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마지막 밑줄 + 독서 후기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모든 글은 인용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지난 주차에 책 내용을 모두 완독했으므로 이번 주차는 ‘추천의 말’ 을 읽으며 조남주 작가님의 소설   『사하맨션』 에 대해 다시한 번 정리하고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2주차 쯤 영화 <기생충>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한 바 있듯이,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 은 분명히 ‘자본’에 의한 계급 차별과 갈등이 주가 되는 소설이다. 신샛별 평론가님이 ‘추천의 말’에서 표현하신 것 처럼, 주거와 의료,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하’의 삶은 그 자체로 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 

  타운 주민/L2/사하 라는 뿌리깊은 계급차별을 공고화한 것도 결국 실체없는 권력, 자본의 흐름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당연히’,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품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세계에는 균열이 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균열, 건강한 균열을 바탕에 둔 사하와 L2의 연대와 저항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마치 담쟁이 넝굴이 하나되어 함께 넘어갈 때 강하듯이,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었듯 약자들 간의 연대를 통한 한 목소리의 외침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들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선을 비로소 허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산학협력 회사 현장에서 희생당하는 학생이 없기를, 한 개인이 자본과 맞바꿀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지 않길, 그리고...... 자본의 유무로 여러 혜택들이 더 주어지지 않는 공정한 사회이기를 .. 이 책을 읽고 진실로 바란다.

  여러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유를 추구했던 우미,

 총리관에 들어가 권력의 실체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겨눈 진경,

 사하인 도경의 신분이 아닌 내면을 보고 관계를 맺었던 의사 ,

  진경의 총리관 출입을 은근히 도왔던, 조용한 방식으로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던 사하맨션의 관리실 영감과 소개소 소장,

 

 맹목적으로 요구되는 기존 사회의 질서가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향하던 사하맨션의 수많은 개인들이 우리 사회에
더욱 늘어나기를 진실로 소망해본다.

 한 동안 사하맨션의 주민들이 많이 그리울 듯 하다.





 사상의 논리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인간은 셋 중 하나가 된다. 핵심 부품, 소모품, 폐기물.  『사하맨션』 은 소모품 또는 폐기물로 전락한 절대 다수의 인간이 경험하게 될 총체적 박탈의 상황을, 주거,노동,교육,보건,의료 시스템의 바깥에서 지옥을 견디는 난민들의 공동체를 상상한다. 아니, 그들이 단지 견디고 있다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는 시스템에는 단호히 맞서고, 상처 입은 방문자들에게는 절대적 환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이기도 한 것이다.

 

- 신샛별(문학평론가), 「추천의 말」 중에서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장르적 쾌감 대신 서늘한 응축의 힘을 밀고 나가 마침내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라고 선언할 때 나도 모르게 그 다음을 기다렸다. 이 소설은 미래를 바꾸게 될 한 여성 전사의 탄생에 관한 긴 쿠키영상이다. 설레지 않는가.

 

- 김현(시인), 「추천의 말」 중에서

 

 

 

 

 

 

 

 

 

by papyros 2019. 7. 15. 17:45

[과제4]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네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4주차에는 지난 3주차에 이어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311호, 우미」 , 「701호, 진경」, 그리고 마지막 「총리관」까지 모두 읽으며 작품의 결말을 보고 말았다. 원 래 마지막 한, 두장을 남겨두고 일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인물 각각의,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의 서사에 몰입되어 후반부를 달렸다.

  『사하맨션』 이라는 작품 전체를 읽고 난 후 전체적인 느낌은 무언가 짧고도 굵은 울림을 주는 듯 하다.  지난 주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이 소설의 서사에 대해 다룬 바 있는데,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있다고 믿는 어떤 '운명', '굴레'라는 것을 당연하게,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수용해야만 한다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 할 수 있었다.

 


 나비 폭동이 희미해질 즈음이 되자 원주민이던 L2보다 그 2세와 3세들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애초에 L2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의문도 저항도 없었다. 당위나 의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운명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다. 원래 그런 삶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함께 자란 아이들의 진로를 궁금해하지 않고, 2년마다 체류권을 갱신하며 살다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아기를 남기고 나오는 삶.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5쪽.

 

 


원래 그렇다고 믿고 있던 사람이 '원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73쪽.

 

 


 "할머니, 나는 중요해. 나는 우리 아기가 아래층 아기보다 늦는 게 속상해. 아래층 아저씨가 쟤는 왜 저렇게 누워만 있냐고 그러는 것도 싫어. 우리 아기 걱정해 주는 척 자기 애 자랑하는 거잖아. 싫고 좋고, 속상하고 기쁘고, 그런 마음들이 어떻게 안 중요해."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9쪽.

