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마지막 밑줄 + 독서 후기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모든 글은 인용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지난 주차에 책 내용을 모두 완독했으므로 이번 주차는 ‘추천의 말’ 을 읽으며 조남주 작가님의 소설   『사하맨션』 에 대해 다시한 번 정리하고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2주차 쯤 영화 <기생충>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한 바 있듯이,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 은 분명히 ‘자본’에 의한 계급 차별과 갈등이 주가 되는 소설이다. 신샛별 평론가님이 ‘추천의 말’에서 표현하신 것 처럼, 주거와 의료,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하’의 삶은 그 자체로 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 

  타운 주민/L2/사하 라는 뿌리깊은 계급차별을 공고화한 것도 결국 실체없는 권력, 자본의 흐름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당연히’,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품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세계에는 균열이 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균열, 건강한 균열을 바탕에 둔 사하와 L2의 연대와 저항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마치 담쟁이 넝굴이 하나되어 함께 넘어갈 때 강하듯이,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었듯 약자들 간의 연대를 통한 한 목소리의 외침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들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선을 비로소 허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산학협력 회사 현장에서 희생당하는 학생이 없기를, 한 개인이 자본과 맞바꿀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지 않길, 그리고...... 자본의 유무로 여러 혜택들이 더 주어지지 않는 공정한 사회이기를 .. 이 책을 읽고 진실로 바란다.

  여러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유를 추구했던 우미,

 총리관에 들어가 권력의 실체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겨눈 진경,

 사하인 도경의 신분이 아닌 내면을 보고 관계를 맺었던 의사 ,

  진경의 총리관 출입을 은근히 도왔던, 조용한 방식으로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던 사하맨션의 관리실 영감과 소개소 소장,

 

 맹목적으로 요구되는 기존 사회의 질서가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향하던 사하맨션의 수많은 개인들이 우리 사회에
더욱 늘어나기를 진실로 소망해본다.

 한 동안 사하맨션의 주민들이 많이 그리울 듯 하다.





 사상의 논리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인간은 셋 중 하나가 된다. 핵심 부품, 소모품, 폐기물.  『사하맨션』 은 소모품 또는 폐기물로 전락한 절대 다수의 인간이 경험하게 될 총체적 박탈의 상황을, 주거,노동,교육,보건,의료 시스템의 바깥에서 지옥을 견디는 난민들의 공동체를 상상한다. 아니, 그들이 단지 견디고 있다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는 시스템에는 단호히 맞서고, 상처 입은 방문자들에게는 절대적 환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이기도 한 것이다.

 

- 신샛별(문학평론가), 「추천의 말」 중에서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장르적 쾌감 대신 서늘한 응축의 힘을 밀고 나가 마침내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라고 선언할 때 나도 모르게 그 다음을 기다렸다. 이 소설은 미래를 바꾸게 될 한 여성 전사의 탄생에 관한 긴 쿠키영상이다. 설레지 않는가.

 

- 김현(시인), 「추천의 말」 중에서

 

 

 

 

 

 

 

 

 

by papyros 2019. 7. 15. 17:45

[과제4]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네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4주차에는 지난 3주차에 이어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311호, 우미」 , 「701호, 진경」, 그리고 마지막 「총리관」까지 모두 읽으며 작품의 결말을 보고 말았다. 원 래 마지막 한, 두장을 남겨두고 일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인물 각각의,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의 서사에 몰입되어 후반부를 달렸다.

  『사하맨션』 이라는 작품 전체를 읽고 난 후 전체적인 느낌은 무언가 짧고도 굵은 울림을 주는 듯 하다.  지난 주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이 소설의 서사에 대해 다룬 바 있는데,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있다고 믿는 어떤 '운명', '굴레'라는 것을 당연하게,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수용해야만 한다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 할 수 있었다.

 


 나비 폭동이 희미해질 즈음이 되자 원주민이던 L2보다 그 2세와 3세들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애초에 L2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의문도 저항도 없었다. 당위나 의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운명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다. 원래 그런 삶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함께 자란 아이들의 진로를 궁금해하지 않고, 2년마다 체류권을 갱신하며 살다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아기를 남기고 나오는 삶.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5쪽.

