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판미동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를 읽고

 

 

루스가 나한테 가르쳐 준 마술의 클라이맥스는, 진실로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탈바꿈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탈바꿈하게 하는 것뿐이라는 궁극의 통찰이었다.

루스는 나에게 기법을 가르쳐 주고 제대로 된 연습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보다 기꺼이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고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오롯이 내줌으로써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하고 진정한 마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바로 연민의 힘이었다. 연민은 우리 각자 마음의 상처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것은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위대한 마술이다.’ - P274.

 

 신경외과 의사이며 현재 스탠포드 대학 신경외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제임스 도티 -는 만 열두 살 시절의 여름, 그의 마술용 도구가 사라져 이를 구매하고자 그가 거주하는 랭커스터의 한 마술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마술가게에서 만난 루스와의 특별한 인연은 짐의 생애 전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마술가게라고 하니 마치해리 포터의 호그와트나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과점에서처럼 마치 환상적인 마법이나 마술이 펼쳐치는 허구적인 소설일 것이라 예상되지만, 저자 제임스 도티가 실제 자신의 생애를 통해 경험하고 배운 바를 풀어낸 진솔한 이야기이다.

 가난한 가정환경, 더욱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폭력을 행사하는 부친 밑에서 어린 짐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러한 고통에 대해 울분과 분노를 지니고 살아왔다. 루스는 그런 짐의 고통을 발견하고, 아들 집인 마술가게에 머무르는 6주 간 삶을 바꾸는 특별한 마술을 가르쳐 준다.

루스가 짐에게 가르친 마술의 순서는 우선 호흡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며 몸의 긴장을 푼 후, 이어서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부정적 목소리(머릿 속 라디오)를 제거하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이거나 산만한 생각에 감정이 따라가려 할 때 만트라 -계속 반복해서 외우는 단어나 구절-를 활용하거나 촛불 등 하나의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을 지속해야 한다. 이 연습이 끝나면 마음 열기 단계로 들어가는데, 생각을 비우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똑같이 결점 많고 불완전한 존재로 바라보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며 마음을 여는 연습을 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목적이나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리며 세부사항을 덧붙여 비전에 대해 그 의도를 선명하게 하는 연습을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그 비전이나 목표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나쁜 의도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짐(제임스 도티)은 수십 년에 걸쳐 루스가 가르쳐 준 마술들을 연습하고 자신의 비전을 끊임없이 구체화 시킨 덕분에, 어려운 가정형편과 의대에 가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점에도 불구하고 유년 시절부터 품어 온 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이 원하던 부와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짐의 뜻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확고함이 오만함으로까지 이어져, 큰 사고 앞에서 죽음에 임박하게 된 적도 있었고 주식 거래가 잘못되어 전 재산을 모두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짐은 그러한 고통을 통해 오히려 수십 년 전 열 두 살의 나이에 루스에게 배운 마술의 핵심에 이르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고통스런 환경을 제공한 이들(부모님)에 대한 용서, 자신의 고통에 대한 연민, 자신의 수많은 결점과 실수들에 대한 겸손의 자세, 그리고 나와 똑같이 실수하고 결점을 지니고 고통 속에 힘들어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타자들에 대한 연민. 결국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핵심은 사랑이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자기만의 배경을 지니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심장과 자신의 심장을 연결해 사랑연민을 통해 나와 다른 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이것이 루스가 짐에게 가르쳐준 마술의 핵심이었다. ‘사랑연민이 자리할 때 자신이 그리는 목표와 비전도 의미를 지니며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기실 짐이 루스로부터 배운 이러한 마술은 열두 살의 어린 아이가 그 본질 자체를 이해하고 실천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었다. 어떠한 덕성이나 습관이 의식하지 않으며 숙련되어 완전히 내면화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듯이 이 마술도 수십 년의 시간을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가 짐에게 이러한 마술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짐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보아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린 짐 뿐만 아니라 내면에 상처를 지니고 있고 이를 치유 하고자,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부단히 애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가능성이 자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의 짐보다 10살 남짓 더 나이를 먹은 20대 중반의 나이이며 대학 시절 심리학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난 많은 대인관계에서 많은 실수를 하고 관계에서 겪은 갈등에 대해 심한 통증을 앓아 왔다. 미숙하며 결점 많은 부족한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유년시절부터 형성된 대상관계 패턴, 학창시절 경험한 심리 내적인 부분들을 탐색하여 대인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 알아가려고 무던히 애써왔고 그럼에도 반복되는 갈등 속에 많은 상처를 쌓아 오곤 했다. 그러나 짐 덕분에, 루스의 마술을 접함으로써 내게도 갈등 상황에서 나 자신이 지닌 심신의 긴장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내면의 부정적 목소리를 확산하는 것을 줄이고 오로지 자기 본연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기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통해 나 자신의 상처와 타인의 상처를 동일시하고 함께 치유해 나갈 수 있도록 연습을 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가능성에 구체적인 가르침과 실천의 기회를 더할 수 있게 된 것이라 여긴다. 나아가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그저 목표를 생각하고 달려가기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목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회 또한 부여받았음에 진실로 감사하는 바이다. 나아가 내가 그린 이 목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루스가 짐의 고통에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가르친 마술과 그 안에 느껴진 사랑, 그리고 짐이 루스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마술을 알리기 위해 집필한 책을 통해 전해주는 사랑. 내게 무조건적 신뢰와 공감, 사랑을 전해 준 많은 스승님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며 동시에 내가 추후 교단에서 만날 학생들에게 전해 줄 사랑도 그려 보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는 순간이다.