 

 

 그런 점에서 우미가 유년시절부터 30세에 이르기까지 아무 의문없이ㅡ 그냥 당연히 그래야만 해서 정기적으로 출석하던 연구소의 조직검사에 불응하고 도망치고자 했던 시도, 그리고 그런 우미의 도망을 도왔던 연구소의 몇몇 구성원들, 아랫집 아이와 다른 '우연'의 성장에 속상해하고 슬퍼했던 우미, 그리고 총리관에 들어가 그곳의 실체를 목격한 진경과 진경 이전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모두들 죽지 않기 위해, 사장되지 않기 위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라 여긴다.

  비록 수십년 전 타운에서 벌어진 '나비폭동'이 물대포를 통해 비극적으로 진압되었을지언정,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싶었던 모든 개인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그러한 작은 개인들 ,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죽었으리라 여겼던 한 여인의 사하맨션에서 소개소 소장으로 살아있으며, 연구원에서 연구소의 기밀을 지니고 도망나간 한 연구원이 사하맨션의 관리실 영감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진경이 총리실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진정한 삶'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작은 불씨를 가진 개개인의 행동이 결국은 변화를 만들어내리라 여긴다.

 부당입학(비리)에 대한 예민성이 결국 사회 변화로 이어졌듯이, 그리고 지금도 정치, 경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듯이...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 『사하맨션』 은 그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를 알레고리 기법을 통해 묘사하여 독자들의 타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83-284쪽.

 


"당신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우미와 도경이와 끝까지 같이 살 거고."

바람이 불었다. 총리관을 지키듯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무섭게 흔들렸다. 미처 노랗게 물들지도 못한 초록빛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떨어진 잎사귀에 날개를 펴고 앉았다.

 

- 조남주, 「총리관」, 『사하맨션』, 368쪽.

 

 

   

 


 

 

by papyros 2019. 7. 8. 23:26

[과제3]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세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도서 사하맨션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영화 스포에 주의 바랍니다. (스포 多)

 

 

 

 이번 3주차에는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 중에서 「201호, 이아」, 「714호, 수와 도경」 그리고 「305호, 은진, 30년 전」 총 세 장을 읽고 해당 장의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품 전체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이번 주에 읽은 세 챕터에서 시사하고 있는 내용이 최근 상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많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특히 「714호, 수와 도경」 에서 수와 도경은 의사의 신분과 사하의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간의 애정, 사랑을 키워나가고 함께 의지하며 사하맨션에 살게 되는데, 신분에 관계없는 그들의 진정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수가 죽자 일방적으로 도경이 수의 살인범으로 몰리며 급기야 도망을 쳐야 하고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는 도경의 처지는 그가 사하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부당하고 불평등한 운명이다. 그가 사하가 아닌 주민, 아니 적어도 L2였다면 도경이 그 자신을 변호하고 보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남의 집 냉장고에 숨어 있다가 몰래 도망가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L2도 나은 신분이 아닌 것이 「305호, 은진, 30년 전」 이야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보육원에서 자란 L2 계급의 은진은 유년 시절 "너는 커서 보육사 해야 되겠다" 라고 말한 주임 보육사의 한 마디에 꿈을 지니게 되지만 L2가 보육사의 자격을 지닌다는 것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일이었다. 결국 여러 심사에 의해 계약직 보육사의 자리를 따내지만 감염병이 돌자 다른 L1(타운의 진정한 주민) 계급 보육사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을 때 유일하게 보육원에 출근했다가 결국 그 젊은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은진은 최근 우리 사회에 일어난 비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성화고에 입학해 산학협력 기관에 취업해 일하다가 안전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업무를 맡아야만 했던 ,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고등학생 청춘들.

 

 누군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학에 가고 너무도 당연하게 의식주를 누릴 때 사하맨션의 거주자들은 전기 하나, 수도하나 쓰는것도 열악한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의 두 가정형편을 통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기택보다도 더 낮은,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실에 문광(이정은) 내외가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차등을 심각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조선시대까지 신분차별의 기준이 양반(귀족)과 상민, 노예 등 '태생적 출신'에 따라 분류되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신분차별의 기준이 경제적 문제로 변화되어 계승된 것에 다름없는 것이다. 혹자는 경제력의 경우 노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조남주 작가의 『사하맨션』 에서도 ,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경제력의 차이가 개인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며 이미 형성된 사회적 차별 속에서 학업(교육)의 기회, 양육의 기회, 그리고 선택의 기회 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더욱 공고화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사하맨션』 에서 은주의 계급으로 인해 보육사라는 직업에 취직하는 일에 애초에 제한이 걸리는 일이나,  수가 타운의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의사라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당하며 결국 병원에서 짤리는 일이 그러하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공고화된 경제적 차이에 따른 취업문제와 의식주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9년을 다루고 있는 책과 영화에서 모두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은주가 사하맨션에 면접을 보러간 후 은주에게 전해진 201호 왕할머니의 한 마디 대사가 깊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시험 보는 게 아니야. 너를 점수 매기겠다는 것도 아니야. 네가 뭘 할 줄 아는지 무슨 자격증이 있는지 그런 거 잘 모르겠고 중요하지도 않아. 그냥, 같이 살아도 탈은 없을까, 이미 살던 사람들이랑 잘 맞춰 갈 수 있을까 서로 인사나 하자는 거야."