 

 


원래 그렇다고 믿고 있던 사람이 '원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73쪽.

 

 


 "할머니, 나는 중요해. 나는 우리 아기가 아래층 아기보다 늦는 게 속상해. 아래층 아저씨가 쟤는 왜 저렇게 누워만 있냐고 그러는 것도 싫어. 우리 아기 걱정해 주는 척 자기 애 자랑하는 거잖아. 싫고 좋고, 속상하고 기쁘고, 그런 마음들이 어떻게 안 중요해."

 

- 조남주,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사하맨션』, 249쪽.

 

 

 그런 점에서 우미가 유년시절부터 30세에 이르기까지 아무 의문없이ㅡ 그냥 당연히 그래야만 해서 정기적으로 출석하던 연구소의 조직검사에 불응하고 도망치고자 했던 시도, 그리고 그런 우미의 도망을 도왔던 연구소의 몇몇 구성원들, 아랫집 아이와 다른 '우연'의 성장에 속상해하고 슬퍼했던 우미, 그리고 총리관에 들어가 그곳의 실체를 목격한 진경과 진경 이전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모두들 죽지 않기 위해, 사장되지 않기 위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라 여긴다.

  비록 수십년 전 타운에서 벌어진 '나비폭동'이 물대포를 통해 비극적으로 진압되었을지언정,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싶었던 모든 개인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그러한 작은 개인들 ,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죽었으리라 여겼던 한 여인의 사하맨션에서 소개소 소장으로 살아있으며, 연구원에서 연구소의 기밀을 지니고 도망나간 한 연구원이 사하맨션의 관리실 영감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진경이 총리실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진정한 삶'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작은 불씨를 가진 개개인의 행동이 결국은 변화를 만들어내리라 여긴다.

 부당입학(비리)에 대한 예민성이 결국 사회 변화로 이어졌듯이, 그리고 지금도 정치, 경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듯이...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 『사하맨션』 은 그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를 알레고리 기법을 통해 묘사하여 독자들의 타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 조남주, 「311호, 우미」, 『사하맨션』, 283-284쪽.

 


"당신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우미와 도경이와 끝까지 같이 살 거고."

바람이 불었다. 총리관을 지키듯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무섭게 흔들렸다. 미처 노랗게 물들지도 못한 초록빛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떨어진 잎사귀에 날개를 펴고 앉았다.

 

- 조남주, 「총리관」, 『사하맨션』, 368쪽.

 

 

   

 


 

 

by papyros 2019. 7. 8. 23:26

[과제3]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세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도서 사하맨션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영화 스포에 주의 바랍니다. (스포 多)

 

 

 

 이번 3주차에는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 중에서 「201호, 이아」, 「714호, 수와 도경」 그리고 「305호, 은진, 30년 전」 총 세 장을 읽고 해당 장의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품 전체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이번 주에 읽은 세 챕터에서 시사하고 있는 내용이 최근 상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많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특히 「714호, 수와 도경」 에서 수와 도경은 의사의 신분과 사하의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간의 애정, 사랑을 키워나가고 함께 의지하며 사하맨션에 살게 되는데, 신분에 관계없는 그들의 진정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수가 죽자 일방적으로 도경이 수의 살인범으로 몰리며 급기야 도망을 쳐야 하고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는 도경의 처지는 그가 사하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부당하고 불평등한 운명이다. 그가 사하가 아닌 주민, 아니 적어도 L2였다면 도경이 그 자신을 변호하고 보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남의 집 냉장고에 숨어 있다가 몰래 도망가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L2도 나은 신분이 아닌 것이 「305호, 은진, 30년 전」 이야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보육원에서 자란 L2 계급의 은진은 유년 시절 "너는 커서 보육사 해야 되겠다" 라고 말한 주임 보육사의 한 마디에 꿈을 지니게 되지만 L2가 보육사의 자격을 지닌다는 것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일이었다. 결국 여러 심사에 의해 계약직 보육사의 자리를 따내지만 감염병이 돌자 다른 L1(타운의 진정한 주민) 계급 보육사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을 때 유일하게 보육원에 출근했다가 결국 그 젊은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은진은 최근 우리 사회에 일어난 비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성화고에 입학해 산학협력 기관에 취업해 일하다가 안전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업무를 맡아야만 했던 ,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고등학생 청춘들.