 짐이 깨달은 -루스의 마술이 지니는 핵심인- 연민과 사랑은, 기실 한국 문학에서도 중요히 다루어지는 부분인데, 특히 황석영의 몰개월의 새와 같은 소설에 이러한 부분이 잘 형상화 되어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인 현대 사회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나 교감이 부재하고 자기동일성에 의해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화폐와 상품경제 영역이 인간적 영역에까지 침범했기 때문에 타자에 대한 공감이 많이 약화된 데서 발생하는 사회 내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선물을 통해 존재의 자기증명이 가능함을 소설에서는 보이고 있는데, 예컨대 공감을 통해 타자가 내 내면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자기에 대한 사랑도 생겨나는 법이기에 선물의 진정한 의미는 존재의 자기증명에 그 방점이 있다고 하겠다.

 루스의 마술은 누가,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을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연민과 사랑, 그리고 이를 통해 맺는 끈끈한 유대의 힘은 자기를 둘러싼 동일성의 환경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상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며 더불어 이러한 사랑의 연대성이 보편화 될 때 개인의 고통이 치유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치유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소중함과 가치를 지닌 존재며 위엄 있고 정중하게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은 출발선에서 기회를 평등하게 받을 자격이 있으며, 더 나아가 두 번째 기회를 누릴 자격도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 안에서는 아프고 슬픈 장면이 존재한다. 어떤 순간이건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을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루스는 겁 많고 외로운 한 소년을 보았다. 그리고 내안에 상처받은 마음을 보았다. 우리는 저마다 상처를 갖고 있다. 그리고 각자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루스는 내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니 당신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사랑을 주는 것, 그것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매번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미소도 선물이 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매 순간도 선물이다. 당신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한 용서, 그 순간순간도 선물이다. 연민을 표현하는 저마다의 행동, 남에게 봉사하려는 저마다의 뜻은 이 세상에 보내는 선물이자 당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연민의 시대, 그 시작점에 서 있다. 사람들은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알게 되기를 소망하며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기꺼이 찾고자 한다. 그래서 변화의 방법을 찾고 있다. 루스는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그 방법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루스의 깊은 통찰과 특별한 기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지금 당장에 그것은 연민에 힘입은 인간의식 속의 잔물결이지만, 앞으로 언제든 크나큰 파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작은 물결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유대하는 여정을 지나고 있다. 그것은 이 지구상에서 우리 동료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이 우리의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여정이다.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시작한 하나의 행동이 또 하나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동심원이 온 지구를 둘러싸고 있음을 깨닫는 여정이기도 하다. 결국에 가서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했는지, 그리고 서로 얼마나 정성스레 보살폈는지, 이것이 우리 세상과 인간의 생존을 결정짓는 지점이 될 것이다.  -P316-318.

 

 

 

 

우리 중에 완벽한 삶을 타고 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고통의 현실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 동시에 서로 간에 아름답게 발휘되는 모습도 피할 수 없습니다.” - P319.

 

 

by papyros 2016. 7. 22. 01:55

김수환

                                                       <김 수 환>

 

                                                                                   고 은

 

 

1969년 한국 천주교의 첫 추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쓴 빨강 스컬캡은 신앙에 앞서 명예였다.

그러나 가장 겸허한 사람이었다.

70년대 이래

그는 한번도 분노를 터트리지 않아도

향상 강했다

 

그는 행동이기보다 행동의 요소였다.

하늘에 별이 있음을

땅에 꽃이 있음을

아들을 잉태하기 전의

젊은 마리아처럼 노래했다

 

그에게는 잔잔한 밤바다가 있다.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어느새 훤히 먼동 튼다.

 

 

그러다가 진실로 흙으로 빚어낸 사람

독이나

옹기거나

 

   - <만인보> 제 10권 中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슴 대길이  (0) 2016.07.04
졸업  (0) 2015.10.02
대학시절  (0) 2013.01.15
부활절의 기도  (0) 2012.04.08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2012.04.04
by papyros 2016. 7. 13. 13:50

머슴 대길이

 

                                                     고은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르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한테는

주인도 동네 어른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 올라가서

홑적삼 처녀 따위에는 눈 요기도 안 하고

지겟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였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하였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이란다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긴 불빛이었지요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환  (0) 2016.07.13
졸업  (0) 2015.10.02
대학시절  (0) 2013.01.15
부활절의 기도  (0) 2012.04.08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0) 2012.04.04
by papyros 2016. 7. 4. 12:35