 

- 조남주, 「305호, 은진, 30년 전」, 『사하맨션』, 209쪽.


 진정한 경계의 허뭄은  바로 이렇듯 우리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평가'와 '판단'을 제거해 나가는 데에 있다고 여긴다.  너는 몇 점 짜리 사람인가, 너는 몇 평에 사는가, 너는 무슨 향수를 쓰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닌 '당신은 무슨 꿈이 있나요', '당신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나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를 물어보고 더 큰 의미를 두는 사회로 변화되기를 소망해 본다.

 다음 장에서는 메르스 이야기를 비유하는 듯 한데, 남은 서사들도 깊이 고대되며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져 빨리 독파하고 싶다.

 

 

 

by papyros 2019. 7. 1. 23:08

[과제2]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두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어느덧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소설 『사하맨션』 의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가 되었다. 1주일 사이, 지난 6월 22일(토요일)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조남주 작가님께 직접 책에 사인을 받았고 사인본이 된 책 덕분일까, 책을 더 깊이있게, 즐겁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올라왔다.

 

지난 주차이 이어 「701호, 진경」 과 「214호, 사라」, 「201호,  만, 30년 전」까지 세 챕터를 읽으며 진경과 사라의 성장기와 가족사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에 대해 읽어내려갔다. 진경과 도경, 그리고 사라와 그녀의 어머니 연화, 30년 전 201호에 머무르며 어른이  된 ‘만’까지  사하맨션에 입주해 있는 이들은 그 누구 하나 쉽거나 편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 안에서 그들을 둘러싼 차별(구직활동에서의 차별, 의료혜택에서의 차별)과 불합리함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의 서사를 읽어내려가며 그저 타운 소속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L2로서, 사하로서 차별받는 삶을 당연하게 내재해 온 그 수많은 이들의 아픔에 , 그들의 고통에 깊은 연민과 아픔이 내 마음속에도 자리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라가 그 전까지 자신의 운명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며 ,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짐으로 여기며 감내해왔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저 너머 세상이 보이며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불합리한 것에,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이기에.


 

 예전의 사라였다면 여기서 끝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괜찮고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왼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났고 열두 살에 엄마가 죽었고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했다. 사라는 그 고단한 삶을 이상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원망도 후회도 없이 심지어 때로는 감사하며 살았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

(중략)

”괜찮아?”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 조남주, 「214호, 사라」, 『사하맨션』, 111-112쪽. 

 그런데 이 사하맨션에서도 30년 전, 소위 ‘나비폭동’이라고 하는 - 목소리를 내고 부당함에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의 7-80년대 민주화운동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는 나비 폭동의 과정. 30년 전 벌어진 이 시위가 타운 권력자들(총리단)에 의해 처참하게 진압되었기 때문에 지금 사하맨션에 사는 이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당함을 자각하고 억울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라는, 사라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진경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 답답함과 한을 지니고 삶을 살아가는 수위영감은, 어떤 일을 계기로 , 어떤 방식을 통해 타운의 부당함과 불합리함, 차별에 저항할지 앞으로의 서사가 궁금해진다.

 그들의 연대는 아마 사하맨션의 주민들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하맨션의 주민들 뿐 아니라 L2와 L1까지 모두, 타운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자각하는 수많은 이들의 연대와 해결 방식이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지난 과오와 연대의 과정을 소설 속에서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어, 이 전 과정을 통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하맨션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통해 다시금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by papyros 2019. 6. 24. 17:34

[과제1]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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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의 테마주제는 다름 아닌,  '디스토피아 소설 ' (* 디스토피아 소설이란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나타내고 비판하는 문학작품 및 사상을 가리킨다.이었다.  선정된 여러 소설들 중 조남주 작가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 을 이미 일전에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도 했고, 이번에는 어떻게 사회를 묘사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있을까 궁금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을 이번 도서로 택했다. 검은 배경에 다소 차가워보이는 회색빛 맨션이 그려져 있는 표지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정돈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주까지 워낙 일이 바빴던지라  많은 분량을 읽지는 못했으나 「남매」 「사하맨션」 까지 읽으며 그 짧은 두 개의 장에서도 많은 메세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 비슷한 주제여서인지- 작년에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읽은 최인석 작가님의 『강철 무지개』 가 언뜻 떠오르기도 했다.