 

 누군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학에 가고 너무도 당연하게 의식주를 누릴 때 사하맨션의 거주자들은 전기 하나, 수도하나 쓰는것도 열악한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의 두 가정형편을 통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기택보다도 더 낮은,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실에 문광(이정은) 내외가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차등을 심각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조선시대까지 신분차별의 기준이 양반(귀족)과 상민, 노예 등 '태생적 출신'에 따라 분류되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신분차별의 기준이 경제적 문제로 변화되어 계승된 것에 다름없는 것이다. 혹자는 경제력의 경우 노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조남주 작가의 『사하맨션』 에서도 ,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경제력의 차이가 개인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며 이미 형성된 사회적 차별 속에서 학업(교육)의 기회, 양육의 기회, 그리고 선택의 기회 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더욱 공고화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사하맨션』 에서 은주의 계급으로 인해 보육사라는 직업에 취직하는 일에 애초에 제한이 걸리는 일이나,  수가 타운의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의사라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당하며 결국 병원에서 짤리는 일이 그러하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공고화된 경제적 차이에 따른 취업문제와 의식주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9년을 다루고 있는 책과 영화에서 모두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은주가 사하맨션에 면접을 보러간 후 은주에게 전해진 201호 왕할머니의 한 마디 대사가 깊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시험 보는 게 아니야. 너를 점수 매기겠다는 것도 아니야. 네가 뭘 할 줄 아는지 무슨 자격증이 있는지 그런 거 잘 모르겠고 중요하지도 않아. 그냥, 같이 살아도 탈은 없을까, 이미 살던 사람들이랑 잘 맞춰 갈 수 있을까 서로 인사나 하자는 거야."

 

- 조남주, 「305호, 은진, 30년 전」, 『사하맨션』, 209쪽.


 진정한 경계의 허뭄은  바로 이렇듯 우리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평가'와 '판단'을 제거해 나가는 데에 있다고 여긴다.  너는 몇 점 짜리 사람인가, 너는 몇 평에 사는가, 너는 무슨 향수를 쓰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닌 '당신은 무슨 꿈이 있나요', '당신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나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를 물어보고 더 큰 의미를 두는 사회로 변화되기를 소망해 본다.

 다음 장에서는 메르스 이야기를 비유하는 듯 한데, 남은 서사들도 깊이 고대되며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져 빨리 독파하고 싶다.

 

 

 

by papyros 2019. 7. 1. 23:08

[과제2]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두 번째 밑줄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어느덧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소설 『사하맨션』 의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가 되었다. 1주일 사이, 지난 6월 22일(토요일)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조남주 작가님께 직접 책에 사인을 받았고 사인본이 된 책 덕분일까, 책을 더 깊이있게, 즐겁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올라왔다.

 

지난 주차이 이어 「701호, 진경」 과 「214호, 사라」, 「201호,  만, 30년 전」까지 세 챕터를 읽으며 진경과 사라의 성장기와 가족사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에 대해 읽어내려갔다. 진경과 도경, 그리고 사라와 그녀의 어머니 연화, 30년 전 201호에 머무르며 어른이  된 ‘만’까지  사하맨션에 입주해 있는 이들은 그 누구 하나 쉽거나 편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 안에서 그들을 둘러싼 차별(구직활동에서의 차별, 의료혜택에서의 차별)과 불합리함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의 서사를 읽어내려가며 그저 타운 소속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L2로서, 사하로서 차별받는 삶을 당연하게 내재해 온 그 수많은 이들의 아픔에 , 그들의 고통에 깊은 연민과 아픔이 내 마음속에도 자리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라가 그 전까지 자신의 운명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며 ,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짐으로 여기며 감내해왔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저 너머 세상이 보이며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불합리한 것에,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이기에.


 

 예전의 사라였다면 여기서 끝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괜찮고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왼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났고 열두 살에 엄마가 죽었고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했다. 사라는 그 고단한 삶을 이상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원망도 후회도 없이 심지어 때로는 감사하며 살았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

(중략)

”괜찮아?”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 조남주, 「214호, 사라」, 『사하맨션』, 111-112쪽. 

