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4주차 필사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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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제 3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4주차- 필사 3회차-를 맞았다. 지난 3주차 때 여행 중이어서 미처 다 필사하지 못한 「상상의 인도」 부분 중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필사했으며, 「사라져버린 날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인 「보르메의 섬들」까지 모두 완독 후 필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지난 주차에 읽고, 이번주에 필사한「상상의 인도」 부분을 읽으며 그르니에의 충격이 유독 많이 느껴졌다. 물론 일면 그르니에가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화 상대주의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으로서 비판될 수 있겠으나, 그르니에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적 가치가 마음에 남았다. 특히 오늘이 4.19혁명 57주년 당일이기도 하고, 세월호 3주기가 지난 지 불과 몇 일 되지 않아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비인간적.〉 이것이야말로 완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에 대한 엄청난 표현이다. 인도는 비인간적인 고장이다. 이 고장에서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만한 값이 못 된다. 어떤 인간은 짓밟히고 짐승과 같은 상태로 천대받는다. 폭군들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군림한다. 부당 정세는 드문 일이 아니다. 힌두교도들 서로간의 형편은 이렇다. 그들이 핍박받아 왔다고 해서 그들의 인간 됨됨이를 인정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비인간적 백성이다. 인간성의《밖에》있는 백성이다.
사회 구조 그 자체, 카스트의 구분, 복잡한 의식들, 사회에 의하여 개인을, 종교에 의하여 인간을 짓누르는 모든 것.‘

                                                         - 장 그르니에, 「상상의 인도」,『섬』, 민음사, 2008, 141쪽.

 

 또한「사라져버린 날들」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공백’의 삶 또한 매혹적이었다.
늘 무언가를 채워 넣기에 바쁜 현대인.....우리들에게, 장 그르니에는 그저 무상으로 주어진 삶을 윤택하게 살아가는 ‘여유’의 미학을, ‘공백’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그런 면면에 부러움을 느꼈다.

 

 ‘오늘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일기 수첩 agenda(어원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라는 뜻)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공백의 페이지다. 완전히 공백 상태인 오늘만이 아니다. 내 일생 속에는 거의 공백인 수많은 페이지들. 최고의 사치란 무상으로 주어진 한 삶을 얻어서 그것을 준 이 못지않게 흐드러지게 사용하는 일이며 무한한 값을 지닌 것을 국부적인 이해 관계의 대상으로 만들어놓지 않는 일이다.’

                                                   - 장 그르니에, 「사라져버린 날들」, 『섬』, 민음사, 2008, 167쪽.

 

by papyros 2017. 4. 26. 23:53

제 3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3주차 필사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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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전, 이 책을 읽었고 귀국전날인 지금, 일본여행 마지막날 밤, 필사를 마무리했다. '여행'에 대해, 인간의 자연에 대한 경탄의 감정에 대한 그르니에의 <행운의 섬들>, <부활의 섬> 그리고 <상상의 인도>. 여행을 통해 자기자신을 되찾는다는 것, 자기 내면의 깊은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감각에 집중하고 느낀다는 것.. 어쩌면 그것을 수많은 비탈(우여곡절)을 넘어야할지도 모르나, 그 길에는 분명 자신의 이성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첫 자유여행 도중 길을 헤메어 아침에 나가 밤늦게 도착했으나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교토에서 본 그 아름다운 벚꽃들도, 고베 기타노이진칸을 찾아가기까지도... 심지어는 식당 하나를 찾는데도 매우 많이 헤메이고 굴곡이 있었으나 자연이 준 선물..교토 벚꽃의 아름다움이나 고베의 야경은...그 절경에 경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를 줄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위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가슴속의 저 내면저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 <행운의 섬들>, P95.

 

 우리가 삶에 그토록이나 집착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마련하곤 하는 그 예기치 않은 놀라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병이 낫지 않을 거라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문득 자리에서 일어서게 된다. 우리가 잔뜩 믿고 있었는데
돌연 그 믿음이 무너진다. 끝장은 항상 똑같은 것이면서도 거기에 이르는 우여곡절은 러시아 산맥의 비탈만큼이나 다양하다.
                                                                                                         -<부활의 섬>, P122.

by papyros 2017. 4. 26. 23:49

 

제 3회 손끝으로 문장읽기 2주차 필사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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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카뮈의  에 대한 찬사 마지막에 드러난 카뮈의 심경을 이제사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20대의 어느 날, 장 그르니에의  을 마주한다는 것은 진실로 선물과 같이 신비로운 만남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 장 그르니에, , 민음사, 2008, 14.

 

 장 그르니에는 공의 매혹에서 비어있는, 허공의 어떤 곳 속에 다가오는 충만함에 대해 초연히 성찰했으며, 고양이 물루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 따뜻한 애정어린 시선과 함께 결국 그를 안락사시킬 수 밖에 없었던 그 아픔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아름답고 슬픈 그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한 발을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로 뛰어가게 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함께 섞인다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동시에 도망쳐)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공()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내 어린 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고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 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 장 그르니에, 공의 매혹, , 민음사, 2008, 33.

 

 

물루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나는 그의 몸 위에 내 시선을 가만히 기대어본다. 그러면 그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믿음직스러워졌다.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그의 현전(現前)).

- 장 그르니에, 고양이 물루, , 민음, 2008, 42.

 

 

물루가 자신이 고양이인 것에 만족해하듯이 인간들은 자신이 인간인 것에 만족해한다. 그러나 물루의 생각은 옳지만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왜냐하면 물루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인간들의 입장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들에게 그 점을 설득시켰으면 싶다. 우리들에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없으며 우리들의 입장이란 성립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 장 그르니에, 공의 매혹, , 민음사, 2008, 45.

 

 

그리고 케레겔렌 군도를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든 지니고 있는 - 공적인 생활 뒤의 '감추어진 이면', 즉 공적인 자리에서 쓴 가면 뒤의 또다른 모습에 대해, 그 외로움에 대해 차분히 논하고 있다.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저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 장 그르니에, 케르겔렌 군도, , 민음사, 2008, 90.

 

장 그르니에라는 작가를 처음 접해 읽었다. 장 그르니에의 , 그 젊은 시절 어머니께서 읽으셨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마 그 시절의 어머니도 나와 같은 마음이셨겠지.......

 깔끔한 문장 속에 결코 단조롭지 않은 수많은 사색이, 그리고 수많은 사색과 고뇌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유려한 문체로 서술되어있으며 잔잔한 호숫가와 같은 한 청년의 마음을 '감동' 으로 출렁이게 한다.



by papyros 2017. 4. 5.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