 기업이 부지를 구입해 총리를 설정하고 심지어 회장조차도 총리단에 소속된 인물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을 통해 흔히 S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 자본이, 기업이 운영하고 지배하는 국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7-80년대의 독재정권을 묘사하는 장면, 주민들의 계급화를 통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하맨션의 초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부터 벌써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묘사하는 듯한 암시를 풍기고 있었다.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도 전인데 이렇듯 수많은 한국사회의 묘사가 떠오르고 있으니, 다음 장부터 본격적으로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고 어떤 서사가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특히 역시 『82년생, 김지영』 을 쓰신,  작가답게 깔끔하고 흡입력있는 문장에... 이제 바쁜 일들이 지나갔으니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책 속에 깊이 몰입하며 책 속에 담긴 작가님의 문제의식을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특히,  주민 자격을 얻지 못한 L2계급보다도 더욱 못한, 양육자들에 의해 포기되고 버려진 '사하'라는 계층의 거주자들이 사는 '사하맨션'에 사는 '우미' 에 대한 한 대목이 마음에 참 많이 남았고 경종을 울렸다.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아 안정적인 , 아니 사실 우리 사회의 다른 누군가보다 조금 더 잘 살기를 소망하며 아둥바둥대는 우리의 삶..

 그렇게 쌓아나가는 제도권 교육에서의 '지식'보다, 우미가 지닌 사랑과 관심을 통한 '지혜'가 더욱 의미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기에.. 제도권에 속한 것 자체가 바로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문학적 표현을 통해 되새기개 해 준 좋은 문장이었다고 여긴다. 


           노란 나비, 혹은 나방은 다시 색종이 조각처럼 팔락이며 날아가 버렸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미는 제도권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머릿속에 온갖 지식들이 가득했다. 병적으로 책을 읽었다. 역사와 철학에 특히 해박했고 유명한 소설이나 시구들도 줄줄 외웠다.

 

 

- 조남주, 「사하맨션」, 『사하맨션』, 37쪽. 


 



by papyros 2019. 6. 17. 23:59

[과제5]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5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5주차에는 수필집의

「은전 한 닢」(226p)에서부터 시작해,  작품집 후기로 등장한 박준, 박완서 시인과 피천득 시인의 장남인 의사 피수영 선생님께서 피천득 시인께 보내는 애정어린 고백 내지 서편을 지나,「작가연보」(295p)까지 읽어내려갔다.

 

 

 

 

 『인연이라는 한 권의 수필집을 모두 완독한 주차인 만큼,  많은 소회가 밀려왔다. 5주라는 기간동안 읽어온 피천득 시인의 여러 수필들을 통해 느껴지는 그분의 가치관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시인이자 수필가로서의 피천득', '소박한 한 개인으로서의 피천득'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5주차에 읽은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순례, 여린마음, 기도, 우정, 만년 과 같은 작품들이 가장 마음속에 남았다.

 

  순례에서는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고 그 문학작품을 현실, 외부세계에서 재인식하여 여러 감정과 가치, 생각에로 뻗어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순례'와 같다고 표현하신 부분이 참으로 마음에 많이 남았다. 나 또한 헤세를 통해 독일 교양소설 내지 성장소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김탁환 작가님을 통해 백탑파 실학자들을 알아가게되었듯이, 문학은 다른 문학작품으로, 그리고 또다른 외부의 사람이나 사물로 끊임없이 세계를 확장시켜 준다는 데 진실로 공감했다.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豐裕)하게 하여  준다. 구름과 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눈, 비, 바람, 가지가지의 자연 현상을 허술하게 놓쳐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도연명을 읽은 뒤에 국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워즈워스의 시를 왼 뒤에 수선화를 더 아끼게 되었다. 운곡(耘谷)의 「눈 맞아 휘어진 대」를 알기에 대나무를 다시 보게 되고, 백화나무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시인 프로스트를 안 후부터이다.

 바이런의 소네트가 아니라면 쉬옹의 감옥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요, 수십 년 전에 내가 크레인의 「다리()」를 읽지 않았던들 작년에 본 뉴욕의 브루클린 브리지가 그렇게까지 아름답게 보였을까.

 

- 피천득, 「순례」, 『인연』, 민음사, 2018, 239쪽.

