때문인가? 사람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아서 백 살까지 사는 사람은 만에 한둘도 없다.

 설령 있다 해도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때와 늙어서 병들 때를 제외하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사오십년에 불과하다. 거기서 또 영예와 치욕을 겪으며 부침하고, 이익과 손해를 기뻐하고 슬퍼하며 느긋하게 즐거워하고 마음껏 쉴 수 있는 날은 수십일에 불과하다. 더구나 백년도 못 살면서 끝없는 근심 걱정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우환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쉴 기약이 없는 까닭이다. 얼마 안 되는 복을 탐내서 위험한 곳에 두는 것과 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 허리를 굽힌 채 고생스럽게 일을 하고 노심초사하며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하는 것과 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 마음속으로 손익을 계산하고 억지로 마음을 다 잡으며 늙어 죽은 다음에야 그만두는 것과 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쉬는 것인데, 도리어 문제로 여기니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숙재집

 

- 장유승, 047. 쉬지 못하는 까닭,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112-113.

 

 

 어쩌면 이렇게 피로사회가 된 것은, 개개인의 삶 속에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만연한 이유는 결국 개개인 간의 경쟁을 야기하는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 있지 않은가 싶다.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직장에 가서 안정적인 자리에 오르고, 높은 위치에 올라 성공해야 하는 그 과정에서 향유해야 할 사람 간의 관계와 도리수단으로서 사용하는 목적전도의 현상이 뒤따른다. 그렇기에 3장에서 보여주는 관계에 대한 메시지들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네가 아침저녁으로 집안살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이렇게 노비 한 사람을 보내니 네가 나무하고 물 긷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이니 잘 대해주거라.

 

- 남사(南史)』 『도연명전(陶淵明傳)

 

- 장유승, 065. 이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이니,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150-151.

 

 

 

 도연명이 집안에 노비 한사람을 보내며, 아들에게 전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 어떤 신분질서가 없는 평등한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직 종사자, 회사의 부하직원 등에 갑질을 일삼는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3장에 나오는 여러 마음에 남는 문구들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자신에 대한 타인의 비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메시지들을 전해주고 있는데, 결국 평가나 비판에 민감한 우리들 개개인의 모습도, 어쩌면 있는 그대로 사람-(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향유의 방식으로 대하기보다는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반상의 질서가 견고했던 시대임에도 도연명이 노비(머슴) 한 사람까지 귀하게 대접했듯이, 우리 사회 또한 성공이나 성취’, ‘결과’, ‘사회적 지위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닌, 그 개인의 본질을 바로 보고 모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

 

by papyros 2017. 7. 26. 16:27

제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2.  필사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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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손끝으로 문장읽기 2회차에 접어들었다. 손끝으로 문장읽기 필사를 통해, 일독하고 있는 『일일공부』 라는 책은 주제별로 총 6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 1주차에 일독하고 필사한 글이 '내 마음 들여다보기' 였고, 이번 2주차에는 '나를 바꾼다는 것'을 주제로 한 문구들을 읽었다. 즉 성찰에 대한 글에 이어 구체적으로 자신을 '변화'할 수 있게끔 돕는 문구들을 소개해 준다.

 

  2장의 22번째 글, 「달아나는 마음잡기」에서부터 마음 한구석이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내 자신의 문제, 현재 내가 당면한 문제에 적중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중학 시절부터 늘 교직에 목표를 두어 왔고 당연히 임용고시를 치러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으나 근래들어 교직 뿐 아니라 상담분야에 대한 생각도 더욱 커졌고,  임용고시 외의 다른 길들 또한 자꾸 생각하며 어떤 것이 더 행복한 길일지를 탐색하게 된다.

 학부시절 존경하신 교수님 말씀대로..., 너무 어려운 시험이니 방어하고 회피하고 싶은 심리기제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이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달아나는 마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우선은 내 앞에 놓인 가장 큰 목표에 집중할 밖에. 춘추전국 시대를 살아갔던 맹자께서 시대를 뛰어넘어 내게 들려주는 조언처럼 여겨진다.

 

 맹자는 달아나는 마음을 잡는 것이학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어디론가 달아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성리학에서는 주일무적(主一無適)을 강조합니다. 마음을 한곳에 고도로 집중하여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략)

 목표가 막연하면 스펙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것이 안 되면 저것이라는 안일한 마음보다 '주일무적', 곧 오직 이것뿐이라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달아나는 마음도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장유승, 「 022. 달아나는 마음 잡기」,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62-63.