 그런데 이 사하맨션에서도 30년 전, 소위 ‘나비폭동’이라고 하는 - 목소리를 내고 부당함에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의 7-80년대 민주화운동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는 나비 폭동의 과정. 30년 전 벌어진 이 시위가 타운 권력자들(총리단)에 의해 처참하게 진압되었기 때문에 지금 사하맨션에 사는 이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당함을 자각하고 억울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라는, 사라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진경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 답답함과 한을 지니고 삶을 살아가는 수위영감은, 어떤 일을 계기로 , 어떤 방식을 통해 타운의 부당함과 불합리함, 차별에 저항할지 앞으로의 서사가 궁금해진다.

 그들의 연대는 아마 사하맨션의 주민들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하맨션의 주민들 뿐 아니라 L2와 L1까지 모두, 타운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자각하는 수많은 이들의 연대와 해결 방식이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지난 과오와 연대의 과정을 소설 속에서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어, 이 전 과정을 통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하맨션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통해 다시금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by papyros 2019. 6. 24. 17:34

[과제1]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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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이번 제 7회 밑줄긋고 생각잇기의 테마주제는 다름 아닌,  '디스토피아 소설 ' (* 디스토피아 소설이란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나타내고 비판하는 문학작품 및 사상을 가리킨다.이었다.  선정된 여러 소설들 중 조남주 작가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 을 이미 일전에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도 했고, 이번에는 어떻게 사회를 묘사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있을까 궁금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조남주 작가님의 『사하맨션』을 이번 도서로 택했다. 검은 배경에 다소 차가워보이는 회색빛 맨션이 그려져 있는 표지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정돈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주까지 워낙 일이 바빴던지라  많은 분량을 읽지는 못했으나 「남매」 「사하맨션」 까지 읽으며 그 짧은 두 개의 장에서도 많은 메세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 비슷한 주제여서인지- 작년에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읽은 최인석 작가님의 『강철 무지개』 가 언뜻 떠오르기도 했다.

 기업이 부지를 구입해 총리를 설정하고 심지어 회장조차도 총리단에 소속된 인물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을 통해 흔히 S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 자본이, 기업이 운영하고 지배하는 국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7-80년대의 독재정권을 묘사하는 장면, 주민들의 계급화를 통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하맨션의 초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부터 벌써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묘사하는 듯한 암시를 풍기고 있었다.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도 전인데 이렇듯 수많은 한국사회의 묘사가 떠오르고 있으니, 다음 장부터 본격적으로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고 어떤 서사가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특히 역시 『82년생, 김지영』 을 쓰신,  작가답게 깔끔하고 흡입력있는 문장에... 이제 바쁜 일들이 지나갔으니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책 속에 깊이 몰입하며 책 속에 담긴 작가님의 문제의식을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특히,  주민 자격을 얻지 못한 L2계급보다도 더욱 못한, 양육자들에 의해 포기되고 버려진 '사하'라는 계층의 거주자들이 사는 '사하맨션'에 사는 '우미' 에 대한 한 대목이 마음에 참 많이 남았고 경종을 울렸다.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아 안정적인 , 아니 사실 우리 사회의 다른 누군가보다 조금 더 잘 살기를 소망하며 아둥바둥대는 우리의 삶..

 그렇게 쌓아나가는 제도권 교육에서의 '지식'보다, 우미가 지닌 사랑과 관심을 통한 '지혜'가 더욱 의미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기에.. 제도권에 속한 것 자체가 바로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문학적 표현을 통해 되새기개 해 준 좋은 문장이었다고 여긴다. 


           노란 나비, 혹은 나방은 다시 색종이 조각처럼 팔락이며 날아가 버렸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미는 제도권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머릿속에 온갖 지식들이 가득했다. 병적으로 책을 읽었다. 역사와 철학에 특히 해박했고 유명한 소설이나 시구들도 줄줄 외웠다.

 

 

- 조남주, 「사하맨션」, 『사하맨션』, 37쪽. 


 



by papyros 2019. 6. 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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