 

 

 

 여린마음에서는 한 사람으로서의 모든 개개인들에 대한 신뢰가 인상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 팽배해질수록 개개인 간의 불신이 심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주의적인 모습이 자주 발견되는데도 불구하고, 피천득 선생님께서는 보편적인 대다수의 소시민들이 지닌 '정'에 대해 강한 믿음을 지니시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품어내셨다. 이 부분이 인상깊었던 것이, 실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사이 우리 내면에 깊은 정(情)과 선(善) 등의 가치가 있는데, 다른 가치를 추구하려다가 이렇듯 중요한 가치를 자주 잊고 산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광주민주화운동 또한 지역 시민사회의 깊은 연대와 유대로 이어져 있던 것이 아니었는가. 몇년 전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우리가 울고 웃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본시 연한 정으로 만들어 졌다. 이런 연민의 정은 냉혹한 풍자보다 귀하다.

 소월도 쇼팽도 센티멘털리스트였다.

 우리 모두 여린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 피천득, 「여린마음」, 『인연』, 민음사, 2018, 254쪽.

 

 

 기도는 이미 어머니 뱃속으로부터 가톨릭 신앙을 지녀온 신자이기에 더욱 와 닿았던 수필인지도 모르겠으나, 나 자신의 물질적 복락을 위해서 하는 기도가 아닌 그저 마음을 비운 진실성 있는 기도, 인격적 성장과 내면의 행복과 지혜를 추구하는 기도가 더욱 의미있는 기도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수의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하고 우리는 기도의 끝을 맺습니다. 어찌 "부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 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타고르의  「기탄잘리」의 한 대목이 있습니다. "저의 기쁨과 슬픔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는 그 힘을 저에게 주옵소서."

 내가 읽은 짧고 감명 깊은 기도가 있으니 "저희를 지혜로운 사람들이 되게 도와주시옵소서."

 

- 피천득, 「기도」, 『인연』, 민음사, 2018, 260-261쪽.

 

  우정」과 만년에서는 오랜기간 지속되는 벗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우정」에서 우정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 바, 벗 사이의 비극은 '이별'이 아니라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데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만년」의 마지막 문단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나이가 점차 들어감에 따라 실질적으로 자주 교류할 수 있는 벗들이 점차 적어지겠으나, 마음 깊이 연결되어 있다면, 말과 행동으로, 그리고 글로 그 사랑을 마음 깊이 전한 사람이라면 그를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기에.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 보기도 한다.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익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 피천득, 「만년晩年」, 『인연』, 민음사, 2018, 282-283쪽.

 

 

 

 

  5주간 피천득 시인의 수필을 통해 피천득 시인을 간접적으로 마주해 왔다. 5주간 꾸준히 정독하고 필사하며 느낀 바, 피천득 시인은 참으로 겸허하고 소박하며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있는 분이셨다. 학부 시절 모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윤동주 시인의 내면이 다른 그 어떤 이들보다도 더 깨끗했으며 한 점 부끄럽지 않았기에 그만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해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즉 마음이 깨끗한 이들이 더욱 겸허하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마주한 피천득 시인도 그러하다. 시와 수필을 통해 진정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시고, 독자들, 제자들이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해 줄 수 있는 선한 마음과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셨음이 느껴진다. 이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많이 사랑하셨고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들이 잘못되거나 떠나가는 듯 보일 때 아파하고 외로워하셨을 피천득 시인...

 그렇기에 수필집을 읽으며 나의 내면도 안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박준 시인의 발문에 이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있다고 여긴다. 언젠가 피천득 시인의 수필과 시들로 문학치료 수업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독서모임에서도 함께 읽고 싶다.

 피천득 시인의 인연』을 통해, 나도 또다른 누군가와,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좋은 문학작품과 좋은 인연을 맺기를 진실로 소망하게 되는 밤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상처들이 점처럼 찍혀 있고 물론 저에게도 숨겨지지 않는 큰 점같은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이 때의 글은 사람의 상처와 얼마나 마주해야 할까요. 아니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말을 뱉거나 생각을 할 때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어떻게 직면하거나 외면해야 할까요. 조선 땅에서 태어나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나온 선생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더욱 자주 가지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법을 이미 알고 계셨다고도 생각합니다. 

  『인연』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시작은 분명 외로움이나 슬픔인데 아무도 외롭지 않게 그리고 아무도 슬프지 않게 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선생님 특유의 천진과 소박은 그 여정에서 줄곧 가장 큰 빛을 내고 있고요. 아마 선생님이 화가였다면 그의 옆으로 가서 초상을 그리셨을 것입니다. 점이 보이지 않는 옆모습을 그린다고 해서 소흘히 하거나 왜곡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옆모습을 그리고 있노라면 어느새 바람도 불어와 그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휘날려 줄 것입니다. 혹은 선생님이시라면 별이 많은 밤, 바닥에 누워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림을 그리셨을 수도 있습니다. 밤과 숱한 별을 담고 얼굴과 점도 함께 그려 냈을 것입니다. 그러면 별이 점 같고, 점은 별처럼 보일 테지요. 