 

 더불어 25번째 글, 「오늘이 있을 뿐이다」 에서 정약용 선생님의 '오늘(현재)'을 살아가라', Carpe Diem을 상기해 볼 수도 있었다.



 

 2장을 읽으며 좋은 글들이 참으로 많았으나 특히 마음에 남았던 글을 꼽으면, 33번째 글인 「누구를 위해 사는가」 였는데,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항상 인정받으려고, 어떻게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종종 지치는 감정을 느껴 왔는데, 결국 욕심과 습관 탓임을, 그리고 이러한 욕심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서 내 자신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 본다. 강신주 선생님의 『감정수업』 에서도 삶의 주인으로서의 감정, 그리고 노예와 같이 살아갈 때의 감정에 대해 읽고 강연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결국 타인의 평가에, 인정받는 것에 욕심을 부린다면 타인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어 주인의 삶에 들 수 없을 것이므로 늘 경계하고 비워내며 내 자신 안에 들어있는 고유한 가치와 개성,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만의 형형색색 빛깔을 계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색의 크레파스 중 한 번도 쓰지 못한 크레파스를 골라 써보며 , 이게 나에게 맞는 색인지, 내가 좋아하는 색인지 알아갈 수 있듯이..

 

 

 

 

 나와 남을 비교하면 나는 가깝고 남은 멀다. 나와 사물을 비교하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거꾸로 가까운 것이 먼 것의 명령을 따르고, 귀한 것이 천한 것을 위해 일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욕심이 지혜를 가리고 습관이 진실을 감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성내는 감정과 모든 행동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남을 따라서 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말하고 웃고 얼굴 표정을 꾸며 가면서 남에게 심심풀이를 제공한다. 정신과 육체 하나 나에게 속한 것이 없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중략)

 

이용휴는 이렇게 나를 잊고 남을 위해 살아가는 원인으로, 욕심과 습관을 지목했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 그리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르는 습관 탓에 결국 나의 몸과 마음이 남들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나의 지혜를 쓰고, 내 안의 진실을 따르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을 되찾는 방법입니다.

 

- 장유승, 「 033. 누구를 위해 사는가」,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84-85.

 

by papyros 2017. 7. 19. 22:34

 

제 4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 과제 1. 배송 인증 + 필사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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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민음북클럽 '손끝으로 문장읽기' 온라인 필사모임에 참여했다. 좋은 책을 읽고, 필사하고 사유하는 것 만큼 더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

 

 붓펜이 조금 늦게 오기는 했으나, 멋진 책과 노트, 그리고 붓펜까지... 필사준비 완료! 노트는 좀 아끼고 예전에 민음사에서 받은 다른 노트를 먼저 사용할 생각이지만...!

배송 후 어느덧 <일일공부> 한 챕터를 완독했다. (57페이지까지).

그저 편안히 하루에 한두장씩을 읽으며 필사하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글이 참 많았다.

 

 

 

 

필사한 모든 문장이 마음에 남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11장, '없어야 할 하나의 감정'이라는 부분이었다.

후회라는 감정이 없는 그것에 대해 필사하면서, '아- 나는 얼마나 칠정을 절도에 맞게 지켜왔는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게 한 문장이었다.

 따로 게시글을 올리고자 하지만 최근에 읽은 유시민 작가님께서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옥중에서 쓰신 <항소이유서>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 본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 유시민,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돌베개, 2017, E-book 38쪽

 

슬픔과 노여움이라는 칠정의 자연스런 감정을 지니고, 인권을, 국가의 윤리와 양심을 되찾고자 투쟁하셨기에, 그 감정에 충실한 절도를 지키셨기에 지금의 2017년이 왔고, 비록 사회적으로는 아직 미비한 부분이 분명 많지만 유시민 작가님 개인적으로는 부당한 것에 비판하고 저항한 데에  후회가 없으시지 않을까.

 

나도 이와 같이.. 끊임없이 사유하고, 이 세계를 사랑하면서 후회없는 삶을 지향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다. 

 

 

'후회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인께서 여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신 이유는

 일곱가지 감정이 모두 절도에 맞는다면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감정이 절도에 맞지 않은 다음에야 후회가 생긴다. 그러니 후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 장유승, 「 011. 없어야 할 하나의 감정」, 『일일공부』, 민음사, 2017, P38-39.

 

 

 

 

 

by papyros 2017. 7.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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