 

 

 

 

- 박준(시인), 「『인연』과의 인연-피천득 선생님께」, 『인연』, 민음사, 2018, 284-285쪽.

 

 

 

by papyros 2018. 8. 23. 17:58

[과제4]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4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4주차에는 수필집의 「유순이」(141p)에서부터 「낙서」(222p)까지 읽어내려갔다. 이번 주차에 읽은 수필들은 대부분 피천득 시인이 존경하고 애정을 가지던, 닮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수필의 대상인물로서 등장한다.

도산 안창호, 춘원 이광수, 셰익스피어, 로버트 프로스트, 찰스 램, 아이슈타인, 주요섭, 장익봉 교수.

 

 실제로 피천득 시인과 인연이 닿았던 주요섭, 장익봉 교수님과 같은 경우 그분들과의 일화를 상기하기도 하고, 피천득 시인이 문학적으  로 존경해 마지않는 로버트 프로스트와 찰스 램같은 경우 그들의 삶과 가치, 문학 위에 기반으로 둔 토대가 되는 삶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수필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기는 했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수필을 몇 편 생각해 보면,  「로버트 프로스트 」,  「로버트 프로스트 」, 「찰스 램」, 「나의 사랑하는 생활」, 그리고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우선 「로버트 프로스트 에서는 직접 농부로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사랑했던, 일상 속에서 소박하고 담백한 시를 지었던 자연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김용택 시인이나 도종환 시인을 존경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아닌가 싶다. 특히 김용택 시인의 경우 직접 산골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쓰셨기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 농부이자 시인으로서 진정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이 있었던 그를,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셨던 피천득 시인이 왜 닮고 싶어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피천득 시인 덕분에 나 또한 존경하고 좋아할 만한 시인 한 명을 더 알게 된 듯해 무척 기뻤다. 이런 것이야 말로 독서가 제공하는 제2차 독서의 효과가 아닐까. 

 

 

 "우리는 존재 그대로를 사랑한다."

 당신은 시인이기 이전에 농부입니다. 「풀베기」, 「사과 딴 뒤에」, 「머슴의 죽음」, 「목장」 등 여러 시들은 농부인 당신이 아니면 못할 말들입니다. 당신의 시골은 돌이 많고 눈이 많이 내리는 미국 동북방 뉴잉글랜드의 농촌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가리켜 '뉴잉글랜드 시인'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시의 배경이 이 지역에 놓여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당신의 시가 곧 이 지방의 사람들의 생활인 까닭입니다. 당신은 본질적으로 자연시인(自然詩人)입니다.

(중략)

 당신의 시는 뉴잉글랜드 과수원에 사과가 열리고, 겨울이면 그 산과 들에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이 영원한 것입니다.

 

 -피천득, 「로버트 프로스트 , 『인연』, 민음사, 2018, P163-165.

 

 

 

 

  「찰스 램」에서는 무엇보다 서두의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일전에 어디에선가 접했던 문구이기도 해서 더욱 반가웠다. 마치 루소와 같이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런던의 문화, 런던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소시민 개개인을 사랑하고 애정을 가졌던 찰스 램. 피천득 시인이 서두에서 찰스 램의 인물 특성을 묘사한 바처럼, 바로 그와 같이 나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 또한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찰스 램에 대한 묘사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중요한 방향성이 되는 문구로 자리했다.

 

  나는 그저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 동정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잘 수줍어하고 겁 많은 사람, 순진한 사람, 아련한 애수의 미소 같은 유머를 지닌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피천득, 「찰스 램, 『인연』, 민음사, 2018, P169.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는 무엇보다 피천득 시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문장을 읽으내려가며, 그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TVN에서 방영한 나영석 PD의 관찰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서 'ASMR' 이라는 용어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는 오감과 같은 특정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지칭하는데,  피천득 시인의 ASMR로 구성되어 있는 수필이었다.

  읽어내려가며 피천득 시인과 내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에 행복감을 느끼며 반가워하기도 하고, 한편 이 작품이야말로 국어교육 현장에서 수필을 가르칠 때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단 한편의 수필이 될 수 있기에.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학생(성인들도 마찬가지가 되겠다)에게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여겼고, 비단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나 성인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나가고 정리해 나가며 휴식의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수필 「이야기」에서는 수필의 마지막 문단으로 등장한 구절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결국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상과 경험들, 내 내면에 깊숙이 박혀 괴로움이나 불안을 형성하는 그 어떤 감정들까지도 결국에는 '나'라는 한 개인의 서사를 이루어가는 대상이 된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개개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에, 그러한 개개인의 삶을 그려내는 '문학'작품의 작품서사와 자기서사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조정하면서 자기서사를 변화시키고 성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산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이야기로 되어 버린다.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끓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피천득, 「이야기, 『인연』, 민음사, 2018, P212.

 

 

 

 

 

 

by papyros 2018. 8. 16. 02:32

[과제3]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3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3주차에는 피천득 시인의 수필집 인연 , 엄마(99p)에서 인연(136p)까지 일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수필

「엄마」, 「찬란한 시절」, 「딸에게」, 인연이었다.   '서영이'라는 부제(수필집의 Part2)가 적힌 두번째 파트로 넘어오면서, 피천득 시인은 그의 일생에

에정을 거진 유일한 두 명의 여인들에 대한 기억과 마음을 풀어낸다.

 

 특히 「엄마 「그 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남편을 일찍이 떠나보내고, 그미마저도 병환을 얻어 고향 평양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아픔어린 사랑.

그 시기가 유독 짧아서였을까. 시인이 유년시절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과 함께 가꾼 추억들은 유독 각별해 보인다.

 마지막 임종 전까지도 아들을 애타게 찾던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어머니를 빨리보려 달려가던 피천득 시인의 마음.

애타면서도 아름다운 모자지간의 사랑이 책장 너머까지 전해졌다.

 

 

 밤이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마당에 데려가 별 많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북두칠성을 찾아 북극성을 가르쳐 주었다. 은하수는 별들이 모인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그때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행히 천문학자는 되지 못했지만, 나는 그 후부터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피천득, 「엄마, 『인연』, 민음사, 2018, P103-104.

 

 

 

 

  한편, 「서영이에게」, 「어느 날」, 「서영이」, 「서영이 대학에 가다」, 「딸에게」, 「서영이와 난영이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딸 '피서영'에 대한 사랑이 눈에 띠었다. 시인에게 있어 모친 다음으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여인이었으며 그만큼 애정을 쏟아 키웠던 서영이.

책을 읽으며 궁금해 문득 찾아보니 피서영 선생께서는 이론물리학 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로 알려져 있더란다. 유년시절부터 애지중지 사랑을 다 전하며 키워온 딸이 결혼도 마다하고 학문의 길을 택했을 때 으레 그 시대의 어른들이라면 결혼을 재촉하거나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등 가부장적인 태도를 유지하셨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피천득 시인에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와 정 반대로 비록 영문학과 물리학으로 전공을 하고 공부를 해 나가는 학문분야는 다르지만, 연구자-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외로움에 대해 공감하고 격려하며, 어떤 길을 택하든 딸 서영이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그 길이 옳은 길임을 격려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딸에게 인문학적 감성 또한 강조하며 과학과 철학을 양립시켜 공부할 것을 조언하는 피천득 시인의 균형잡힌 태도 또한 눈에 들어왔다. (통섭적 사고는 최재천 교수님 이전에 피천득 시인이 있었다...?!!!! ㅎㅎ)

 

다정한, 그리고 부친이었으나 때로는 스승이, 때로는 동료 연구자가 되어주신 아버지가 계셨으니 - 비록 직접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피서영 선생님의

지성과 인격 또한 분명 시인을 닮지 않으셨을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어 순조로운 가정생활을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아니면 외롭게 살며 연구에 정진하는 것이 네가 택해야 할 길인지 그것은 너 혼자서 결정할 문제다. 어떤 길이든 네가 가고 싶으면 그것이 옳은 길이 될 것이다.

(중략)

한편 과학자에게는 철학 공부가 매우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은 광맥을 파 들어가는 것과 같이 좁고 깊은 통찰은 할 수 있으나 산 전체의 모습을 알기 어렵고 산 아래 멀리 전개되는 평야를 내려다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시간을 아껴 철학과 문학을 읽고, 인정이 있는, 언제나 젊고 언제나 청신한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

 

 -피천득, 「딸에게, 『인연』, 민음사, 2018, P127-128.

 

 

 

 지막으로, 이 수필집의 제목으로 꼽히기도 한, 저명한 수필 「인연」.

첫사랑 - 아니 이 경우엔 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감정이 무엇이든, 사랑하고 아끼던 이를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좇아가고 싶은

시인의 그 마음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추억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지 못한 데 대한 씁쓸한 회한이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러함에도 가을이면 또 춘천 소양강에 들르고 싶다는 소망은,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때이고 꺼내 추억할 수 있는 마치 일기장과도 같은 그런 애틋한 감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름도 잊고 얼굴도 기억에 없지마는 나와 제일 정답게 놀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양말이 조금 뚫어졌던 것이 이상하게도 생각난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사는지, 아마 대학에 다니는 따님이 있는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사는 그는 영원한 다섯 살 난 소녀이다.

유치원 시절에는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기뻤다.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다.

 

 -피천득, 「찬란한 시절, 『인연』, 민음사, 2018, P110-111.

 

 

 

 

 

 

 





 

 

 

 

by papyros 2018. 8. 9. 23:14

[과제2]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2주차에는 피천득 시인의 수필집 『인연』 中,  

「맛과 멋」(71p)에서 「보스턴 심포니」(95p)까지 일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수필은 단연

 

「전화」 「장수」 그리고 「기다리는 편지」였다.

 

 「전화」에서는 사람 간 情을 연결하고 이어주는 전화라는 매체에 대한 애착과 고마움에 공감할 수 있었다. 현대 현대사회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같이 시공간을 초월해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여러 매체들이 발달되어 있지만,

 사람의 지문과도 같은 '목소리'를 통해 우러나오는 것은 대화의 진정성이기에, 전화기라는 물건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피천득 시인의 이 수필 덕분에 새삼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한편, 「장수」와  「기다리는 편지」에서는 누군가의 편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건강한 성찰에 대한 자세를 노래하고 있었다. 특히  「장수」에서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많은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부유하고 넉넉한 사람이라는 데에 마음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인과 깊은 사랑과 정을 나누고, 공유하고 '더불어 가는 삶'을 살아가는 이의 내면이야말로 행복하고 고귀한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장수」의 마지막 두 문단을 삶의 지표로서 늘 기억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 둔 보물의 세목(細目)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그리고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그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작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한다

 

 -피천득, 「장수, 『인연』, 민음사, 2018, P80.

 

 

 

 

 

 

 

 

 

 

by papyros 2018. 8. 2. 14:19

 

[과제1] 제5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8.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피천득 시인. 물론 그의 시도 널리 알려져 사랑받고 있지만, 시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는 글들이 그의 수필임을 익히 알고 있기는 했다.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기에, 나 또한 그 유명한 피천득 시인의 <인연>이라는 수필 - 수필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그 수필- 에 성심여대에 재학중인 아사코의 이야기가 나오는것은 잘 알고있지만 따로 수필집 전체를 정독해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컸다.

 

이번 밑줄긋고 생각잇기 신청 당시,
시집과 수필집 중 어떤 책을 선택할까 마지막까지 고심했으나 동네책방 에디션에도 불구하고 인연의 원래 표지에 끌려 선택한 후 , 이번주에는 70페이지 정도까지 그의 수필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단연 첫 장의 <수필> 과 <선물>, <눈물> 그리고 <플루트 플레이어> 였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이 글을 읽으며 - 피천득 시인은 수필이 가장 솔직한 글이라고 표현했으며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문학이라고 서술했는데, 그렇기에 소설/시/비평..문학의 그 어느장르보다도 수필이 가장 어려운 장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내면을 있는 그대로 글에 서술한다는 것이, 꾸밈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이러한 수필이라는 장르의 글을 엮어 수필집까지 출간하신 피천득 시인의 영혼이야말로 순수하고 맑은분이 아니었을까, 한편의 글을 통해 추측해본다.

한편, 필사노트에는 수록되어있지 않았으나, <선물>이라는 수필을 읽으며 다시금 선물을 하는 과정이 물질의 교환이 아닌 내면,마음을 전하는 '존재의 자기증명'의 행위라는 것을 새삼 숙고할 수 있었다.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선물>의 글귀 일부를 아래 수록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선물을 받는 순간의 기쁨도 크지마는 선물을 푸는 순간의 기쁨이 있다.

이 기쁨을 길게 연장시키기 위하여 나는 언젠가 작은 브로치 하나를 싸고 또 싸서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더 큰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또 더 큰 상장 넣어 누구에게 준 적이 있다.

남에게 주는 물건들이 다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양담배를 한 보루 주는 것은 돈으로 이삼천 원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늘 진로 소주를 먹는 사람에게 조니워커 한 병은 선물이 되는 것이다. 백청 한 항아리는 선물이 되어도 설탕 한 포대는 선물이 될 수 없다.

와이셔츠가 아니라 넥타이가 좋은 선물이 된다. 유럽에 갔다가 파리에서 사 온 넥타이라면 더욱 좋다.

촌 부인에게 광목 한 통이 비단보다 더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양단 저고리 한 감이 정말 선물이 되는 것이다.’

 

 

 

-피천득, 「선물」, 『인연』, 민음사, 2018, P51-52.

 

 

 

 

 

by papyros 2018. 7. 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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